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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부동산, ‘공급‧금리‧양극화’ 극복할 수 있을까

원자재 가격 인상·건설비 증가…분양가 갈등 심화
공급 감소 우려에 정부, 분상제 완화 카드 꺼내
서울 아파트 매물 쌓이지만 고금리·대출 규제에 거래절벽 ↑
고가-저가 아파트 격차 심화…부의 양극화 우려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새 정부가 출범 이후 산적해 있는 부동산 과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 원자재가격 인상 등에 따른 공사비 갈등으로 서울 주택공급이 대폭 줄어든 데다, 금리 인상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부동산 양극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재 원자재 가격 급등에 공사 연기까지 맞물리며 분양 시장엔 찬바람이 불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서 분양가 산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됐다.
 
공급물량 1만2032가구의 분양이 연기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대표적이다. 이는 올해 서울 전체 공급예정물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표면적인 갈등의 원인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공사비 증액 문제지만 발단은 분양가 산정에 대한 이견으로 일반 분양을 제때 못한 영향이 컸다.
 

공사비 증가 등 분양가 갈등…대규모 공급 차질

 
둔촌주공 재건축을 필두로 동대문구 이문1구역, 경기 광명시 광명2구역 등 대규모 사업장이 분양가 산정 문제 등으로 분양이 늦어지면서 서울 주택시장의 공급 가뭄이 심각해졌다. 이처럼 정비사업 분양 지연 사례가 잇따라 나온 주요 원인으로 분양가상한제가 꼽힌다.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인근 집값을 끌어올 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를 토대로 분양가를 산정해 시세의 60~70%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하지만 이는 주택 공급의 90%가량을 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서울에서 공급 부족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일반 분양으로 수익을 올리는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조합에서 낮은 분양가에 반발하며 분양이 연기돼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초 서울지역 상반기 분양계획 물량은 24개 단지 9734가구였지만 지난 5월 기준 1월부터 분양한 물량을 포함해 상반기 분양계획 물량은 17개 단지 2350가구로 쪼그라들었다. 연초 계획 물량 대비 75.9% 줄어든 수치다.
 
원자재가격 상승과 더불어 공사비 갈등에 서울 주택공급 감소가 심각해지자 새 정부도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부동산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상한제는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서 손봐야 할 첫 번째 제도”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주택공급을 촉진하는 의미에서 분양가상한제가 경직된 부분을 시장의 움직임에 잘 연동되도록 개선 방안을 6월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인상·규제 여파…매물 늘지만, 거래절벽 지속

 
하지만 새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완화 카드에도 시장 반응은 시원치 않은 분위기다. 최근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늘고 있지만,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대출규제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로또분양’ 등 청약열기를 더해가던 서울마저 차갑게 식었다. 분상제를 피한 고분양 단지에 대한 청약수요자들의 외면으로 무순위 청약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실제 올해 강북구에서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와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강북종합시장 재정비)를 비롯해 구로구 개봉동 '신영지웰에스테이트개봉역',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입구역더하이브센트럴' 등도 계약 포기자가 발생했다.
 
분양가상한제 완화 신호에 미분양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사 입장에선 분상제 완화로 공사비와 분양가가 오르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오른 분양가의 부담이 고스란히 청약 대기자들에게 전해지면 미분양이 대거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미분양 물량이 한 달 새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서울의 미분양 물량은 3월 180가구보다 2배 늘어난 360가구로 집계됐다. 통상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것은 부동산 시장 하락 신호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진다.
 
이에 더해 새 정부 출범 직후 실시된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매물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 6월 1일 보유세 과세 기준 이후에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지 않고 매물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여파 등으로 매수세가 매도세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거래절벽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5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0.2로 4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고 100을 넘어서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똘똘한 한 채’ 선호…부동산 양극화 심화 우려도  

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서도 집값 하락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선아직 부동산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이르다는 평가다. 오히려 최근 ‘부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마저 계속 나오고 있다.
 
서초·강남·용산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과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들 일부 지역에선 세금부담을 피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며 신고가 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 간 가격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경제만랩이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을 살펴본 결과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한강 이남의 중형 아파트(전용 85㎡ 초과 102㎡ 이하)의 평균 매매가격은 18억9970만원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한강 이북은 같은 평형대 아파트 매매가격이 11억9893만원이다. 고가아파트와 저가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7억원 정도인 셈이다.
 
이미 대출이 어려운 15억원 초과 고가아파트의 경우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미미했지만, 중저가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의 대출 부담이 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강남 같은 고가 지역도 계속해서 오르기는 힘들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남 등 고가지역도 계속 오르기는 힘들 것이다. 어느 정도 선에선 상승폭이 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 정부와 서울시에서도 도심 쪽에 주택 공급 확대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급 확대가 계속 이뤄지면 주요 지역들에서는 세금부담 때문에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은 더 이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다주택자의 경우 외곽 쪽에 있는 것들은 먼저 처분하려 할 것이고, 하방 경직성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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