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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금융시장 불안과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는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40)]

주주의 투자가치 훼손하는 물적분할 심해
세계적 기업 되려면 투명한 윤리경영 필수

 
 
지난해 9월 16일 배터리와 석유개발 사업의 물적분할안을 의결하던 SK이노베이션 임시 주주총회의 단상과 의사봉. [연합뉴스]
새해 주식 시장과 코인 시장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뉴욕증시는 일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비트코인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과 국채 금리와 환율의 급등도 우려된다.  
 
미국의 긴축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2월 25-26일 개최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세계 금융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FOMC 위원은 총 12명이다. 문제는 새로 영입된 위원 4명이 강경 매파라는 점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한다고 천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2021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전년 동월보다 7.0%나 급등했다. 이는 1982년 후 약 40년만에 최고치로 인플레이션이 정점 부근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대두됐다. 미국의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9% 이상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금리의 3월 인상 가능성보다 중요한 자산 매각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 공급 차질의 개선 신호를 언급했다. 총재는 미국 인플레이션은 2분기에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과 통화 가치 하락 가능성도 경고했다. 아직은 미국처럼 인플레이션 문제가 크게 부각된 국가는 많지 않다. 선진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신흥국의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투자자금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  
 
신흥국은 통화가치 하락 가능성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금리를 선제 인상하거나 외환시장에서의 헤징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인플레이션과 부채 증가는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어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다.  
 
이런 와중에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는 ‘그동안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과 관련해 3가지 결함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그 3가지는 수요 충격 무시, 자연실업률 목표 오류, 평균물가제 불분명이다.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가계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증폭했다. 자연실업률목표(3.5%) 오류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행한 것도 잘못이다. 한계치가 불분명한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으로 연준의 고물가 통제 관련 신뢰도 악화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월 11일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경우 금리를 예상보다 더 인상하겠다며 긴축 기조 전환 의사를 재확인했다. 시장 유동성 공급을 줄이기 위해 하반기에 연준이 자산 축소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정상 상태에 도달할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국채 같은 보유자산 축소 필요성을 인정했다. 2007∼2009년 경기 침체 때 했던 것보다 더 일찍, 더 빨리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것에 더해 자산이 축소되는데 세계의 눈이 쏠려 있다. 연준의 자산 축소와 관련한 FOMC 성명서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금융시장이 불안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P=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속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악순환

2007-2009년 당시는 첫 금리 인상 2년 후에야 연준이 늘어난 자산 축소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연준이 고용 회복세 속에 고물가가 예상보다 오래가자 작년 말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이전에는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인식했다. 파월 의장은 고용률을 높이려면 긴 경기확장이 필요하지만 물가 안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완전 고용 달성의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한 것이다. 물가 안정 없이는 최대 고용을 유지할 수 없어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됐다.  
 
연준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속도를 내 이전에 예고한 6월보다 빠른 올 3월에 끝내겠다는 입장을 12월 밝혔다.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3월부터 시작해 4차례 이상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등장했다. 3월 중순경 자산 매입 프로그램 종료와 동시에 금리인상이 시작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파월의 다른 걱정은 임금 상승률이다. 임금은 2021년 상반기 안정세를 벗어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며 물가 상승과 유사한 궤적을 형성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물가는 원자재가격 급락 등의 여파로 하락한 반면 임금상승률은 위축된 고용 여건에도 불구하고 크게 상승했다. 코로나로 인해 극심한 배송지연, 인력 조달 같은 문제로 낮아진 물가와 달리 실제 고용된 인력들의 임금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1년 하반기 들어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는 연쇄적인 상승(spiral) 발생했다. 고용시장에서 구직자 숫자에 비해 구인건수가 더 많아져 인력에 대한 초과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자발적인 퇴직이 급증했고, 경제활동 참여 지연 같은 구조적인 변화 요인도 발생했다. 초기 물가와 임금이 서로 엇갈리는 동향을 통해서는 일시적인 상승으로 간주할 수 있었지만, 두 지표가 모두 상승했을 때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된다. 이런 공급 요인으로는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고용시장에서 나타난 특징들은 금융위기 이후 취업자 숫자가 회복되고도 상당 기간에 걸쳐 임금상승률이 확대되지 못했던 상황과 뚜렷하게 대비 된다. 당시 연준을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임금상승률이 확대되지 못한 원인에 대해 노동시장에서 유휴 인력(slack)이 많았다는 점을 거론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12월 FOMC 의사록에서도 대차대조표(B/S) 정상화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살펴보자. 제반 여건과 경기 전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비교할 때 더 양호하고, 고용시장도 더 회복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결국 물가 안정이 이뤄진 이후에도 고용시장에서 임금에 대해서는 상당 기간에 걸쳐 인상가능성이 있어 더욱 예의주시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1.25%로 인상하던 날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국내 주식시장에 폭탄처럼 잠재해 있는 불안과 불공정

2021년에서 2022년 기업들의 물적 분할과 상장이 과도하게 이루어졌다. 개미투자가들은 시장이 기업에 유리하고 투자가들에게 불리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태다. 최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과도하게 오른 미국 시장이 크게 조정 받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시장 역시 지수가 급하게 내려왔다.  
 
그 원인은 미국 시장 하락 이외에 없을까? 이 가운데 시총 최상위(2위 예상) 회사인 LG 에너지 솔루션을 바라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이는 매우 불공정하고 주주들의 투자가치를 훼손시키는 불공정행위라는 입장이 팽배해 있다.  
 
대부분의 물적 분할과 분할상장은 출혈 없이 자금을 쓸어가는 대기업의 횡포이며 꼼수다. 2년이상 이런 관행이 지속되었으니 관련 기업들은 비난 받을 만 하다. 미국주식예탁증서(American Depository Receipts ‘ADR’)이 미국에 상장돼 있는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 국민은행은 이런 행태가 없고, 같은 물적 분할을 하는 포스코는 새로 생기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고 기존 주식을 소각하는 대조적 모습을 보인다.  
 
외국인 투자가가의 입장에서는 물적 분할로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행위는 불공정해위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LG 그룹(LG 화학과 LG 에너지 솔루션, LG와 LX 분할 및 주가 하락), SK 그룹(SK 케미칼과 SK 바이오사이언스, SK 이노베이션과 SKIET 외 다수), 카카오(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 페이 등) 같은 사건이 왜 집중적으로 발생했을까?  
 
2020년 이전이지만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을 자회사로 한국조선해양지주를 둠으로써, 현대중공업 주식이 한국조선해양으로 변경 상장되었다. 그런데 올래 자회사인 비상장 현대중공업이 새로 상장되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물 건너가니 한국조선해양지주는 주가가 내리고 ‘먹튀’ 논란이 가중된다.  
 
이 와중에 현대건설에서 비상장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할 계획이다.  기업의 오너를 위한 자금줄로서 주식시장이 개미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불신이 이어진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중 유독 국내 기업이 G(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에 대한 대책이 소홀하다는 분석이다. 해외 기업은 G에 대한 대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E(환경)와 S(사회적 책임)에만 몰두할 뿐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 이사의 분리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이사회 개혁 같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7일 열린 '글로벌 기준에 따른 ESG 공시 확신전략 토론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한국거래소]

선진국은 ESG 경영 중 ‘거버넌스’ 중시 강화

세계적인 기업은 E와 S만큼이나 G를 강조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ESG의 4개 축(거버넌스・지구・사람・번영) 중 거버넌스를 첫 번째로 꼽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ESG 평가 기관을 중심으로 매년 새로운 G 지수가 추가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해외에선 최고경영자(CEO) 임금 산정 방식, 로비 자금, 뇌물 방지책, 리스크 관리 같은 지표로 거버넌스를 평가한다. 거버넌스 분야에서 앞선 사례로 거론되는 미국 유니레버는 윤리 경영 보고서 통해 자금세탁 방지선언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임직원이 해도 되는 일과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명확히 구분해 외부에 공개한다. 세계적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새로운 거버넌스 지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했을 때 우리 기업은 진정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LG 에너지 솔루션 시가총액이 2위를 유지한다고 하자. 물적분할로 LG 화학과 LG 에너지 솔루션의 시총 상승으로 LG화학은 손해 볼게 없다. LG화학이 100만원을 넘었을 때 시가총액보다도 LG화학과 LG에너지 솔루션을 합한 시총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기가막히게도 한국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시가총액 140조원을 제시했다. 목표주가 60만원 기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 주로 활동하는 CATL을 제외하면 세계 1위의 2차전지 생산회사다. 약 260조원(2022년 추정 매출액의 13.1배)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황이라지만 진정 이 가격이 적정한 지 의문이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 혼다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각형 중대형전지, LFP전지 같은 신 기술의 상용화도 준비 중이다.  
 
LG화학은 60만원대에서 시총이 50조원이다. 100만원대에서 시총이 100조원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50조원 LG화학 시총과 LG에너지 솔루션 예상 시총을 계산하면 LG는 엄청난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몸값 100조원대의 LG 에너지 솔루션 상장으로 타 코스피 200 항목의 주가 변동에도 큰 영향을 줘 이런 상장이 늘수록 다른 종목을 보유한 개미는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불공정 행위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신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적절하다. 물적분할은 인적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들이 분할된 회사의 주식을 갖지 못하기에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그게 ESG에서 ‘G’를 고려하는 세계적 회사의 비전이 돼야 한다.  
 
카카오 그룹은 상장 후 임원이 스톡옵션까지 팔고 퇴사했다. SK 바이오사이언스는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팔고 퇴사했다. 신규 인력을 충원했으나 평균 연령이 31세인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스톡옵션을 어떤 조건 하에서 팔지 못하게 하는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낮은 금리와 고령화로 인플레이션은 사라진 단어라 생각하고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종전 기대수준을 크게 웃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불공정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이대로 두면 개미 무덤만 발생한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나를 사랑하는 시간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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