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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이 성공 지름길? 美월마트 ‘제트닷컴’ 실패담 잊지 말라”

[빅블러 시대, 유통家 문턱을 넘다] ③ 황용식 교수 인터뷰
황 교수가 말하는 빅블러 현상…“합병 배경이 중요”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시장 확장 향한 융합
기업 고유의 전문 영역 훼손하면 실패할 가능 커

 
 
황용식 세종대 교수가 지난 7월 21일 세종대 광개토관 327호 교수연구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신인섭 기자
산업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 Blur)’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 사업을 영위하던 유통업계에서는 새로운 영역인 온라인 시장을 잡기 위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하지만 모든 인수합병이 성공적일까. 유행처럼 번지는 유통업계 인수합병 흐름 속에서 [이코노미스트]는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를 만나 성공적인 인수 사례부터 최근 기업들의 주요 합병 방향, 실패 사례 등에 대해 물었다. 
 
국내 M&A 대부분은 계열사간 합병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 기업간 ‘합병’ 트렌드를 어떻게 보시나.  
“일단 계열사 간의 합병의 배경에 대해 면밀히 봐야 한다. 순수한 사업구조재편이 이유인지 아니면 기업지배구조 및 승계가 목적인지가 중요하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M&A 본연의 취지가 맞을 수 있겠지만 특정 관계인에게 유리한 지배구조개편이 목적이라면 공정거래법이나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야 한다.”
 
국내 유통기업의 합병 방향성은 어떤가.  
“큰 흐름으로는 ‘온라인 시장’ 확보를 위한 방향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유통기업들은 오프라인 매장인 백화점을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해, 대형마트로 확대 진출하면서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프라인 시장을 넘어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 유통기업 사이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의 경계를 없앤 새로운 형태의 판매와 유통 구조를 설립하는 것이 큰 과제로 떠올랐다. 결국 전통적인 유통기업이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인수합병을 꾀하고 있다.”
 
같은 맥락 속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내 유통기업 합병 사례는.  
“성공적인 사례로는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건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신세계는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온라인 쇼핑업계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인수를 통해 신세계는 규모의 경제로 취약한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보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합병의 가장 큰 취지와 목적은 상호보완성이다. 즉 기업은 합병을 통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자원을 얻게 되는데, 오프라인 강자인 신세계가 온라인 강자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함으로써 신세계가 지니고 있지 않았던 온라인 소비자 자원을 손에 쥐게 됐다. 특히 신세계는 SSG닷컴이라는 기존 보유 자원과 이베이와의 협업을 진행해, 시너지효과도 얻을 수 있다”  
 
2016년 월마트가 인수한 제트닷컴은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하고 운영이 중단됐다. [사진 제트닷컴]
반대로 합병으로 문제된 사례도 많은데.  
“합병 취지가 사업구조 재편이 아닌 기업지배구조 및 승계 목적이라면, 합병 과정 중에 논란이 될 수 있다. 만약 전자의 경우라면 M&A 본연의 취지가 맞을 수 있겠지만 특정 관계인에게 유리한 지배구조개편이 목적이라면 공정거래법에 어긋나고 일반 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합병비율 산정 문제 때문에 논란이 됐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처럼 말이다.
또 합병의 다른 실패 경우는 기업 고유의 전문성을 잃거나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미국의 유통기업인 월마트의 이커머스 기업인 제트닷컴을 인수한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월마트는 33억 달러(3조8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제트닷컴을 인수했다. 하지만 월마트는 중저가 이미지를 지닌 반면, 제트닷컴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나타내며 두 쇼핑몰의 소비자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두 기업의 시너지 창출은 실패로 돌아가고 월마트는 지난 2020년에 제트닷컴 운영을 중단하고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합병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인수합병 최종 목표를 정확히 세워야 한다. 단순히 다른 이종의 자원을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인수합병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판단하고 파악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로 이뤄져야 할 체크 포인트이다.  
또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기존 영역과 서비스를 지키는 것이다. 무리한 합병을 통해 기존 기업이 지키던 영역이 훼손되거나 핵심 역량이 침해되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주요 기업의 계열사 융합은 앞으로도 이어질까.  
“당연하다. 앞으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조업과 디지털 기반 등 다양한 영역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나고 통합하는 빅블러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다. 이는 4차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 시대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방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산업 흐름에 단순히 맞춰가기 위해 합병을 위한 합병, 융합을 위한 융합은 지양해야한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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