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의선 현대글로비스 10% 매각…주주 챙기고 경영권 다져질까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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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선 현대글로비스 10% 매각…주주 챙기고 경영권 다져질까

375만주 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해…지분율 23.29%→19.99% 하향 조정
주주가치 제고, 시장 불확실성 해소 효과 기대…“현대모비스 매입 위한 포석” 관측도

 
 
현대글로비스 수출입 물류 운송. [사진 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 수출입 물류 운송. [사진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물류 기업인 현대글로비스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 873만2290주 중 123만2299주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251만7701주 전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고 5일 공시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각 단가는 1주당 16만3000원으로 정의선 회장의 주식은 약 2000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0억원 정도다. 이 주식은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특수목적법인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가 매입했다. 그 결과 정의선 회장의 지분율은 23.29%에서 19.99%로 줄었고,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지분 10%를 확보해 현대글로비스의 3대 주주가 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중앙포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 [중앙포토]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처분은 개정된 새 공정거래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새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 규율대상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을 상장사·비상장사 구분 없이 20% 이상인 회사로 개정했다. 사익편취 규제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규율 대상 회사가 265곳에서 2배 넘는 709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이번에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않으면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법 기준(20%)을 초과, 30%에 달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10%를 매각, 지분 보유령을 기준선 밑으로 줄임으로써 규제 대상에서 탈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차에게서 자동차 운송업무를 주로 전담 수주하는 현대글로비스도 자칫 일감몰아주기로 해석될 수 있는 규제 시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중앙포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중앙포토]

2015년에도 법 시행 직전 처분, 지분 29.99%로 낮춰

정 부자는 2015년 2월에도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시간외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현대글로비스 보유 주식 1627만1460주 가운데 502만2170주를 팔았다. 매각 단가는 23만500원이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이 180만주를, 정의선 부회장이 322만2170주(약 1조1802억원)를 처분했다. 그 결과 정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은 43.39%에서 29.99%로 감소했다.  
 
이 역시 새로 바뀐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매각으로 해석됐다. 당시 새 공정거래법은 자산이 5조원을 넘는 총수일가가 갖고 있는 상장 계열사 지분이 30%를 초과하고, 200억원 넘는 일감을 계열사에 제공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에도 정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했다.  
 
5일 매각 공시에 대해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지배력을 공고하게 다지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대주주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 구조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주사 지위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획득해야 하는데 이번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대금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수익금을 이에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 시흥에 있는 현대글로비스 시화 자동차경매장. [사진 현대글로비스]

경기도 시흥에 있는 현대글로비스 시화 자동차경매장. [사진 현대글로비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 노조(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소속)는 올해 2월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공모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지난해 12월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노조는 구주매출이 75%에 이르는 공모 구조를 지적하며 “이번 상장계획이 대주주의 자기이익 챙기기인 동시에 시장 건전성을 해치고 소액주주들에게 위험을 가하는 행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유가증권신고서를 보면 모집매출 주식은 1600만주 규모다. 이 가운데 1200만주(75%)가 구주매출, 400만주(25%)가 신주모집이다. 공모가는 5만7900~7만5700원이며 공모예정금액은 9264억~1조2112억원에 이른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의 11,72%를 갖고 있는 정 회장이 보유주식의 60%를 구주매출로 매각하고 상장 후 4000억원 넘는 현금을 확보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 경영권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 노조측 설명이다. 노조는 “구주매출이 신주모집의 3배나 되는 과도한 비대칭 공모는 신주 발행을 통해 새로운 투자금을 끌어들이려는 IPO의 취지를 해치고 개인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에 악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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