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13년 만에 다시 품은 박카스…동아쏘시오, 사업지주사로 승부수
- 동아제약 흡수합병…그룹 성장전략 전면 재편
안정적 현금창출력 확보…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속도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동아쏘시오홀딩스가 13년 전 전문화를 위해 분리했던 동아제약을 다시 품는다. 지난 2013년에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사업을 나눠 각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그룹의 핵심 수익원을 지주회사 안으로 흡수해 성장성과 투자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유한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을 직접 확보해 미래 투자 여력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신용평가사 역시 사업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평가 방식과 향후 관전 포인트를 새롭게 제시하면서 회사의 성격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7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100% 자회사인 동아제약을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합병은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소규모 무증자합병 방식으로 진행되며 오는 10월 1일 완료될 예정이다. 합병 이후 동아제약 법인은 소멸하지만 박카스를 비롯한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기존 사업은 동아쏘시오홀딩스가 그대로 승계한다.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도 발생하지 않는다.
전문화에서 성장으로…달라진 그룹 전략
이번 합병의 의미는 2013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당시의 전략과 비교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당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전문의약품 사업은 동아에스티(ST), 일반의약품과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은 신설 동아제약으로 분리했다.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는 투자와 계열사 관리에 집중하고, 사업회사는 각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였다. 당시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이 잇따르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후 산업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신약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와 장기적인 자금 조달 능력이 중요해진 반면,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은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제공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자회사를 관리하는 순수지주회사보다 핵심 사업을 직접 보유하는 사업지주회사 형태가 투자 효율성과 의사결정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이번 합병의 배경으로 꼽힌다.
동아제약은 그룹 내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지난해 매출 7263억원, 영업이익 86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2분기에는 매출 2282억원, 영업이익 30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7%, 26.6% 증가했다. 박카스와 일반의약품 사업이 성장을 견인하면서 소비자 헬스케어 부문의 안정적인 수익창출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합병 역시 이 같은 현금창출력을 지주회사 안으로 직접 내재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의 핵심을 단순한 조직 통합보다 사업지주회사 전환에서 찾고 있다. 순수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배당 등을 통해 그룹을 관리하는 역할이 중심인 반면, 사업지주회사는 핵심 사업을 직접 영위하며 자체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창출한다. 안정적인 영업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투자와 자금 운용의 자율성이 커지고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평가다.
사업지주사 승부수…기업가치 시험대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합병으로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동아제약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과 현금창출력을 직접 내재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사업과 투자 의사결정 체계가 단순화돼 경영 효율성 제고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동아제약이 이미 연결 실적에 반영돼 있고, 신주 발행이 없는 소규모 합병으로 주주 구성과 지배구조 변화도 크지 않은 만큼 이번 합병이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사업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기존 지주회사 평가방법론 대신 사업회사 평가방법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회사 배당이나 지분 가치보다 자체 사업 경쟁력과 수익성, 재무안정성을 중심으로 회사를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신용평가 방법론의 변경은 이번 합병이 단순히 자회사를 편입하는 수준을 넘어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사업 구조와 평가 기준 자체를 바꾸는 전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동아제약에 대해 박카스를 중심으로 오쏘몰과 일반의약품 등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주요 품목의 라이선스 종료 부담이 크지 않고 연구개발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공장 투자 이후 잉여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합병이 이른바 ‘지주사 할인’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순수지주회사는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치에 비해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경우가 많지만, 사업지주회사는 핵심 사업을 직접 영위하며 실적을 창출하는 만큼 기업가치 평가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제약이 비상장 100% 자회사인 만큼 중복상장 우려 없이 핵심 사업을 지주회사 안으로 내재화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다만 사업지주회사 전환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확보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글로벌 사업 확대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 신규 투자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는 평가다. 통합법인은 동아제약의 브랜드와 유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커머스 채널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리테일 체인 진입과 브랜드 협업을 추진해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지주사 전환의 성과를 계승하면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통합된 자원과 자본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 투자를 확대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사업지주회사 전환 이후 사업구조 변화와 재무안정성, 경영 효율화 성과, 투자정책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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