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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공급 초점 맞춘 尹정부 정책…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주택공급 새판짜기④]
규제완화는 긍정적이나 구체적 대책 안 나와…"당장 움직임 없을 것"

 
 
 
시내의 한 아파트 재건축 단지 모습[연합뉴스]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과 주거상향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우수 입지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겠다.”  
 
지난 16일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택 수요자가 선호하는 ‘도심 민영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6월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대국민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난다. 조사결과 현 주택 시장 최대 문제는 ‘소득 대비 높은 집값(74.2%)’이었으며 향후 주택공급 시 선호유형은 ‘아파트(70.1%)’, 필요한 주택공급 확대정책은 ‘재건축·재개발(40.0%)’로 나타났다.  
 
정부는 결국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한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입지에 원하는 아파트를 빠른 시일 내에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재건축 부담금을 경감하고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공공에 허용되던 도심복합사업의 문을 민간에 열어준다는 등의 내용이다. 정부는 5년간 이 같은 방식으로 민간 공급물량을 52만호까지 끌어올림으로써 장기적으로 ‘주거의 질’과 ‘집값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도심지역에 민간공급을 늘린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국민의 주거부담을 경감할 필요성이 있는 데다 수년간 적체된 공급부족이 언젠가 다시 부동산 폭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완화 정도와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시장에선 대체로 ‘실망론’이 팽배한 분위기다. 당장 구체적 방안이 빠진 ‘선언’에 그친 탓에 침체된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는 역부족이란 의견이 나온다.  
 

공급 여전히 필요, ‘물량폭탄’ 지적은 기우

 
이날 발표를 앞두고 일부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5년간 270만호라는 대규모 공급대책이 나온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새로운 공급계획이 침체된 시장을 ‘대세 하락기’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주택공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과잉공급 우려에 대해 일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270만호는 인허가 기준으로 실제 공급과 시차가 있으며 주택 멸실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민간 전문가들과도 적정한 수준이라고 계산했으며 물량을 쏟아내겠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하락기에 공급을 줄였다가 상승기에 통상적인 상승이 아닌 폭등이 왔던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추가 주택공급 필요성에는 동의하는 모양새다. 한문도 연세대학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선진국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450호를 넘어야 주택공급이 적정 수준이라고 볼 수 있는 데 우리는 400호 정도인데다 서울은 이보다 적다”면서 “주거부담에 시달리는 청년 세대를 생각하면 집값이 더 떨어져야 정상”이라고 평했다. 한 교수는 “공급 정책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기보다 세계경제위기와 대한민국 경기 침체 등 대내외적 악재가 시장을 압박한다고 봐야 옳다”며 현재 시장상황을 분석하기도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충분한 주택공급으로 시장의 집값 불안 우려를 낮추는 공급 시그널을 보낸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주택경기 침체 및 경기위축으로 인한 미분양·미계약 증가 문제 등 향후 풀어야할 숙제는 상당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확정된 계획 없어…시장반응은 시기상조  

 
지역별·사업유형별 주택공급 계획 총괄표 [국토교통부]
문제는 이날 발표가 당장 시장을 움직일 만큼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재건축 부담금은 사업성이 높고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재건축 단지일수록 사업 동력을 약화시켜 주택공급을 막는 주범으로 꼽혀왔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은 가구당 7억7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대했던 세부 감면안은 결국 9월로 미뤄졌다.  
 
안전진단 재도개선 역시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서 그쳤다. 정부는 현재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발목을 잡는 구조안정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나 시행시기 및 적용 범위는 연말까지 제시한다. 용적률 문제로 그동안 재건축 추진이 어려웠던 수도권 1기신도시 단지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1기신도시 마스터플랜’은 2024년으로 미뤄졌다. 때문에 이번 정부 발표로 침체된 거래가 어느 정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은 사라진 상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내용은 공공중심으로 밀어붙이겠다던 종전의 정책을 수정한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발표 내용만 가지고 침체된 거래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쉽지 않으며 건축·경관·교통 등 정비사업에 필요한 각종 영향평가를 통합 심의하는 제도는 수도권에서 이미 시행하는 곳이 적지 않아 해당 대책에 따라 당장 주거 선호지역에 정비사업이 급격히 활성화될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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