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애 낳고 키우기 행복하다는 생각들도록 사회분위기 만들어야”

[인터뷰]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맞닥뜨린 참담한 현실 알리고
공동체 와해 위기의식 심어줘
인식전환 이루도록 유도해야”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출범을 알리는 현수막 앞에서 인터뷰 사진을 촬영한 이인실 원장. [김태형 이데일리 기자]
저출산 고령화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인연)이 출범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 통계청장을 역임한 이인실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이 초대 원장으로 추대됐다.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출범식에는 발기인 대표를 맡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종량 한양대학교 이사장 등 재계, 학계 인사 60여명이 참석했다. 24개 단체 및 기업들은 파트너로 등록했다.  
 
한인연은 인구문제 해법을 위한 정책 플랫폼으로서 전문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세미나, 캠페인 등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1일 신임 이 원장을 만나 인구문제의 실상과 정책 방향을 들었다.  
 
인구 절벽으로 지금 축소형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2021년에 출생인구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했어요. 2017년부터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기시작했구요. 1년에 30만∼40만명씩 감소하고 있어요. 10년이 지나면 부산시 전체에 해당되는 생산연령인구가 없어져요. 25년 후 2047년이 되면 299개 시군구중 3분의 2에 달하는 199개가 사라져요. 그렇게 되면 행정구역 싹 개편해야 해요. 선거구 조정도 마찬가지고. 국민들이 인구문제의 실상을 여전히 몰라요. 캠페인을 벌여야 해요. 문이 열릴때까지 계속 두드려야 해요. 지금 노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는데 앞으로 몇 년 더 버티느냐의 문제에요.
 
그동안 인구정책은 단순히 출산장려책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아요.  
2021년 4차 저출산고령화계획까지 나왔지만 매번 반성만 하고 실천 계획은 부실했어요. 한마디로 효과적이지 않은 정책을 썼어요. 가장 큰 실책은 정부나 정치권이나 전문가나 모두 근시안적 시각으로 본거에요. 경제학자는 경제분야에서 노동자는 노동 입장에서 본거에요. 그러니 보육지원 등 일부 미시적 문제로만 접근했어요. 하지만 인구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두 다 엮여 있어요. 총체적으로 봐야 해요. 융복합적 통합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인구문제 해법의 일환으로 이민유입이 논의되고 있는데요. 이민청 설치도 진행중이구요. 하지만 한계가 있을 듯합니다.
이민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이민은  값싼 노동력(cheap labor)을 받아들이려다 사람(human being)을 받아들인다는 거에요. 값싼 노동력을 받아들이기 위한 이민이라면 꿈깨야 합니다. 이민과 동시에 모든 문제들이 다 같이 따라 들어온다는 거에요. 최근 외국인 건강보험문제가 부각되고 있듯 각종 복지비용 사회비용을 감당해야 해요. 자칫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합계출산율 추이. [통계청]
무분별한 이민의 경우 혜택보다는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군요.
그래서 선별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여야 해요. 노동력 부족은 명약관화하니. 우리나라의 경우 다문화 문제가 그 어느나라보다 심각합니다. 지금 농촌에서 출생하는 아이의 거의 90%가 다문화 가정이에요. 이들중 고등학교에서 40%정도가 이탈한다고 해요. 왕따가 무지 심한 나라잖아요. 견디지를 못해요. 사회적인 포용성이 이렇게 약한 나라에서 보편적인 이민을 받아들인다는 건 녹록지 않아요.
 
현실적인 이민정책을 위한 해법은.
그러니 지금 상황에선 가정부 간병인 등 특정영역에서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이렇게 받아들인 노동력은 정부가 철저히 관리해야 해요. 두바이의 경우 정부가 관리합니다. 가정부 간병인 등을 외국에서 받아 교육을 시키고 철저히 관리한 후 일정 기간 지나면 자국으로 보내요. 우리나라 돈으로 월 50만원정도면 되요. 지금 조선족, 필리핀 사람들 보육을 위해 고용하려면 월 400만원 들어가잖아요. 여기에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 따라 각종 복지혜택까지 주고 있어요. 그 부담은 누구 몫인가요.  
 
출산율 저하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소득이 늘어나는데도 출산율은 왜 떨어지는겁니까.
출산율과 소득, 또는 경제활동과 출산율과의 관계를 경제 이론은 두 가지로 설명해요. 양과 질의 트레이드 오프(Quantity Quality trade off) 그리고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입니다. 출산율 저하는 지난 100년간 쭉 이어져 왔어요. 서구 유럽이나 일본 등 고소득국가의 경우 소득이 늘어나면서 애를 덜 낳는 풍조가 생겼어요. 조금 낳아 잘 기르자는 거지요. 그래서 산업혁명을 미리 겪은 고소득 국가들에서 출산율이 확 떨어져요. 우리나라도 80년대부터 그런 현상이 나타났지요. 바로 양과 질의 트레이드오프입니다. 여기에 가임여성이 교육수준이 높을 경우 육아를 위해 포기해야 할 비용히 훨씬 많아지잖아요. 고학력 여성으로선 경력 단절로 남성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해지고. 기회비용이 크니 애를 덜 낳을 수밖에 없지요.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김태형 이데일리 기자]
그런데 최근 일부 선진국에선 그 흐름이 바뀌고 있지 않나요.  
그 설명을 뒤집는 흐름이 과거 20년 동안 고소득 국가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소득이 늘면서도 애를 더 낳게 된 거에요. 성공요인을 들여다봤더니 그 배경에 ‘워라벨’(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있는 거예요. 소득이 늘어나도 일과 가정에 대한 밸런스, 양립이 가능해진 나라들은 성공했어요. 특히 미국의 경우 교육기간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네거티브였는데 포저티브로 바뀌었어요. 고학력자들이 애를 많이 낳기 시작한거에요. 데이터가 보여주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만 예외적이에요. 그래서 ‘글로벌 보편성의 한국적 특수성’이라고 얘기를 해요.
 
요즘 세종시가 애를 많이 낳는 이유도 워라벨로 설명이 되겠군요.  
관련 논문들이 있는데 세종시에 연구원이 많잖아요. 그 연구원의 박사들은 잘해봤자 연구위원이에요. 승진에 대한 유인이 없어요. 그러니 워라벨을 중시하고 육아휴직도 활발히 해요. 다만 요즘 MZ세대들은 남성 육아휴직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아요. 누구는 애 낳는다고 휴직 주고 누구는 뼈 빠지게 일한다면서 불공평하다는거죠. 그래서 일부 기업은 남성 육아휴직의 경우 승진심사에서 감점을 준다고 해요. 그러니 육아휴직의 경우 단순 푼돈 지원이 아닌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파격적 지원이 없으면 어려운 거에요. 향후 정책적 시사점입니다.  
 
사회문화적인 인식개선은 어떻게.  
워라벨에 대한 니즈가 훨씬 높아졌으니 선진국들도 그런 쪽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우리도 젊은이들에게 애 낳고 키우는 것도 행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요. 여기에 ‘애만 낳아라 그러면 다 국가가 해결해 줄게’ 라고 안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해요. 지금 20대 여성의 70%가 애를 안 낳겠다고 하잖아요.우리나라만 유난히 비혼모가 없는 나라에요. 국민 전체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해야 해요.  지금 맞닥뜨린 참담한 현실을 잘 알리고 자칫 국가가 소멸해 공동체가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주면서 인식전환을 이루도록 해야 해요.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방향은.  
성장을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이 일하든지 동일한 사람이 더 많이 일해 투입노동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동안 거꾸로 간 정책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면 투입노동량은 줄 수밖에 없잖아요. 80년대 합계출산율이 떨어졌는데도 계속 산아제한정책을 쓴 것처럼 성장측면에서 보면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죠.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인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고 정년연장을 통해 일을 더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해요. 인구정책도 리셋할 골든타임이 5∼10년이에요.
 
☞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1956년 서울 출생 ▶경기여고,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재정금융연구센터소장 ▶규제개혁위·금융발전심의위·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국회 예산정책처 초대 경제분석실장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 ▶통계청장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한국경제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한국여성경제학회·한국경제연구학회 명예회장, 지속가능경제사회개발원 이사장,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송길호 이데일리 논설위원 겸 에디터 khsong@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19회 로또 1등 번호 1·9·12·13·20·45…보너스 번호 3

2“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3‘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4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5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6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

7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

8홍천서 올해 첫 진드기 SFTS 사망자 발생

9비트코인, 전일 대비 3.2%↓…6만 달러 위태

실시간 뉴스

11119회 로또 1등 번호 1·9·12·13·20·45…보너스 번호 3

2“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3‘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4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5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