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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이 얼만데 보여주기식이죠"…중기청 전세대출, '그림의 떡'

서울 1억원대 원룸 전세 매물 실종, 대부분 2억원 훌쩍 넘어
임차수요자 “기간 연장보다는 보증금 기준 높여야…정책이 현실 반영 못해”

 
 
서울의 한 빌라촌 전경. [연합뉴스]

서울의 한 빌라촌 전경. [연합뉴스]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자금대출(중기청 전세대출)은 정부의 보여주기식 지원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9일 중기청 전세대출이 가능한 원룸을 찾는 기자에게 “중기청 대출이 가능한 1억원대 전세 매물은 거의 없다”며 “집주인 입장에서도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서 선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기청 전세 대출을 받으려면 융자(근저당)도 없어야 하는 데다 전세 보증금이 2억원 이내여야 하는데 요새 서울에서 2억원 이하 전셋집 자체가 씨가 말랐다”고 덧붙였다.
 
중기청 전세자금대출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을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전월세보증금을 저리에 빌려주는 상품이다.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에 재직하는 만 19세 이상~만 34세 이하 청년이 이용 가능하다.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외벌이는 3500만원 이하여야 하고 순자산가액은 3억2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
 
대출 금리는 연 1.2%의 고정금리로 이용할 수 있다. 대출 기간은 최초 2년이며 4회 연장이 가능해 최장 10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임차 전용면적은 85㎡ 이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은 85㎡ 이하 포함)이어야 한다.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 전경. [사진 박지윤기자]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 전경. [사진 박지윤기자]

 

해마다 줄어드는 중기청 대출 이용 건수

정부는 2018년 6월 중기청 전세자금대출을 도입해 지난해 말까지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내년 말로 기한을 2년 더 연장했다. 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취업자는 만 19세 연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출을 제한했으나 만 19세가 되는 1월 1일부터 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조정했다.
 
문제는 정부가 사회초년생의 주거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놓은 중기청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임차 보증금이 2억원 이하인 주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증금 2억원 이하인 주택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대출은 최대 1억원 이내 한도로 제공하기 때문에 수천만원의 현금도 추가로 필요하다.
 
이로 인해 중기청 대출 이용건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9만6504건(총 7조2657억원), 2020년 9만1626건(7조912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3만6141건(2조7405억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중기청 대출 이용건수와 이용금액은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빌라 전셋값은 4년째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연립 전세 평균가격은 2018년 6월 1억8686만원에서 2019년 6월 1억9458만원, 2020년 6월 1억9953만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6월(2억2507만원) 2억원대로 뛰어오른 뒤 올해 5월에도 2억3669만원으로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도 커졌다. 직방에 따르면 서울 확정일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확정 일자를 받은 전·월세 가운데 51.6%가 월세, 48.4%가 전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월세 비중이 전세를 역전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9년에는 전·월세 비중에서 전세가 59%, 월세가 41%를 차지했다. 2020년 전세 58.3%, 월세 41.7%의 비중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전세 54%, 월세 46%로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 중개업소를 몇 군데 더 돌아다닌 끝에 영등포에서 중기청 대출이 가능하다는 빌라 매물 한 곳을 찾았지만 이마저도 전셋값이 1억원 중반대로 중기청 대출 한도인 1억원을 받고도 약 5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추가로 필요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원룸 전셋값이 1년 전보다 6000만원 이상 뛰었다”며 “게다가 집주인들도 대부분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서 보증금 1000만원에 70만~80만원 정도로 월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전세 만료를 앞둔 30대 김모씨는 “전세 계약 기간이 6개월이 채 남지 않아 서울 강동구, 영등포구, 광진구 부동산을 여러 군데 돌아다니고 인터넷에서도 올라온 매물을 열심히 찾고 있는데 중기청 대출을 받는 것은 아예 포기한 상태”라며 “정부에서 중기청 대출 상품 이용 기간을 2년 더 늘려줬지만, 이용 기간만 늘려주는 게 아니라 대출을 적용할 수 있는 전세 보증금 조건을 기존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 수준으로 올려줘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세거래 사상 첫 전세 추월…전세 사라질까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 전경. [사진 박지윤기자]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주택가 전경. [사진 박지윤기자]

 
월세 거래량이 사상 처음으로 전세를 추월했다.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전세 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의 월세화는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이후 가속화되기 시작하면서 지난 4월 월세 거래가 통계 집계 이래 최초로 과반을 넘어섰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318건으로 이 가운데 월세가 50.4%(13만295건)를 차지해 전세 거래량(12만8023건·49.6%)을 웃돌았다.  
 
2011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처음으로 월세 거래량이 과반을 넘고 전세 거래량을 추월한 것이다.올해 들어 월세 거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세 거래량과의 격차를 계속 좁혀나가다가 지난 4월 역전한 것이다. 올해 월별 전국 월세 거래 비중은 지난 1월 45.6%, 2월 48.5%, 3월 49.5%, 4월 50.4%를 기록했다. 전세 거래 비중은 1월 54.4%, 2월 51.5%, 3월 50.5%, 4월 49.6%로 집계됐다.
 
월세 거래가 늘어나는 데는 우선 금리 인상에 따라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임차인들 사이에서 비싼 이자를 내느니 이자율 인상이 없는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통상적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임차인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전세로 거주하면서 목돈을 모아 향후 주택 구입에 목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전세 제도는 활용됐다. 자본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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