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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호 2026-09-14

노란봉투법 6개월의 청구서

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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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4.2% 오원석 창업회장…이탈리아 최대주주와 27년 동행한 비결은

산업 일반

코리아에프티는 최대주주와 경영을 주도하는 창업주가 다른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 법인 SIS S.R.L.(이하 SIS)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경영 전면에는 오원석 대표이사 회장이 서 있다. 외국계 최대주주와 국내 경영자가 27년간 동행하며 회사를 성장시킨 사례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IS는 코리아에프티 주식 971만9032주(34.91%)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오 회장은 117만3516주(4.22%)를 보유하고 있다.오 회장은 코리아에프티의 전신인 데이코코리아를 1996년 설립했고, 1997년 사명을 코리아에프티로 변경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코리아에프티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되자 1999년 3월 이탈리아 자동차 부품회사 에르곰(ERGOM)의 자본이 투입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에르곰이 취득한 코리아에프티 지분은 2007년 투자전문회사인 SIS에 전량 양도됐다. SIS는 에르곰이 2000년 설립한 투자전문기업이다. 이후 SIS는 줄곧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 왔다. 현재 SIS와 오 회장, 김재산 대표이사 사장, 신춘호 부사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총 39%대다.최대주주, 경영 판단은 경영진 몫으로SIS가 최대주주임에도 코리아에프티의 일상적인 경영은 오 회장을 비롯한 국내 경영진이 담당하고 있다. 회사 측도 2012년 코스닥 상장 당시 SIS가 최대주주지만 경영권을 오 회장에게 일임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코리아에프티 관계자는 “(오 회장에) 일임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사안을) 단독으로 결정한다기보다 필요한 사안에 따라 최대주주와 의견 교환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IS 대표이사인 시몬 치미넬리는 코리아에프티의 비상근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시몬 이사는 최근 5년 동안 이사회의 중요 의결 사항에서는 모두 불참했다. 지난해 이사회에서는 ▲지식재산권 및 영업자산 매매계약 체결의 건 ▲미국 현지법인의 차입에 대한 연대보증의 건 ▲배당기준일 승인의 건 등이 의결됐지만 시몬 이사는 이와 관련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대주주 측이 이사회에 자리를 두고도 회사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오 회장을 비롯한 국내 경영진에게 맡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코리아에프티는 현재 중국·인도·폴란드·슬로바키아·미국 등에 생산거점을 두고 현대자동차·기아뿐 아니라 GM·폭스바겐·볼보·르노·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외형도 커졌다. 코리아에프티의 연결 매출은 ▲2023년 6795억원 ▲2024년 7359억원 ▲2025년 7859억원 등으로 증가했다. 오 회장은 2030년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이에 오 회장의 개인 지분이 4.22%에 그치는데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SIS와 쌓아온 신뢰와 역할 분담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앞으로도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24년 2곳 이상의 사모펀드가 SIS 보유 지분 인수를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당시 코리아에프티 측은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을 부인했다.코리아에프티는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00원씩 총 55억6800만원을 배당했다. 같은 해 연결 당기순이익 443억원과 비교하면 배당성향은 약 13% 수준이다. 최대주주인 SIS가 받은 배당금은 보유 주식 수를 기준으로 약 19억4380만원, 오 회장은 약 2억3470만원으로 추산된다.회사의 이익과 현금창출력에 견줘 무리한 배당을 실시하기보다 일정 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연구개발과 해외 사업 확대 등에 활용해온 것으로 풀이된다.코리아에프티 관계자는 “주가가 낮은 것은 자동차 부품 섹터가 시장에서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11월까지 자사주 매입 기간이기 때문에 향후 이사회에서 (소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배당은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면 그에 맞춰서 더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6.09.14 09:30

3분 소요
매출도 이익도 사상 최대 눈앞…매출 8000억 코리아에프티, 시총은 1600억

산업 일반

꾸준한 실적과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도 시장에서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밸류업 레이더’는 탄탄한 사업 기반에도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한다. 재무구조와 신사업 경쟁력, 주주환원 정책 등을 분석해 저평가의 원인과 재평가 가능성을 짚어본다. 숫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시장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기업의 숨은 가치를 조명한다. <편집자주>자동차 부품회사인 코리아에프티가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한 영업이익도 올해 500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 성장세에 한국거래소도 코리아에프티를 우량기업부 기업으로 분류했다. 우량기업부는 코스닥 상장기업 중 재무 건전성, 수익성, 경영 실적 등이 우수하다고 인정되는 기업들을 거래소가 지정한 제도다.하지만 주가는 실적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가총액은 1600억원대이고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4배를 밑돌고 있어, 실적 개선이 기업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고단가 HEV 캐니스터가 성장 견인코리아에프티는 카본 캐니스터와 플라스틱 필러넥 등 자동차 연료계통 부품을 비롯해 실내외 의장부품 등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다. 올해 상반기 제품별 매출 비중은 캐니스터와 의장부품이 각각 40%, 플라스틱 필러넥이 12%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기아·KG모빌리티·한국GM·르노코리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GM과 폭스바겐그룹, 볼보, 르노·닛산·미쓰비시, 중국 리오토와 링크앤코 등에도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코리아에프티는 카본 캐니스터를 현대차그룹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주력 제품인 카본 캐니스터는 연료탱크에서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활성탄으로 흡착한 뒤 엔진이 가동될 때 다시 연소하도록 하는 친환경 부품이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올해 상반기 캐니스터 매출은 1905억원을 기록했다.최근 성장을 이끄는 제품은 하이브리드차용 캐니스터다. 하이브리드차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엔진 가동 시간이 짧아 연료가 탱크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증발가스를 처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성능이 높은 캐니스터가 필요하다.한국투자증권은 하이브리드차용 캐니스터의 단가가 내연기관차용 제품보다 2~3배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2분기 하이브리드차 합산 판매량도 36만8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27.4%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늘수록 코리아에프티의 매출이 증가하고 제품 구성 개선에 따른 수익성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실적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리아에프티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7859억원으로 전년보다 6.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54억원으로 21.0%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3년 339억원 ▲2024년 375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2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70억원으로 1% 감소했다. ▲중국법인의 매출 감소 ▲국내 연구동 증축 비용 ▲지난해 상반기에 발생한 금형 판매 수익의 기저효과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하반기에는 코리아에프티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은 코리아에프티의 올해 매출을 전년보다 7% 증가한 8436억원, 영업이익은 10% 늘어난 501억원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매출은 4160억원으로 7%, 영업이익은 231억원으로 2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플라스코텍의 연결 편입 효과가 내년 1월까지 이어지고, 완성차 업체의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로 친환경차용 캐니스터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반기에서 이연된 금형 판매 수익과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 비용의 감소도 하반기 이익 개선 요인으로 꼽혔다.100억원 자사주 매입 진행…배당도 3년 연속 확대실적 전망과 비교하면 주가 평가는 낮은 수준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코리아에프티의 시가총액은 163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하나증권이 추정한 올해 순이익 418억원과 주당순이익(EPS) 1501원을 기준으로 한 PER은 3.7배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5배 수준이다.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과 연간 이익 규모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할인 요인과 관련해 증권업계는 자동차 부품사가 특정 완성차 업체의 생산과 판매 실적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 있다. ▲원재료 가격과 환율 ▲관세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 등에 따라 수익성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저평가 요인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리드차 시장 확대는 당장 코리아에프티의 성장 동력이 되지만, 순수 전기차에는 연료탱크와 캐니스터가 필요하지 않아 장기적으로 관련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코리아에프티는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1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취득 예정 주식은 167만8000주로 발행주식의 약 6%에 해당한다. 계약 기간은 오는 11월 25일까지다. 올해 2분기까지 35만3000주를 매입했다.다만 취득한 자기주식의 소각 여부와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상 소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한다”며 “꾸준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고, 미국 내 증설로 현지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현 주가는 저평가된 상태”라고 판단했다.배당도 확대됐다. 코리아에프티의 주당배당금은 ▲2023년 120원 ▲2024년 150원 ▲2025년 200원 등으로 높아졌다. 올해도 주당 200원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기대 배당수익률은 3% 중반 수준이다. 안정적인 실적 성장과 하이브리드차용 제품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 중인 자사주 취득이 실제 소각으로 연결될지가 코리아에프티의 ‘부품주 할인’을 줄일 수 있을지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2026.09.14 09:00

4분 소요
다시 만드는 노란봉투법 2.0...사용자성·경영권·손해배상 해법은?

산업 일반

법안 개정때부터 부실입법 논란이 거셌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올해 3월 시행이후 국회에서는 법을 다시 손보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6개월간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 관련 개정안은 10건에 달한다.는 10건의 개정안 가운데 각 접근방식을 대표하는 김태규·나경원·김소희·이진숙 의원안 4건을 골라 현행 조문의 어떤 문구를 어떻게 바꾸려 하는지 살펴봤다.여기에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에게 현행법을 직접 다시 쓴다면 사용자성·노동쟁의·손해배상 조항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물어 ‘노란봉투법 2.0’을 제시한다. 삭제부터 대체근로까지…국회가 다시 쓴 노란봉투법김태규 의원안은 사용자 정의를 규정한 노조법 제2조를 시행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현행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 김 의원안은 이 문구를 삭제한다.현행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김태규 의원안 <해당 확대 조항 삭제>법이 정한 사용자 개념을 직접 근로계약 관계를 중심으로 한 기존 체계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원청 입장에서는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어느 정도 관여하면 사용자가 되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반면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면서도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 상대가 되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개정 취지는 상당 부분 사라질수 있다.나경원 의원안은 확대된 사용자 개념을 없애는 대신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문턱을 다시 설정한다.현행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나경원 의원안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와 동일시할 수있을 정도로 사용자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는 자’>단순히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넘어 원청이 실제 고용주와 동일시할 정도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지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의 권한과 책임이 있어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에 해당하는지는 향후 다시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다.나 의원안은 노동쟁의 범위에도 손을 댄다. 현행법이 노동쟁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포함한 것과 달리 기업의 투자나 구조조정 등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은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현행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나경원 의원안 <인사·경영권 등 고도의 경영상 의사결정 제외>투자나 구조조정 등 기업의 전략적인 의사결정 자체가 쟁의 대상이 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한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도 삭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소희 의원안은 사용자 정의 자체를 다시 쓰지는 않는다. 대신 산업안전과 관련해 원청이 취한 조치는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지 않도록 하는 예외조항을 두는 방식이다.현행 원청의 안전·보건 관련 조치도 사용자성 판단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음김소희 의원안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조치는 ‘지배·결정’으로 보지 않음>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설을 개선하거나 안전관리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오히려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려는 것이다. 다만 임금이나 근로시간, 인력배치 등 다른 근로조건에서는 현행 사용자성 판단구조가 그대로 적용된다.이진숙 의원안은 사용자성뿐 아니라 노동쟁의와 대체근로까지 여러 조항을 함께 수정한다. 사용자성에서는 하청업체가 독립적인 경영주체인지를 판단기준으로 명시한다.현행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그 범위에서 사용자이진숙 의원안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인사·노무관리 권한과 예산·조직 등을 갖춘 독립적 경영주체라면 원청 사용자성 제외>하청업체가 자체적인 인사·노무관리 능력을 갖춘 독립 기업이라면 원청을 다시 사용자로 인정하지 않도록 경계를 긋는 것이다. 다만 독립적인 법인과 조직을 갖춘 하청업체라도 특정 근로조건을 실제로 원청이 결정하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제외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남는다.노동쟁의 범위에서는 인사권 행사와 경영상 판단에 따른성과급 산정·지급, 자산운영 등을 제외하는 내용도 담았다.현행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이진숙 의원안 <인사권 행사·경영상 판단에 따른 성과급 산정 및 지급·자산운영 등 제외>쟁의행위가 발생했을 때 파업 참가자의 50% 범위에서 외부인력 등을 투입할 수 있도록 대체근로도 허용한다. 현행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만 다시 정의하는 수준을 넘어 ▲누가 사용자인지, ▲무엇을 놓고 쟁의할 수 있는지, ▲파업 때 기업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손보는 방식이다. 국회와는 또 다른 해법…전문가들이 다시 쓴 노봉법국회의 개정안과 별개로 법학자들은 현행법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모호한 문구를 다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박지순 교수는 사용자성의 핵심인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는 표현을 보다 명확한 요건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원청이 ‘고용주와 동일시될 수 있을 정도의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하자는 것이다.현재의 ‘실질적 지배력’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해야 사용자가 되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 교수는 노란봉투법 논의 단계부터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노동쟁의에서는 경영상 결정 자체와 그 결과로 발생하는 근로조건을 분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구조조정 여부 자체는 경영권의 영역으로 두되 구조조정에 따른 해고 대상자 선정이나 보상기준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교섭할 수 있도록 둘을 분리해 경계를 긋는 방식이다.손해배상은 여러 면책·책임제한 규정을 정리하고 감액에 필요한 핵심 규정 중심으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이준희 교수는 사용자성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는 요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원청이 사용자인지 여부에 대한 세부 판단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조치만으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도록 예외를 두자고 했다.노동쟁의 문제 있어서 한발 더 나갔다. 현행법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라는 문구 자체를 삭제하고 임금·근로시간·지위·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 간 주장의 불일치를 중심으로 노동쟁의를 다시 정의하자고 제안했다.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에 포함하면서 발생하는 경영권 논란을 법문에서부터 줄이자는 취지다.손해배상에서는 반대로 규정을 구체화했다. 개인별 책임을나눌 때 쟁의행위의 기획·지시·주도 정도 등을 고려하도록 기준을 명시하고 임금채권과 노조 조합비 계좌에 대한 가압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노동위원회가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해 노조가 쟁의에 나섰다가 이후 행정소송에서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에 대비해 판정을 믿고 이미 벌인 쟁의행위를 보호하는 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026.09.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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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조 생산적 금융” 외친 장민영, 지원·건전성 두 마리 토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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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생산적 금융’을 전면에 내걸고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확대에 나섰다. 2030년까지 300조원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혁신기업에는 성장 자금을 공급하고 취약 차주에는 회생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IBK형’ 지원은 다를까…정책금융 시동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장민영 행장은 취임 200일을 맞았다. 그간 행장에 대한 내평가는 ‘무난하게 잘하고 있다’는 의견과 ‘아직 취임 초기인 만큼 성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으로 갈리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장민영표 기업은행의 성적표는 생산적 금융이 기존 중기대출 확대를 넘어 혁신기업 성장과 취약 차주의 재기를 얼마나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장 행장이 취임과 함께 내놓은 핵심 과제는 생산적 금융 확대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IBK형 생산적 금융’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을 맞은 5월에는 생산적 금융 확대 구상이 한층 구체화됐다. 장 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연체 기업 제재보다 현장 지원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기업은행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웠다.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을 약 300조원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 30-30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공급액은 36조760억원으로, 전체 목표의 약 11.7%에 해당한다. 6월 말 기준 부문별 지원 규모를 보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이 28조8971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벤처·투자·인프라 부문 공급액은 2조8150억원, 소비자 중심 금융은 4215억원, 기타 부문은 3조9424억원이다.우량 중기 쏠림 막고, 혁신·회생금융 늘릴까다만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목표 금액을 채우는 데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공급액의 약 80%가 중소기업·소상공인 부문에 집중된 만큼, 향후 자금이 담보력과 신용도가 높은 우량 중소기업에만 쏠리지 않도록 하는 일이 과제다.장 행장은 기존 중소기업 중심 금융을 넘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기업과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으로 자금 공급을 넓히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단순히 대출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와 융자, 인프라 금융을 결합해 성장 단계별 자금 수요를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미래산업 지원을 강조하지만, 초기 단계 기업은 담보와 안정적 현금흐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에 필요한 자금은 일반적인 대출보다 투자와 보증, 성장 단계별 금융을 결합한 모험자본에 가깝다. 기존 중기대출을 생산적 금융으로 재분류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혁신기업 육성이라는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반대로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은 성장성이 낮더라도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소상공인과 취약 중소기업 지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들에게 회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중소기업 전문은행의 존재 이유이지만,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경우 대손비용과 연체율 관리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생산적 금융 늘릴수록…커지는 수익성·건전성 부담수익성 개선도 과제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은행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207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 감소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이 12.4% 감소한 6663억원에 그친 데 이어 2분기에도 4.4% 줄어든 5415억원에 머문 결과다.경기 둔화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0.94%로 지난해 상반기 0.91%보다 0.03%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여신 연체율은 같은 기간 0.93%에서 0.98%로 0.05%포인트 올랐다. 생산적·포용금융 확대에 따라 중소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늘려야 하는 만큼, 대출 성장과 함께 건전성을 관리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장 행장 또한 이를 의식하고 있다. 지난 5월 진행한 100일 간담회에서 그는 “현재 연체율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지금은 연체 기업에 대한 강화 조치보다 전쟁과 고물가 등 외부 변수로 일시적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 기업 지원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체율은 다소 오를 수 있지만 관리 시스템상 크게 우려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장민영호 기업은행 성적표는 300조원이라는 공급 규모보다 자금의 질에서 갈릴 전망이다. 혁신기업에는 충분한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취약기업에는 회생 사다리를 놓으면서도 부실 위험은 선별해 관리해야 한다. 정책금융의 공적 책무와 은행의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장 행장의 진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bp 하락했으나 대출성장률이 1.8%로 확대되며 이자이익은 상승추세로 복귀했다”면서 “생산적금융 실행에 따른 기업대출 경쟁심화와 조달금리 상승환경에도 하반기 금리인상 효과로 이자이익 흐름은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상매각 확대로 신규 부실채권(NPL) 발생비율과 실질연체율의 상승추세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어 고금리 환경에서 자산건전성 관리필요성은 지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6.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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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55점짜리” 교섭 확대 아닌, 분쟁 확대 불렀다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노란봉투법은 100점 만점에 55점이다.”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시행 6개월이 넘어선 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하 노란봉투법)에 낙제점을 줬다. 노란봉투법이 본래의 법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노란봉투법은 기업과의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하청회사 및 관계사 소속 근로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난 3월 본격 시행된 법률 제도다.현실이 된 우려…현장 혼란 키워이준희 교수는 “노란봉투법의 주된 목표는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 확대였고, 단체교섭 질서를 새롭게 구조화하는 것이 그에 수반하는 부수적 목표였다”며 “전자의 주된 목표는 절반 정도 달성됐다고 평가되며, 후자의 경우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사 간 단체교섭이 자율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에 따라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사업자는 총 456곳(8월 14일 기준)이며, 실제 교섭에 돌입한 사업장은 22.4%(102곳)에 불과했다.이 교수는 “원청이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공고를 하지 않거나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청구한다”며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이후에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문제는 이 교수가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줄곧 지적해 온 사안이다. 그는 사용자 정의 하나만 고치고 각칙과 절차를 그에 맞춰 신중하게 정비해 함께 개정하지 않으면 노란봉투법은 ‘교섭 상대방의 확대’가 아니라 ‘분쟁 및 소송의 확대’로 귀결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현재의 노사 갈등을 야기한 주요 요인은 지나치게 추상적이며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 기준(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다. 이는 ▲교섭의 파편화 ▲노사 갈등의 사법화 ▲3면(원청·하청·하청노조) 관계의 절차적 공백 등 각종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그는 교섭의 파편화에 대해 “노동위가 비교적 명확한 일부 의제에 대해서만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고, 나머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경우가 늘면서 단체교섭 범위를 둘러싼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현행 노조법 각칙의 어떤 절차 규정도 하나의 교섭 테이블에서 의제마다 교섭 상대방이 달라지는 상황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노사 갈등의 사법화에 대해서는 “법 규정을 통해 단체교섭 대상과 절차를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노란봉투법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노사 모두 법원이나 노동위의 해석, 고용노동부 지침만 바라보고 있다”고 우려했다.이 교수는 3면 관계의 절차적 공백 등 노란봉투법이 구멍투성이 법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원청과 하청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하청에 어떻게 귀속되는지, 그 단체협약이 하청 사용자를 구속할 수 있는지, 교섭 단위는 어떻게 설정되는지가 전혀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침 따라도 위법?…오히려 커진 불확실성정부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의 혼란이 계속되자 신규 지침을 내놨다. 핵심은 이익연동형 N% 성과급과 신규 공장 건립 등 사업 경영상 결정 등이 노사 간 의무 교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 교수는 정부의 시행 지침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했다. 행정부의 지침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고 지침을 지켰다고 해도 향후 법적 판단을 받는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이 교수는 “노사관계의 현장 당사자들은 정부의 시행 지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면서 “다만 사용자가 해당 지침을 신뢰해 단체교섭을 거부해도 2~3년 뒤 법원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면 형법상 법률의 착오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정 해석에 대한 신뢰가 정당한 이유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노조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침을 믿고 쟁의행위를 포기했다가 나중에 법원 판단이 다르게 나오더라도, 노조 입장에서는 한 번 잃어버린 교섭 기회를 다시 회복할 수 없다.이 교수는 “결국 지침의 타당성은 사후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통해 검증될 수밖에 없다”며 “이 지침은 분쟁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분쟁의 국면을 조정 단계에서 사법 단계로 이동시키는 데 그칠 것”이라고 했다.이 교수가 정부가 새로운 시행 지침을 발표했음에도 산업 현장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이 교수는 “노란봉투법에 따라 어느 정도 분쟁이 늘어나는 것은 예상된 일”이라며 “다만 우려되는 것은 성질이 다른 분쟁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앞으로는 원청과 하청노조의 양자 대립이 아닌 원청·하청·하청노조의 3면 구조가 형성되는데, 현행 노조법은 이런 구조를 전혀 예정하지 않고 있다”며 “교섭 의제 분할에 따른 파업 정당성 판단과 손해배상 책임 문제 등 현행 법리로 해결하기 힘든 분쟁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6.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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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세 번째 청구서 남았다”…끝 안보이는 노란봉투법 분쟁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현장에서는 이미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진 겁니다.”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행 6개월을 맞은 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이른바 ‘노란봉투법’ 후폭풍을 이렇게 설명했다. 법 시행 전부터 논란이 됐던 ‘실질적 지배력’의 모호성이 노동위원회 판정을 통해 현실의 문제로 나타났고, 이제 논란의 무대가 사용자성에서 노동쟁의 범위와 손해배상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박 교수는 원·하청 근로조건 격차를 줄이겠다는 입법 취지와 법률의 완성도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이 모든 상황을 규율할 수는 없지만 일반 원칙은 명확해야 한다”며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표현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이 모든 것을 규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논의된 사안만이라도 최대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노동위 판단 뒤집혀도 법원 최종 판결까지 수년”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간 가장 먼저 현실화한 문제는 원·하청 관계에서 ‘누가 사용자인가’를 둘러싼 분쟁이다.박 교수는 특히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차’를 주목했다. 노동위는 현장의 노사관계를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반면 법원은 기존 법리와 법률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문제는 노동위 판정은 비교적 빠르게 나오지만 법원의 판단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원청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그 사이 노조는 노동위 판정을 근거로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 절차를 밟을 수 있다.박 교수는 “노동위의 판정이 노동부 해석 지침이나 법원의 기존 해석례와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면 노조 입장에서는 그 판정을 가지고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 판결까지 기다릴 일은 만무하다”고 말했다.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혼란의 책임을 노동조합에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노조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권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가 60~70%, 기업이 30~40% 정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정부와 기업이 법 시행 전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박 교수는 사용자성 분쟁보다 장기적으로 노사관계에서 다루는 의제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을 더 우려했다. 그동안 전통적인 노사 협상의 핵심은 임금과 근로 시간 등 근로조건이었지만 개정법은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경영 성과의 배분이나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이 노사갈등의 중심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박 교수의 진단이다.그는 “지금까지 노동쟁의와 근로조건 개선의 핵심은 임금 인상이었다”며 “앞으로는 임금 외에 기업의 이익 배분 요구와 노동쟁의를 통한 사업 경영상 결정 참여가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 교수는 이를 노사관계의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표현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의 원래 목적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원·하청 간 근로조건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성과급 등 새로운 요구가 실제 교섭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노조의 최종 목표가 다른 수당이나 보상에 있더라도 높은 수준의 경영 성과급 요구를 먼저 제시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해당 요구가 교섭 또는 노동쟁의 대상인지부터 다퉈야 하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형태의 교섭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N%만 막는다고 해결되나”…추가 지침도 빈틈정부가 9월 3일 추가 시행 지침을 내놓은 것도 이 같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박 교수는 행정지침만으로 법률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대표적으로 경영 성과급 문제를 들었다. 정부가 기업의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이른바 ‘N% 성과급’ 등에 기준을 제시하더라도 노조가 요구하는 형식을 바꾸면 다시 해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박 교수는 “노조가 ‘우리는 N%를 요구하지 않고 1인당 얼마씩 요구하겠다’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N%라는 하나의 형식에 꽂혀 그것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그는 지급 방식이 아니라 경영 성과급의 성격에 관한 원칙을 먼저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업의 이익을 사후에 배분하는 경영 성과급은 노사가 협의해서 결정할 사항이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이미 제기된 요구가 정부 지침 하나로 사라지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 투쟁하던 노조가 ‘지침에서 아니라고 하니 포기하겠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쟁의가 현실화할 경우 해당 쟁의행위의 적법성을 둘러싼 또 다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그는 정부의 대응 방식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 교수는 “해석 지침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어야 한다”며 “입법에 시간이 걸린다면 그때까지 우선 지침을 통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순서로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박 교수는 시행 6개월은 노란봉투법의 성패를 판단할 시점이 아닌 법이 품고 있던 쟁점이 현실화하기 시작한 때라고 짚었다. 특히 사용자성 문제와 노동쟁의 범위를 넘어 아직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지 않은 손해배상 문제가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쟁의가 늘면서 불법 점거나 불법 쟁의가 발생할 경우 개정법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가 다음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박 교수는 “첫 번째 이슈가 원·하청 관계였고 두 번째가 노동쟁의에 관한 문제라면 아직 세 번째 손해배상 문제가 남아 있다”며 “지침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지금이라도 보완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입법 전까지 지침으로 현장의 혼란을 줄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2026.09.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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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전문가의 ‘리스크’ 장민영 행장의 6개월

은행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6개월 차에 소송과 금융사고 등 잠재 리스크 관리라는 첫 시험대에 올랐다. 장 행장은 노사 갈등으로 공식 취임이 한 달가량 늦어지는 등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데 이어, 취임 초기 중국법인 금융사고와 늘어난 소송 리스크까지 마주했다. 본점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지낸 내부 출신 행장인 만큼, 해외법인과 제휴사에 대한 통제 체계를 다시 세우는 일이 장민영호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소송 늘고 통상임금 변수까지…잠재 부담 커졌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연결기준 올해 상반기 말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은 366건으로 지난해 말 300건보다 22% 늘었다. 피소금액도 같은 기간 1377억8400만원에서 2456억1800만원으로 78.3% 증가했다. 기업은행 별도 기준으로도 올해 상반기 말 피고 계류 소송은 275건으로 지난해 말보다 3.8% 늘었다. 피소금액은 1321억100만원에서 2096억200만원으로 58.7% 증가했다.우발채무는 아직 확정된 부채는 아니지만, 향후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실제 손실이나 자금 지급 의무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 위험을 뜻한다. 기업의 채무를 대신 갚기로 한 지급보증과 미사용 대출약정, 소송·손해배상 청구 등이 대표적이다. 당장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반영되지 않더라도 보증 사고나 소송 패소가 현실화하면 충당금 적립과 손실 인식, 자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 건전성을 가늠하는 ‘장부 밖 위험’으로 꼽힌다.피소 건수와 금액이 모두 실제 손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송 결과와 손실 규모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에 따라 충당부채로 반영되거나 우발사항으로 주석에 기재된다. 다만 소송이 장기화하거나 패소할 경우 일회성 비용과 평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관리가 필요한 위험 요인이다.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대표적인 변수다. 기업은행은 재직·퇴직 근로자와 통상임금 추가지급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은 2016년 1심에서 기업은행이 패소한 뒤 2017년 2심에서 승소했으나, 지난해 1월 대법원이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기업은행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소송 결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 결과에 따라 추가 임금과 지연이자 등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기업은행 관계자는 “당행 피소 건수는 전년 말 대비 6월 말 10건 증가했다”면서 “상속예금반환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등으로 건수 및 금액이 일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법인 사고까지…올해 공시만 1100억원대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발생한 833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는 장민영호가 마주한 리스크 중 하나다.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협약을 맺고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를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 업무를 처리했다.그러나 B사가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계좌를 임의로 변경하고, 실제 입금 없이 정상 상환한 것처럼 허위 정보를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차주들은 대출금을 갚고도 미상환·연체 상태로 처리돼 추심과 신용도 하락 피해를 봤고, 기업은행은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특히 기업은행은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고 차주 민원이 늘어난 지난 6월 24일에야 사고를 처음 인지했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사고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 약 7개월이다. 중국 금융기관 5곳은 이미 지난 3~4월 B사를 협력 기관 명단에서 제외했다. 현지 금융사들이 거래 위험을 감지해 관계를 끊는 동안 기업은행은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해외 관계기관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필요한 법적 대응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내부통제 절차도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취임 전 사고지만…장민영 ‘수습 능력’ 검증대기업은행이 올해 공시한 금융사고 규모는 중국법인 사고를 포함해 1100억원을 웃돈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과 7월 각각 상가 분양 관련 대출 사기 182억2100만원, 외부인 사기 혐의 사고 94억3971만원을 공시했다. 해당 사고의 발생 기간은 각각 2024년 5월 3일부터 2025년 10월 24일, 2021년 3월 16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다.이들 사고는 장 행장 취임 전 발생했거나 관련 계약이 체결된 사안이다. 사고 발생 자체의 책임을 장 행장 개인에게 직접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장 행장이 기업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과 부행장을 지낸 ‘리스크관리 전문가’라는 점에서, 취임 이후 사고 인지·보고와 피해 수습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검증 대상이다.오는 국정감사에는 장 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금융사고 인지 경위와 보고 과정, 실제 손실 및 회수 가능성과 체계 개선 여부 등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행장이 금융사고 수습과 내부통제 개선책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하느냐가 ‘리스크 전문가’라는 이력의 첫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2026.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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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비용만 건당 1억…기업 로펌 자문료 3배 늘었다

산업 일반

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이하 노란봉투법) 시행의 후폭풍으로 산업 현장이 흔들리고 있다. 가장 먼저 노란봉투법의 시행에 따른 청구서는 기업의 노무 비용이다.원청을 향한 하청 노동조합의 직접 교섭 요구가 빗발치면서 일부 기업은 이미 예년보다 3배 더 많은 법률 자문 비용을 지출하는 등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 부담은 천정부지로 늘어나고 있다.여기에 애매모호한 노란봉투법의 기준이 하청을 둔 원청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대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중소기업 건설사의 시공 현장에서는 하청 직원들이 현장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폭등하는 자문료…예측 불가인 공포법조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전후로 주요 법무법인의 초기 노무 상담 비용은 건당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을 웃돌기도 한다. 법무법인과 의뢰 기업의 규모에 따라 건당 비용의 편차는 더 커진다.이게 끝이 아니다. 기업이 1억원을 지출해 노무 상담을 받은 뒤 노사 분쟁이 현실화하면 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하청 교섭 창구가 하나 열리면 기업의 지출 비용은 또 늘어난다.A 기업의 사례는 노란봉투법 이후 기업들의 현실을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이 기업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6개월(3~8월) 간 법무법인에 지급한 자문료가 작년 대비 3배가량 늘었다.해당 기업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새롭게 교섭해야 하는 하청 노조가 증가했다”며 “노사 교섭 사례가 다양해지고, 빈도 역시 늘면서 법률 자문 검토가 늘었다”고 말했다.B 기업은 노란봉투법에 의한 갈등 사례를 학습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원·하청 간 사용자성 판단 및 쟁의 범위 확대로 노조 교섭 요구가 증대되는 타 기업들의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향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늘어나면 결국 분쟁 대응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조와 갈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C 기업은 극심한 현장 혼란을 우려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법외 단체 등 적용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불완전한 법률”이라며 “현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별로 기준이 달라 하나씩 문제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관련 법의 후폭풍은 대기업만 겪는 것이 아니다. 원·하청 관계가 명확한 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D 중소 건설사의 대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D사 대표는 “하청 직원들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며 “최근에도 하청 노동자 6명이 토목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 찾아와 무언의 압박을 하고 갔다”면서 “다른 현장에서는 작업 방해도 많이 받고 있다고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사는 공사 기간에 민감하다.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노사 간 갈등은 건설사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는 관련 법 시행 전부터 존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설문 조사가 대표적인 예다.해당 설문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87%는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봤다.이런 이유로 응답 기업들의 99%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국회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했다.문제는 현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혼란·불안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의 파급력이 본격화하는 10월 이후부터 기업의 부담이 대폭 늘어나고 노사 간 분쟁이 뇌관처럼 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은 “노란봉투법은 노조에 더 유리한 쪽으로 힘을 실어주는 법”이라며 “노사 협상 과정에서 사 측은 노조 측 임금을 더 올려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노동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러면서 “정부가 시행 지침을 발표했지만 상위법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지침의 효력이 없을 것”이라며 “노사 교섭은 통상 연초부터 진행되는데,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해를 넘기기도 한다. 가을께에는 협상이 어려운 노조의 파업 등이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향후 노사간 분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황 교수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와 교섭 대상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노조의 파업이나 노사 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26.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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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2라운드...원청이 사용자라면 ‘성과급’도 지급?

산업 일반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급식과 통근버스 운행, 시설관리 등을 맡는 웰리브 노동자들은 지난 3월 원청인 한화오션에 교섭을 요구했다.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보호 대책, 근무시간 조정뿐 아니라 성과급 지급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한화오션과 웰리브 노동자 사이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없다. 임금을 지급하는 회사도 웰리브다. 그럼에도 하청노조가 원청에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을 지나면서 산업현장의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원청도 사용자인가’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원청이 사용자라면 ‘무엇에 대해서까지 사용자인가’가 쟁점이다. 특히 임금과 성과급처럼 기업의 비용과 직접 연결되는 영역에서 경계가 가장 첨예하다.“웰리브는 독립 사업자, 우리가 왜 사용자인가” 한화오션의 항변 노란봉투법은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특정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그 범위에 있어서’ 사용자로 인정한다. 실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중흥건설·중흥토건 사건에서 산업안전과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다만 임금에 대해서는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노동자를 놓고도 안전에서는 사용자지만 임금에서는 아닐 수 있는 셈이다.한화오션-웰리브 사건도 중노위가 작업환경과 산업안전 등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지만, 임금·성과급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 웰리브 노동자들이 한화오션에 성과급을 요구하는 것과 한화오션이 그 요구에 대해 법적으로 교섭할 의무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현재 웰리브 노조는 원·하청 동일 비율의 성과급 지급과 함께 하청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를 한화오션 정규직의 80% 이상 수준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웰리브가 원청의 지시에 종속돼 근로조건을 스스로 결정하기 어려운 영세 협력업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웰리브의 지난해 매출은 약 1129억원이다. 기업정보업체에서도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웰리브는 자체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을 정해온 독립 사업자”라며 “어떤 의제를 교섭할지를 따지기에 앞서 한화오션 자체가 웰리브 노동자들의 교섭 상대방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이는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 논쟁에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인사·노무체계와 교섭구조를 갖춘 상당한 규모의 기업이라도, 원청을 또 하나의 사용자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다. 결국 한화오션은 사용자성을 인정한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지난 7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논쟁 키우는 성과급노란봉투법에서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와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범위로 본다. 임금은 아예 따로 명시돼 있고 ‘기타 대우 등’이라는 표현 탓에 성과급도 노동쟁의가 가능한 영역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A 기업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몇 %’ 같은 기준이 만들어지면 앞으로 동일한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며 “협력업체마다 임금체계와 생산성이 다른데 원청 하나의 실적을 수많은 협력업체 근로자의 보상기준으로 삼을 수 있느냐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기업들은 ‘원청이 도급단가를 정하니까 하청 임금도 원청이 정한다’는 논리를 가장 우려한다. B 기업 관계자는 “그러면 우리가 노동자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임금을 주지 굳이 하청업체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런식이라면 ‘이참에 임금 한 번 올려보자’식의 교섭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3일 추가 지침을 통해 기업의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가운데 일정 비율을 지급하라는 이른바 ‘N% 성과급’ 요구는 원칙적으로 교섭이나 쟁의행위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기업의 사후적 이익배분에 해당한다는 이유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9월 8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모든 성과급이 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세금을 내기 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투자 위축이나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현행법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 대상으로 규정돼 있어 ‘N% 성과급’ 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행정지침은 법률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닌 만큼 향후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정지침은 행정부의 해석일 뿐 법원을 구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후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는 한 기업은 예측 불가능성에 계속 노출된다”며 “지침과 판례가 어긋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한 겹 더 쌓일 수 있다. 불확실성의 원천이 법문에 있는데 처방을 행정에서 찾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특히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조항과 지침이 충돌하는 점을 문제라고 봤다. 송 교수는 “현재 문구대로라면 경영성과급 지급도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사업경영상 결정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쟁의 범위를 법 개정 이전처럼 임금·근로시간·복지 등 근로조건 결정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성과급 문제를 행정지침을 통해 노동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현행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개정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했는데, 임금과 함께 다뤄지는 성과급이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지침만으로 배제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2026.09.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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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A to Z] 빈틈없는 확장과 관리, '찬란한 애플 제국' 구축한 팀 쿡

CEO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15년간 애플을 지휘했던 팀 쿡이 무거운 왕관을 내려놓았다. 혁신보다는 ‘살림꾼’이자 관리자로 애플을 이끌었던 쿡은 잡스의 유산을 극대화하며 ‘애플 제국’을 완성했다. 애플의 대중화를 주도한 쿡의 치열하고 치밀했던 여정을 되돌아봤다. 세계 최초 3조 달러 고지, ‘애플 제국’ 구축 지난 8월 31일 팀 쿡은 애플 최고경영자(CEO)로서 임직원들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이메일 서한에서 “스티브가 표현했듯이 ‘우주에 우리의 흔적’을 남기게 됐다. 제가 거둔 성공은 전적으로 여러분 덕분”이라고 적었다. 애플에 ‘영원한 흔적’을 남긴 쿡은 9월부터 존 터너스 CEO에게 바통을 넘기고 애플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잡스 사망 이후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애플은 쿡의 지휘 아래 ‘찬란한 애플 제국’을 구축하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잡스가 쿡에게 후임 CEO 자리를 부탁하면서 남긴 유언은 유명하다. “내가 사망한 후 ‘스티브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지 말고, 그저 당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하라”는 지침에 가까운 당부였다. 이 유언은 쿡이 자신만의 리더십을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998년 영입을 제안한 뒤 13년 동안 친구이자 파트너로 지냈던 잡스였기에 누구보다 쿡에 대한 신뢰가 강했다. 쿡은 잡스의 비전과 영감에 매료돼 1998년 당시 세계 최대 PC 업체로 꼽혔던 컴팩의 임원 자리를 박차고 미래가 불투명했던 애플을 선택했다. 이직 결정은 5분이면 충분했고, 그 발걸음은 애플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CEO 승계 전까지 쿡의 직책은 최고운영책임자(COO)였다. 공급망 관리, 재고 최소화, 글로벌 유통망 확립 등 애플의 하드웨어를 전 세계에 빈틈없이 공급하는 인프라 설계에 강점을 드러낸 그였다. 쿡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애플워치와 에어팟을 시장에 안착시켰다. 아이패드와 맥 등 기존 제품의 라인업을 확장하고, 애플 페이도 장착하며 ‘애플 제국’을 탄탄하게 구축해 나갔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의 연간 매출이 웬만한 글로벌 IT 기업의 매출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2025년 회계 연도 기준으로 애플의 웨어러블·홈·액세서리 사업부 총매출은 357억달러(약 48조원)에 달한다. 이중 애플워치 180억달러, 에어팟 160억달러가 매출 추정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하는 매출액 기준 ‘포춘 500’에 대입해 보면 357억달러는 120위권으로 스타벅스와 비슷한 매출 규모다. 애플워치의 매출은 세계 최고로 꼽히는 스위스 시계 산업 전체 수출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까지 성장했다. 이미 세계적 명품 시계 브랜드처럼 시장에서 영향력을 뽐내고 있는 셈이다. 2011년, 3500억달러였던 시총도 애플의 확장성으로 인해 빠르게 성장했다. 2018년 시총 1조달러, 2020년 시총 2조달러에 이어 2023년 7월 전 세계 기업 역사상 최초로 시총 3조달러(약 4010조원) 고지를 밟았다. 현재 애플의 시총은 4조6000억달러 수준이라 쿡의 재임 동안 13배 이상 성장하며 ‘애플 제국’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시장 놓치지 않은 ‘치밀한 전략가’ 쿡의 최대 업적 중 하나는 애플의 중국 시장 사수다. ‘애국 소비’가 강한 중국에서 위기도 겪었지만 ‘기술 파트너’ 강조로 반등에 성공하며 점유율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2024년 전체 출하량 기준으로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15%까지 떨어지며 화웨이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애플은 2025년 이례적인 가격 할인 정책과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며 반격에 나섰다. 아이폰16 및 17 시리즈의 판매 호조로 그해 4분기 점유율 22%를 기록하며 다시 1위 자리를 찾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도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스마트폰 출하량 24.4%의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 점유율도 20%에 육박하면서 화웨이와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쿡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지키기 위해 치밀한 전략으로 접근했다. 그는 중국을 방문할 때마다 “중국보다 애플에게 더 중요한 공급망은 없다”며 단순 생산지 이상의 기술적 파트너십을 강조해 왔다. 애플이 중국산 반도체 도입을 검토 및 거론하는 것도 이와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쿡이 중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형성하는 등 대외 전략에 매우 능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사회 집행의장으로서 전 세계 정부와의 정책 조율 임무를 계속해서 책임질 예정이다. 쿡은 중국을 최첨단 기술 테스트 및 핵심 공급망 생태계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위탁생산 업체 폭스콘 중심에서 입신정밀, 남사과기 등 중국 자국 기업들의 공급망 비중을 대폭 높여 기술 밀착도를 극대화했다. 또 상하이, 선전 등에 대규모 응용 연구소를 확장·신설하는 등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정저우 등 중국 내 핵심 제조 거점은 애플의 글로벌 전체 생산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인도 시장을 등한시 했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인도의 성장세도 폭발적이다. 애플은 출하량 기준으로 인도 시장 점유율이 기존 7%에서 2024년 9%로 상승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저가형 브랜드의 선호도가 높지만 최근 프리미엄폰 선호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애플은 높은 평균판매단가 덕분에 매출 점유율이 2025년 28%까지 올라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쿡은 인도 시장의 성장 전략으로 아이폰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등 리테일 매장을 확대하며 프리미엄 고객층을 흡수했다. 또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아이폰 생산의 상당 부분을 인도로 이전했다. 9월 10일 애플의 첫 폴더블폰이 공개됐다.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확신한다.” 올해 본사 '애플 파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쿡이 힘을 주며 내뱉었던 이 문구가 앞으로 어떤 울림을 주게 될까.

2026.09.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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