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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늪’ 빠졌던 화장품 로드숍들…‘원조 K-뷰티’로 부활할까

스킨푸드·토니모리·미샤, 적자 폭 줄이고 흑자전환 성공
H&B 스토어 입점, 경영 시스템 안정화 등 자구책 마련
12조 온라인 시장 맞서 해외 시장 개척 등 생존전략 필요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던 ‘화장품 로드샵’들이 실적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긴 침체의 터널을 지나온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로드숍 성장을 이끌던 중국몽(중국의 꿈)이 깨지고 브랜드 경쟁 심화, 소비 트렌드 변화로 설 자리를 잃었지만 최근 하나둘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그간 뷰티 업계에선 입을 모아 로드숍 브랜드의 재기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던 상황. 이들은 어떻게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 있었을까. 
 

스킨푸드·미샤 흑자전환…토니모리는 적자 줄이고 체제 변화

 
1세대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들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국내 온라인, 해외 CBT(온라인 해외 수출) 등 판매 채널 강화에 나서며 생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스킨푸드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증가한 2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62억9500만원을 올렸다. 지난 2019년 영업이익률이 –33%, 2020년에는 –24%, 2021년에는 –12%를 기록하는 등 길었던 실적 부진의 늪에서 9년 만에 빠져나온 것이다.
 
스킨푸드 측은 흑자전환의 가장 큰 요인으로 ‘경영 시스템 안정화’를 꼽았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스킨푸드는 재도약을 위해 임직원의 팀워크 강화와 경영 시스템 안정화에 힘썼다”며 “이외에 판매·마케팅 채널 및 매체 역량을 강화하고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의 전략을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 국내 온라인, 해외 CBT(온라인 해외 수출) 등 판매 채널 강화에 주력했단 설명이다. 스킨푸드는 지난 2020년 올리브영에 입점해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 친화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흑자 비결로 꼽힌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베스트셀러 제품 중 하나인 ‘당근 크림’ 용량을 늘려 달라는 소비자 요구가 많았는데 이를 반영해 대용량으로 출시하고, 쿨톤 색조를 많이 출시해 달라는 의견을 반영해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샤와 어퓨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2019년 4분기 이후 9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감소한 564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60억원 손실에서 영업이익 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업계는 에이블씨엔씨의 흑자전환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해외 시장 호실적을 꼽는다. 특히 일본에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1분기 에이블씨엔씨 일본 법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증가했다. 미국 법인은 아마존에 진출하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1% 성장했다.  
 
토니모리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29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3%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4억원으로 줄여 적자 폭을 개선했다. 3년 넘게 공석이었던 사장 자리를 채우며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며 해외시장과 온라인 공략을 가속화해 빠른 시일 내에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외에 토니모리는 실적 개선을 위한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자회사 토니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하고, 펫 푸드 중심의 반려동물 사업에도 뛰어들며 화장품 사업에서의 부진을 메꿀 수 있는 신사업을 찾은 것이다.
 

2000년대 주름잡았지만…중국몽 깨지며 ‘휘청’

 

 
2000년대 초 국내에 중저가화장품 열풍이 불면서 스킨푸드, 토니모리, 미샤,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등의 1세대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들은 2013~2014년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화장품 업계 경쟁 과열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감소하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여파와 H&B 채널의 성장, 트렌드 변화 요인까지 더해지며 로드샵들은 설 자리를 잃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700개에 달했던 미샤 매장 수는 2020년 484개까지 줄었다. 같은 기간 토니모리 매장은 595개에서 407개로, 스킨푸드는 126개에서 39개까지 쪼그라들었다. 2022년 현재 운영되고 있는 스킨푸드 매장은 29개다.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은 12조2070억원으로 2018년 9조8521억원에 비해 23% 성장했다. 지난 2019년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넘어서며 화장품 로드샵들을 위협하고 있다. 기존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발라보며 구매하던 것과 달리 최근엔 유튜브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라오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참고해 온라인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는 것이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올리브영 등 H&B 채널 입점, 해외 시장 개척 등 생존전략 필요

 
 
이에 1세대 화장품 브랜드들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온라인몰을 강화하는 등의 생존전략을 세우고 있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막혔던 수출길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개척하지 않았던 해외시장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현재 공략하고 있는 일본이나 동남아, 터키에 이어 앞으로는 유럽 쪽으로 시장을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에도 힘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네이버와 11번가, 쿠팡, 카카오 등 주요 이커머스와 전략적 협약을 맺었고 미샤와 클리오, 이니스프리 등은 쿠팡에 공식 입점했다. 스킨푸드는 2020년부터 올리브영에 입점,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도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입점과 함께 온라인몰에서 브랜드관도 운영하고 있다. 미샤도 온라인몰에 브랜드관을 내고 주요 제품들을 판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오프라인 화장품 시장 규모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기존에 화장품 로드샵 위주로 운영했던 브랜드들이 온라인몰에 입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점점 더 어려워지는 뷰티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해외시장 개척, 온라인몰 확대 등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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