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안 쓰면 거래처 끊긴다”…현실화하는 ‘RE100’ 부담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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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안 쓰면 거래처 끊긴다”…현실화하는 ‘RE100’ 부담

대한상의 ‘RE100 참여현황 정책과제’ 조사
제조업 대기업 30%는 직‧간접 압박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OECD 평균의 25% 수준
웃돈 주고 재생에너지 사와야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은 지난해 12월 새만금에서 육상태양광 발전시설 1구역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새만금 지역에 처음 준공하는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발전시설이다. 사진은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시설 현장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은 지난해 12월 새만금에서 육상태양광 발전시설 1구역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새만금 지역에 처음 준공하는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발전시설이다. 사진은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시설 현장 조감도. [사진 국토교통부]

글로벌 거래처로부터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라고 요구받는 우리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는 등 RE100 부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제조기업 중 대기업은 28.8%가, 중견기업은 9.5%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산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지만, ‘2025년까지’(33.3%) 요구받는 곳도 적지 않았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다. 특정 국가나 정부가 나서기보다 민간에서 주도하는 운동이다. 구속력은 없지만,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이들끼리 거래를 지속할 경우 다른 기업은 글로벌 영업망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애플, 구글, BMW 등 379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국내에서도 SK그룹 7개사,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22개사가 RE100에 가입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도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RE100 캠페인이 세계적인 흐름이 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내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2021년 글로벌 RE10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중 77개사는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실제 해외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받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꺼리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A사는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할 것으로 요구받았다. ‘재생에너지 사용’이 수주의 기본 조건이 된 셈이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배터리 제품의 탄소발자국 분석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하는데 이에 맞추려면 A사는 물론 협력사들까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A사는 우선 재생에너지 조달이 쉬운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위주로 납품하는 한편 국내 생산 제품의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로드맵을 협력사와 함께 논의 중이다.
 
글로벌 기업에 기저귀 등 위생용품 소재를 납품하는 B사는 최근 납품 과정에서 해당 회사 제품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경우 탄소감축이 얼마나 되는지 제출하도록 요청받았다. 아직 재생에너지 사용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시일에 해당 요구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RE100요구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RE100 참여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35.0%)을 꼽았다.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정보 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을 지적한 곳이 뒤를 이었다.  
 
RE100 조건을 이행하려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짓거나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통해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야 한다. 아니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이 세 가지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에 드는 비용이 각각 유럽의 1.5~2배 수준”이라며 “특히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등은 수십 년 동안 일회성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중소·중견기업에는 큰 부담”이라고 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에너지의 날'을 맞아 22일 오전 부산역 광장에 설치한 북극곰 조형물인 '열받곰'을 활용, 시민과 함께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에너지의 날'을 맞아 22일 오전 부산역 광장에 설치한 북극곰 조형물인 '열받곰'을 활용, 시민과 함께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7.5%, OECD 4분의 1수준

이런 어려움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상위 30개 기업의 한전 전력 판매실적을 보면, 국내 전력소비 상위 5개 기업이 47.7 테라와트시(이하 TWh) 전력을 소비했는데 같은 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43.1 TWh에 불과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에서도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43%로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약 30%)의 4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의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적지만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위해 희망하는 정책과제로는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1%)가 가장 많았다.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의견이 23.2%로 뒤를 이었다.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9.8%),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6.5%)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이런 조사를 바탕으로 ▶PPA 주민참여형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 ▶녹색요금제구매시 부가비용 면제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대형사업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6개 정책 지원과제를 제안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협력사가 1만 개 이상으로 파악되는 만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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