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큰돈 넣을 수 있는 시장임을 증명해야” 김영익·마경환·홍춘욱, ‘코리아 프리미엄’의 조건을 말하다
- [한국을 세일즈하라]④
“채권은 선진국, 주식은 과도기”...규칙 바꾸면 신뢰 무너져
글로벌 세일즈 해답은 수익률 아닌 ‘예측 가능성’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올해 한국 자본시장은 엇갈린 두 개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4월 한국 국채가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기 시작했다.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편입되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WGBI 편입에 따라 70조~90조원 규모의 글로벌 자금이 한국 국채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성적표는 달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지난 6월 연례 시장분류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선진시장(DM)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서 배제했다.
같은 시기 국내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는 6월 22일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불과 한 달여 만인 7월 29일 5663.24까지 37% 넘게 추락했다. 이후 반등해 9월 10일 7033.92로 거래를 마쳤지만, 이날 하루에만 외국인 투자자는 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WGBI 편입과 MSCI 선진시장 승격 불발, 그리고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통된 질문이 놓여 있다.
이런 시장을 들고 정부가 해외 투자자 앞에 선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 28일부터 3주간 한국 자본시장 최초의 통합 기업설명회(IR)인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Korea Premium Weeks 2026)’를 연다. 한국 증시의 매력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직접 알리겠다는 것이다.
‘한국을 세일즈’하기 전에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 있다. 지금 한국 자본시장에서 세계에 내놓을 만한 것은 무엇이고, 아직 팔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글로벌 투자자의 눈으로 봤을 때 한국 시장은 실제로 매력적인 투자처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을 말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는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자본시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전문가들에게 한국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김영익 내일희망경제연구소 소장,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가 본지의 질문에 답했다. 세 사람은 금융·투자 콘텐츠 플랫폼 어스얼라이언스에서 강연과 세미나 등을 통해 투자자들과 만나고 있다.
“펀더멘털은 선진국, 접근성은 과도기”
세 전문가의 진단은 한 지점에서 일치했다. 한국 자본시장의 펀더멘털 자체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군과 경제 규모, 시장 유동성 등을 감안하면 해외 투자자에게 내세울 ‘상품’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시장에 들어오는 문턱이다. 기업과 시장의 기초체력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가 실제 한국 시장에 접근하고 거래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불편과 제약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을 두고 “펀더멘털은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지만 시장 접근성은 아직 과도기에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마경환 대표: 비대칭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시장이 서로 다른 잣대로 평가된다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채권은 국가 신용과 시장 규모로, 주식은 시장 접근성으로 평가된다. 한국 국채는 WGBI에서 예상 편입 비중 약 1.9%로 이미 선진시장 채권으로 인정받았다. 한국 주식시장은 시가총액 세계 7위라는 규모로는 이미 선진국이지만 운영 인프라는 과도기다. 한마디로 ‘펀더멘털은 선진국, 접근성은 과도기’다.
김영익 소장: 공감한다. WGBI 편입과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불발은 한국 자본시장의 비대칭성을 보여준다. 한국 국채시장의 결제·보관·접근성이 국제기준에 상당히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반면 MSCI 선진국지수는 ▲외환거래 ▲공매도 ▲정보공시 ▲투자자 등록 ▲시장 접근성에 제도 운용의 예측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홍춘욱 대표: 주식시장은 채권시장보다 불투명성과 변동성이 훨씬 크다. 세계 최저 수준의 배당수익률, 지난 10년 평균 배당성향이 10% 초반인 나라를 선진국으로 편입시키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비대칭을 놓고 세 사람이 지목한 원인은 각각 달랐다. 마 대표는 시차를, 김 소장은 제도의 집행을, 홍 대표는 기업의 배당을 짚었다. 마 대표는 정책 일관성이 유지되면 2027년 관찰대상국 등재를 거쳐 두 시장의 위상이 수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채권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온 채권 전문가로 꼽히는 마 대표는 1995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서 해외펀드를 맡아 업계에 들어왔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는 미국계 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에서 리테일영업 총괄 본부장으로 일했다. 여러 나라의 현지통화 표시 국채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펀드를 국내에 들여와 설정액 1조원을 넘긴 것도 이 시기다. 2019년 글로벌 채권 전문 투자자문사인 GB 투자자문을 설립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진단은 비슷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얼마나 오를 것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는 지수가 얼마나 올랐는가보다 들어오고, 헤지하고, 필요할 때 나갈 수 있는가를 본다. 자본시장 세일즈의 핵심은 수익률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도 “해외 투자자는 수익 기회보다 먼저 필요할 때 사고팔 수 있는가, 환헤지가 가능한가, 규칙이 바뀌지 않는가를 본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제도보다 시장의 성질을 지목했다. “변동성이 큰 시장은 아무리 싸도 큰돈이 들어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Q. 정부는 상법 개정과 주주권 강화, 불공정거래 척결을 추진했고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세계 13위에서 7위로 올랐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무엇이 해소됐고 무엇이 남았나.
김영익: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낮은 주주환원율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지정학적 리스크 세 가지였다. 대주주의 의사결정이 모든 주주의 이익과 연결되도록 한 제도 변화는 의미가 크다. 앞의 두 요인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경환: 기업 행동의 변화도 확인된다. 자사주 매입은 2024년 7조5000억원에서 2025년 14조9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배당도 확대됐다. 남은 것은 법 개정만으로 풀리지 않는 기업 행동의 영역이다. ▲지배주주의 이해상충 ▲이사회 독립성 ▲합병·분할의 공정성, 자본배분의 효율성이 그것이다. 새로 생긴 것도 있다. 급등 자체가 만든 ‘변동성 디스카운트’다.
홍춘욱: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했는데도 2025년 코스피 12월 결산법인의 배당수익률은 1.0%(추정)에 그쳤다. 상법 개정 이후에도 SK그룹 자회사의 중복상장 시도가 나왔고, 고려아연 사례에서 보듯 적대적 인수합병의 난도는 여전히 높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규제한다고 디스카운트가 어떻게 해소될지 짐작하기 어렵다.
홍 대표는 지난 6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 투자 포럼에서 한국 주식시장을 ‘손실 확률 34%의 나라’로 말한 바 있다. 1999~2000년형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급등장일수록 자산배분이 필요하다는 조언이었다. 홍 대표의 발언이 있은 후 나흘 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썼지만 한 달여 만에 37% 넘게 무너졌다.
당시 판단의 근거를 묻자 그는 세 가지를 들었다. “높은 변동성, 그리고 반도체에 대한 쏠림, 더 나아가 스페이스X처럼 실적을 내지 못하는 글로벌 기업의 기업공개(IPO) 같은 일이 겹쳐 시장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변동성이 계속 커지는 것보다 미니 버블이 빨리 터진 게 미래를 위해 더 낫다고 본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홍 대표는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의 거시·환율 분석을 담당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투자운용 업무를 거쳤다. 이후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과 EAR리서치 대표를 지내고 2021년 프리즘투자자문을 세웠다.
외국인 순매도…“한국을 팔았다기보다 차익 실현한 것”
궁금했다. 9000선을 넘었던 한국의 주식시장이 9월 중순 현재 6000 후반대와 7000대 초반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은 순매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Q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해외 투자자에게 한국 시장을 세일즈하는 데 영향이 클 것 같다.
마경환 : 급락은 경기나 이익의 붕괴가 아니었다. 높아진 기대치와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된 1987년형 기술적 붕괴에 가깝다. 외국인 순매도는 ‘한국을 팔았다’라기 보다 ‘차익을 실현했다’에 가깝다. 9월 초 일부 외국인 자금의 재유입 움직임도 나타났다. 해외 세일즈에 미치는 영향은 변동성 자체보다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홍춘욱 : 글로벌 펀드 입장에서 한국에 장기 투자를 했고, 이제는 그 과실을 챙기는 중이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 초반에 묶였던 2007~2025년까지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을 매수했다. 전형적인 장기 펀드의 매매로 볼 수 있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아직 2.2배 수준이기에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영익 : 코스피의 급등락은 한국 증시가 대외 변수와 수급 변화에 여전히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 관련 기대와 미국 장기금리 그리고 달러의 움직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향후 기업 실적과 정책 신뢰가 뒷받침되면 외국인 수급 역시 다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외국인 순매도를 보는 눈도 달랐다. 마 대표는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급등 후 차익실현과 포트폴리오 비중 상한 도달에 따른 리밸런싱,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약세에 따른 달러 환산 수익률 잠식, MSCI 불발로 인한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의 소멸, 반도체 집중 리스크와 글로벌 금리·유가 불확실성이다. 그는 “‘한국을 팔았다’기보다 ‘차익을 실현했다’에 가깝다”고 했다.
홍 대표는 더 긴 시간 축을 들었다. 그는 “글로벌 펀드 입장에서 한국에 장기 투자했고, 이제 그 과실을 챙기는 중이다. 코스피가 2000선 초반에 묶여 있던 기간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을 매수했다. 특히 PBR 1.0배 이하에서 강력한 매수가 분출했고, 올해 PBR 2배를 넘어서면서 공격적인 매도를 단행했다. 전형적인 장기 펀드의 매매다”면서 “아직 PBR이 2.2배 수준이기에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변동성 자체보다 그다음을 봤다. “한국 증시가 대외 변수와 수급 변화에 여전히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 실적과 정책 신뢰가 뒷받침된다면 외국인 수급 역시 다시 개선될 여지가 있다”면서 “선행지표 흐름을 보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의 상승 탄력이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둔화가 곧 외국인 자금 이탈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반도체·AI·조선·방산의 실적 흐름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닥터 둠’으로 불리는 김 소장이 개방 확대와 원화 국제화에 세 사람 중 가장 긍정적이었다. 김 소장은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소장을 지냈다. 경제지표를 통계 모형에 넣어 방향을 읽는 방식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굵직한 하락 국면을 앞서 경고해 ‘족집게’라는 별칭도 얻었다. 지난 8월 초에는 하반기 경기 둔화와 코스피 조정 가능성을 들어 주식 비중을 줄이라고 권한 바 있다.
법은 바뀌었는데 배당수익률은 1%
정부가 올해 1월 내놓은 자본시장 선진화 로드맵은 여덟 개 분야로 짜여 있다. 외환시장 선진화, 글로벌 표준 증권거래·결제 체계, 계좌개설 편의, 공매도 규제 합리화, 영문 정보공시 개선, 현물이체·장외거래 제약 해소, 선진 배당절차 확산, 투자상품 가용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하나를 고르라고 하자 답이 갈렸다.
마 대표는 외환시장 선진화를 꼽았다. 그는 “해외 기관은 한국 주식이 얼마나 싼가보다 원화를 얼마나 싸고 빠르게 사고팔고 헤지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24시간 개장 자체보다 런던·뉴욕 시간대에 충분한 거래량과 좁은 매수·매도 호가차가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 다음은 결제와 통합계좌 등 실제 운용 인프라”라며 새 투자상품을 늘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항목보다 집행을 짚었다. “가장 보완할 부분은 제도의 발표보다 일관된 집행이다. 세제와 규제의 잦은 변화, 영문 정보의 불충분, 외환 및 파생상품 시장의 깊이 부족은 여전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공매도가 전면 재개됐는데도 MSCI가 규제 부담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해외 투자자가 보는 것은 재개 여부만이 아니다. 주식대차의 안정성, 결제 과정, 규제의 일관성, 불법 공매도 적발과 처벌의 공정성이 함께 검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시장 변동성을 줄일 방법, 즉 국민연금 리밸런싱 재개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나머지는 하면 좋은 정도다”라고 답했다.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풀기 어려운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마 대표는 원화의 실질적 역외 거래를 지목했다. 그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외환거래법, 금융안정, 자본 유출입, 통화정책 자율성이 얽힌 체제 전환의 문제다. 역외 원화가 국내 통제 밖에서 형성되면 위기 시 한국은행의 대응 수단이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규제가 MSCI의 지적 사항으로 남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공매도처럼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다시 막히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가 선진시장의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평일 24시간 외환시장 전환과 원화 국제화 로드맵에 대해서 세 명의 전문가는 모두 개방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무게중심은 달랐다. 김 소장은 “원화 국제화는 외국인 투자 확대와 환헤지 비용 절감, 국채 및 기업의 자금조달 기반 확대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 대표는 ‘관리된 국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화 가격은 이미 해외에서 결정되고 있다. 국제화는 이 가격 발견을 역내로 가져오는 작업이다”면서 외환보유액·통화스왑·거시건전성 장치를 함께 발전시킨다는 전제에서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봤다.
Q. 글로벌 세일즈가 이뤄지려면 매력적인 상품이 있어야 한다. 해외 기관이 한국 시장에서 사고 싶어 하는 상품은 무엇인가.
마경환 : 매력적인 상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상품은 있는데 글로벌하게 포장되고 접근되는 방식이 부족하다. 가장 확실한 상품은 WGBI에 편입된 한국 국채다. AA등급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달러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헤지 프리미엄까지 붙는다. 만들어야 할 것은 환헤지를 결합한 국채 토털리턴 상품과 역외 상장 국채 ETF, AI·HBM·전력 인프라·주주환원을 묶은 투명한 지수다. 핵심은 ‘종목’이 아니라 ‘패키지’다.
김영익 소장: 세 가지다. 첫째, 유동성과 환헤지가 충분한 한국 국채다. 둘째, 배당과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이 뒷받침된 우량 상장기업이다. 셋째, 반도체·AI·전력인프라·방위산업처럼 한국이 경쟁우위를 가진 산업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영문 IR과 투명한 공시, 장기 배당정책, 산업별 ETF와 파생상품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홍춘욱 대표: 이런 아이디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투자하기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조성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같은 고위험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상품을 만들자는 쪽과 환경을 만들자는 쪽으로 의견이 달라진 것이다. 자산배분을 업으로 하는 홍 대표는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주식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20% 이상 담기 어렵다고 했다. 변동성이 너무 커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는 이유다. “국내 자금이 미국으로 나가는데 외국인에게 한국을 사라고 설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세일즈 관점에서 보면 ‘싸고 괜찮은 시장’ 정도다. 미국이랑 자꾸 비교하면 팔 방법이 없다. 우리 시장이 싸고 배당도 많이 주면 외국인들의 회귀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국가 IR 행사에서 성과를 내려면…”실행 일정표가 필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와 같은 국가 IR이 성과를 내려면 무엇이 들어가야 할까. 마 대표는 일정표를 요구했다. “단순히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실제로 바뀌었고 언제까지 무엇을 바꿀지를 보여주는 실행 일정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MSCI 관찰대상국 목표 시점, 역외 원화 허용 단계, 24시간 외환시장 안착 지표를 날짜와 숫자로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장기업 IR에 대해서도 기준을 제시했다. 회사 소개가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잉여현금흐름, 설비투자, 주주환원 정책을 글로벌 기업과 같은 잣대로 내놓는 자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행사 후 6개월·1년 시점의 정책 이행률 스코어카드와 공식 답변 채널이 있어야 일회성 행사가 아닌 글로벌 IR 플랫폼이 된다”면서 행사 이후를 강조했다.
김 소장의 처방도 사후 관리에 닿았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정책과 신뢰다. 정부·거래소·기업 최고경영진이 함께 참여해 일대일 미팅을 하고, 질문에 즉시 답하며, 행사 뒤에도 약속한 제도 개선을 점검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좋은 IR는 화려한 설명보다 예측 가능한 규칙과 실천 기록에서 나온다”고 조언했다.
외국인이 한국에 던지는 질문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리서치센터장 시절 해외 기관투자자를 직접 상대했던 김 소장은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과거에 한국에 대해 가장 많이 물었던 것은 ‘위기 때 자금을 원활히 회수할 수 있는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일치하는가’였다”면서 “(지금은) 반도체·배터리·조선·방산·콘텐츠에 대한 기술력 평가는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환율, 지배구조, 주주환원, 규제의 예측 가능성에 관한 질문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 자본시장 전문가 세 사람의 조언은 결국 하나로 모였다. “규칙을 바꾸지 말라”는 것이다. 마 대표는 “급락이나 환율 불안 시 규칙을 바꾸면 수년간 쌓은 신뢰가 한 번에 훼손된다”며 “MSCI 편입과 코스피 9000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고 했다. 팔아야 할 것은 ‘Cheap Korea’가 아니라 ‘Investable Korea’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 소장은 자본시장이 “단기 투기의 장이 아니라 가계의 자산을 기업의 성장과 연결하는 장”이어야 한다며 장기·분산·자산배분 투자의 정착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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