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무산에 눈물의 손절까지…금리 태풍에 휘청이는 M&A 시장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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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무산에 눈물의 손절까지…금리 태풍에 휘청이는 M&A 시장

가파른 금리 인상에 M&A 이상 현상
M&A 계약 체결 이후 무산 사례 속출
매각 임박 매물은 ‘눈물의 손절’ 감행
금리인상 장기화…반등기회 마련 촉각

 
 
부산 해운대에 있는 임플란트 전문 기업 디오 사옥. [홈페이지 화면 캡처]

부산 해운대에 있는 임플란트 전문 기업 디오 사옥.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내 자본 시장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무난히 흐르는듯했던 인수합병(M&A)이 돌연 무산되는가 하면 손절을 각오한 매각을 감행하는 사례가 속속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상황에도 잘 나오지 않던 사례가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음을 시장 관계자들도 통감하는 모습이다.  
 
자본 시장을 뒤흔든 블랙홀은 뭐니뭐니해도 급속도로 오른 금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과 1년 만에 2%포인트나 뛴 금리에 유동성이 말라붙으면서 투자 위축을 부추겼다는 관측이다. 같은 기간 주춤한 증시에 상장주와 공모주 모두 매력이 뚝 떨어지면서 엎친 데 덮친 상황이 펼쳐졌다.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매각하기로 했다가 무산…커지는 금리 파장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자본시장 분위기는 이렇게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다. M&A 시장에 나온 매물이 장기간 새 주인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새 주인을 결정했던 M&A 매물이 돌연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임플란트 회사 디오는 최대주주인 디오홀딩스 및 특수관계인 7명이 투자 지주회사 세심과 맺은 주식 매매계약을 취소한다고 지난달 30일 공시했다.
앞서 디오홀딩스는 지난 3월 휴젤 창업자 홍성범 상하이서울리거 원장이 보유한 세심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세심은 디오홀딩스로부터 디오 지분을 매입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약 36%의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거래 규모는 약 3064억원이었다.  
 
무난히 흐르는가 했던 디오 매각은 최대 주주와 세심 사이 주식 양수도 계약 해제로 5개월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업계에서는 급변한 대내외 시장 환경에 따른 주가 하락이 거래가 무산된 이유로 꼽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각 계약이 체결된 지난 3월 14일 당시 디오 주가는 3만5500원이었다. 그러나 계약 해제 공시가 나온 30일 2만6600원에 장을 마치며 5개월여 만에 주가가 25%나 하락했다. 금리 상승 여파로 인수금융 조달 환경이 마뜩잖은 상황에서 당초 계약한 내용에 이견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오 측도 매각 결렬 사유에 대해 “대외 경제 여건 변화와 양수인의 투자의사 철회 등으로 주식 매매 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진행된 1조원 규모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이천 산업가스 시설 인수전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경쟁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가 인수를 포기한 끝에 브룩필드로 인수자가 변경됐다. 자금 조성 측면에서 수월할 것으로 점쳐지던 KKR이었기에 우선협상대상자 교체건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매각 전부터 인수 타당성에 대한 치열한 조사가 이뤄졌을 것임을 감안하면 원매자들의 돌연 이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장 침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다 단기적인 시장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우려에 과감하게 M&A를 드롭(포기) 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껑충 뛴 금리 여파를 무시할 수 없다. 인수 자금 조성 과정에서 원매자가 보유한 자금에 인수금융을 활용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최근 금리 추이가 여러모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금리 인상에 휘청이는 M&A 시장.

금리 인상에 휘청이는 M&A 시장.

눈물의 손절까지…침체 장기화에 업계 촉각

원매자들이 움츠러든 분위기에 몸을 사리는 사이, 매각을 단행해야 하는 쪽에서는 애간장이 타고 있다. 특히 인수 기한이 다해 하루빨리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PEF 운용사 포트폴리오(투차저) 같은 경우는 눈물의 손절을 감행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PE가 지난 2011년 1114억원에 인수한 식음료(F&B) 업체 놀부는 최근 투자목적특수회사 NB홀딩스 컨소시엄에 보유 중인 100% 지분 중 57%를 약 200억원에 매각했다. 사실상 놀부 경영권에서 손을 뗀 셈이다. 산술적인 전체 기업가치는 약 400억원 안팎으로 2011년 인수가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놀부는 인수 당시만 해도 700개 가까운 매장을 자랑하는 프랜차이즈였다. 2016년 1200억원을 웃돌았던 매출은 2020년 절반 이하인 530억원 수준까지 추락했다. 당기순이익도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등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외식 프랜차이즈 간 경쟁 심화가 지속되면서 재무 상태 악화가 이어졌다. 지난해 불거진 매각설까지 부인하며 매각 타이밍을 가늠했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자 사실상 손절 수준의 매각을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7년 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주당 1만8000원에 인수했지만 현재 7770원대(31일 종가기준)에 머물고 있는 락앤락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인수 5년 차에 접어들면서 엑시트(자금회수)를 위한 계획을 짜야 할 시기에 주가가 인수 당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면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기존 식품 용기 사업에 신사업을 추진하며 매출이 최근 3년새 25%나 증가했지만, 주가에 연동될 수 밖에 없는 상장상 구조상 주가 부양에 대한 고민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반등의 여지를 만들기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 기조에도 흥행을 이끌 확실한 매물이 있다면 얘기가 좀 다르지 않겠냐”면서도 “시장을 관망하는 원매자들의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이데일리 기자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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