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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떠나는 文 4차산업위, 尹 과기위도 똑같은 전철 밟나?

文 정부 4차산업위, 對부처 강제력 없어 한계
尹 ‘과학기술 사령탑’ 과학기위원회도 “실효성 의문”
부총리직과 병립 두고선 인수위 안팎 갑론을박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행사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행사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포토]

새 정부의 디지털 분야 리더십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과학기술 분야의 실질적 사령탑으로 세울 것”이라며 내건 대통령 직속 민관 과학기술위원회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부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위원회 특성상 법령을 마련하거나 관계 부처를 지휘할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인수위 관계자는 과학기술위원회를 두고 “다른 대통령 직속 위원회처럼 유명무실할 수 있단 우려가 내부에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선인 의지가 확고한 만큼 위원회 구성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오전 인수위 과학기술교육 분과 위원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국장이 만나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내부의 우려 목소리를 전하며 2017년 설립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예로 들었다. 당시 정부는 ‘신산업과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심의·조정’할 목적으로 관계부처 장관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그리고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기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인수위 안팎의 전문가들은 위원회가 이름에 걸맞은 리더십을 못 보였다고 평가했다.  
 

신산업 기대 못 미쳤던 ‘데이터 3법’

위원회에서 혁신적인 안이 나와도 입법과정에서 ‘누더기’가 되기 일쑤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2020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대표적인 경우다. 2018년 개정안 논의 당시 가명으로 처리한 개인정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나왔지만,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에선 ‘기술 개발·실증 등 연구 목적’에서만 활용을 허용했다.
 
당시 위원회에 참여했던 민간위원은 “한 정부위원이 ‘기술 개발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산업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린 것’이라고 자평했다”며 “그러나 허용한 범위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여전히 민간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민간위원은 “위원회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생각에 직에서 중도 사퇴했다”고 말했다.
 
실제 개정법이 시행된 지금도 제약사는 물론, 대학·연구소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관 중인 의료정보를 활용하려면 수개월씩 대기해야 한다. 공단이 전국에 구축한 센터를 직접 방문해 지정된 컴퓨터에서만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돌려 얻은 결괏값만 밖으로 가져나갈 수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과학기술위원회가 과학기술부총리와 함께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원회에서 나온 안에 부총리가 정부입법 등으로 힘을 실어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단 것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후보 시절 참여정부 때 있었던 과학기술부총리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통해 과학기술 정책을 기획하고 관련 예산을 조정·배분하는 권한을 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을 거친 천우정 전문위원은 “과학기술위원회는 민간 의견을 수렴하고, 과학기술부총리는 위원회 안에 힘을 실어주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면 실효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전문위원은 2019년 김창경 한양대 교수(창의융합교육원, 전 신소재공학부) 지도를 받아 박사학위 논문 ‘정부와 국회 4차 산업혁명 정책의 뉴노멀 충족성 연구’를 냈다. 이명박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을 지낸 김창경 교수는 현 인수위에서 과학기술교육 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도 위원회-부총리 병립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박석신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는 “위원장(대통령)과 부위원장(과학기술부총리·민간전문가)으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고, 위원으로 과학기술인·기업인, 관계 장관 등이 참여해 국가과학기술 전략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립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달 22일 국민의힘 김영식·이영·조명희 의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고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은 “부총리 제도가 도입됐는데 대통령이 직접 과학기술위원회를 운영한다면 부총리는 책임과 권한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 협회장은 “결국 두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 협회장은 지난달 30일 인수위 내 ‘디지털 플랫폼 정부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임명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민관 과학기술위원회 설치를 약속했었다.
 
방정식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간 파워게임이다. 위원회와 부총리 병립은 두 후보 캠프에서 나왔던 공약을 하나로 합치는 정치적 과정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이 새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유력하단 이야기가 나왔지만, 부총리직 신설 여부는 미지수다. 신 대변인은 20대 국회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 대변인은 새 정부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앙포토]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 대변인은 새 정부 초대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중앙포토]

미뤄지는 사령탑, 실종되는 디지털 플랫폼

여파는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 미치고 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잠자고 있던 데이터를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 정부에도 같은 목적에서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데이터 댐’ 사업을 시작했지만, 민간에서 쓸 만한 데이터는 많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타 부처의 미온적인 협조가 원인으로 꼽혔다.
 
디지털 플랫폼에 질 좋은 공공 데이터를 모으자면 권한 있는 사령탑이 필수적이다. 윤 당선인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과학기술위원회를 하나의 공약으로 묶어서 낸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과학기술위원회의 성격과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 여부로 갑론을박이 오가는 새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은 한때 인수위 위원 사이에서 “실종됐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인수위 기획조정 분과에서 키를 잡고 정무사법행정과 과학기술교육 분과가 협업하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지만,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첫 청사진은 공공 데이터 개방이 아니었다.
 
인수위는 지난달 24일 디지털 플랫폼 정부 청사진으로 ‘원사이트 토털 서비스’를 언급했다. 현재 ‘복지로’, ‘홈택스’ 등으로 나눠진 정부 서비스를 ‘정부24’하나의 사이트에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전자정부 사업의 연장에 가깝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윤석열 캠프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과학기술계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한계를 보였던 데이터 댐 사업을 어떻게 개선할지 문제의식을 갖고 제안했던 것인데, 인수위에선 전자정부 사업의 일종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핵심은 웹사이트 통합이 아니”라면서 “민간에서 어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데이터 개방에 미온적인 관계 부처를 어떻게 컨트롤할지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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