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논란 'I·SEOUL·U' 역사 속으로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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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논란 'I·SEOUL·U' 역사 속으로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문법 맞지 않고 의미 모호, 부정적 패러디 봇물
서울이라는 브랜드의 핵심가치 전달하지 못해
일관성·지속성 지닌 '서울다운' 브랜딩 세워야

 
 
7년 만에 서울 도시 브랜딩 슬로건이 바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7년 만에 서울 도시 브랜딩 슬로건이 바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의 도시 브랜딩 슬로건 I·SEOUL·U를 바꾼다고 한다. 7년 만의 일이다. ‘아이서울유’는 그간 여러 가지 많은 부정적 문제점이 제기됐고, 코로나19 이후 서울시의 위상도 높아졌기에 이에 걸맞은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2002년 월드컵 이후 고조된 시민 자부심과 에너지를 서울에 대한 공동체 의식으로 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첫 슬로건 ‘하이 서울’이 나온 이래, 사실 국내의 도시 브랜딩 슬로건이 이토록 세간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2015년에 시작해 개발에만 1년의 세월이 소요된  I·SEOUL·U의 개발과정은 민주적이고 투명해 보였다. 16만 147건에 달하는 시민들의 공모를 받고, 10만명 이상의 사전 온라인 투표를 거쳐, ‘천인회 현장 심사단’, 전문가 심사단의 투표점수를 합산해 선정한 보텀업(bottom-up)방식으로 이루어져서 그런 자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슬로건은 나오자마자 서울 시민은 물론이고 온 국민에게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더 분명히 말하면, 도입 초기엔 숱한 논란과 함께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영어인데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점, 의미가 모호하다는 점, 그리고 디자인 자체의 매력도가 낮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조롱에 가까운 패러디도 많이 등장했다. 
 
당시 전세대란이 일어나자 집주인이 I seoul U(나는 너의 전세금을 올렸으면 해)라고 말하고  세입자는 Don’t Seoul me please(제발 전세 올리지 마세요)로 답하는 SNS상에서 슬로건을 패러디한 글은 대표적이다. 거기에 더해  오픈 소스 방식이라 사람들에 의해 제2의 창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도시의 부정적 이미지와 연결, 당시 재정이 파탄 났던 인천, 교통지옥인 강남도 같은 형식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I Incheon U’는 ‘당신을 파산시키겠어’로, ‘I am Gangnamed’ ‘나 차 막혀 꼼짝 못 해’로 패러디된 것이다.
 
I·SEOUL·U가 이제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당시 서울의 브랜드 슬로건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브랜드 전문가의 입장에서 한편으로 브랜딩의 중요성을 일반인들도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 입맛이 씁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새로운 브랜딩 탄생은 이전의 그것과는 다른 혁신적인 과정이 있었다. 시민들의 참여, 그리고 SNS 시대에 걸맞은 오픈 소스방식이라는 점등은 새로웠지만, 서울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핵심가치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컸다. 
 
I·SEOUL·U의 패러디 글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I·SEOUL·U의 패러디 글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추가 설명이 필요했던 'I·SEOUL·U' 

브랜딩의 본질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강렬한 인상(이미지)’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과정에 충실 하다 보니 본질에 대한 성찰이 빠져 버린 느낌이다. ‘너와 나의 서울’이라는 설명이 있으나, 매번 설명해야 하는 슬로건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들어간다. ‘나는 당신을 서울한다.’는 직역의 의미는 보는 사람이 서울을 동사로 받아들여 그들이 경험한 서울의 느낌을 각자가 다양하게 긍정적으로 표현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미루어 짐작은 된다. 예컨대 ‘사랑하다’, ‘연결하다’ 등의 동사로 등치(等値) 되기를 원했다. 
 
그런데 문제는 서울의 이미지는 긍정적 동사로도 표현되지 못했고, ‘전세금 올리겠어’, ‘나는 너를 재개발 시킬 거야’ ‘나는 너를 복잡하게 만들 거야’, 나는 너를 지하철 지옥에 가둬놓겠어‘와 같은 서울살이의 애로사항이 동사의 주를 이룬 것이다. 이럼에도 최종 심사에서 그 많은 전문가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I·seoul·U의 손을 들어 줬다고 하니 과정의 순수성에 대한 강변이 의심스럽기도 했다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기억이다.  
 
또 다른 기억은 도시 브랜딩의 목표 고객은 시민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은 것 같았다.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 다른 지역의 국민, 서울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각종 비즈니스 주체들…. I·SEOUL·U는 이들에게 지난 7년간의 천문학적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통해 어떤 긍정적 인상으로 남았는지 묻고 싶다.  
 
옹호론자 들은 이번 서울의 도시 브랜딩 교체를 두고 지금까지 공을 들여 만들어 놓은 인지도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새로운 브랜딩을 위해 예산 낭비를 한다는 우려를 한다. 물론 기억에 남는 좋은 브랜딩은 일관성과 지속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브랜딩을 잘하기로 유명한 코카콜라 회장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고 한다. 
 
회장은 3가지가 있다고 답했다. “첫째는 consistency(일관성), 둘째는 consistency(일관성), 셋째는 consistency(일관성)”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좋은 브랜딩의 조건은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지겹도록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I·SEOUL·U도 예외는 될 수가 없다. 
 
문제는 여기에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는, 브랜드로서 서울이 추구하는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의 제품이라도 속이 비어 있는 깡통은 발길질의 대상이 될 뿐이다. 코카콜라가 수십 년 동안 일관성을 가지고 추구한 가치는 ’행복‘(happiness)인 것을 그 일관성을 통해 우리는 잘 느끼고 있다. 이 역시 소비자의 참여와 연결을 통해 확산이 되었고, 매년 새로운 글로벌 크리에이티브로, 때로는 그 국가의 정서에 맞는 로컬 크리에이티브로 ’행복‘을 일관되게 그렇지만 새롭게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서울의 브랜드 전략 수립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만들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시민을 비롯한 브랜드의 이해 관계자들의 지지와 동의가 바탕이 된 정체성의 바탕 위에 ’남다른 자기다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자치단체장이 바뀌더라도 적어도 향후 20년간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유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그 핵심 가지는 시 정부의 정책과도 연결되어 실체적으로 내부 고객과 외부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체(substance)와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시 공무원(내부고객)들에 대한 내부 브랜딩이 중요하다.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통해 만들어진 브랜드 가치가 시민들에게 전달 되기 위해서는 시 공무원 개개인이 브랜드가치를 체화시켜 실천하는 노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 가치도 고객 접점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멋진 구호와 디자인이 될 뿐이다. 
 
네 번째는 브랜드 관리 체계다. 매년 성과 지표를 만들고 매년 그것을 측정해 개선점을 발굴하고 피봇팅 해야 한다. 완벽한 브랜드 전략은 없다. 시대와 상황이 바뀜에 따라 개선해야 한다. 전체 시 공무원 개개인의 성과지표에도 반영되어야 하며 시장이 바뀌어도 그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진정한 시민의 브랜드가 될 것이다. 다섯 번째,  새로운 상징과 슬로건은 민간이 연결된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시민의 참여를 통한 확산과 재창조가 가능한 새로운 구조의 비즈니스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숲 바닥분수 앞에 설치된 I·SEOUL·U. [사진 서울관광재단]

서울숲 바닥분수 앞에 설치된 I·SEOUL·U. [사진 서울관광재단]

슬로건 왕국, 대한민국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한민국은 슬로건의 왕국이다. 2002년 이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국가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었다. 다이내믹 코리아를 거쳐, ’크리에이티브 프랑스‘와 같아 논란이 있었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한편으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했다지만 관광브랜드 슬로건이라는 것도 있다 ‘Sparkling Korea’, Korea Be Inspired, Imagine your Korea…. 
 
어디 그뿐인가. 서울의 각 구도 구청장이 바뀔 때면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만든다. 지방의 대도시, 중소 도시도  마찬 가지다. 국민은 혼란스럽고 그 혼란의 핵심에는 일관성과 지속성이 없는 일회성 전시행정이 있다. 하나의 도시 브랜드 슬로건이 도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시의 내부고객과 외부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남다른 자기다움’의 가치를 담은 슬로건은 일관성과 지속성이라는 양식을 먹으면 도시를 바꾸는 거대한 에너지가 되고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한신대 IT 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광고회사와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브랜딩에 관심을 가졌고 공기업 경험으로 공기업 브랜딩,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3년 서울에서 열리는 ADASIA 사무총장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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