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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신용등급 양극화...하반기 더욱 심화될 듯

신용평가 3사 등급 상하향배율 1.66배
A급 중심으로 상향...장기등급 하향 BB급이 대부분
"하반기 급격한 신용도 하방 압력 거세질 것"

 
 
기업들이 몰려있는 서울 도심 빌딩숲 전경. [연합뉴스]

기업들이 몰려있는 서울 도심 빌딩숲 전경.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을 보면 잘 나가던 기업은 더욱 잘 나갔고 어려웠던 기업은 더욱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등급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과 공급망 리스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재무 상황이 열악한 기업의 사업 환경은 더욱 악화됐기 때문이다. 반면 우량한 기업들 중 코로나19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 덕에 재무확충을 한 곳이나 올해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경영환경이 개선된 곳 위주로 등급 상향이 이뤄졌다.  
 
앞으로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부의 통화 정책과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가파른 금리 인상, 부동산 경기와 증시 침체 등 전반적인 금융 환경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은 상황이라 투자등급(AAA~BBB급)과 투기등급(BB급 이하) 기업의 K자형 신용도 양극화 현상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용도 상향기조 지속…A등급 중심 상승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용 전망(크레딧 아웃룩)과 등급감시대상(워치리스트)을 포함한 장기등급 상하향배율(단순 평균)은 1.66배로 작년 말 1.52배에 비해 높아졌다. 2020년 0.47배까지 떨어졌던 상하향배율은 2021년 이후로는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향배율이 1배를 넘었다는 것은 신용등급이나 전망이 내려간 회사보다 올라간 회사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신평 3사(중복 포함)에서 등급과 아웃룩, 워치리스트가 상향된 곳은 126건, 하향된 곳은 77건이다.  
 
상반기 신용등급만 보면 상향이 56건, 하향이 41건으로 1.35배 수준이나 아웃룩과 워치리스트 상향이 70건, 하향이 36건으로 상향이 2배 가까이 많아지면서 전체 상하향배율도 높아졌다.
 
조도형 신한BNP파리바 크레딧리서치 팀장은 “상하향배율 상향 기조가 유지된다는 것은 이익 완충력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크레딧 펀더멘탈이 안정적 혹은 개선되는 상태였다”고 해석했다.  
 
주로 A등급 중심으로 등급이 상향됐다. 상반기 장기등급 상향을 보면 한국기업평가는 23건 가운데 16건이 A등급 상향이었고, 아웃룩과 워치리스트 상향도 16건 가운데 9건이 A등급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장기등급 상향에서 11건 가운데 8건이 NICE신용평가도 22건 가운데 15건이 A등급이다.  
 
이렇게 등급이 상향된 요인 중 하나는 지난해 대기업 계열사의 잇단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 확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작년 3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로 인해 SK바이오사이언스와 모회사 SK케미칼의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됐고 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의 신용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 올해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A-→A), SK디스커버리(A→A+), SK케미칼(A→A+) 3개사의 신용등급이 나란히 상승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올해 4월 3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등급도 A+에서 AA-로 한단계 높아졌다. 삼성파이오에피스 지분 매입과 대규모 증설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이 등급 상승으로 이어졌다. 
 
신용평가사별 상반기 신용등급 변동 현황. [그래픽 김일환 이데일리 기자]

신용평가사별 상반기 신용등급 변동 현황. [그래픽 김일환 이데일리 기자]

K자형 등급변동 지속

신용등급 상승 기조에서도 투기등급의 하향 기조는 지속됐다. 전방산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원자재 가격과 운송비 부담 등에 대한 대응 능력이 취약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신평 3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웃룩과 워치리스트를 포함한 투자등급의 장기등급 상하향배율은 2.72배인 반면 투기등급은 0.31배에 불과하다. 작년 말 0.2배 대비 상승했으나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다.  
 
같은 기간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투기등급 상하향배율이 0.07배에서 0배로 하락, 투기등급 상향이 1건도 없었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0.15배에서 0.4배로 NICE신용평가는 0.39배에서 0.53배로 각각 소폭 증가했다.
 
상반기 장기등급 하향을 보면 BB급이 주를 이뤘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등급 하향 13건 가운데 8건이 BB급 이하다. NICE신용평가도 15건 가운데 8건이 한국기업평가는 14건 가운데 4건이 투기등급이다.  
 
조도형 팀장은 “경기 진폭이 위쪽이든 아래쪽이든 커질수록 대기업과 소기업 간의 격차는 벌어진다”며 “AA와 A급 구간과 BB급 구간의 갭은 커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의류업(OEM, 패션)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은 업종 중 하나지만, 선도업체와 하위권 업체 간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골프붐이 일면서 골프웨어 산업도 호황이었지만, 골프 브랜드 '까스텔바작'을 보유하고 있는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BB’에서 ‘B+’로 하향 조정됐다. 등급 전망도 기존 ‘부정적’을 유지했다. 여성복 브랜드력이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까스텔바작도 경쟁 심화로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지속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도 대기업들은 버틸 힘이 있다”며 “투자등급은 견조한 반면 투기등급은 재무적 훼손으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는 버텼지만...돈줄 마르는 하반기

하반기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은 밝지 않다. 인플레이션과 가파른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 환경 악화 영향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신용등급이 추락할 기업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신평 3사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크레딧 아웃룩과 워치리스트 ‘부정적·하향검토’ 건수가 87건으로 ‘긍정적·상향검토’ 73건을 웃돌았다. 아웃룩과 워치리스트 상향조정 건수가 많았지만, 절대 수치로 보면 여전히 부정적·하향검토 영역에 있는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다.
 
하반기부터는 시장 유동성 악화와 경기침체 장기화 영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거시경제 여건은 더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에 육박한 상황.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준금리가 2.25%로 뛰었다. 이미 지난 4월과 5월 금리를 두 차례 올린 데 이은 추가 인상 행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 3% 수준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꺾일 때까지 금리가 공격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가면 기준금리가 3% 이상으로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자금조달 시장에는 상반기부터 적신호가 켜진 상태인데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점점 더 거세지면서 자본비용 증가에 재무상태가 악화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기업이 줄줄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투자등급과 투기등급의 신용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등급에서는 긍정적·상향검토 방향이 64건을 기록한 반면 투기등급에서는 9건에 그쳤다. 부정적·하향 검토 건수도 투기등급이 47건으로 투자등급(40건) 대비 높게 나타났다. 신평사들은 시장 여건 악화 속에 투기등급에서 단기간 내에 등급 하향이 이뤄질 위험도가 크게 높아지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이경화 NICE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투자등급 기업의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을 일정 수준 통제하거나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나 투기등급 기업은 사업 환경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환경 악화 대응력이 취약하다. 단기간 내에 급격한 신용도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정수 이데일리 기자 ppjs@edaily.co.kr 지영의 이데일리 기자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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