‘물적 분할의 공포’…배터리 상장 앞두고 주가 추락하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만도 반등에도 하락 우려 여전해
“우려가 현실이 됐다.”
배터리 물적분할(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소유하는 분할 방식) 이후 상장을 추진 중인 LG화학의 주가 폭락에 관한 이 회사 주주들의 평가다. 지난 10월 80만원 수준이던 LG화학 주가는 이달 들어 60만원 초반으로 주저앉았다. LG화학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내년 초 상장이 임박하자 모회사인 LG화학 주가가 매섭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을 결정한 이후 주주 가치 훼손을 막기 위해 배당 확대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한 분위기다.
적정 주가 100만원이라는데...
27일 종가는 LG화학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의 물적 분할 안건을 승인한 지난해 10월 30일 종가(61만1000원)보다 1만원 정도 높은 수치다. 사실상 물적분할 결정에 폭락한 주가로 회귀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초 상장하면 LG화학 주가가 현재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증권업계에선 LG화학의 적장 주가를 100만원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 적정 주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10만원 수준이다. 증권사의 LG화학 적정 주가는 최저 93만9000원에서 최고 140만원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현재 LG화학 주가 수준은 화학과 생명과학 가치는 거의 반영돼 있지 않고, 소재‧전지 가치에 지주사 할인까지 받은 수준으로 거래 중”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사업을 제외해도 LG화학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라는 논리다.
그러나 시장에선 LG화학 주가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실상 배터리 사업이 LG화학 주가 상승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현 시점 실적만 놓고 보면, 석유화학 사업이 배터리 사업보다 양호한 실적을 기록 중이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성장 가치를 따지면 얘기가 다르다. 시간이 흐를수록 배터리 사업 가치가 석유화학 사업 가치를 압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내년 초 상장 예정인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달 27일 기준 LG화학 시가총액은 44조원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만도도?
물론 SK이노베이션과 만도의 현 시점 주가와 이들 회사가 미래 사업 물적분할을 의결한 시점 주가와 비교하면 얘기가 다르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등에 대한 물적분할을 임시 주총에서 승인한 9월 16일 이 회사 종가는 23만원7000원이다. 만도가 임시 주총에서 물적분할을 승인한 7월 20일 이 회사 종가는 6만2600원이다. 물적 분할을 결정한 시점 수준으로 주가가 회복한 것으로, 만족할 정도로 반등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일부에선 LG화학 주가 흐름을 근거로 SK이노베이션과 만도의 물적 분할 사업들의 상장이 임박하면, 이들 회사 주가가 현재 수준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LG화학 주가가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승인 이후 하락하다가 회복했지만 올해 10월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만도가 물적분할 사업에 대한 상장을 추진하는 시점은 빨라도 2022년 이후로 전망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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