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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G 풀장착’ 가격이 단 돈 10만원”…짝퉁 판치는 골프웨어 시장

골프 인기에 골프용품 수요 늘며 모조품 유통·판매 성행
중구청, 모조품 단속 제품 중 골프웨어가 20% 차지
국내 모조품 골프용품 시장 1000억원대, 단속 어려워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2년 새 유명 골프용품 브랜드의 인기 모델 모조품이 짝퉁 시장에서 활발히 유통·판매되고 있다. 사진은 동대문 새빛시장 전경. [김채영 기자]
 
“루이비통, 샤넬, 버버리 다음으로 PXG, 타이틀리스트가 잘 팔려요”
 
지난해 기준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명,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골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대중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인기 있는 골프용품을 그대로 베껴 판매하는 ‘짝퉁’이 넘쳐나고 있다. 업계는 모조품 골프웨어 시장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2015년 짝퉁 골프용품 비중 3%…2022년 20%까지 증가

 
지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인터넷 오픈마켓과 동대문·남대문 일대 대형 상가에서 26억 원 상당의 위조 골프의류, 벨트 등을 판매해온 업자 91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연합뉴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프의류부터 모자, 벨트, 골프채까지 유명 브랜드 인기 모델들의 가품 유통 및 거래가 짝퉁 시장에서 성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 명동 지역의 짝퉁 시장 단속을 담당하고 있는 중구청의 유통질서정비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8개월간 총 12건의 짝퉁 골프용품 판매 건이 적발됐다. 이 기간 전체 모조품 단속 건수는 60건으로, 이중 골프용품이 차지한 비중은 20%에 달했다.
 
최근 1~2년 새 짝퉁 골프용품 증가 추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8월까지 전체 모조품 적발 건 중 골프용품이 20%의 비중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총 131건의 모조품 단속 건 중 골프용품이 차지한 비중은 15% 정도였다. 유통질서정비팀 관계자는 “짝퉁 골프용품이 최근 2년간 전체 모조품 적발 건 중 평균 13~15% 비중을 차지했다”며 “2015년에만 해도 3~5% 미만을 차지했던 짝퉁 골프용품 비중이 지난해부터 급증하며 최근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용품 브랜드 중 PXG, 타이틀리스트, 파리게이츠 모조품이 가장 많고 최근엔 어뉴골프 브랜드 제품도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며 “명품 브랜드 모조품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골프용품이 5위 안에 들기는 힘들고 10위권 안에는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대문 ‘노란 천막’으로 잘 알려진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짝퉁 판매처 ‘새빛시장’ 내부 모습. [김채영 기자]
 
현재 골프용품을 포함해 동대문과 남대문, 명동 지역의 짝퉁 시장 단속을 담당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특허청 서울지청, 서울 중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중구청 유통질서정비팀 총 4곳이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단속에서 적발된 골프웨어 위조품 건수는 의류·신발·벨트·모자를 합해 총 5920건으로, 정품가로 따지면 약 14억원에 달하는 규모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은 국내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모조품들이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곳 중 하나로, 일례로 동대문 쪽에는 ‘노란 천막’으로도 잘 알려진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짝퉁 판매처 ‘새빛시장’이 매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열리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새빛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은 루이비통, 샤넬, 버버리, 몽클레어 등 명품 브랜드 제품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PXG, 타이틀리스트, 어뉴골프 등과 같은 골프용품 브랜드의 의류, 모자, 벨트 등 제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PXG·타이틀리스트 등 내부 전담팀 꾸려 대응…단속 어려워

 
짝퉁 골프용품 유통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명 골프 브랜드들은 내부 전담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합뉴스]
 
짝퉁 골프용품이 증가하는 배경에는 그만큼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골프 인기가 급증하면서 짝퉁 시장도 트렌드에 맞춰 인기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프용품뿐 아니라 다양한 모조품 거래가 여전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현실적으로 단속이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구청 유통질서정비팀 관계자는 “현재 새빛시장 외에도 중구 지역 전체 시장을 관리하는 단속반 인원이 3명뿐이어서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두타·밀리오레 등 대규모 점포들도 순찰해야 하고 평화시장, 지하종합상가 등 수백개의 상점들이 있어 모두 단속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짝퉁 시장이 가장 호황이었던 2015~2017년에는 노점이 300개 이상이었는데 소비자들의 제보도 받고, 순찰을 자주 돌거나 잠복 수사를 해 지속적으로 단속한 결과 현재 100여개가 줄었다”고 덧붙였다.
 
짝퉁 골프용품 유통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명 골프 브랜드들은 내부 전담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와 PXG 등은 내부 법무 담당 직원들이 세관에 직접 드나들며 진품 식별 교육을 하고 있고, 가짜 식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등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PXG는 가격과 소재 차이, 모자 안쪽 정품 케어라벨 등을 통해 가짜를 구별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핑(PING)은 중국에서 구매대행으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제품이 가짜로 신고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짝퉁 시장이 최근 온라인 쪽으로 음성화되고 있어 근절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오프라인 시장은 단속 등의 이유로 점점 줄고 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시장으로 옮겨가 단골손님을 중심으로 위조품이 판매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짝퉁 시장을 단속하는 관계자들은 소비자들부터 짝퉁을 찾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구청 유통질서정비팀 관계자는 “모조품은 팔지도 말아야 하지만 사지도 말아야 한다”며 “동대문 상가나 노점 등 도매시장에서 유통되는 건 대부분 가품으로, 질이 굉장히 낮아 피해는 결국 소비자한테 돌아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구매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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