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 상한제‧채권 발행 한도 확대…‘한전’ 숨통 틔울까
올해만 22조 적자, 일시적 SMP 상한제 도입
한전채 발행 한도 2배→5배
조 단위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와 회사채 발행 규모 확대로 숨통이 터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SMP에 상한을 두는 내용을 담은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 SMP는 한전이 전기를 사들이는 기준 가격인데, 이 값이 특정 기준을 넘지 않게 상한을 제한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은 전기사용자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하면 전력거래가격 상한을 정해 고시할 수 있다.
이날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SMP 상한제를 3개월을 초과해 연속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1년 후에는 조항 자체가 일몰되도록 수정했다. 적용 대상과 요건, 상한 수준은 원래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SMP 상한제 기준을 보면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최근 10년 평균의 1.5배를 넘어섰을 때 전기를 이보다 비싼 가격에 팔지 못하게 돼있다. 발전기 용량 100킬로와트(㎾) 미만 발전소는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수정안은 전기위원회 심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시를 거쳐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석 달간 시범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12월부터 SMP 상한제가 시행되면 1킬로와트시(㎾h)당 상한 가격은 160원 수준이다. 산업부는 상한 기준을 10년 평균의 1.25배로 설정(㎾h당 상한 기준 134원)하려 했지만, 민간 발전사의 피해 등을 고려해 1.5배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SMP 상한제를 들고나오면서까지 한전의 경영상황을 신경 쓰는 건 그만큼 한전의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전은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는 3분기에만 7조5309억원의 영업손실을, 1~3분기 누적 손실액은 21조8342억원을 냈다.
반면 한전에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내는 발전사업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SK(SK E&S·파주에너지)·GS(GS EPS·GS파워)·포스코(포스코에너지)·삼천리(에스파워) 등 4개 대기업 계열의 민간 발전 6개사의 영업이익은 1조478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늘어난 수준이다.
SMP 상한제를 두고 찬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SMP 상한제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한전 적자 해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SMP 상한제를 실시하는 것은 발전사업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기고 나아가 재생에너지 발전사를 희생양 삼으려는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반면 정부는 국제 연료비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관련 제도가 3개월 시행 이후 연속 적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1년 뒤에는 일몰제를 도입해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반 한전 적자가 늘어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고려할 때 발전사업자 이익 상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당시 전기요금과 관련해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원가 상승 요인을 (전기요금에) 점진적으로 지속적으로 반영한다는 게 가장 큰 원칙”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전채 발행 한도 2배→5배 상향
올해 에너지 수입가격 급등으로 한전 영업적자가 쌓이면서 적립금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한전채 발행액 한도가 초과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추가 채권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채권 발행 한도 상향은 이런 우려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취지다. 한전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만 23조원에 달하는 한전채를 발행했다.
한편, 한전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 발행 대신 최근 은행 대출을 진행했다. 연 5.5~6% 금리 수준으로 하나은행에서 6000억원을 빌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추가로 2조원가량을 더 차입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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