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스카이코비원 찾아라’…백신 개발 성공해야 변이에도 신속 대응[기로에 선 K바이오②]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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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스카이코비원 찾아라’…백신 개발 성공해야 변이에도 신속 대응[기로에 선 K바이오②]

국내 바이오 기업, 임상 단계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멈춰
백신 개발은 장기 프로젝트…“백신 플랫폼 제대로 확보해야”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국산 1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국산 1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나왔다. 코로나19 확산 후 국내 바이오 기업 10여 곳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지 2년 반만의 성과다. 1호 타이틀을 얻은 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6월 29일 스카이코비원의 품목허가를 결정하며 우리나라가 감염병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보건안보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성과는 뚜렷하다. 우리나라는 스카이코비원으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모두 개발한 국가가 됐다. 백신 불모지에서 전 세계적인 유행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나왔다는 의미가 크다. 백신 하나를 개발하려면 통상 10년이 걸린다. 스카이코비원은 임상 1상에 진입한 후 2년 내 품목허가를 얻었으니 개발 속도도 빠른 편이다.
 
한계도 명확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코비원의 원천기술을 미국 워싱턴대학 약학대의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함께 연구했다. 수천억원의 투자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BMGF)과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도움을 받았다.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 GSK의 면역증강제도 사용했다. 스카이코비원은 국산 1호 백신이기 전에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의 성과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지 못한 국내 바이오 기업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애를 먹고 있다.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임상 중간에 중단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국산 2호 백신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예측한다.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 대부분이 임상 1, 2상에 머물러 있어서다.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지난 2년간 시장 상황도 변했다.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국내 기업은 모두 7곳이다. 2년 전 여러 바이오 기업이 국산 1호 백신 개발의 꿈을 안고 개발을 시작했지만, 성과를 낸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뿐이다. 올해 국내 임상 3상을 준비했던 유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코로나19 백신 유코백-19의 대조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답보 상태다. 이 회사는 해외로 눈을 돌려 아프리카 콩고와 필리핀 등에서 임상 3상에 돌입했거나, 준비 중이다.
 
제넥신과 HK이노엔 등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아예 손을 뗐다. 제넥신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임상 단계에 진입해 주목을 받았지만, 개발도 가장 먼저 포기한 기업이 됐다. 
 
HK이노엔은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IN-B009의 국내 임상을 중단했다. 이 회사는 당시 국내 임상 1상을 마치고 이후 임상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개발을 중단한 이유는 간단하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백신을 개발해도 성공 이후 거둘 실익이 줄었다는 판단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임상 참여자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큐라티스와 아이진도 현재 임상 1, 2상에 머물러있다. 큐라티스는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아이진은 투여를 마치고 오는 8월 중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두 기업은 각각 지난해 7월과 8월 식약처로부터 IND 승인을 받았다. 에스티팜은 올해 3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임상 1상 IND 승인을 얻고 현재 우리나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DNA 기반 백신을 개발 중인 진원생명과학은 코로나19 백신 GLS-5310의 국내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피험자를 모두 모집했고 임상시험대상자에게 투여도 마쳤다. 미국 임상 1상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활용해 국내 후기 임상을 부스터샷(추가접종)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이외 셀리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회사는 올해 국내 2b상 IND 허가를 받았고, 기관별 임상연구심사위원회(IRB) 승인도 마쳤다. 해외 임상은 국제백신연구소(IVI)와 협력해 아프리카 내 국가를 2곳 이상 선정할 계획이다.
 

국산 1호 백신은 ‘글로벌’ 프로젝트…“2년도 빠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임상 경험과 개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지연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임상 경험과 풍부한 자료를 확보한 해외 기업과 달리 국내 바이오 기업은 임상조차 진행해보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에서 연구개발(R&D)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은 “해외 기업이 1년 만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건 임상 경험과 정부 지원이 풍부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국내 바이오 기업 중 백신을 개발해봤거나 임상 경험이 있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모더나는 mRNA 플랫폼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20여 년을 투자했고, 아스트라제네카도 코로나19 이전부터 해당 물질의 임상 1, 2상을 수십번씩 진행하며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기업의 임상 경험이 풍부하고 막대한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은 시점에서 (국산 1호 백신이 나왔다는 건) 2년도 빠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임상 단계에 맞춰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특히 임상 3상은 백신 개발 비용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자금 투자 규모가 크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전임상 단계에서 임상 3상으로 갈수록 투자비용이 급증한다”며 “임상 마지막 단계로 가면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나 지원이 마땅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 개발에는 10년 이상 최소 수천억원의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며 “미국이 작은 바이오 벤처에 막대한 비용을 지원해 모더나라는 기업이 알려진 것처럼 정부도 국내 바이오 산업의 육성과 투자 지원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신 개발 완주해야 임상 경험 쌓아”

백신은 코로나19 이전까지 ‘돈 안 되는’ 파이프라인으로 취급돼왔다. 개발 기간이 길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데다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도 낮은 영역이라 민간 자본이 투입되기 어려웠다. 백신은 실제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감염병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으로 수요가 몰린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제기구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새로운 백신을 계속 개발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기업이 ‘백신 개발 플랫폼’을 모두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신 개발 플랫폼은 백신에서 특정 요소만 바꾸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말한다. 백신 개발 플랫폼을 경험했거나 이런 플랫폼이 갖춰져 있으면 개발 기간도 줄일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재유행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바이오 기업이 설사 개발 완료 시기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백신 개발을 완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만기 IVI 사무차장은 “한차례 승인된 백신 개발 플랫폼을 활용하면 다른 백신이나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때 모든 (임상)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백신을 우선 하나라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며 “해외 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코로나19 확산 초기보다 빠르게 내놓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 신약개발 기업 관계자도 “임상 3상은 임상 1, 2상과 시험 규모와 비용, 제출 서류, 규제 등 많은 것이 다르다”며 “임상 3상에서는 적격성 평가(qualification)와 밸리데이션(validation) 등이 모두 서류로 마련돼 있어야 하고, 데이터도 확보돼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빠르게 거치려면 평소에 임상 1~2상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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