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완전 침수에도 인명 사고 전무” [정상화 속도 내는 포항제철소①]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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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로 완전 침수에도 인명 사고 전무” [정상화 속도 내는 포항제철소①]

포스코,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 ‘속도’
“18개 압연공장 중 7개 재가동…연내 15개 가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 모습. [사진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1열연공장 모습.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해 포항제철소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의 총 18개 압연공장 가운데 올해 15개를 복구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현재 1열연, 1냉연 등 7개 공장이 정상 가동 중이며, 연내에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공급하던 제품을 모두 정상적으로 재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9월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가동 이후 처음으로 냉천이 범람해 서울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제품 생산 라인의 지하 배수로(길이 40㎞, 지하 8~15m)가 완전 침수됐다. 지상 1~1.5m까지 물에 잠기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당초 포스코는 매뉴얼에 맞춰 힌남노 상륙 1주일 전부터 자연재난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역대급 위력의 태풍이라는 예보에 따라 하역 선박 대피, 시설물 결속, 침수 위험 지역에 모래주머니·방수벽 설치, 배수로 정비 등 사전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특히 공장 침수 시 화재와 폭발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포스코는 “가동 중단 조치 덕분에 압연 지역 완전 침수에도 제철소 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나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수해 복구 기간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 3기를 동시에 휴풍 조치했다. 이후 50년의 조업 경험을 바탕으로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 발생을 사전에 방지해 고로를 4일 만에 재가동했다. 세계 철강 산업 역사상 보기 드문 사례라는 평가다. 포스코는 태풍 피해가 심했던 압연 공정 복구에 집중해 제철소 전체의 빠른 정상화를 꾀했다.  
 
설비 가동을 정지한 조치로 각 설비에 설치된 모터, 변압기, 차단기 케이블 등 수만 대에 달하는 전력기기의 합선·누전으로 인한 대형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포항과 광양의 모든 명장과 전문 엔지니어들이 설비 복구에 앞장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업‧정비 기술력과 역량이 복구 현장에 결집됐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각 공장의 설비 구동의 핵심인 모터는 선강 및 압연 전 공정에 걸쳐 약 4만4000대가 설치돼 있는데, 31%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73%가 복구 완료됐다. 포스코는 당초 해당 침수 설비를 신규로 발주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제작·설치에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직접 복구를 결정했다.  
 
최대 170t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 복구 작업의 경우 EIC기술부 손병락 명장의 주도로 50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이 총동원되고 있다. 총 47대 가운데 33대를 자체적으로 분해·세척·조립해 복구에 성공했으며, 나머지 모터 복구 작업도 공장 재가동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포항제철소 3고로 모습. [사진 포스코]

포항제철소 3고로 모습. [사진 포스코]

글로벌 철강업계 협력 이끈 최정우 회장  

포스코그룹 경영진은 포항제철소 단독 생산 제품 및 시장 수급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압연공장 복구 계획을 수립했다. 수해 직후부터 매일 ‘태풍재해복구TF’ 및 ‘피해복구 전사 종합대응 상황반’을 운영해 현장 복구, 제품 수급 등과 관련된 이슈를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려 계획대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글로벌 철강업계의 협력을 이끌어내 포항제철소 핵심 공장인 2열연공장 복구 기간을 대폭 단축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350만t의 제품 중 500만t이 통과되는 공장으로, 자동차용 고탄소강, 구동모터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Hyper NO), 스테인리스 고급강 등 주요 제품들이 꼭 거치는 핵심 공장이다.  
 
냉천 범람으로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은 압연기 모터에 전기를 공급하는 장치인 모터 드라이브 총 15대 가운데 11대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글로벌 모터 드라이브 공급사들로부터 단기간 내 공급이 여의치 않았다. 공급에만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이에 최정우 회장은 세계철강협회 회장단으로 함께 활동 중이었던 인도 JSW의 사쟌 진달 회장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사쟌 회장이 JSW 열연공장용으로 제작 중인 설비를 포스코에 공급하기로 결정하면서, 2열연공장 복구 시점을 대폭 앞당겨 연내 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 피해 최소화‧시장 안정화’ 노력도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도 국내 고객사 피해 최소화 및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포항제철소 제품을 구매하는 473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수급 이상 유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수급 문제 발생 우려가 있는 81개 고객사에 대해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 PT.KP·포스코장가항포항불수강(PZSS) 등 해외 사업장 활용, 타 철강사 협업 공급 등 일대일 맞춤형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 수급 불안을 해소했다.  
 
특히 1선재공장 압연 라인 내 추가 가이드 롤을 제작·설치하는 긴급 설비 개조를 추진해 생산 제품의 최대 직경을 7㎜에서 13㎜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용 볼트·너트 등에 사용되는 CHQ 선재를 생산하는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솔루션으로 비상 상황에 대처했다.  
 
원료·설비·자재 공급사에 대한 지원책도 적극 시행 중이다. 9월 말부터 404개사를 대상으로 피해 현황 및 애로사항을 전수 조사해, 37개사의 애로사항 및 유형별 지원 방안을 도출하고 신속히 조치했다. 상시적으로 포항제철소 복구 일정 및 구매 계획을 공급사와 공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스크랩 등 수입산·국산 복수 계약 품목에 대해서는 국내 공급사 물량을 우선 구매하고, 광양제철소 증산으로 추가 자재 소요 발생 시 포항제철소 공급사에 우선 발주하고 있다. 또 스테인리스 스크랩 및 페로몰리는 중국향(向) 수출을 주선하는 등 신규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납품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스테인리스 스크랩 공급사들에 대해서는 스테인리스 2·3제강공장 가동 재개 전임에도 선구매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포스코는 금리가 시중과 비교해 1~2%p 저렴한 ‘철강ESG상생펀드’ 및 ‘상생협력 특별펀드’ 1707억원을 재원으로 활용, 수해 피해 기업들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17개사에 대해 총 275억원의 자금 대출이 완료됐다. 포스코는 거래금액별 한도 조건을 폐지했으며 수해 피해 기업이 펀드 신청 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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