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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싼 강남은 어쩌다 영화 '기생충' 신세가 됐을까

지대 낮은 항아리 지형·하수관로 설치 오류 등 원인
서울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재추진 등 대책 나서

 
 
 
지난 8일 서울 서초동에서 침수된 차량 위로 올라가 몸을 피하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8일 서울 서초동에서 침수된 차량 위로 올라가 몸을 피하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얼마 전 폭우로 인해 침수된 차량 지붕 위에 앉아 기다려 ‘서초동 현자’라는 별칭까지 붙은 시민의 모습이 화제가 됐다. 영화 '기생충' 주인공이 폭우가 내리자 반지하의 역류하는 변기 뚜껑 위에 올라가 있던 상황을 떠올리면 강남 한복판이라고 자연재해 앞에서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서울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도 최근 기록적인 폭우 앞에선 그저 물에 잠긴 도시가 돼버렸다. 다른 지역보다 유독 비 피해가 컸던 만큼 근본적인 수해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폭우로 강남 3구 일대 고가 아파트와 빌딩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고 엘리베이터 문틈으로 빗물이 쏟아지는 등 피해가 심각했다. 서초동과 반포동, 잠실동 고급 아파트 단지 등에서도 관련 피해 신고가 속출했다. 대치역 인근 도로와 인도도 빗물에 잠기면서 운전자들이 도로 위에 차량을 버리고 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구반포역 선로가 침수됐고, 도로에선 맨홀 뚜껑이 튕겨 나가면서 행인이 빠지는 등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잇달았다. 또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에선 하수 역류로 바퀴벌레 떼가 출몰했다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는 등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강남, 상습 침수 지역…“비 피해 막을 수 없었나”

 
115년 만의 최대 폭우로 수도권 전역에서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렇듯 강남 일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더욱이 강남의 침수 피해 집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강남 일대는 지난 2010년 9월과 2011년 7월에도 집중호우로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한 바 있는 등 대표적인 상습 침수지역으로 꼽힌다.
 
강남은 유독 왜 비 피해가 컸을까. 서울시가 지난 2015년 3월 발표한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에 따르면 강남의 상습 침수 원인은 ▶오목하고 지대가 낮은 항아리 지형 ▶강남대로 하수관로 설치 오류 ▶반포천 상류부 통수(通水) 능력 부족 등이다.
 
실제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고 오목하다. 서초와 역삼 지대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을 갖고 있다. 여기에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 능력 부족으로 고질적으로 침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빗물 흡수가 어려운 아스팔트가 많아 하수관로로 빗물이 집중되면 이로 인한 압력으로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하수가 역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강남에 집중된 침수 피해는 지리적 원인과 처리 용량을 넘어선 강우량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집중호우를 예상할 수 있던 상황에서 서울시의 예방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천재지변에 대한 사전대처는 시 차원에서 하는 거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서울시도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역 일대에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비도 감당할 수 있도록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배수터널·빗물터널)’을 만들기로 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힘을 합쳐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지하 40m 내외에 터널과 같은 구조물을 설치해 집중호우 시 저지대에 고인 빗물을 저류하거나 배수하는 시설이다.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차량으로 뒤엉켜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가 침수차량으로 뒤엉켜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재추진

 
앞서 오 시장은 2011년 재임시절 광화문과 양천구 신월동, 강남역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17조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해 7월 이틀 동안 400여㎜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강남·서초구에서 큰 피해가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2011년 10월 박원순 시장의 취임 이후 수정됐다. 박 전 시장은 7개 상습 침수 지역 가운데 양천구 신월동에만 대심도 터널을 만들었다. 2020년 5월 양천구에는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완공됐다. 이후 양천구에는 심각한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치수관리 목표도 세웠다. 시는 기상 이변에 따른 폭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치수관리 목표를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시간당 처리 용량을 현재 '30년 빈도 95㎜' 기준에서 최소 '50년 빈도 100㎜'로 높이고, 항아리 지형으로 지대가 낮은 강남은 '100년 빈도 110㎜'를 감당할 수 있게 목표를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정부와 협력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들여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 기존 하수관로를 정비하고 소규모 빗물저류조·빗물펌프장을 설치하는데 1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단 방침이다.
 
오 시장은 “대심도 터널공사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 사업”이라며 “서울시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할 경우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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