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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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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속 재난...재계, 100억원 규모 피해 지원 나섰다

산업 일반

최근 이어진 집중 호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자 재계가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나섰다. 삼성은 집중호우 피해 주민과 지역을 복구하기 위한 성금 30억 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8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가운데 성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재난지역 주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생수와 담요, 여벌 옷, 수건 등이 담긴 긴급구호키트 5000세트도 함께 지원할 방침이다. 현대차, SK, LG,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도 각각 20억원의 성금을 기탁하며 수재민 지원에 동참했다. LG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생활터전을 잃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해를 조속히 복구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 롯데는 이재민 지원 등에 써달라며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10억원을 기탁했다. 이 밖에 임시대피소 칸막이 120여개와 생수와 생필품 등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한다. 기업의 역할은 성금과 구호품 전달에서 끝나지 않는다. 삼성과 LG는 피해 현장을 찾아 침수된 전자제품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수해지역민을 위해 올해 연말까지 ‘수해 차량 특별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수해피해 차량이 입고되면 최대 수리비의 50% 할인해주고, 세차 서비스도 무상 지원한다. 수해 차량을 입고한 소비자가 렌터카를 빌릴 경우 최대 10일간 렌터카 비용의 50%를 지원한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집중호우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6개월간 보험료 납입과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호우 피해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일 “지난 월요일부터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며 “정부는 피해지역 주민의 생활안정과 신속한 복구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피해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해 관련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행정안전부에서는 선포기준에 충족되는 지자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조기 선포를 위한 절차를 최대한 서둘러 달라”고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재민의 국민연금 납부 예외(1년 이내), 연체금 징수 예외(6개월), 특별재난지역 선포지역의 건강보험료 경감 등을 추진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파손 건축물에 대해 전기요금, 가스요금 1개월분 감면 및 납부유예를 계획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와 협의해 피해 주민 대상 통신서비스 요금 감면(이동전화 1회선 1만2천500원 이내·인터넷 요금 50%)을 추진한다. 유료방송서비스(IPTV·케이블TV 등) 요금 감면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수해복구 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재난대책비, 기정예산(국회에서 확정된 예산), 예비비 등 가용 재원을 활용해 복구비를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08.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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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산업 일반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시적으로 1가구 1주택자 보유세의 전반적인 부담은 전년과 유사하게 유지하며 건강보험료 혜택에도 영향이 없도록 하는 대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약 19% 상승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보유세 부담도 늘어난다. 이런 우려가 이어지자 정부는 재산세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지난해 주택 가격 상승분을 한시적으로 재산세와 보유세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으로는 올해 보유세 산정 시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활용하거나 세 부담 상한을 조정하는 방안, 고령자 납부 유예 제도 도입 등이 거론된다. 홍 부총리는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1가구 1주택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납부 유예 제도를 새로이 도입, 적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 "적용 대상과 경감 수준, 기대 효과 등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오늘 오전 11시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확정안에 대해서는 법령 개정안 발의, 전산시스템 개편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이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3.2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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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 매입·전세 대출금 7월부터 지역건보료 계산때 제외

정책이슈

오는 7월부터 정부가 정한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하거나 임차(전세)하려고 금융기관에서 빌린 금액은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매길 때 재산에서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10월 말 개정된 건강보험법에 따라 지역가입자의 재산 보험료를 산정할 때 주택부채를 공제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개정안에는 ‘지역가입자가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구매 또는 임차하기 위해 대출을 받은 경우 해당 대출금액을 평가해 보험료 부과 점수 산정 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정부는 이 조항을 당장 시행하면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 시기를 2022년 7월로 명시했다. 현재 건보료는 직장가입자에게는 소득(월급 외 소득 포함)에만 보험료율에 따라 물리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전·월세 포함)과 자동차에 점수를 매기고 점수당 단가를 적용해서 부과하고 있다. 지역가입자 재산 보험료는 공시가격의 60%를 과표(과세표준액)로 잡고 지역 간 구분 없이 60등급으로 나눠 ‘재산 보험료 등급표’에 근거해서 산정하는데, 최저 1등급은 재산 450만원 이하, 최고 60등급은 77억8124만원 초과다. 개정 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면 주택 자금을 빌린 지역가입자는 재산 보험료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감면 혜택을 보려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린 증빙자료를 갖춰서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야 한다. 복지부는 현재 세부적인 경감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2022.01.18 07:24

1분 소요
당정 “내년 보유세 산정시 올해 공시가 적용 검토”…국민 세금 부담 고려

정책이슈

당정이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국민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지 않도록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도 보유세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일 현재 진행 중인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되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세부담 완화를 위해 제도별 완충 장치를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정은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 등 1가구 1주택자들의 부담이 늘지 않도록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 공시가격에 영향을 받는 각 제도별 완충장치를 내년 3월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작년에 수립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차질없이 추진해 통계지표인 공시가격의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의장은 “당은 정부에 2022년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해 1주택 실수요자들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심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고, 정부는 제도별 영향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보완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건보료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 방식은 대상을 파악하고 경감하는 방식으로, 탈락된 분들의 건보료를 경감하는 방식이었는데 유사한 방식으로 추가 탈락한 것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서는 “1세대 1주택 고령자의 종부세 한시 납부유예에 대해서도 검토를 요청했다”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문제도 포함해서 검토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공동주택 가격 상승은 재산세와 건보료 등이 증가하고, 각종 복지 수급 제한 등 여러 측면에서 국민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공시가격 제도 보완을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12.2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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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건보 피부양 탈락자…1년간 건보료 50% 한시적 경감

부동산 일반

올해 집값 상승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지역가입자로 전환한 사람들은 건강보험료의 12월분부터 내년 11월분까지 12개월간 50% 경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6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런 규정을 신설한 '건강보험료 경감 대상자 고시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발령했다. 이는 복지부의 당초 계획을 6개월 연장한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재산세 과세표준액 인상으로 올해 12월1일자로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가 된 사람의 건보료를 이번 달부터 2022년 6월까지 7개월간 한시적으로 50% 경감하기로 했다.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등에 보고한 업무자료를 보면 소득·재산·부양요건 등 3가지 기준 중에서 한 가지라도 충족하지 못해 올해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사람은 49만4408명이다. 이 중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과 공시가격 상승 등 재산과표의 변동으로 재산 기준을 맞추지 못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 사람은 2만3756명(4.8%)이다. 나머지 대부분인 42만5896명(86.1%)은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의 증가로 소득 기준을 넘겨 피부양자에서 탈락했다. 부양요건을 충족 못 해 자격을 잃은 사람은 4만4756명(9%)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크게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지역가입자 등 3개 그룹으로 나뉜다. 피부양자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나 가족에 주로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으로 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험 혜택을 받는다. 건보공단은 이들 피부양자를 대상으로 매달 재산과 소득이 늘었는지, 부양기준은 충족하는지 등을 따져 '일정 기준'을 넘으면 피부양자에게 사전에 안내한 후 제외하고 지역 가입자로 전환해 지역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12.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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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 증세가 해법일까] 정책 초점, 집값 안정 더해 불로소득 차단에 맞춰야

부동산 일반

세금인상이 박탈감·정책불신 키워선 안돼… 실수요자 세부담 경감도 병행해야 2021년 주택시장은 ‘세금 전쟁’의 서막이 오르는 해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증세를 위해 설치했던 여러 도화선들에 불이 붙으면서 내년에 세수가 역대 최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거래세(취득세·등록세), 양도소득세,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종합토지세) 등 부동산 세금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부동산 증세에 기폭제가 될 공시가격 인상 중장기 계획까지 발표한 상태다. 공시가는 부동산 보유세를 비롯해 토지보상·농지부담금·기초연금·건강보험료·복지수급 등 60여개 제도 운용에 주요 잣대가 된다. 즉 공시가가 오르면 세금도 오른다.문 정부는 날뛰는 주택시장을 통제하고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해 계층별 맞춤형 주거지원, 임대사업 활성화, 분양가 상한제, 투기지구지정 확대, 대출 규제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왔다. 그럼에도 집값 폭등, 풍선 현상, 전세 대란 등이 가중되자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23번이나 바뀌었고, 그만큼 효력 논란도 일었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턴 부동산 세금 인상 방안을 짜는데 몰두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 장기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세금을 늘려 투기심리를 잠재우고 복지재원도 확보하려는 일거양득 작전으로 보인다. ━ 세금인상이 집값상승 부추길 수 있어 주의 정부는 다주택자·임대인·투기지역 등을 겨냥해 거래세·양도세·보유세 등 부동산 세금 전반에서 세율 인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주택·토지 공시가 현실화율(실거래가 대비 공시가 비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보유세 과세표준 설정 시 주택 공시가에 곱하는 비율)을 실거래가에 준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세금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는 시기가 문 정부 말기인 내년부터다. 정부는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세율 인상을 향후 15년 동안 단계별·유형별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다음 정부까지 정책을 지속시키려는 의도로 시장은 읽고 있다.역대 정부들도 투기 차단과 세수 확보가 손쉬워 세금 인상 정책을 애용했다. 한국납세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20년간(1999~2018년) 부동산에서 걷은 세수가 총 578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집값 폭등은 끊이질 않았다. 문 정부의 세금 인상도 복지공정성과 조세형평성을 위해서라지만 탈출구를 틀어막고 주택 수요를 구석으로 몰아세우는 인상을 준다. 그간 문 정부의 규제 강화 과정에서 중저가 주택 실거주 수요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상혁 더케이컨설팅 부동산센터장은 “역대 정책들도 과도한 규제 시 보유자·매입자 모두의 반발만 일으켰다”며 “세금 강화는 매수세를 누그러뜨릴 순 있어도 결국 집값 상승에 반영되므로 이를 견제할 추가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문 정부의 규제 일변도 기조도 정책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지과표 현실화(1989~1993년), 지가 현실화(1993년), 공시지가 현실화(2000~2005년) 등 공시가격·과세표준 현실화 정책들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던 과거 정부들의 과오도 정책불신을 키우는데 한 몫 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세금이 낮아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높은 세금이 집값 상승의 주원인”이라며 “정권 기조에 따라 번복되는 정책, 세금 사용과 정책 수립의 불투명성, 자주 바뀌어 복잡해진 세법 등이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기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이 때문에 문 정부의 세금 인상은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민층 저가 부동산의 세금부담 증가다. 정부는 고가 주택의 공시가를 지난해와 올해 대폭 올렸는데, 형평 문제가 제기되자 모든 주택의 공시가도 높이기로 정했다. 이에 따라 집값 구간별로 적용 세율은 다르겠지만 저가 부동산도 공시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당·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자에겐 세제혜택을 주기로 정했다. 하지만 세율 인하(0.05%포인트씩)가 적고, 혜택 기한(3년)도 한시적이어서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세무법인 다솔T&C 이강오 대표세무사는 “공시가 인상은 양날의 검 같아서 개발 시 토지·건물 보상엔 유리하나 세금 산정엔 불리하다”며 “다주택자 세금부담을 겨냥할 때 실수요자 세 경감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보유자의 세부담 임차인에 전가 막는데 주력 또 다른 논란은 집값이 떨어지거나 정체되어도 공시가격이 현실화율 90%에 도달할 때까지는 인상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집값이 고가일수록 공시가도 가파르게 오르도록 설계했다. 이는 주택 추가매입·투기수요 억제를 기대할 수 있지만 보유세 인상,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 등으로 부자 증세와 재산권 침해라는 논란이 예상된다.박준 서울시립대 교수(국제도시과학대학원)는 정부의 보유세 정책이 세부담 형평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주택 가격대별로 다른 공시가 현실화율, 세부담 인상 속도가 빠를 경우 은퇴 고령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정부 신뢰도 하락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보유세가 기대만큼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이 급등하면서 깊어진 상대적인 박탈감도 정책불신을 키운다”고 분석했다.세금 인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논란도 있다. 시세차익이 워낙 크다 보니 세금 인상을 무릅쓰고라도 투기심리는 가라앉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세금 인상으로 매물이 줄어들 경우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상황과 맞물려 거래 위축과 집값 상승만 부추길 거란 예상이다.세금 인상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그동안 부동산대책의 부작용 중 하나가 집주인이 전세가격 인상이나 월세 확대·전환 등을 통해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겨 온 점이다. 이는 특히 근로소득이 없고 주택임대로 생계를 잇는 은퇴 노인층에서 두드러져 오히려 세금 인상 불만을 키울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세금 인상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도 꼽힌다. 한국은 그동안 보유세가 낮고 거래세와 양도세가 높은 편이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9%(보유세 0.9%+거래세 2.0%+양도세 1.0%)에 이른다. 영국 4.3%(3.1%+0.8%+0.4%), 미국 3.8%(2.7%+0.1%+1.0%), 프랑스 3.4%(2.6%+0.8%+0%), 캐나다 3.4%(3.1%+0.3%+0%), 일본 2.2%(1.9%+0.3%+0%) 수준이다. 현 정부는 거래세·양도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보유세 인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결국 집값과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지적이다.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는 지난 9월 온라인에서 열린 재정패널 학술대회에서 보유세 개편 효과에 대해 “집값 안정못지 않게 공정한 부동산시장 조성에도 정책 초점을 둬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동산 가격의 이유 없는 급등과 과도한 불로소득을 정책적으로 차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수익에 대한 적절한 과세로 조세 정의를 이루고,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이익과 투기를 막는 것이 부동산 세제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0.11.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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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자영업자 대책] 정부 대책은 본질 외면한 대증요법

정책이슈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소상공인 요구사항 빠져… 영업비용 증가보다 매출 감소가 더 큰 문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일자리안정자금 대상 확대와 근로장려금·사회보험료 지원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금융 지원 5조원을 제외하고도 혈세에서 직접 지원하는 액수만 ‘7조원α’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당장 눈 앞에 닥친 불 끄기에 급급한 임시방편에 매달린다는 비판이 거세다. 백화점식 대증요법이 아닌 자영업 구조조정과 이에 대비한 안전망 확충, 대체시장 확보 등에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영국 등지에서 논란인 ‘소매종말’이 자영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치밀한 연구·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생태계가 흔들리는 위기의 자영업, 솔로몬의 해법은 무엇일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 완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8월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놓으면서 꺼낸 말이다. 당정은 그러면서 이번 대책을 통해 2019년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7조1000억원 이상 지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4조8000억원보다 최소 2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다.그런데 숫자를 들이대며 ‘통 크게 썼다’는 정부의 생색과는 달리 현장의 분위기는 냉랭하기만 하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을 두고 ‘효용성이 크지 않다’ ‘핵심이 빠진 응급처방이다’라고 비판한다. “몰락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살리는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안’이라던 정부의 얘기와 정반대다. 왜일까. ━ 인건비·임대료·카드수수료에 초점 이번에 당정에 내놓은 자영업자 대책은 단기적인 자금 지원과 경영비용 부담 경감이 핵심이다. 장사가 안 돼 먹고 살기 힘든 자영업자들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 각종 운영 비용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지원 규모를 강조하기 위해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으로 분류하거나 편의상 관련 부처·법령별로 묶어 설명했지만, 정책 수용자 입장에서 어디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면 이런 특징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정부가 잡겠다는 자영업자의 첫 번째 영업비용은 인건비다. 이번 대책에서 여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부분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마련된 ‘일자리 안정자금’을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1인당 월 13만원에서 15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원 대상도 늘린다. 현재 30인 미만 사업장뿐 아니라 30∼300인 사업장, 60세 이상 고용 위기지역 근로자, 30인 이상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근로자 등으로 확대한다. 지난해와 올해 잇단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 결정으로 불만이 커진 이들을 다독이려는 의도가 담겼다.두 번째는 임대료다. 이번 대책에는 환산보증금 상향 조정이 포함됐다. 환산보증금이란 자영업자가 상가나 건물을 빌릴 때 건물주에게 내는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월세×100)을 합한 금액이다. 이 금액에 따라 상가 임대차 보호범위가 결정된다. 보호 대상 상가에는 연 5%의 임대료 인상 제한이 있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도 현재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6억1000만원이면 보호 대상이 된다. 정부는 서울 기준 환산보증금을 30∼50%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가 임대차 보호대상을 늘리겠다는 것이다.세 번째는 대출 이자다.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을 통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2% 미만의 초저금리 특별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1조8000억원 규모다. 카드 입금액으로 대출금을 자동 상환하는 특별대출도 2000억원 신규 제공된다. 또 소상공인 대상 지역신보 보증 규모를 올해 19조5000억원에서 내년 20조5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도 2조1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늘린다. 약 2% 수준인 특별대출로 3000만원을 빌리면 연 39만원,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통해 약 2.5% 이자율로 긴급융자자금을 7000만원 대출하면 연 48만원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 네 번째는 세금이다. 공제 혜택을 늘리거나 사업자가 부담하는 준조세 성격의 사회보장비용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4000억원 증액해 두루누리(국민연금·고용보험료) 최대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대상 건강보험 신규 가입자 보험료를 50% 경감하고 1인 자영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줄인다. 또 음식점 등이 면세농산물 구입 시 적용하는 의제매입세액공제, 연 매출 10억원 이하 사업자 대상 카드매출 세액공제, 성실사업자의 의료비와 교육비 지출에 대한 15% 세액공제의 한도와 기한을 늘린다. 종합소득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성실사업자도 월세의 10% 세액공제를 받는 방안도 담겼다.다섯 번째는 자영업자들이 카드사에 내는 가맹수수료다. 정부는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을 3.0%에서 매출 규모에 따라 1.8∼2.3%로 인하하기로 했다. PG사를 이용하는 개인택시사업자의 수수료도 1.5%에서 1.0%로 내린다. 또 영세 사업자에 0% 수수료를 작용하는 소상공인 간편결제 ‘제로페이’를 내년까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용금액에 대해 40%를 소득공제 한다. 온누리상품권(2조원)과 지역상품권(3000억원) 등 상품권을 ‘제로페이 포인트’로 전환하도록 지원한다.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제로페이 전용 포인트’로 지급하고 공공기관의 업무추진비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언뜻 보면 자영업자를 위한 꽤 많은 방안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현장의 분위기가 차가운 건 일차적으로는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이나 카드수수료 인하 등 업계의 핵심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영향이 크다. 정부 대책 발표 후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제도 개선의 직접적 방법인 5인 미만 규모별 소상공인 업종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에 대한 대략적인 로드맵 제시도 없는 이번 대책은 본질을 외면한 일시적인 처방”이라고 혹평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대책에 대해 “편의점주들이 요구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 세금 제외’ 등이 반영되지 않은 속 빈 대책에 불과하다”며 “한마디로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판했다.그러나 이들 일부 자영업 단체·협회의 의견과는 별도로, 현장의 목소리와 통계를 통해 나타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자영업자의 영업비용 감소를 통한 연명에만 초점을 맞추고 정작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나 구조조정의 안전망 확충에는 미흡했다는 점이다. 서울 영등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희영씨는 “직원들 월급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매상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런저런 지원을 한들 지금처럼 장사가 안 되면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아무리 줄여봤자 자영업자의 매출 자체가 줄어들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 영세 도소매 업체 매출 2년 새 반 토막 실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분석을 보면 올 1분기 전국 자영업자 한 곳당 월평균 매출은 3372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 월평균 3846만원에 비해 12.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카드 3사로부터 받은 가맹점 매출액 통계를 기반으로 현금 결제 비중을 반영해 전체 매출액을 추산했다. 중기부는 이 통계에 대해 “소진공의 상권정보시스템은 신용정보회사 나이스(NICE)에서 조사한 매출흐름일 뿐 정확한 소상공인 통계자료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통계청 ‘도소매업조사’에 따르면 직원 5인 미만 도소매 업체의 매출은 2011~2016년 10% 증가했다. 음식점·숙박업의 매출은 31% 늘었다.하지만 자영업자를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같은 조사에서 연매출 5000만원 이하 영세 도소매 업체의 전체 매출액은 2016년 3조8000억원으로 2014년 7조8000억원(-51.4%)으로 떨어졌다. 연매출 5000만~1억원 사업자의 변동폭(-47%)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전체 전체 도소매 매출은 25% 증가했다. 도소매 업체 중에서도 연매출 10억원 이하 업체 매출이 감소하는 동안, 매출이 그보다 많은 업체의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다. 음식점·숙박업 사정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연매출 5000만원 업체와 5000만~1억원 업체의 매출이 각각 60%, 50% 줄어드는 동안 1억원 이상 매출 업체의 매출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건 자영업자들의 영업이익이다. 정부의 설명대로 영업비용 증가가 자영업자 소득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이라면 매출보다 영업비용의 증가폭이 더 커야 한다. 실제 직원 5인 미만 도소매업은 2011~2016년 업체당 매출이 10% 느는 동안 영업이익은 14% 증가했다.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영세 도소매·음식점·숙박업을 보면 이들 업종의 연매출 1억원 이하 업체의 영업비용은 같은 기간 24% 감소했다. 매출 감소폭(-28%)보다 변동폭이 적은 만큼 영업비용 부담이 커진 셈이다. 또 본지가 통계청 서비스업조사를 토대로 2006~2016년 50개 생활밀접업종의 매출과 영업비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자영업의 평균 매출이 75% 증가하는 동안 영업비용은 112%가 늘었다. 매출보다 영업비용이 훨씬 큰 폭으로 늘면서 평균 영업이익은 25% 감소했다. ━ 구조조정 안전망 확충하고 대체시장 물색해야 하지만 이게 단순히 영업비용만의 탓일까. 시각을 바꿔보면 영업비용이 늘어난 게 아니라 매출이 적게 오른 게 문제일 수 있다. 물가나 임금상승으로 인한 영업비용을 따라갈 만큼 매출이 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금처럼 비용 줄이기에 ‘올인’하는 정부의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이런식의 지원은 오히려 자영업자의 공급 과잉을 부추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계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도 적기에 퇴출하지 못한 채 지원에 의지해 ‘좀비’ 형태로 유지될 수 있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연명치료를 위한 모르핀 처방은 되겠지만, 그 다음에 와야 할 경쟁력 강화나 자활·재활 방안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영업 위기에 대한 잘못된 해석은 ‘김영란법’ ‘최저임금’ ‘갑질’ ‘미투운동’ 등 그때 그때의 이슈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자칫 사회 갈등을 지나치게 키울 수 있다”며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다른 경제 연구기관 관계자는 “구조적 변화로 인해 시장에서는 이미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의 단기적인 요구를 받아서 자잘한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할 게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대신 여기서 탈락되는 이들을 흡수할 대체 시장과 안전망을 마련하는 데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자영업자 폐업의 주요 문제점 및 정책적 지원 방안’ 보고서는 “쇠퇴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상공인재기지원 세부사업(희망리턴패키지, 재창업 패키지)의 확대를 통해 폐업위기의 영세 소상공인이 재창업 시에도 과밀한 업종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소상공인 공제 가입확대 및 영세 소상공인 대상 사회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 확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한편, 자영업자의 대표격인 도·소매업과 음식점·숙박업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진의 원인이 다르면 해결책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소매 자영업자의 부진은 온라인쇼핑과 대형마트 등으로 수요가 이동한 영향이 크다. 실제 국내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쇼핑의 비중은 2016년 6월 16.4%에서 올해 6월 23%로 증가했다. 2006~2016년 전체 도소매업 시장 규모는 110% 커졌는데, 여기엔 181% 커진 무점포(전자상거래 등) 업체의 영향이 컸다. 반면 오프라인 소매 점포의 폐업은 늘고 있다. 동네 철물점, 장난감가게, 이불가게가 사라지는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국내에서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이미 ‘소매종말’이라는 형태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상이다(관계 기사 34쪽).이에 비해 음식점·숙박업의 어려움은 온라인 쇼핑 같은 소비패턴 변화보다는 연쇄 효과로 인한 공급 과잉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도소매 업종에서 폐업하는 이들이 늘고, 다른 업종으로의 진출이 어려워지자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숙박업으로 창업이 몰린 것이다. 더구나 베이비부머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늘어난 자영업자 대다수는 바뀌는 환경에 취약한 장년·노년층이다. 50대 이상 자영업자 비율은 2007년 8월 47.1%에서 지난해 8월 58.9%로 커졌다. 이들 간 차별되지 않은 자영업은 출혈경쟁만을 부추겨 수익성을 떨어뜨린다.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014년 19만개에서 지난해 23만 개로 증가했다. 심지어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 업체도 소매업 부진을 피해 그나마 장사가 된다는 맛집으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 도소매는 ‘소비패턴 변화’, 음식점은 ‘과당 경쟁’ 정부가 내놓은 이번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에는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여러 방안이 ‘조용히’ 포함됐다. 다만 투입하는 예산의 규모나 비중을 봤을 때 핵심 대책에서는 벗어나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교육 등 지원 규모를 내년에 200억원으로 올해의 두 배로 확대한다. 무분별한 창업을 막고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사업자등록 이전에 경영·기술 등 창업교육을 지원한다. 판로 지원을 위해 공영홈쇼핑 등에 소상공인 전용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홈쇼핑 입점 수수료도 내년에 기업당 15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 과당 출점경쟁 자율 축소를 유도한다.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늘리고, 정부와 지자체 구내식당 의무 휴무일을 늘리는 것도 자영업자의 경영개선안에 포함됐다.자영업자 일부를 노동시장의 편입시키려는 넓은 의미의 구조조정 대책도 담겼다. 전통시장 시설 지원에 3000억원을 투입하고 재창업·재취업 등 재기 지원을 위해 지원금을 올해 115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린다. 자영업자가 근로자로 전환할 때 지원하는 폐업·철거 비용과 대상도 확대한다. 전직 장려 수당은 75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한다. 폐업한 영세 자영업자(중위소득 50% 이하)가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시 월 30만원 한도로 3개월 간 구직촉진수당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극심한 취업난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일자리 문제가 얼마나 빨리 개선되느냐에 따라 이 대책의 효과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2018.09.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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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느린 뉴스, 단신 톺아보기(3) 어디에 세금을 물릴 것인가] ‘버는 놈’ ‘쓰는 놈’ ‘가진 놈’의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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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 올리기 어려운 세금 … 소득·재산·소비 징세 비중에 대한 포괄적 논의 필요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법인세 증세 문제는 당장 추진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행한 종합부동산세는 재도입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뉴스1, 2017년 6월 7일) #. 올해 연말정산에서 환급액이 줄거나 세금을 더 내게 된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이른바 ‘연말정산 폭탄’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3년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세법개정을 실시했다”며 “소득 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 고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은 증가하며 저소득 근로자의 세부담은 경감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15년 1월 21일) #.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2차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는 세제 개정 관련법이 가결됐다. 이미 한 차례 연기됐던 2차 소비세 인상이 또다시 미뤄진 것이다. 이로써 현행 8%에서 10%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2차 소비세 인상은 2019년 10월부터 시행된다. (뉴스1, 2016년 11월 18일) 세금 관련 기사는 언제나 ‘핫’하다. 그러나, 반응은 매우 차갑다. ‘월급쟁이만 죽어난다’, ‘그 세금 올리면 나라 망한다’거나 ‘허튼 데 돈 쓰려는 정부의 꼼수’라는 댓글이 달리는 게 보통이다. 대중의 주머니 사정에 직결되는 사안인 데다, 대부분이 세금을 더 걷는다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게 반복되다 보니 대중은 이제 비슷한 뉴스의 제목을 보고 ‘무엇인지 모를 세금이 또 인상됐구나’라며 넘겨버리곤 한다.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그래서 오른다는 세금이 무엇인지, 왜 그 세금을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빠뜨리기 쉽다.이 고민은 향후 국가경제의 방향 설정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최근 부각되는 경제 정의나 공정성과 맞닿는 문제다. 누구로부터 무엇을 기준으로 걷어야 정의롭고 정당한 것일까. 방법론 측면에서도 논의 대상이다. 가령 ‘부자 증세’에 사회적인 합의가 도출됐다고 치자. 그렇다면 부자 증세는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부자고, 부자의 ‘무엇’에 세금을 물릴 것인가. 연봉은 높은데 아이들 교육비로 돈 나갈 곳도 많아 내 집 장만을 미루는 김 과장과 은퇴 전 평생 번 돈으로 집 한 채를 산 월급 80만원의 경비 아저씨 중 누구에게 세금을 내라고 할까. 더욱이 고령화로 인한 복지수요 증가로 증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국 다음에 올 질문은 ‘세금을 늘려야 한다면 어디서 더 걷어야 할까’다. ━ 증세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금을 소득세·재산세·소비세로 구분한다. 소득세는 ‘버는 돈’에 매기는 세금이다. 직장인의 월급과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 집을 팔았을 때의 차익도 대상이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도 소득세에 해당한다. 재산세는 ‘가진 돈’에 매긴다. 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상속세·재산세 등 재산을 물려받거나 취득할 때 내는 세금도 재산세다. 사고 파는 거래를 통해 재산을 이전한다는 측면에서 양도소득세도 재산세에 포함된다. 소비세는 ‘쓰는 돈’에 붙는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내는 부가가치세가 바로 소비세다. 부가가치세처럼 모든 재화와 용역에 붙는 일반소비세 외에도 술, 담배, 유류나 사치성 물건에 별도로 붙는 특별 소비세가 있다. 이와 별도로 사실상 조세 성격을 띠는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를 세금 통계에 넣기도 한다.OECD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한국 조세수입의 29%가 소득세다. 개인소득세가 16%, 법인소득세가 13%를 차지한다. 전체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33%)보다 낮은 편이다. 법인소득세는 평균(8%)보다 높지만, 개인소득세가 평균(25%)보다 훨씬 낮아서다. 반면 재산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다. 한국의 재산세 비중은 11%, OECD 평균은 6%다. 소비세의 경우 일반소비세(부가가치세)가 17%로 평균인 21%를 밑돌고, 개별적으로 붙는 특별소비세는 11%로 평균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소득:재산:소비세’의 무게중심이 한국은 29(16+13):11:32(17+11), OECD 평균은 33(24+9):6:31(21+10)로 분배돼 있다. 만약 세금을 늘려야 한다면, 결국 이 안에서 비중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세금을 늘리는 게 합당할까.수치로만 보면 비중이 평균에 비해 작은 개인소득세나 부가가치세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일단 비중만으로 따지기가 어렵다. 가령 법인소득세 비중이 크고 개인소득세가 적은 이유가 기업에 소득 자체가 몰렸기 때문이라면 어떨까. 기업의 번 돈이 직원에게는 흘러가지 못하는데, 개인소득세만 늘리는 거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공적연금과 건강보험료 같은 사회보험료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조세에서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2%에서 2014년 26.9%로 크게 증가했다. 사회보험료는 일반적으로 소득에 비례해 징수한다. 소득세로는 안 잡히지만 소득에 따라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국의 회사보다 직원이 지는 사회보험료 부담이 크다. 개인이 내는 사회보험료가 세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3%로 OECD 평균(9.5%)보다 높다. 반면 고용주가 내는 사회보험료 비중(12.3%)은 평균(14.7%)보다 낮다. 현실적으로 다수의 대중을 적으로 돌려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걸림돌이다.이 점은 소비세도 마찬가지다. 10% 수준인 부가세를 어느 날 20%로 올린다고 하면 물가 상승에 대한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다. 주세, 담배소비세, 유류세 등 특별소비세도 ‘서민 증세’라는 비판을 받기 쉽다. 이로 인해 소비시장이 위축된다는 우려도 크다. 재산세 인상도 경제활력을 이유로 늘 반대에 부딪친다. 부동산이 소득 불평등을 야기하고 고소득층 부의 대물림을 위해 이용되니 재산세를 늘리자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대상에 저소득층이 포함될 확률도 비교적 적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마이너스 부의 효과’ 때문이다. 예컨대 내가 산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가 당장 오는 게 아니더라도 소비를 줄인다는 얘기다. 부동산 같은 재산에 세금이 많이 붙게 되면 그만큼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고, 이는 자산가격의 하락, 그리고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처럼 이도 저도 어렵다 보니 갖가지 대안도 나온다. 한때 불었던 피케티 열풍도 그런 맥락이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내린 결론은 소득세를 지금보다 더 걷는 것이다. 다만 그 대상을 ‘노동소득’과 구분 지은 ‘자본소득’으로 한정했다. ‘일 해서 번 돈’ 말고 ‘돈 굴려서 번 돈’에 대한 세금을 늘리자는 얘기다. 물론 이 주장도 여러 비판을 받지만, 적어도 ‘무엇에 과세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담겨 있다. 그에 비해 우리 사회는 너무 각각의 사안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처럼 개별적인 사안으로만 접근해 찬반을 논하다 보면 사회적 합의는 더욱 멀어질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의 추세나 관련 문제를 어떻게 돌파했는지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위와 같은 단신들이 의미를 갖는 이유다.

2017.06.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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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경제 大예측 | 제언 - 한국경제 마지막 골든타임] 세 번째 큰 위기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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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경제 외환·금융위기 데자뷔...국가 리더십 복원 시급 한국경제가 싸늘히 식고 있다. 시중에는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거침없이 나돈다. ‘2018년 10년 주기 위기설’도 팽배하다. 이 와중에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둘러싼 국정 혼란과 정치 불확실성으로 경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2017년 대내외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경제는 좋아질 이유보다 나빠질 요인이 더 커 보인다. 한국경제는 2% 성장도 장담 못 할 만큼 고전이 예상된다. 국내외 경제를 뒤흔들 리스크와 불확실성은 어디로 튈지 가늠조차 어렵다.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 2017년은 어쩌면 침몰 직전의 한국경제호(號)를 살릴 마지막 골든타임인지 모른다. 외환위기가 닥치던 1997년에 필자는 모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 해 초부터 필자는 전국 지점을 돌아다니며 고객·직원들에게 주식을 팔아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이라고 적극 권유했다. 그 전 해부터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속히 나빠져 대규모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주가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데자뷔(deja-vu)’라는 프랑스 단어는 ‘기시감’이라고 번역되는데, 필자는 이를 지난 2008년에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에도 파급돼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했다. 당시 필자는 2000년 대 중반의 임금 급등으로 기업 수익성이 외환위기 직전 수준으로 악화된 것을 발견하고 주가 폭락은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했다. ━ 국가 리더십 공백이 최대 리스크 그런데 요즘 두 번째 데자뷔를 경험하고 있다. 선두 기업 몇 개를 제외하면 2000여 개 외부감사 법인들의 수익성이 바닥을 기는 것은 물론이고 총 매출 원가에서 임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외환위기 직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온 것을 보기 때문이다.2017년 한국에 경제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는 여러 곳에서 나온다. 필자처럼 기업 수익성을 주목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여러 요인을 들어 위기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촉발될 신흥국의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재발, 자원 부국들의 장기 침체 등이 한국의 금융시장 폭락이나 수출 부진을 초래할 요인으로 거론된다. 대내적으로는 기업 수익성 악화 이외에도 내수 부진 장기화, 경계수위를 넘어선 가계부채, 이를 파국으로 몰고 갈 주택가격의 버블 붕괴 가능성이 회자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압력과 환율 절상 요구도 현실이 될 수 있다.그러나 국내외적으로 가장 큰 위기 요인은 국가 리더십의 공백일 것이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면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다. 지금으로 보아서는 2017년 중반에 새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커보인다. 문제는 그동안의 공백이다. 권한 대행도 있고 행정조직도 마비되지 않겠지만 대통령이 지도자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특히 대외 신인도 면에서 그렇다. 그래서 위기가 닥쳤을 때 외국 투자자들의 과잉 반응으로 자본 유출이 ‘스탬피드(stampede, 초식동물 무리 중 한 마리가 위험을 감지하고 뛰면 나머지 동물들도 무턱대고 그 방향으로 질주하는 것)’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는 90년대 말 한국 경제가 경험한 일이다. ━ 허약해진 한국경제 체질 물론 2017년이나 그 이후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작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대외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가 겪을 가장 큰 위기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이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을 경우일 것이다.이 두 위기 시점에는 단기 외채의 비중이 절반 정도로 커진 상태였는데, 90년대 말에는 이 능력이 안 되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2008년에는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쌓은데다 통화스왑 등으로 대비했기 때문에 잘 극복한 차이는 있다. 그런데 지금은 단기 외채의 비중도 작고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러므로 한국 경제가 외국 자금의 이탈 등에서 오는 충격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어 보인다.그러나 내부적인 위기 요인은 시한폭탄으로 생생히 살아있다. 그리고 이들 요인은 주거니 받거니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되어 쉽게 제거하기도 힘든 상태다. 예컨대 ‘가계부채 부담→내수부진→기업 수익성 및 고용 여력 악화→가계부채 상환능력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심히 허약해진 한국 경제의 체질이다. 나폴레옹은 “오늘 내가 겪는 불행은 과거 언젠가 내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복수”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 경제는 그간 수차례 절호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지난 20여 년간 체질이 나빠지는 방향으로 변해왔다. 보수·진보 정권 모두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영삼 정부는 어설픈 세계화로 외환위기를 초래했고, 김대중 정부는 이를 수습한다며 총 통화량을 4배 이상 급증시키고 카드 사용을 장려해, 집값 폭등과 가계부채 급증의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 억제와 지방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우후죽순 격으로 신도시 건설을 추진했으나 이렇게 풀린 토지 보상금이 오히려 집값을 더 뛰게 하였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도 계속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한다며 고환율 정책을 과도하게 밀고 나가 일부 수출 대기업의 수익을 급증시킨 대신, 이들이 주도한 임금 인상이 전 산업 영역으로 확산하면서 상당수 산업이 조기에 한계 산업화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단통법’과 더불어, 세월호·메르스 사태에 대한 미숙한 대응이 내수를 더욱 위축시켰으며, 한진해운 처리와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연기에서 보듯이 신중해야 할 것과 과감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해 산업구조의 고도화도 요원한 일이 됐다. 이들 정권 모두 ‘경제적 규율(economic discipline)’을 지키지 못한 결과가 허약한 한국 경제의 체질이다.이런 상황에서 2017년 한국 경제에 닥칠 수 있는 위기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탄핵 정국이 최대한 빨리 수습돼 정치 리더십이 복원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으나 이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상당 기간 지속될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에서는 경제 정책의 주안점을 ‘새로운 일’ 보다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안정화’에 둬야 할 것이다. 특히 시장의 가격변수를 손대는 일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외환시장 개입은 스무딩 수준에서 최소화하는 것이다. ━ 경제적 규율에 충실한 대통령 선출되길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 및 고도화를 추진하고, 동시에 고용 창출과 가계 가처분소득 증대 노력을 병행하는 등 한국 경제의 체질 강화 노력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산업 구조조정은 문제 산업 내에서 고용 유지를 전제로 기업 간 통합을 촉진하고, 지난 십 수년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신수종 사업의 발굴과 지원 노력을 원점에서 재검토·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고용 창출은 무엇보다도 획기적인 규제 완화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규제는 일몰 규정을 붙여 폐지하거나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려면 지속적인 고용 창출 노력 이외에도, 이미 자영업자 등 상당수 납세자에게 세금보다도 과중해진 건강보험료를 수년간 동결하는 조치도 고려해봄 직하다.그런데 경제위기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은 보수든 진보든, 어느 정부가 출범해도 세금 부담 경감과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전제로 한 건전 재정,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정책 노선일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런 ‘경제적 규율’에 충실한 사람이 선출되기를 이코노미스트로서도 물론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2016.12.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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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건보료 개혁 중단 논란 - 안 할 일은 하고 할 일은 안 해

정책이슈

연말정산 후폭풍에 시달리던 정부가 또 한 번 악수(惡手)를 뒀다.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개혁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건데 파장이 심상치 않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1월 28일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올해 안에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말정산에 대한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추가로 물리는 개선안이 나올 경우 반발이 심상치 않으리란 우려 때문이다. 문 장관은 “(개편 후) 지역가입자의 건보료가 줄어드는 것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추가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의 부담이 늘어나면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개선안 발표를) 연기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소득 없는데 더 내고, 부자는 덜 내는 건보료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인수위원회 시절 국정과제에 포함돼 2013년 7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이하 기획단)’이 출범했다. 이규식 연세대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보건복지 전문가 상당수가 모였다. 1년 반 동안 11차례의 전체 회의를 가졌고, 기본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다. 1월 9일엔 복지부 출입기자를 상대로 별도의 설명회를 가졌는데 기자들도 대체로 개선 방안에 공감했다고 한다. 우호적인 여론을 바탕으로 1월 29일 최종회의에서 그간의 결과를 발표한 뒤, 4~5월 중에 정부가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식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전면 연기를 밝힌 것이다. 1월 27일까지만 해도 문 장관은 “보험료가 줄어드는 계층이 있으면 늘어나는 계층도 생길 수밖에 없어 여론이 어디로 흘러갈지 걱정”이라면서도 “개선안은 증세가 아닌 합리적인 정책이고, 임기 중에 꼭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었다.그럴 만했다. 건보료의 기본 부과체계는 약 40년 전에 설계 됐는데 큰 틀을 바꾸지 않고 미세 조정만 해온 탓에 담당 공무원도 모를 정도로 구조가 복잡해졌다. 워낙 모순이 많아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초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주인집에 ‘죄송하다’는 메모와 밀린 공과금을 남기고 두 딸과 자살한 사건이다. 당시 세대주였던 어머니가 소득이 없는데도 지역가입자로 매달 5만원 가량의 건보료를 내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퇴임하면서 “송파 세 모녀도 건보료를 내는데 퇴직 이후 직장가입자인 아내의 피부양자로 자격이 바뀌는 나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다”며 “현행 건보료 체계는 매우 불합리하다”는 내용의 글을 블로그에 올려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소득을 중심으로 동일한 보험료 부과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국제·보편적 상식”이라고 주장했다.그의 지적대로 기획단은 ‘소득 중심의 단일한 보험료 체계를 구축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현행 건보료 체계의 문제점은 크게 ‘재산을 기준으로 한 부과체계’와 ‘무임승차’다. 고정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는 별 고민이 없는데 지역가입자가 문제였다. 당장 소득이 없는데도 재산이나 자동차를 근거로 보험료를 매기니 당장 낼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보험료를 부과했다. ‘직장 그만두고 나니 보험료가 더 늘었다’는 은퇴자의 불만도 그래서 나왔다. 직장에 다닐 땐 보험료를 회사와 반반씩 부담하지만 직장을 나와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면 전부 본인이 내는데다, 아파트와 자동차에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보험료를 매기니 황당할 만하다. 심지어 빚을 내 집을 사도 건보료를 더 내야 한다.이와 달리 돈 좀 있다는 사람은 피해갈 여지가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누군가의 피부양자가 되는 것. 자식이든 아내든 관계없다. 재산이 9억원 이하거나 연금과 금융소득이 각각 연 4000만원 이하면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낸다. 직장가입자 중에서도 무임승차자가 적지 않았다.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는 월 소득의 6.07%를 개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하면 끝이다. 근로 외 소득이 있는 경우엔 기존 건보료에다 추가로 더 내도록 설계돼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오피스텔 등 임대업으로 돈을 벌거나 부업을 하는 경우다. 문제는 근로 외 소득으로 평가하는 기준이연 7200만원으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근로 외 소득을 버는 사람은 217만명(2011년)이나 되지만 이 중 건보료를 추가로 내는 사람은 약 1.5%인 3만2000명 밖에 안 된다. ━ ‘구조개혁 산으로 가나’ 반발에 청와대도 움찔 개선안이 도입되면 이런 불합리한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생활수준·경제활동참가율 점수제를 폐지하고, 재산에서 동일한 금액(최소 1100만원~최대 5400만원)을 공제해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산정 기준에서 성별이나 연령, 자동차 등은 제외하고, 재산에 대한 보험료도 인하할 계획이었다. 재산이 적고, 소득이 없으면 최저 건보료를 부과하고, 고액 재산에 대한 건보료는 인상하는 안도 담겨 있다. 직장가입자의 근로 외 소득 기준 역시 연 2000만원으로 낮추려 했다. 근로 외 소득이 2000만~7200만원인 고소득자가 추가로 건보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무임승차 논란이 컸던 피부양자 기준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출 계획이었다. 대략 고소득 임금 근로자와 재산이 많은 피부양자의 건보료 부담을 늘리고, 저소득층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이다. 이걸 안하겠다고 하니 2년 가까이 머리를 맞댄 기획단 위원도, 받아들이는 국민도 황당할 수밖에 없다.무책임한 후퇴라는 반발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수습에 나섰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문 장관의 연기 발언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적으로 장관이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결정 이면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이와 함께 민 대변인은 “백지화가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꼬였다. 강한 국민적 반발이 부딪히자 복지부는 30일 연 소득 500만원 이하 저소득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을 올해 상반기 중에 조정하기로 했다. 1단계로 취약계층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고, 내년에 부과체계를 전면적으로 손 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감안할 때 ‘사실상 개편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건 변함이 없다. 이‘ 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해도 곤란한 건 마찬가지다. 연말정산으로 불과 열흘 전 홍역을 치른 정부가 다시 또 입장을 바꾸면 그야말로 신뢰는 땅으로 떨어진다. 무슨 일을 해도 일처리가 깔끔하지 않다. 집권 3년차 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던 정부가 연초부터 수렁 속을 헤매고 있다.

2015.02.0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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