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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짓?” 러시아 ETF 700억원 넘게 산 개미들 발만 동동

국내외 ETF 줄줄이 거래정지·상장폐지…“투자 대상으로 부적합”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국내외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를 약 746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러시아 루블.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한 지난 2주간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에 700억원이 넘는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투자 기회로 본 것인데, 당초 예상과 달리 상장폐로 기로에 놓인 상품이 등장하며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거래정지 직전 하한가에 들어갔는데 무모한 짓이었나”, “상폐되면 투자금 돌려받을 수 있는거냐”, “‘총성이 울리면 사라’는 격언이 있지만 이건 잘못 산 것 같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국내 유일 러시아 주식 ETF ‘KINDEX 러시아MSCI(합성)’를 2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ETF 가격은 3만120원에서 1만70원으로 66.57% 폭락했다. 불과 2주 만에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 ETF의 기초지수는 러시아 거래소 상장 종목 중 시장 대표성 요건을 충족한 종목으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러시아지수(MSCI Russia 25% Capped Index)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사회 제재 여파로 러시아 증시는 폭락했으며, 지난달 28일부터 휴장에 들어갔다.
 
이에 MSCI는 러시아를 신흥국(EM) 지수에서 제외한 데 이어 오는 9일 종가를 기준으로 모든 지수 내 러시아 주식에 대해 사실상 0에 가까운 가격(0.00001)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정책은 ‘KINDEX 러시아MSCI(합성)’에도 적용된다. 즉 주식 가격이 0에 수렴하는 10일부터는 ETF도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KINDEX 러시아MSCI(합성)’ 거래를 이달 7일부터 무기한 정지하기로 했다. 또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 ETF가 상장 폐지될 수도 있다고 공지했다. 향후 러시아 증시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MSCI가 러시아 주식에 대한 가치 산정을 다시 하지 않으면 해당 ETF에 투자한 돈은 회수가 어려워진다.
 

美 상장 러시아 ETF에도 466억원 몰려

개미들의 매수 행렬은 미국 거래소에 상장한 러시아 ETF에도 쇄도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결제일 기준으로 2월 21일부터 3월 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반에크 러시아 ETF(RSX)’,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 ETF(ERUS)’, ‘디렉시온 데일리 러시아 불 2X ETF'(RUSL)’ 등 3개 종목을 3837만 달러(약 466억원) 순매수했다.  
 
최근 이들 ETF 가격은 수직으로 하락했다. 러시아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RUSL 종가는 지난달 16일 23.75달러에서 10거래일만인 이달 3일 2.58달러로 89.14% 폭락했다. 같은 기간 RSX는 25.50달러에서 5.79달러로, ERUS는 41.26달러에서 8.06달러로 각각 77.29%, 80.47% 떨어졌다.
 
결국 RUSL 운용사 디렉시온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이 ETF의 상장 폐지를 발표했다. RUSL은 오는 11일까지만 거래되고 이후 상장폐지 절차를 거쳐 18일 청산된다.  ERUS와 RSX에 대해서도 각 운용사가 지난 1일과 3일에 신규 설정 중단 방침을 밝혔다. 신규 설정 중단은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 주가 급락 과정에서 단기 반등을 노린 수요가 유입됐는데 외국인에 대한 러시아 증권 매각 금지 조치, 변동성 확대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러시아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투자 대상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진단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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