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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위반에 ‘차명투자’까지…구설수로 얼룩진 증권가 [이코노 EYE]

한투·메리츠·신한·KB證, 공매도 규정 위반에 과태료
존리 이어 강방천 대표까지 ‘차명거래’ 의혹에 사임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알고 보니 ‘비리종합세트’였던 것 아니냐.”
 
최근 금융투자업계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공매도 규정을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 이어, 개인과 기관 투자금으로 수익을 내는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차명 투자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금투업계의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성실한 투자자들만 바보가 됐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 규정 위반 사건이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3년여간 공매도 표기를 누락하면서 과태료 10억원 처분을 받았고, CLSA증권(6억원), 메리츠증권(1억9500만원), 신한금융투자(7200만원), KB증권(1200만원) 등도 업틱룰(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 등의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공시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죠.  
 
과태료 처분을 받은 증권사들은 모두 불법 공매도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직원의 주문 실수”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놨습니다. 개인들은 국내 증시 하락장의 주된 원인이 공매도라며 ‘한시적 금지’를 요구하고 피켓 시위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죠. 
 
이번 잘못은 증권사만 한 게 아닙니다.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습니다. 허위 공매도도 걸러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국내 공매도 시스템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죠. 더욱 문제는 잘못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 요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불법 공매도 82건에 대한 평균 과태료는 1억6300만원에 그쳤습니다. 
 

‘동학개미 멘토’들의 불명예 퇴진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왼),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연합뉴스]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던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차명 투자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지난 6월 불법투자 의혹으로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사임한 지 불과 한달여 만입니다. 두 사람은 공통으로 투자에 가족 명의를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금융투자업계 임직원의 차명 투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입니다.  
 
강방천 회장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공유 오피스 업체 ‘원더플러스’에 수십억 원을 대여한 뒤 이를 투자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더플러스는 강방천 회장이 대주주이며 그의 딸이 2대 주주로 있는 회사입니다. 존 리 전 대표 역시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던 P2P 업체 P사에 아내 명의로 2억원가량의 지분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운영 중인 펀드도 해당 회사에 60억원 규모의 자금을 넣기도 했습니다.  
 
강 회장은 차명 투자 의혹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되자 회장직에서 사임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3년간 에셋플러스에서 맡았던 제 소임을 다하고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죠. 동학개미운동을 이끈 ‘존봉준(존 리+전봉준)’에 이어 1세대 펀드매니저로 활약한 강 회장의 퇴진에 개인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제37조는 금융투자업자의 신의성실의무를 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자는 공정하게 업을 영위해야 하며,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가 이익을 얻거나, 제삼자가 이익을 얻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사모펀드 사태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 신뢰도 훼손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가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입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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