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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실수 인정하고 금리 더 올려야”…高물가 책임론 부상

한은 高물가 지속 인정 “5~6%대 물가상승 상당기간 계속될 것”
베이비스텝 고수하다 외환·주식시장 불안정성 키워
전문가들 “통화정책 실수 인정하고 정상적 금리 정책 내놔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와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중앙은행 책임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 국내 상황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온 탓에 물가만 아니라 환율에도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오는 7일 진행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을 두고 국회의 비판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0.25%포인트씩 금리 인상, 효과 없는 것 나타나”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9월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6% 상승했다. 한은의 목표치인 2%를 두 배 넘는 것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까지 2.5%를 유지했지만, 올해 3월부터 치솟기 시작해 7월에 6.3%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런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 5.7%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확대되고 있다”며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다 높은 원/달러 환율까지 겹치면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한은의 물가 대응을 어렵게 하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은 9월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중 1442.2원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 16일 1488.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40원을 넘어선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룽 화면에 실시간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440원을 넘어선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룽 화면에 실시간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한은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만 유지한 것이 결국 물가와 환율 대응 실패로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주요 국가들이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이상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한은만 이에 대응하지 못한 채 국내 상황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다.  
 
한은은 올해 들어 올해 1월과 4월, 5월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7월에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8월에 다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미 연준은 지난 5월 빅스텝을 시작으로 6월과 7월, 9월에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현재는 한국보다 0.75%포인트 높은 3.00~3.25% 기준금리를 운용 중이다. 게다가 연말까지 또 한 차례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예정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으로서는 실수한 것을 인정하고 연말에 두 번 남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속하게 금리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상황이 아니었고, 효과도 없다는 것이 판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베이비스텝 단행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은 오히려 증가했다. 결국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가 국내에 맞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며 “한은의 고민은 알겠지만 국민의 이자 부담과 기업의 경영 고통만 더 심각해진 만큼, 이렇게만 하면 중앙은행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 외환보유액 196억달러 줄고…外人 韓주식 순매도 2.5조원   

한미 금리 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와 외환시장과 함께 주식시장의 불안정성도 더 심해지는 모습이다. 한은에 따르면 9월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감소했다. 9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196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2008년 10월 274억2000만 달러 감소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의 순매도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9월 한 달 동안 2조5157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8월에 3조9826억원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9월에만 코스피는 10.76% 하락했고, 코스닥은 14.67%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04%, 일본 니케이225지수가 6.23% 떨어지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해 낙폭이 심했다. 독일 닥스(DAX)지수도 4.0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런 이유로 9월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다음 통화정책 회의 전까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외환시장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 인상 폭 시기, 경로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연말 최종 기준금리가 4%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났다”며 한은의 빅스텝도 예고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미국의 연말 금리 수준을 4.4%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은이 빅스텝만 아니라 자이언트스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월 금통위가 0.5%포인트 인상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해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0.75%포인트 인상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한은이 이미 늦은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한은의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고물가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계부채, 통화정책 대응 방향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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