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 라이프’ 전성시대]③
카드사 참전 본격화…애플페이 시장 판도 변화 촉각
NFC 인프라·플랫폼 수수료 부담…"수익성은 글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Apple Pay)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23년 3월 현대카드와 단독 제휴 형태로 국내에 도입된 이후 약 3년 동안 ‘단일 카드사 체제’가 이어져 왔지만 최근 주요 카드사들이 서비스 도입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업계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는 최근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위 카드사 참여가 확정되면서 애플페이 이용자 기반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는 ▲플랫폼 수수료 ▲결제 인프라 구축 비용 ▲삼성페이의 향후 수수료 정책 변화 가능성 등 변수도 적지 않아 실제 시장 점유율 확대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약관 심사를 통과했거나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한카드는 애플페이 도입을 위한 내부 준비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와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와의 인프라 연동 작업과 내부 테스트도 상당 부분 이뤄진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서비스 출시 여부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 여부와 관련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지만 3월 출시 등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 여부와 관련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만약 카드사 참여가 확대될 경우 이는 2023년 현대카드가 국내에서 처음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약 3년 만에 추가 카드사가 등장하는 셈이 된다. 그동안 애플페이를 이용하려면 현대카드를 사용해야 했지만 카드사 참여가 늘어날 경우 이용자의 선택지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배경에는 최근 카드업계 전반의 실적 둔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카드업계 주요 회사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2.8% 감소한 64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신한카드는 16.7% 급감한 476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애플페이를 가장 먼저 도입했던 현대카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당기순이익은 35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하며 KB국민카드(3302억원)를 제치고 업계 3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회원 수와 신용판매 취급액이 증가한 것이 실적 개선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도입 이후 신규 카드 발급이 크게 늘었고 해외 결제 이용액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이 같은 ‘선점 효과’는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 도입을 검토하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이 직접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신규 고객 유입과 브랜드 효과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었다”며 “특히 젊은 고객층 확보 전략으로는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라고 말 했다.
NFC 인프라 부족·삼성페이 수수료 변수
다만 애플페이 확산의 가장 큰 변수로는 결제 인프라 문제가 꼽힌다. 애플페이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의 비접촉 결제 방식으로 작동한다. 해외에서는 NFC 결제가 이미 보편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단말기 보급률이 낮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맹점 가운데 NFC 결제 단말기를 갖춘 곳은 약 10%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애플페이 확산을 위해서는 카드사 참여 확대와 함께 단말기 보급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NFC 단말기 보급 확대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국내 전체 결제 인프라를 NFC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약 6000억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이 비용 부담은 카드사나 가맹점에 일정 부분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NFC 결제 인프라는 사실상 애플페이를 위한 구조인데 문제는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점”이라며 “단말기 보급과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카드사나 가맹점이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들은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애플 측에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 수준이 중국 등 일부 국가보다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어 서비스 확대 시 수천억 원 규모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수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구조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점유율이 아이폰보다 높은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약 60~70% 수준으로 아이폰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삼성페이의 향후 정책 변화도 관심사다. 삼성페이는 2015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카드사에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대신 카드사들과 연 단위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애플페이와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삼성페이 역시 수수료 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페이까지 유료화될 경우 카드사들은 애플과 삼성 두 플랫폼에 동시에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는 가맹점 수수료나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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