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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를 줄 알았는데…네이버·카카오에 베팅한 동학개미의 눈물

[개미들을 위한 주총 시즌 체크 포인트]
목표주가 60만원 네이버, 20만원 카카오…시장 기대치 충족 못해
동학개미 집중 매수한 성장주 네카오, 규제 리스크 직면 후 하락
두 창업주 사활 건 해외 비즈니스에 '네카오' 주가 향방 달려있어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 움직임이 지지부진했다.[연합뉴스]
 
지난 14일 열린 네이버 주주총회는 떠들썩했다. 새 사령탑이 취임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어 이사회를 열고 최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오는 29일 열릴 카카오의 주총 분위기도 비슷할 공산이 크다. 카카오는 남궁훈 내정자를 새 대표로 선임한다. 김범수 창업주는 ‘의장직 사퇴’를 결심했다. 한국의 두 빅테크가 동시에 리더십에 변화를 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경영쇄신을 꾀하는 한편 글로벌 공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새 사령탑은 ‘주가 부양’이란 무거운 과제도 안고 있다. ‘네카오’의 주가 흐름은 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그래프에 일희일비하는 투자자가 많다. 카카오의 소액주주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02만명이다. 대장주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다. 네이버 역시 80만명에 육박하는 소액주주 명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능한 경영진은 기업의 경영성적표와 주가를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거는 기대가 크다. 주가 등락률엔 총수의 역할론도 강조된다. 김범수 의장의 사퇴로 두 빅테크 창업가가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게 됐지만,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의장은 공정위로부터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받을 만큼 사내 영향력이 여전하다.
 
 
지난해 주가 등락률(2020년 12월 31일 주가 대비 2021년 12월 30일 주가 기준)만 따져봤을 때 두 회사 경영진의 역량은 우수했다. 네이버의 주가는 29만2500원에서 37만8500원으로 29.4% 올랐고, 카카오의 경우 7만8197원에서 11만2500원으로 43.9% 상승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에서 높은 수준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만약 지난해 초 두 회사 주식을 매입해 12월에 되판 투자자는 쏠쏠한 이익을 냈을 거란 얘기다.  
 
그럼에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상승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주가는 거침없이 치솟았다. 1분기와 2분기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즈니스 기회가 더 늘어날 거란 전망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6월 중엔 경쟁적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시총 3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했다.  
 
전망도 장밋빛이었다. 증권가에선 네이버의 목표주가를 60만원까지 끌어올렸고, 카카오의 목표주가로는 20만원을 제시했다.  
 

시총 3위 자리 놓고 다투던 네카오의 하락세 이어져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플랫폼 규제 이슈를 공론화하던 9월,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연일 급락했다. 지난해 9월 6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45만4000원)를 기록했던 네이버의 주가는 30만원 후반대로 내려앉았고, 카카오는 종가 기준으로 16만9500원(6월 23일)까지 올랐지만 11만원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엔 ‘플랫폼 국감’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이해진 네이버 GIO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국정감사 증인석에 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지배력을 기반으로 파죽지세로 사업을 확장했고, 국민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서비스의 독과점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문어발 확장’이란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플랫폼이 사회에 미친 긍정 효과를 고려하면 두 회사 입장에선 프레임이 억울한 면이 있다. 하지만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 치중된 ‘내수 기업’, ‘골목대장’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가뜩이나 작은 내수시장 파이를 돈 많은 두 빅테크가 차지하고 있는 게 문제였다.
 
규제가 현실화하면 두 회사의 내수시장 대형화·집중화 전략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더 일찍 체질개선을 못했던 두 회사 창업주와 경영진의 실책이다. 그렇다고 주주가치 제고에 열을 올렸던 것도 아니다. 두 회사의 배당성향은 한 자릿수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붙자 외국인과 기관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규제 리스크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10일부터 12월 30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네이버 주식을 두고 각각 3231억원, 1582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주식을 두고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95억원, 59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두 회사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더 큰 하락을 방어했다.  
 
두 회사가 규제 리스크에 휘말린 건 내수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연합뉴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탓일까. 두 빅테크에 베팅한 개인투자자가 수익률 플러스를 기록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카카오 평균 매수단가(순매수 금액÷순매수 수량)는 12만6295원으로 2021년 연말 종가(11만2500원)보다 높았다. 그만큼 고점에서 물린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네이버의 지난해 평균 매수단가(37만7045원)는 연말 종가(37만8500원)보단 낮았지만, ‘빅테크 랠리’를 기대한 투자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직전 해인 2020년 네이버의 연간 주가 상승률은 56.8%, 카카오는 154.7%를 기록했다. 네카오는 동학개미가 집중적으로 매수한 ‘성장주’였다.  
 

여기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해가 바뀌었지만 두 회사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연초 대비 네이버는 13.4%, 카카오는 8.44% 하락했다. 여기에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장외 시장에서 매도하면서 ‘먹튀’ 논란까지 겪었다. 올해 1~2월 개인투자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바닥을 노리고 진입한 이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플랫폼 규제 강도가 덜할 것으로 점쳐지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호재라고 보긴 어렵다. 내수시장에서만 돈을 버는 지금의 매출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언제든 같은 논란을 반복할 공산이 크다.
 
공교롭게도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이 맡은 역할은 ‘글로벌 확장’이다. 두 창업가의 경영 역량에 회사 주가의 미래 움직임이 걸려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다른 시총 상위기업처럼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야 네이버와 카카오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바뀔 것”이라면서 “주주총회에서 새 리더십을 맞아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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