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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버티고 빚탕감 받겠다”…새출발기금 ‘고의 연체’ 우려 확산

빚 버티던 자영업자, 새출발기금 탕감 받으려 연체 일수 채우기도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등 금융지원 5차 연장 이뤄져
정부, 가계부채 언급하며 한은 '빅스텝 자제' 우회 요구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영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 모습. [연합뉴스]
#. 자영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아 빚을 빚으로 막는 신세가 됐다.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월 400만원 이상 발생한다. 갈수록 이자 감당이 어려워진 A씨는 곧 시작될 새출발기금에서 부채 탕감을 받기 위해 일부러 ‘90일 연체’ 조건 만들기에 나설 생각이다. 
 
대출 이자에 허덕이던 자영업자들 사이에 연체 바람이 불고 있다. 연체 90일 이상 차주에게 60∼80%의 원금조정을 해주는 새출발기금 신청이 시작되면서다. 고의적 연체 등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지만 정부와 당국은 코로나19 사태로 확대된 개인사업자와 소상공인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채무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원활한 채무 조정 정책을 위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자제 목소리까지 내놓고 있다.  
 

채무 감면되는 새출발기금…신청 전 고의 연체 우려도↑

“더 이상 대출도 불가능하고 버틸 수가 없는데, 연체 후에 새출발기금 신청하는 게 답일까요?” “탕감 받으려고 최대한 대출 땡기고 일부러 연체했다는 사람도 있어요.” “폐업하면 새출발기금 부실차주로 원금 탕감 가능할까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영업자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30조원 규모로 이뤄지는 새출발기금 신청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담이 올라오고 있다. 그 중 연체와 관련한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특히 많아지고 있다. 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산보다는 정부의 새출발기금의 도움 받아 채무를 줄여 보려는 취약차주들이 이번 정부 대책에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의 사전신청 접수 첫날인 9월 27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채무 신청 차주는 총 876명, 채무액은 1279억원으로 집계됐다. 새출발기금은 30조원 규모로 10월 4일부터 공식 출범한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채무 감면이다.
 
정부는 90일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부실차주’에 대해 원금의 60~80%를 감면해줄 계획이다. 또 장기연체에 빠질 위험이 있는 ‘부실우려차주(연체 3개월 미만 차주)’는 차주 연체기간에 따라 금리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부실우려차주도 90일 이상 연체가 발생하면 부실차주에 따른 채무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고의적인 연체 사례를 없애기 위해 새출발기금 신청을 1회로만 한정하기로 했지만, 금융업계는 채무 감면을 위한 고의적 연체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무조정에 따른 불이익이 신규대출과 카드이용 및 발급 정지 등 금융이용의 불편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파산보다는 금융이용 불편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소상공인은 “새출발기금에서 연체가 3개월 미만이면 부실우려차주로 분류돼 금리 조정만 받을 수 있는데, 90일 연체를 버틸 수만 있다면 아예 연체 기간을 늘려 채무 감면까지 받는 편이 차라리 더 좋을 것 같다”며 “이를 위해 직원 수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코로나 금융지원 5차 연장 결정

[자료 한국은행]
정부가 고의적 연체 등과 같은 우려에도 적극적으로 금융지원에 나선 것은 자영업자의 부채 및 이자부담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새출발기금 외에도 올해 9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각각 3년, 1년씩 추가 연장하기로 했다.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는 6개월에 걸쳐 이번까지 총 다섯 번 재연장 됐다. 현재 57만명의 차주가 141조원에 대해 금융지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고금리 사업자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8조5000억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도 9월 30일부터 시작한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같은 기간부터 안심고정금리 특별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한은, 10월 금통위서 빅스텝결정 어려울 수도

이창용 한국은행총재가 9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도 가계부채 부실 우려로 한미 금리 차 역전에도 불구하고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과 같은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9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현안보고에서 “미국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바뀌었다”며 “이로 인해 물가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검토해서 새로운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지침)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이 총재는 0.25%포인트 씩 인상하는 것이 국내 물가 상황에 적절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이 나오면서 한국도 빅스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은의 이 같은 빅스텝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상태라 한은의 금리 인상 속도는 높아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추 부총리는 9월 25일 “(미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쫓아가자니 국내 경기 문제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 여러 대출자가 금리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채무불이행 확산을 막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막 시작한 만큼 빅스텝은 시간을 두고 단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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