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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9차례 법적공방’…교보 vs 안진·FI, 어떤 얘기 오갔나

지난해 8~12월, 교보-안진·어피너티 1~9차 공판
"어피너티가 가격 평가에 개입 VS 의뢰인 의견 참고할 수 있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 교보생명]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 컨소시엄(어피너티) 관계자들,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계사들이 지난 10일 교보생명 풋옵션 가격 평가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하지만 교보생명 측은 “이번 무죄 판결이 풋옵션 금액 유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 측 항소로 다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교보생명은 예정대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공정시장 가치를 확인받겠다는 의지라 앞으로도 분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보고서 문제없다’ 무죄…교보 “풋옵션 가격 유효와는 별개”

11일 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9차 공판까지 치르며 치열한 법적 공방을 펼쳐왔다. 1~9차 공판 과정에서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지만 검찰 측의 핵심 지적 내용은 어피너티가 안진 측과 수백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사실상 교보생명 풋옵션 가격을 부풀리도록 전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피너티와 안진 측 변호인단은 가격 평가 과정에서 충분히 의뢰자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고 이는 통상적인 업무 과정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10일 재판부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너티 관계자들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들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진의 공인회계사들이 가치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적 판단을 하지 않고 FI측 관계자에 의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회계사들이 FI들로 하여금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안진 회계사들이 작성한 가치평가보고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FI측은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이달 내 2차 중재 신청도 예고한 상태다. 지난 1차 중재 판정에서는 법원이 가처분 관련 판결을 내렸다. 형사 재판에서도 FI들이 행사한 풋옵션과 제출한 보고서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만큼 FI측은 2차 중재에서 신 회장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교보생명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 추진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사진 교보생명]
 
교보생명은 무죄 판결이 곧 풋옵션 가격이 유효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또 예정대로 IPO를 진행해 공정한 가격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항소를 통해 입증이 부족한 부분이 보완 된다면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이 도출될 것”이라며 “비록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이는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지 안진회계법인이 산출한 풋옵션 금액이 유효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 교보생명의 IPO 추진이 무산됐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시장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IPO”라며 “FI 측이 2차 중재를 통해 이를 막으려는 행위야말로 공정시장가치 산출을 막기 위한 행위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 결과로 교보생명의 IPO는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고 현재 심사를 받는 중이다. 대체로 소송에 얽혀있는 기업의 경우 상장 예비심사 자체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는 1심 재판 결과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자료 교보생명, 어피너티 컨소시엄]
 
다음은 1~9차 공판 주요 내용. ※검사 측(교보생명), 변호인 측(안진·어피너티)
 
▶2021년 8월 20일 1차 공판
검사 측=어피너티가 안진회계법인에 보낸 이메일 증거자료로 제출. 이메일서 '결국 소송 갈 확률 높으니 모든 방법 동원해 결과값(교보생명 가치) 높이자'고 양측이 합의한 내용 명시됐다고 강조.  
 
변호인 측=회계법인이 '의뢰인(어피너티)의 합리적 의견 반영하는 것은 통상적 업무 과정'이라고 강조.  
 
▶2021년 9월 10일 2차 공판
교보생명 재무실장 근무 당시 이번 사건 고발한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채택 증인) 신문.
 
검사 측='주주간(어피너티-신창재 회장) 분쟁인데 왜 회사(교보생명)가 고발에 나섰나'라고 질의. 박 부사장은 "주주간 계약은 회장 개인 일이 아니라고 생각, 회사에도 영향이 있다"고 답변. 이어 안진이 가치평가 필요 데이터를 요청한 상황에 대해 박 부사장은 "데이터를 내주지 않은 것이 아니다"며 "최대 주주와 2대 주주간의 분쟁인데, 달라고 하는 자료가 있으면 회사가 거부하기는 어렵다"고 증언.
 
교보생명 내부에서 자사 내재가치를 어피너티 측보다 높게 평가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내재가치평가 보고서는 원래 1주당 가격이 다소 부풀려진 금액이 나온다. 안진회계법인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제공하지 않은 자료"라고 답변.  
 
▶2021년 10월 1일 3차 공판
박 부사장에 대한 검찰, 변호인 측 증인 신문 이어짐.
 
검사 측=안진이 가치평가 기준 시점을 풋옵션을 행사한 2018년 10월 22일이 아닌 6월 30일로 한 것에 대해 박 부사장에 질문.
 
박 부사장은 상대가치평가법에 활용되는 주가의 기준점이 10월 22일이 아닌 6월 30일이 됨으로써 3000억원 이상 왜곡 발생했다고 주장. 주당 6만4000원의 차이가 난다고. 풋옵션 가격 부풀리기 위해 기준 시점을 바꿨다고 강조.
 
변호인 측=신창재 회장이 풋옵션을 소송으로 끌고가기 위해 일부러 평가기관 선임을 거부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내용을 제시하며 박 부사장의 증언이 배치된다고 주장.  
 
박 부사장은 지난 2차공판기일에서 '신 회장이 처음부터 평가기관을 선임하려고 했으나 모두 거절당해 가격 제출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 이에 대해 박 부사장은 “신 회장에게 왜 평가기관을 선임 안했는지 물어보진 않았다. 신 회장은 법률전문가 조언을 듣고 평가기관을 선정 안 하려고 결정했는데 회사 임직원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회계법인을 알아보러 뛰어다닌 것"이라고 답을 바꿨다고 주장.
 
▶2021년 10월 15일 4차 공판
박 부사장 증인 신문 이어짐.
 
박 부사장은 어피너티가 안진에 '모두 포함하면 가격이 얼마가 되느냐, 빼면 얼마가 되느냐' 등 가치평가 관련 구체적인 질의를 했고 '빈칸에 주요 가치평가방법에 따른 가격을 적어주면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겠다'는 등 사실상 전 과정을 주도했다고 다시 한번 강조.
 
변호인 측=박 부사장에 이메일들을 제시하며 어피너티가 가치평가 업무가 진행되는 동안 평가기준일, 1년 평균 주가의 사용, 평가방법 등을 지시한 것을 확인했는지 질문. 박 부사장은 '그런 적은 없었다'고 답변.
 
▶2021년 10월 29일 5차 공판
안진이 작성한 가치평가보고서에 대해 2019년 8월, 제3자 관점서 적정성 검토한 D회계법인 소속 A 회계사 증인 신문
 
A회계사는 안진 보고서에 대해 ▲가치평가기준일은 풋옵션 행사 시점이 돼야 하며 ▲평균 주가를 적용하는 기간 또한 자본시장법상 통상 길어야 2개월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오렌지라이프 등의 주가를 활용하는 것은 잘못됐고 ▲발행주식 총수가 아닌 유통주식수를 써야 한다고 4가지 오류를 지적.  
 
이어 변호인 측 신문에서 A 회계사는 "업무 수행 시 고객에게 보고서 초안을 검토 받거나 중간 보고를 하고, 최종 보고서에 대해서도 의뢰인과 논의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며 "의뢰인이 적절한 의견을 제시하면 그것을 보고서에 포함하기도 한다"고 진술.
 
▶2021년 11월 12일 6차 공판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 증인 신문.
 
윤 사장은 안진과 어피너티를 교보생명이 고발한 배경에 대해 "언론서 가치평가 문제 보도했고, 영업 현장 등의 불안감 고조됐던 상황"이라며 "회사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집행부가 최선의 노력을 해달라는 이사회 요구도 있었다”고 답변.  
 
변호인 측=교보생명이 안진의 글로벌 본사인 딜로이트 글로벌에 ‘안진 보고서의 평가금액을 수정하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  
 
▶2021년 12월 1일 7차 공판
재판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에 대한 증인 신청 기각.
 
변호인 측=교보생명의 진정서 제출 및 금융위원회의 통보로 시작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징계 검토 결과를 의견서와 함께 제출.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안진측 회계사들은 교보생명의 가치평가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잘못이 없다”는 내용으로 ‘조치 없음’ 결정을 내림.
 
검사 측=한국공인회계사회에 사실 조회 및 자료 제출 등 요청.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안진 회계사 징계 절차 과정서 공식 자료 제출 요청이 없었다고 주장. 또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심리를 진행한 것에 대해 의구심 나타냄.  
 
▶2021년 12월 9일 8차 공판
검사 측=어피너티와 안진이 주고받은 특정 이메일의 문구를 지적, 어피너티가 평가 작업의 전 과정을 주도하고 결정한 것임에도 회계사들이 산정한 것인 양 허위 기재했다고 주장.
 
변호인 측=의뢰인과 회계사가 이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것 주장. 오히려 검사가 강조하지 않은 어피너티와 안진 사이에 주고받은 다른 이메일과 보고서 초안 등을 보면, 안진이 전문가적 판단으로 평가방법, 평가인자, 평가금액을 결정했다는 점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
 
▶2021년 12월 20일 9차 공판
검사 측=피고인들이 자본시장 질서 무너뜨렸고 부정 청탁으로 가치평가보고서 허위 작성했다고 주장. 1번째 피고인 징역 1년6개월, 2번째 피고인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2670만원, 3~5번째 피고인 각각 징역 1년 구형.
 
변호인 측=이메일 및 문건 등을 통해 안진이 평가방법, 평가인자, 평가금액을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고 교보생명 주식가치를 과대평가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들며 '피고인들은 무죄'라고 변론.
 
재판부, 결심 절차 마무리하며 선고기일 2월 10일로 지정.
 
▶2022년 2월 10일 최종 선고  
재판부, 어피너티, 안진 회계사들에 '전부 무죄' 선고.
 
재판부는 “안진의 공인회계사들이 가치평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적 판단을 하지 않고 어피너티 관계자에 의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회계사들이 어피너티 측으로 하여금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허위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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