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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 증세가 해법일까] 정책 초점, 집값 안정 더해 불로소득 차단에 맞춰야

[부동산 - 증세가 해법일까] 정책 초점, 집값 안정 더해 불로소득 차단에 맞춰야

세금인상이 박탈감·정책불신 키워선 안돼… 실수요자 세부담 경감도 병행해야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왼쪽)과 박재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이 11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현실화 방안에 대해 합동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1년 주택시장은 ‘세금 전쟁’의 서막이 오르는 해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증세를 위해 설치했던 여러 도화선들에 불이 붙으면서 내년에 세수가 역대 최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거래세(취득세·등록세), 양도소득세,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종합토지세) 등 부동산 세금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부동산 증세에 기폭제가 될 공시가격 인상 중장기 계획까지 발표한 상태다. 공시가는 부동산 보유세를 비롯해 토지보상·농지부담금·기초연금·건강보험료·복지수급 등 60여개 제도 운용에 주요 잣대가 된다. 즉 공시가가 오르면 세금도 오른다.

문 정부는 날뛰는 주택시장을 통제하고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해 계층별 맞춤형 주거지원, 임대사업 활성화, 분양가 상한제, 투기지구지정 확대, 대출 규제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왔다. 그럼에도 집값 폭등, 풍선 현상, 전세 대란 등이 가중되자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23번이나 바뀌었고, 그만큼 효력 논란도 일었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턴 부동산 세금 인상 방안을 짜는데 몰두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 장기침체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세금을 늘려 투기심리를 잠재우고 복지재원도 확보하려는 일거양득 작전으로 보인다.
 세금인상이 집값상승 부추길 수 있어 주의
정부는 다주택자·임대인·투기지역 등을 겨냥해 거래세·양도세·보유세 등 부동산 세금 전반에서 세율 인상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주택·토지 공시가 현실화율(실거래가 대비 공시가 비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보유세 과세표준 설정 시 주택 공시가에 곱하는 비율)을 실거래가에 준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세금 정책이 효력을 발휘하는 시기가 문 정부 말기인 내년부터다. 정부는 시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세율 인상을 향후 15년 동안 단계별·유형별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다음 정부까지 정책을 지속시키려는 의도로 시장은 읽고 있다.

역대 정부들도 투기 차단과 세수 확보가 손쉬워 세금 인상 정책을 애용했다. 한국납세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20년간(1999~2018년) 부동산에서 걷은 세수가 총 578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집값 폭등은 끊이질 않았다. 문 정부의 세금 인상도 복지공정성과 조세형평성을 위해서라지만 탈출구를 틀어막고 주택 수요를 구석으로 몰아세우는 인상을 준다. 그간 문 정부의 규제 강화 과정에서 중저가 주택 실거주 수요도 적지 않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이상혁 더케이컨설팅 부동산센터장은 “역대 정책들도 과도한 규제 시 보유자·매입자 모두의 반발만 일으켰다”며 “세금 강화는 매수세를 누그러뜨릴 순 있어도 결국 집값 상승에 반영되므로 이를 견제할 추가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정부의 규제 일변도 기조도 정책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토지과표 현실화(1989~1993년), 지가 현실화(1993년), 공시지가 현실화(2000~2005년) 등 공시가격·과세표준 현실화 정책들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던 과거 정부들의 과오도 정책불신을 키우는데 한 몫 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세금이 낮아 집값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높은 세금이 집값 상승의 주원인”이라며 “정권 기조에 따라 번복되는 정책, 세금 사용과 정책 수립의 불투명성, 자주 바뀌어 복잡해진 세법 등이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기를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문 정부의 세금 인상은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서민층 저가 부동산의 세금부담 증가다. 정부는 고가 주택의 공시가를 지난해와 올해 대폭 올렸는데, 형평 문제가 제기되자 모든 주택의 공시가도 높이기로 정했다. 이에 따라 집값 구간별로 적용 세율은 다르겠지만 저가 부동산도 공시가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당·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시가 6억원 이하 1주택자에겐 세제혜택을 주기로 정했다. 하지만 세율 인하(0.05%포인트씩)가 적고, 혜택 기한(3년)도 한시적이어서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세무법인 다솔T&C 이강오 대표세무사는 “공시가 인상은 양날의 검 같아서 개발 시 토지·건물 보상엔 유리하나 세금 산정엔 불리하다”며 “다주택자 세금부담을 겨냥할 때 실수요자 세 경감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유자의 세부담 임차인에 전가 막는데 주력
또 다른 논란은 집값이 떨어지거나 정체되어도 공시가격이 현실화율 90%에 도달할 때까지는 인상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집값이 고가일수록 공시가도 가파르게 오르도록 설계했다. 이는 주택 추가매입·투기수요 억제를 기대할 수 있지만 보유세 인상,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 인상 등으로 부자 증세와 재산권 침해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박준 서울시립대 교수(국제도시과학대학원)는 정부의 보유세 정책이 세부담 형평성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주택 가격대별로 다른 공시가 현실화율, 세부담 인상 속도가 빠를 경우 은퇴 고령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정부 신뢰도 하락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보유세가 기대만큼 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이 급등하면서 깊어진 상대적인 박탈감도 정책불신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세금 인상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논란도 있다. 시세차익이 워낙 크다 보니 세금 인상을 무릅쓰고라도 투기심리는 가라앉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세금 인상으로 매물이 줄어들 경우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상황과 맞물려 거래 위축과 집값 상승만 부추길 거란 예상이다.

세금 인상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그동안 부동산대책의 부작용 중 하나가 집주인이 전세가격 인상이나 월세 확대·전환 등을 통해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겨 온 점이다. 이는 특히 근로소득이 없고 주택임대로 생계를 잇는 은퇴 노인층에서 두드러져 오히려 세금 인상 불만을 키울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 인상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도 꼽힌다. 한국은 그동안 보유세가 낮고 거래세와 양도세가 높은 편이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9%(보유세 0.9%+거래세 2.0%+양도세 1.0%)에 이른다. 영국 4.3%(3.1%+0.8%+0.4%), 미국 3.8%(2.7%+0.1%+1.0%), 프랑스 3.4%(2.6%+0.8%+0%), 캐나다 3.4%(3.1%+0.3%+0%), 일본 2.2%(1.9%+0.3%+0%) 수준이다. 현 정부는 거래세·양도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보유세 인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결국 집값과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거라는 지적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는 지난 9월 온라인에서 열린 재정패널 학술대회에서 보유세 개편 효과에 대해 “집값 안정못지 않게 공정한 부동산시장 조성에도 정책 초점을 둬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동산 가격의 이유 없는 급등과 과도한 불로소득을 정책적으로 차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수익에 대한 적절한 과세로 조세 정의를 이루고,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이익과 투기를 막는 것이 부동산 세제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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