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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상 이어질까 '영끌족' 두렵다...노·도·강도 '흔들'

영끌족 성지였던 노·도·강 매물 쌓이나 거래는 ‘잠잠’
대출규제·금리인상 등 하반기 차주 압박 거세질지도

 
 
서울 노원구·도봉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들)의 부담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2년간 영끌족의 매수세가 몰렸던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매물이 쌓이거나 약세가 지속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취임과 동시에 양도세 중과세 완화 조치가 한시적으로 이뤄지면서, 노·도·강 다주택자들의 물량이 풀리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분석한 결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조치가 확정된 지난달 11일과 비교해 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매물은 각각 7.7%, 12.0%, 10.8%씩 늘어났다.  
 

노·도·강 아파트 매물 늘었으나 거래는 ‘잠잠’  

하지만 거래는 잠잠한 모습이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물을 처분하려는 급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구매 여력이 있는 수요자가 이를 받쳐 주지 못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등록된 1~4월 노·도·강의 거래된 아파트 매매는 모두 621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888건에 비해 2267건(78.49%) 줄어든 수치다.
 
노원구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물이 꽤 있다. 1억원가량 떨어진 급매물도 있다”며 “하지만 대출도 잘 안 되고 금리도 오르고 해서 쉽게 매수자가 나서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도·강 매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는 고점 인식이 강해진 데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관련 규제가 커진 탓이다. 실제 지난해 7월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단계 시행과 올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대해 DSR 40%(제2금융권 50%)를 적용하는 2단계 규제까지 겹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윤석열 정부도 대출규제 정상화를 추진하면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만큼은 기존 틀을 유지하기로 했다. 당장 오는 7월 도입 예정인 3단계 DSR 규제가 시행되면 DSR 적용 대상이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된다.
 
이 같은 정부의 조치는 가계 대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차주의 부담이 늘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향후 2~3차례 '빅스텝'(기준금리 0.50% 인상)을 예고하는 등 긴축 속도를 높이고 있어, 우리나라의 빅스텝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함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연 6% 시대를 연 고정형 주담대에 이어 변동형 주담대도 연내 6%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금리인상·대출 규제…하반기 영끌 족 압박 ↑

부동산업계에선 차주들의 빚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노·도·강에 몰렸던 영끌족들의 압박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개발 기대감에 무주택 젊은 층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노원구의 경우 지난 2020년 37.2%였던 2030 매입 비중이 2021년 49.2%로 12% 포인트(p) 급등하며 서울지역 중 최다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에 가격 역시 급등했다. KB국민은행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16.40% 상승한 가운데, 노원구의 상승률이 23.64%로 가장 높았다.
 
다만 최근 노·도·강 지역 아파트의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염광아파트 전용면적 131㎡는 이달 9일 10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7월 최고가(11억8000만원) 대비 1억8000만원 하락했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4단지 41.3㎡는 지난해 10월 6억2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5월 3억3000만원인 절반 가격에 거래됐다.
 
해당 매물이 친족과 같은 특수관계인 거래일 가능성이 높으나, 같은 평형대가 올 3월 5억원 선에 거래됐으니 1억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또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84㎡(1층)는 지난 3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동일면적 같은 층 주택이 지난해 8월 11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6개월 만에 1억8000만원 하락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전세를 끼고 매수한 갭투자가 계약 만기 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도 우려된다. 이 지역 투자 중에는 전세를 끼고 추가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한 젊은 층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금부담 등 최근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면서 강남권보다는 노·도·강 같은 외곽지역의 하방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더해 계속해서 매물이 늘어나다 보면 가격조정까지 이어지고, 하반기 들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 114 수석 연구원은 “계속해서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고 또 당장 7월에  3단계 DSR이 도입된다”며 “그렇게 해서 조금 더 싸게 급매물이 나온다고 하면 2~3년 전에 영끌해서 대출을 받은 젊은 층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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