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4일로 예정했던 미·러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 장악 지역의 독립 승인과 파병 발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 직후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24일 만나 유럽 안보에 대한 각 측의 우려를 논의키로 했었다”며 “단 그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경우에 한해서였다”며 이 같이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고, 러시아는 외교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를 분명히 했다”며 “현시점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는 것은 더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맹국·파트너들과 상의했고 모두 동의했다”며 이날 라브로프 장관에게 회담 취소를 알리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 측과의 대화 등 외교적 협의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긴장을 완화하고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데 진지하다는 어느 정도의 확신을 국제사회에 주기 위해 입증 가능한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외교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22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24일 회담이 현재로선 의미없다고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현 시점에서는 미·러 정상회담은 당연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러시아의 긴장 완화 조치를 제시하며 “이는 군대를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공화국 2곳(도네츠크·루간스크)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곳에 병력 투입을 명령했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의 이 같은 행동을 ‘침공’으로 규정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제재에 이어 이날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 등 은행 2곳과 자회사 42곳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