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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용지표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일까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예상치 뛰어 넘은 7월 고용지표에도
경기 침체 우려에 가시지 않는 불안

 
 
8월 7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마린원(대통령 전용기)로 걸어가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랜 만에 웃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8.5%오르는데 그쳤다. 6월 상승폭 9.1%를 밑돌아 물가 정점이 지났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물가 상승률 낮아진 데에는 유가 인하 덕이 컸다.  
 
그뿐인가? 7월 고용 지표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어 경기 침체 우려까지 누그러졌다. 고용지표를 보면 9월 기준금리(자이언트스텝(0.75bp))를 큰 폭 인상해야 하지만 물가를 보면 빅스텝(0.5bp)로도 족하다. 물가, 고용 숫자로만 보면 경기 침체를 벗어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고용시장 상황은 침체와 안도가 공존하는 모습이 정확하다고 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거나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빅테크에서 시작한 감원과 채용 자제가 다양한 업종으로까지 확산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경영환경 악화 가능성에 따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고용시장이 찬바람이 부는 게 아니라 뜨겁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가 풀리면서 각종 업종들은 기지개를 켤 준비를 했다. 코로나 이전의 활황을 누려보려는데, 어떤 회사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일할 사람이 없어 기계를 놀리고, 영업시간을 줄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확실히 엔데믹 초기로 돌아가 보면 경기회복의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복귀하기를 거부했었다.  
 
누군가는 이를 대량퇴직(the Great Regression) 시대라고 했다. 저마다 복귀하지 않는 사연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바이러스를 우려하며 복귀를 거부했다. 누군가는 실업급여나 지원금의 혜택을 즐길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과 여가의 조화를 꿈꾼다. 삶의 질이 성장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MZ세대에게 퇴사는 자유, 해방, 새로운 시작이다. 불안이나 백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은 거의 무시할 정도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만 근로자 우위인 것 같아 부러운 생각이 든다. 미국의 지난 7월 실업률은 3.5%였다. 1969년 이후 최저치였던 2020년 3월과 동일한 수치로 완전 고용수준이라 하겠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고용의 깊은 골이 발생했으나 2년여 만에 고용수준을 회복했다.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일이다. 미국 전체 고용시장을 볼 때 대기업 인력 감축의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7월 비농업 일자리는 52만8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추정치인 25만개의 두 배 이상이었다. 7월 실업률은 6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달러 지폐와 미국 지도 합성 일러스트.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만 좋은 고용상황 지속가능하지 않아

7월 고용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미국 실업 수당 청구건수가 늘어 경기 침체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낮고 구인 건수가 과거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미국 정계의 시각이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고용상황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침체 상황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7월 고용보고서를 근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비상상태(2분기 동안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마이너스)’라는 말을 불식시켰다.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것보다 고용상태가 지나치게 좋아 경기비관론자들은 당황했다. 미국 경제에 크게 영향 받는 한국경제는 그 덕에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랐다. 금리가 올라가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고용시장만 보면 경기침체는 당분간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가 정점이 지난 것은 맞는 것 같은 데 아직은 높아 두고 볼 일이다. 경제 지표의 변화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2분기 애플, 테슬라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은 예상 보다 좋았다.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지났다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옳았다. 그는 8월 4일 주주총회에서 향후 18개월간 완만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영에 있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6월 “경제에 대해 극도로 나쁜 느낌(super bad feeling)이 든다고 트윗한 것과는 차이가 나는 말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고용시장의 어려움은 회복하는데 75개월이나 걸렸다. 2002년 닷컴 버블, 1990-1991년 저축대부 조합의 연쇄적 도산과 걸프 전쟁 발발도 고용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지금 보다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 미국 노동 시장 전체를 말한다면 근로자 우위이다. 왜일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직원을 해고했던 업종들이 최근 수요 회복을 맞아 고용 인원을 늘린 결과다. 7월 기준 미국의 레저·접객업에서는 9만6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호텔과 리조트, 항공사 등은 신규 채용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일손이 달려 고객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선 고용난이 완화됐지만, 고용시장 전반적으로는 수요가 더 많은 상태다. 미국 경제계 전반에 확산하는 경기침체 조짐은 GDP로 확인되었다.  
 
다만 고용시장에선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니 신기하다. 기업의 일자리 수요는 금리 인상 수준에 따라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금리 인상이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기업도 구인공고를 내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고 있는데 고용지표가 좋다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이다.  
 
미국과 달리 캐나다의 고용시장은 2달 연속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높은 상황을 감안하여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중국의 큰 손 때문에 더 높아진 부동산 가격은 큰 조정을 받고 폭락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만 보고 세계 경제가 안심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니 달러만 웃고 다른 나라 경제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해있다. 전 세계가 연준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슬픈 현실을 보며 제대로 된 글로벌 거버넌스를 생각해 본다. 세계화의 공은 G2의 패권경쟁 속에 묻혀져 가고, 팬데믹으로 상처받은 각 나라 고용상황은 미국과 달리 그다지 좋지 못하다. 신흥국의 어려움이 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와 연준의 입에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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