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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EU, 암호화폐 규제 합의하는데…우리 정부는 ‘뒷짐’만?

EU, 2년 만에 암호화폐 규제법안 ‘미카’ 합의
美, 바이든 대통령 암호화폐 행정명령 서명
국내 5대 코인 거래소도 공동합의체 출범
국회 계류 관련 법안 13개…본회의 심사도 못가
전문가 “산업육성 관점에서 규제 입법 추진해야”

 
 
5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폭락한 루나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5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폭락한 루나 코인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폭락을 불러일으킨 테라·루나 사태 이후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합의된 규제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국내서도 관련 논의가 오가며 업계를 중심으로 자구책을 마련중이지만, 정작 정부는 ‘업계 자율’만 되풀이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6월 30일(현지시간) EU 소속 27개국은 암호화폐 규제 법안 ‘미카(MiCA, Markets in Crypto Assets)’에 합의했다. 미카는 지난 2020년 9월 유럽 집행위원회(EC)가 ICO(암호화폐 공개)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법안으로, 약 2년의 논의 끝에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기본법이 탄생한 것이다.
 
미카 합의에 따라 앞으로 EU 내 가상자산 발행사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 당국에 등록해야 하며, 가상자산 기술 관련 내용을 담은 백서도 발행해야 한다. 또한 EU 관할 지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은행과 유사한 방식으로 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 일일 거래량을 2억 유로(약 2641억원)로 제한하는 ‘상한선’ 시스템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합의된 미카의 전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규제안이 공개된 이후에도 충분한 적용 기간을 거쳐 이르면 2024년 시행될 예정이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실무단이 주요 금융 당국 수장들을 만나 스테이블코인 법안 입법에 대해 논의했다. 미 연방정부는 올해 말까지 관련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에 가상자산에 대한 미 연방정부 기관의 공조를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당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를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6월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는 가상자산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는 ‘책임있는 금융 혁신 법안’도 나왔다. 가상자산을 증권(security)과 상품(commodity)으로 나누고, 둘 간의 중간영역으로 ‘부수자산(ancillary assets)’ 개념을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또 최근 영국 재무부는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스테이블코인 등 서비스 제공자의 지급결제 위험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일본 상원인 참의원에선 스테이블코인을 본질적으로 디지털 화폐로 정의하고, 자국 법정 화폐인 엔화와 연결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업계 ‘자성’ 요구하지만 ‘자율’로 방관하는 韓 정부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출범식. [사진 빗썸]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출범식. [사진 빗썸]

국내에서는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원화마켓 거래소가 6월 22일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를 출범하고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두 차례에 걸친 당정 간담회의 결과로 탄생한 DAXA는 가상자산 거래 지원 개시부터 종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정 간담회 이후 민간 사업자만 나섰을 뿐, 정작 이들에게 투자자 보호를 요구한 정부의 직접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행정부와 입법부 차원에서 가상자산 규제안을 정립한 주요국들과 대조적인 행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월 13일 당정간담회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 체계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복잡성·예측 불가성 등을 고려할 때 민간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자율규제’의 확립이 보다 필요하다”며 정부 역할에 대해선 직접 언급하지 않고 한발 물러섰다.
 
또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 관련 제·개정 법안이 13개건 계류돼 있다. 이 중 ‘가상자산’이 이름에 붙은 법안은 6개다. 이들 법안은 ▲가상자산사업을 하려면 금융 당국에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도록 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예치금을 별도 보관하도록 하며 ▲사업자가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의 감독, 검사를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가상자산업 법안을 시작으로, 같은 당 김병욱·양경숙 의원도 관련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본회의 심사도 거치지 못하고 있다. 권은희·윤창현·김은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법안도 계류 중이다.
 
이에 최근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가 떨어진 만큼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및 앤드어스 대표이사는 “가상자산 시장을 자율에만 맡기기엔 건전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규제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내걸었다곤 하나, 아직 (법 제정에 대한) 중요성과 긴급성을 못 느끼는 듯하다”며 “미래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적극적인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무리하게 규제를 서두르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겸 한국핀테크학회장은 “실명확인계좌나 트래블룰 등은 우리나라가 먼저 시행한 제도로 이미 규제가 강력하다고 볼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만이 아닌 가상자산 산업 성장에 초점을 두고 규제안을 합의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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