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면 진짜 같아" 月 15만명 찾는 온라인 안경몰 ‘라운즈’
가상 착용 서비스로 사용자 빠르게 늘려
지난해 5월 ‘블루서클 캠페인’으로 안경점과 제휴 속도
올해 제휴 안경점 1000곳 달성 목표
이스트소프트의 실용주의 AI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게 있다. 2019년 이스트소프트에서 만든 안경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라운즈’다. 최근 1년 새 방문자 수를 빠르게 늘리면서 성장세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2020년에만 해도 매달 1만명 꼴로 라운즈를 찾았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엔 15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은 위기이자 기회였다.
코로나 이전까지 라운즈 앱에서 주로 팔리던 품목은 선글라스로, 전체 거래액 중 80%를 차지했다. 시력을 높여주는 도수렌즈는 전문 안경사만 취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운즈에서는 안경테만 팔 수 있다.
코로나가 퍼지면서 바깥으로 놀러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선글라스 판매량이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4월엔 국내에서 가장 컸던 선글라스 수입업체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을 만큼 불황이 심했다. 그런 상황에서 라운즈를 찾는 사용자 수는 늘어나기 시작했다.
라운즈는 안경을 쓴 사용자 자신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가상 피팅(착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쇼핑 목록에 있는 선글라스나 안경테를 선택하면 바꿔 껴볼 수도 있다. 라운즈에서 가상으로 써볼 수 있는 제품 개수는 4552개에 달한다.
물론 국내 경쟁업체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가상으로 써볼 수 있는 제품 개수에선 차이가 크다. 라운즈처럼 실시간으로 안경을 사용자 얼굴에 가상 매칭해주는 다른 앱에선 211개 제품을 써볼 수 있다. 약 600개 제품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얼굴 사진에 안경을 합성하는 정도다.
안경테 3차원 이미지 제작 비용 줄이는 게 경쟁력
이스트소프트가 자랑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빠지지 않는다. 사용자 얼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안경 이미지를 덧붙일 위치를 찾아낸다. 사용자가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때문에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기술력이 부족하면 안경 이미지가 엉뚱한 곳에 뜨거나 덜덜 떨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실제로 다른 앱에서는 이런 현상을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서비스 사용건수를 보면 사용자들이 느끼는 만족도를 알 수 있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월 사용건수 400만건을 넘어섰다. 방문자 한 명당 26번씩 써본 셈이다. 3~4번 써보고 마는 오프라인 매장과 다른 풍경이다. 김 대표는 “2017년 서비스를 내놓은 뒤 꾸준히 개선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매출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상 착용 서비스에는 얼굴형에 따라 안경을 추천하는 기능도 있다. 사용자는 추천 목록에서 안경을 선택해 써볼 수 있다. 안경을 추천받은 사람은 일반 고객보다 구매율이 4배 높았다. 서비스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김충환 본부장은 “안경 구매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원을 혼자서 방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 얼굴형에 맞는 안경이 뭔지 봐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제품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섣부르게 결정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수요를 가상 착용 서비스가 잘 겨냥한 셈이다.
라운즈(구 딥아이)는 2019년 시리즈A 라운드에서 5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성장에 속도를 냈다. 그런데 해외에선 보기 힘든 규제가 국내에 있다.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수렌즈는 면허를 지닌 안경사만 팔 수 있다는 규제다.
그럴 만한 이유는 있다. 안경사에게 시력검사를 받지 않고 개인이 무분별하게 안경을 구매하면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운즈에서 안경테를 산 사람은 안경사가 운영하는 안경원에 들려 도수렌즈를 맞춰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도 안경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았다. 매장에 있는 안경테를 팔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출의 3분의 1 정도가 타격을 받게 된다. 제품의 유통기한도 길지 않다.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매장에 들인 지 1년만 지나도 팔리지 않는 악성 재고가 된다.
그래서 안경원에선 도수렌즈만 맞추러 온 고객에게 안경테가 틀어질 수 있다거나 렌즈에 문제가 생겨도 품질 보증을 해줄 수 없다고 경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도수렌즈만 맞추는 고객을 일컬어 ‘알(렌즈) 갈이’라는 은어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이런 불편을 견디면서까지 라운즈에서 안경테를 따로 사려고 하지 않았다.
매출 입소문에 제휴 안경원 빠르게 늘려
안경원 입장에서도 나쁜 선택지가 아니었다. 코로나 기간 매출 타격이 컸기 때문이다. 안경시장 전문 매체가 2020년 전국 안경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 전해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안경테를 매장에 공급하는 수입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악성 재고도 늘었다. 팔 만한 제품이 새로 안 들어오는 것이다.
현재 라운즈 제휴 안경원은 317곳이다. 지난해 6월까지 120곳에 그쳤지만, 매출에 도움이 된단 입소문이 퍼지면서 크게 늘었다. 라운즈 측은 블루서클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3000여 명이 제휴 안경원에서 안경테를 수령한 뒤 렌즈를 맞췄다고 밝혔다. 제휴 안경원의 90%가 최소 1명 이상의 고객을 라운즈에서 유치한 셈이다.
제휴 안경원 수를 늘리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 김 대표는 “제휴 안경원 수를 올해 1000곳, 다음 해까진 2000곳으로 늘릴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2000곳이면 전국의 읍·면·동 단위에서 최소 1곳 이상이 제휴 안경원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김 대표는 “2000곳까지 확보하면 온라인에서 안경테를 구매하는 게 더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네트워크가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안경원을 대상으로 한 B2B사업도 시작한다. 코로나 기간 기존의 유력한 수입·도매업체가 도산한 것을 기회로 봤다. 그들 대신 안경테는 물론 안경과 콘택트렌즈까지 공급하고, 자체 브랜드 제품도 낸다. 기존 수입·도매업체보다 가격을 낮추고, 재고 부담을 덜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김 대표는 “2016년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가 취임한 뒤 기술로 혁신할 수 있는 산업을 찾았고, 그 답이 안경시장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기존 업계와 상생할 방법을 찾느라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젠 본격적으로 성과를 낼만한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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