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라벨값만 450만원”…속타는 자영업자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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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 라벨값만 450만원”…속타는 자영업자들

[일회용컵 보증제 후폭풍] ②
카페 점주들 “비용 부담에 컵 보관, 처리도 문제” 불만
전문가·환경단체 “거점으로 모이는 강력한 유인수단”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6월10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12월1일로 유예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6월10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12월1일로 유예하기로 했다. [중앙포토]

 
“이럴거면 그냥 프랜차이즈 간판 내리고 개인 카페로 운영하는 편이 낫겠어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고통스러웠는데 그게 끝나니 이젠 점주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제도에 따르라니. 환경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식으로 도피처를 찾게 만드는 게 옳은 방향입니까?”
 
경기도 군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 가맹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 대한 불만이다. 당초 환경부는 오는 6월 10일 부터 전국 3만8000여개의 커피 판매점과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제품 가격에 일회용 컵 한 개당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도록 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은 연간 약 28억개로, 국민 1인당 56개에 달한다. 이 중 23억개가 보증금제가 적용될 매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면서 6개월간 유예가 결정됐다.  
 

라벨비에 인건비…“소상공인에 부담 전가하는 시스템”

프랜차이즈 매장 점주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좋은 취지에 비해 점주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너무 큰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앙포토]

프랜차이즈 매장 점주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좋은 취지에 비해 점주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너무 큰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앙포토]

 
제도 시행이 12월 1일로 미뤄졌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예 기간 동안 제도의 개선 없이 시행 시기만 늦춘다면 똑같은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프랜차이즈 매장 점주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점주에게 전가되는 부담이 너무 큰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활용 라벨 스티커 구매비와 컵 회수 업체 처리지원금 등 부대비용이 발생하고, 컵에 라벨을 붙이고 보증금을 현금 또는 계좌로 소비자에게 지급할 인력이 필요해 추가 인건비가 지출된다는 점 등 때문이다.  
 
제도 시행 대상 가맹점주는 일회용 컵마다 보증금이 붙은 컵인지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바코드가 적힌 라벨 비용 7원과 반환된 컵의 처리비 4원까지, 총 11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라벨지의 경우 환경부의 방침에 따라 컵 보증금제 전담 관리기구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COSMO)에 선입금을 하면 약 3주 후에 매장으로 라벨지가 배송된다. 이에 따라 라벨 구입비를 제도 시행일 전에 보증금관리센터에 급하게 입금한 점주들이 많았는데, 6개월 유예 소식에 환불을 요청해야 했다. 라벨지 구매비 환불은 최대 1달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한 학원가에서 커피가맹점을 운영 중인 전모씨(58)는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라 박리다매 전략으로 하루에 300~500잔 이상을 판매해야 해서 얼마 전 보증금관리센터에 라벨비 450만원을 입금했다”며 “생각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나와서 놀랐는데 재활용 컵에 라벨을 부착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주문했었다”고 털어놨다. 
 
재활용 컵 보관 및 처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는 처음 음료나 커피를 구매한 카페가 아니더라도 시행 대상 업체 아무 곳에서 컵을 반납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매장 수 100개 이상인 전국의 프랜차이즈 가게 3만8000여곳에서 모두 가능하다. 소비자들은 편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주문이 밀리는 시간에는 커피 주문을 받기에도 벅찬데 컵마다 라벨지를 붙여서 내보내고, 다른 매장의 컵까지 받아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해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매장 공간이 10평 내외로 협소해 컵을 쌓아둘 곳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디야 매장을 운영 중인 40대 초반의 점주 전모씨는 “매장이 10평이라 다른 매장의 컵까지 쌓아둘 공간이 부족해 제도 시행일 전에 집 베란다에 자리를 따로 마련했다”며 “라벨지 구매비는 계산해보니 300만원이 나와서 고민하다가 결국 입금을 못했었다”고 말했다.  
 

반드시 필요한 정책…“충분한 소통 통해 제도 보완해야” 

현장 곳곳에서 불만이 가중되고 있지만 환경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반드시 시행돼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입장이다. 2020년 그린피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컵은 33억개(4만5900t)에 달한다. 이는 플라스틱 컵을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닿을 정도로 방대한 양이다.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연평균 플라스틱 컵 65개(0.9㎏)를 사용하는 셈이다. 특히 한국은 카페가 밀집해 일회용 컵 소비량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 카페 시장 규모는 43억달러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고객이 테이크아웃한 일회용 컵은 길거리에 투기되는 경우가 많고, 정상적으로 쓰레기로 배출되더라도 내용물에 의해 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줄이기 위해선 컵이 거점으로 모이게끔 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수단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보증금제도’”라고 강조했다.
 
컵 회수 및 처리 문제와 관련해 홍 소장은 “공공장소에 무인회수기를 설치해 매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소비자에게는 컵을 깨끗이 세척해서 반환하자는 시민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대응 방식이 아쉬웠다는 시각도 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자원순환 사회 실현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일회용 컵은 재활용되는 비율이 5%에 불과해 규제와 관리가 시급한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밝혔다.  
 
이어 “제도 시행 유예의 가장 큰 이유는 환경부가 자영업자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고, 제도에 대한 홍보도 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프랜차이즈 본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도가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점주들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논의과정에서 3자 주체인 ‘소비자’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은 “모든 환경 문제에서 소비자는 가장 핵심적인 주체로 소비자의 실천 없이는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며 “2020년 처음 기획된 보증금제 시행과 관련해 환경부가 구체적인 대안과 문제 해결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소비자 실천을 유도하는데 실패했고, 홍보도 이뤄지지 않아 제도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는 상황이라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과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정부·기업·소비자가 함께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홍 소장은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환경부와 가맹점주들의 갈등을 잘 봉합해 전 세계 최초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도하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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