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투자 보따리 든든히 챙긴 바이든…한국이 얻어낸 건?
방한 첫날 이재용 만나고 마지막 날 정의선 만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감사와 함께 추가 투자 독려
정작 美 기업의 한국 투자는 전무한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든든한 선물 보따리를 챙겨 한국을 떠났다. 방한 중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이에 고무된 듯 두 명의 한국 기업인을 따로 만나 감사를 표할 정도였다. 한국도 1년 만에 미국 기업이 참여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며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 계획은 없었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13조 투자…삼성은 추가 투자 가능성
해당 일정은 한국으로 오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공개됐다. 당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대자동차의 조지아주 투자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오는 22일 CEO와 만난다”고 알렸다
앞서 외신은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투자 규모는 70억 달러 이상(한화 약 8조9000억원)이었다. 현대차가 실제 공개한 투자 규모는 이보다 작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만나기 전날인 21일 현대차가 발표한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 규모는 55억 달러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 추가로 50억 달러(약 6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전기차 공장 투자와 합쳐 총 105억 달러(약 13조2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문재인 전 대통령 방미 기간에도 2025년까지 5년간 74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첫 일정도 기업이었다. 바이든은 삼성이 지난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삼성이 우리 상무부와 협력해 배터리 생산,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의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미국 현지에서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공장 추가 설비 투자 가능성이 제기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챕터 313 인센티브를 신청했다. 챕터 313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주 정부가 10년 동안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텍사스주의 세제 혜택 프로그램이다. 이번 인센티브 신청이 지난해 11월 테일러 신규 투자에 이어 조만간 있을 텍사스 내 파운드리 설비 증설을 염두에 둔 삼성의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개최…美 투자 계획 없이 논의만
국내 기업들의 연이은 투자 계획에 발표에 비하면 미국 기업의 한국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굳이 꼽자면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넷플릭스가 꺼낸 1억 달러(약 1200억원) 투자 계획 정도다.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넷플릭스 자회사인 스캔라인 VFX 코리아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6년간 1억 달러 규모의 투자 신고식을 개최했다고 발표했다. 최첨단 특수효과 인프라 설립, 콘텐트 제작 생태계 고도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생색내기 투자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번 방한 기간 한미 기업인들이 만나는 자리는 있었다.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된 것이다. 한국 측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백우석 OCI 회장, 최수연 네이버 사장 등 8개 대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도 퀄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GM 코리아, 블룸에너지, GE 코리아, 구글, 코닝 등 8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분야에서 교역·투자 확대와 공급망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실천방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없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 유연성 제고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품목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수입량을 제한하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다. 미국은 2018년 5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효하며 주요 철강 제품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당 법 관련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경쟁력이 올라갈 전망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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