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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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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이 미래의 생존전략…시대변화에 따라 국가운영 시스템 재설계해야”

정책이슈

민간 싱크탱크 국가인재경영연구원이 최근 정책포럼을 열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국가인재경영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재개발, 인생 다목적 생태계 조성, 공공행정분야 거버넌스 혁신, 인재개발 구축 등 4가지 정책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전문가그룹이다. 지난 23일 연구원의 설립 발기인이자 자문위원장인 이근면 초대인사혁신처장을 만나 국가 인재 양성과 효율적 활용을 위한 방안, 인재경영에 관한 그의 인사철학 등을 들었다. 삼성SDS,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인사책임자를 거쳐 박근혜정부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역임한 그는 세계 3대 인명 사전의 하나인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 등재된 국제 공인 인사전문가다. 인사처장 시절 공무원연금 개혁을 드라마틱하게 성사시킨 주역으로 재임 20개월 동안 보수의 절반을 기부하고 출장중 항공편이나 KTX를 이용할때는 일반석을 고집하는 등 공직자로서의 전형을 실천한 진정성 있는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차원의 인재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4차 산업혁명, 미·중 갈등에 따른 신냉전 등 세계사적 전환기, 우리도 국가 운영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경제규모 재정규모는 예전의 몇배가 됐는데 국가 운영시스템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면 문제 아니겠어요.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사람의 경쟁력을 다른 나라보다 몇배 만들어내는 길을 찾아야 되요. 우리나라에 자원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밖에 없어요. 국가 인재 경영이 필요한 거에요. 모든 정책적 초점을 이에 맞춰나가는 게 다음 시대를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사람이라는 자원을 환경변화에 맞춰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고민해야 해요. 인재 양성을 위한 시스템 정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국가 인재경영을 위한 체계는 어떻게 구축해야 합니까. 경쟁력 있는 미래형 인재 육성은 디테일하게 그리고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진화형 국가 조직체계,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이 좁은 나라에 무슨 226개나 되는 자치정부(기초자치단체)가 필요할까요. 사이즈는 작으면서 실은 하나의 소국가처럼 운영되고 있어요. 지금 전국이 하나의 앱으로 통용되는 시대에요. 시스템화돼 있고 정형화돼 있고 인공지능(AI)화 돼 있어요. 지방자치제도부터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지역과 거리 중심, 인프라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해요. 최소 100만 명을 하나의 단위로 구성해야 생활자치도 경제자치도 실현될 수 있어요. 국회도 국가 아젠다는 상원, 지역과 민생은 하원 이런 식으로 이원화해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생각의 출발점을 바꿔야 합니다. 미래 합리적인 국가 운영 체계로의 전환, 국가 인재경영의 기본 전제입니다. 공직사회도 시대변화에 따라 변화해야겠군요. 개발시대 기업은 정부에서 배워 따라했어요. 이젠 더 이상 정부로부터 배운다고 안 하죠. 정부는 기업에서 배우면 안 되나요. 시대변화에 따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공직사회 구축이 필요해요. 변방의 조그마한 기업이 세계를 제패하는 걸 봤어요. 삼성이 1등할 줄 누가 알았어요. 국가도 마찬가지에요. 예를 들어 ‘G3’까지 가보자며 국가적 비전을 세우면 안되나요. 꿈 꿀때가 됐어요. 된다고 믿는 사람이 있으면 되는 거에요. 잘되는 조직은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는 거에요. 1인 창업자도 세계 일류를 꿈꾸고 나아가는데 국가는 왜 못하나요. 우리가 못 이루면 다음 세대가 하면 되요. 민간기업은 망하면 없어지지만 국가는 계속 그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잖아요.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인사관리의 차이 때문이겠지요. 인사혁신처장 시절 가까이서 관찰한 공무원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지만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비전도 없고 도전정신도 없고 전문성도 점점 떨어져요. 인사운영체계에 원인이 있습니다. 경직적 조직 운영과 낙후적인 성과평가체계 때문이에요. 일 잘하는 공무원은 파격적으로 보상해주고 퇴출제를 도입해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조직에 건강한 긴장감이 돌게 해야 공직사회가 활기를 띨 수 있어요. 최근 하위직을 중심으로 퇴직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 단순히 처우개선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일한 만큼 보상해주고 일 못한 사람은 재교육이나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해요. 전체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쟁력을 높여 미래의 발전을 약속하는 일이 인사관리의 핵심이에요. 모든 조직에 통용되는 인사관리의 기본원칙이 있다면. 인사는 믿음이에요. 인사를 딱 발표하는 순간 당사자나 주변에서 납득할 수 있어야 해요. 그 사람을 임명해서 일을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되는 거에요. 주변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적재적소’가 아닌 ‘적소적재’의 원칙이 필요합니다. 적재적소라는 건 좋은 재주는 아무데나 갖다 줘도 다 쓴다는 뜻이죠. 적합한 사람을 고른 다음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거에요. 반면 적소적재는 일에 맞는 사람을 찾는 거에요. 전혀 뜻이 달라요.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은 한 명이에요. 이것저것 다 잘한다는 건 오만한 생각이에요.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해진 세상에서 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적재는 적소가 아닙니다. 적소의 적재입니다. 인사에 앞서 ‘할 일’을 먼저 정한 후 그에 적합한 인재를 골라야 합니다. 국가운영의 대전환기, 리더십도 변해야겠지요. 사람과 환경을 융합시키는 역량이 리더십이에요. 그래서 리더십은 시대에 따라 변해요. 이질적인 것 간의 공감. 특히 (요즘엔) 세대간의 공감이 중요합니다. 공감을 이끌어내 사람과 환경을 잘 융합시켜 목표를 이루는 게 리더십이죠. 지금 시대의 리더십은 미래, 통합, 공감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될 수 있어요. 전략적 사고, 불확실성의 관리, 권한 위임, 통섭, 인간 존중 등의 덕목도 필요하지요. 대통령의 리더십도 다를 바 없어요. 국가의 미래, 국가의 통합, 국가 구성원 그리고 세계와의 공감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진정성과 솔선수범이 깔려야겠지요.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떻게 보십니까. 80점은 받을만합니다. 지지율은 3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공인의식이 확실하잖아요. 준비 안된 대통령이란 점은 지적할 수 있지만 공인의식으로 메울 수 있어요. 이런 부분이 리더십의 근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좀 더 정교해질 필요가 있어요. 국정은 연습하는 곳이 아니에요. 그만큼 심사숙고해야 된다는 거예요. 권유하자면 정략적인 부분은 참모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국가 대개조수준의 개혁을 한다고 했는데 리더는 국민에게 두들게 맞더라도 가야할 길은 가야하는 거에요. 지금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한데 결국은 리더의 의지가 가장 중요해요. 가슴을 뛰게 하는 비전을 제시해주면 더 좋겠지요. 박정희 대통령을 예로 들어보지요. 그가 남긴 건 꿈이에요. 그가 제시했던 (잘 살아보세라는) 꿈이 지금도 그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향수로 남아 있어요. 국민소득 1000달러, 수출 100억 달러를 목표로 한다고 할때 모두 가슴이 뛰었지만 과연 된다고 믿었나요. 삼성이 1등한다고 누가 믿었어요. 왜 그걸 잊어버려요. 대한민국이 이런 나라가 된다고 누가 믿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꿈을 잃고 있어요. 다음 세대의 꿈은 누가 줄 건가요. 대통령이 할 일이에요. ☞ 이근면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자문위원장= ▶1952년 경기 파주 출생 ▶성균관대 화학공학 학사 ▶아주대 경영학 석사, 강원대·창원대 명예경영학 박사 ▶삼성SDS 교육본부장·삼성전자 인사팀장 ▶삼성광통신 대표이사 ▶강원대·성균관대 초빙교수, 아주대 겸임교수 ▶마르퀴스 후즈 후 등재 ▶초대 인사혁신처장 ▶공직자윤리위원회 부위원장 ▶국회 미래인사포럼 자문위원장 ▶한국장학재단 경영고문 ▶일본 와세다대 초빙연구원 ▶(현)사람들연구소 소장, 국가인재경영연구원 자문위원장, 성균관대 특임교수 송길호 이데일리 논설위원 겸 에디터 khsong@edaily.co.kr

2022.11.26 10:00

5분 소요
[그들은 왜 나누는가] 미혼모에 100억, 어린이에 1000만 달러… 애터미의 나눔 DNA

CEO

#1952년 참전 군인들에게 설교를 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인 목사 에버렛 스완슨. 그는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수많은 전쟁고아들과 마주치게 된다. 어느날 새벽 그는 길을 가다가 인부들이 트럭에 무언가를 싣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밤새 굶주림과 추위에 얼어 죽은 아이들의 시체를 거두는 모습이었다. “너는 이것을 보았는데 이제 무엇을 하겠느냐”. 전쟁고아들의 참상을 눈으로 목격한 스완스 목사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이 질문과 마주했다. 그는 미국에 도착한 뒤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위한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전 세계 25개국에서 약 200만명의 어린이를 양육하고 있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시작이다. 1000만 달러(약 120억원). 창업 12년차를 맞은 한국의 한 기업이 세계 어린이 양육에 동참하겠다며 ‘한국컴패션’에 내놓은 금액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이 쾌척한 기부금액으로도 ‘통 큰 액수’지만 컴패션 70년 역사상 최대 기부금액이기도 하다. 이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누적 기부액은 2009년 설립 후 지금까지 5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주인공은 바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성장한 직접판매기업 애터미, 그리고 박한길 회장이다. ━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기적의 시작’ “컴패션은 기적의 시작입니다”. 지난 15일 충남 공주시 애터미 오롯비전홀. 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 전 세계에서 모인 애터미 회원들의 환호가 가득 메워졌다. 박 회장이 한국컴패션과 나눈 기부의 뜻을 알리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열린 오프라인 기부행사는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온라인으로 동시접속한 세계 각국의 회원들의 모습이 무대 뒤 초대형 LED전광판에 비춰지자, 마치 이 자리에 함께 와있는 듯한 현장감이 더해졌다. 작곡가 겸 가수 주영훈씨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는 박 회장과 서정인 한국컴패션 대표, 가수 션(한국컴패션 홍보대사)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부금 전달식에서 주씨는 “박 회장이 결연을 통해 전 세계 25개 빈곤 국가 어린이들을 양육하는 컴패션에 한화 약 120억원을 기부했다”면서 “이는 컴패션 70년 역사상 최대 기부금액”이라고 소개했다. 박 회장이 손을 잡은 컴패션은 한국 전쟁 후 꿈을 잃었던 한국 아이들의 희망이었다. 1993년까지 10만명 이상의 한국 어린이들을 키워냈고, 받았던 사랑을 다시 베풀기 위해 2003년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이후 컴패션은 수많은 빈곤 국가를 방문하며 전 세계 아이들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나갔다. 하루 종일 돌을 깨야 비로소 한 끼의 죽을 먹을 수 있던 12살의 우간다 소녀 마리암. 공개된 우간다 트립 영상 속에서 배우 차인표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던 마리암과 결연을 맺으며 “우리는 삶에 대해 감사할 게 많은 데 감사를 놓치고 산다”는 소회를 전했다. 그는 기부의 참의미에 대해 “이들이 작은 후원을 받고 삶이 변해가는 걸 보면서 오히려 내 삶을 돌아보고 작은 감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를 잡은 가수 션은 이 영상을 소개하면서 기부의 가치가 ‘더 행복해지는 삶’에 있다고 설명했다. 션은 “아이 4명의 부모이자 결연을 통해 맺어진 1000명의 아이들, 총 1004명의 부모가 됐다”며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한 기부지만 그들을 통해 기적을 보고, 오히려 얻어진 게 많다”고 기적의 시작을 독려했다. ━ 자립 가능한 성인되도록 돕는 ‘축복의 통로’ 객석에 앉아 무대를 지켜보던 박 회장은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 행사 중간 중간 눈물을 훔치는 그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 회장이 컴패션과 나눈 마음은 이들의 시작과 같다. 그는 이 시작을 ‘축복의 통로’라고 표현했다. 박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에 자연재해까지 겹쳐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장 어려움을 많이 겪는 층이 어린이”라며 “진흙죽을 먹고 살아가는 마다가스카르 아이들을 보면서 코로나 팬데믹과 자연재해 상황에서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생각을 하는 차에 컴패션과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컴패션이 단순히 물질적 지원을 하는 곳이 아니라 ‘어린이 양육 기구’로, 이들이 가난과 재해, 질병에서 벗어나 자립 가능한 성인이 될 때까지 돕는 전인적 지원 창구라는 점도 박 회장의 마음을 동하게 한 부분이다. 박 회장은 “당장의 배고픔을 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이 가난을 극복하고 일어나 자립 가능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며 “그 일을 컴패션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과 한국컴패션은 이번 기부금을 ▲아이티 지진피해를 돕는 긴급양육 보완 사업 ▲코로나19 긴급양육 보완 사업 ▲아시아 지역 청소년 양육 개발 프로그램 ▲미결연 어린이 후원금 ▲Growing252 사역 후원금’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국컴패션은 이번 기부로 1만2000여명의 후원 어린이 가정과 34개 컴패션어린이센터가 지원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 3년 동안 400억원 이상…영업이익 10% CSR로 박 회장이 이끄는 애터미는 토종 네트워크마케팅 기업이자 글로벌 유통기업이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23개 나라에 진출해 있으며 1600만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통합 매출로 1조9000억원을 달성했다. 실적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회사의 CSR비용이다. 애터미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영업이익의 10%에 해당하는 400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박 회장의 남다른 ‘나눔 철학’이 반영된 부분이다. 박 회장은 애터미 창립 초기 생존 기로에 놓일 만큼 어려운 순간에도 첫 월급 200만원의 10%를 떼 주변 학교에 급식비가 없는 아이들을 돕는 등 기부에 앞장서 왔다. 그때부터 나눔을 생활화 하면서 3가지 철학도 생겨났다고 한다. ‘큰 게 아니라 작은 것부터, 멀 리가 아닌 가까운 곳부터, 나중이 아닌 지금부터 나누자’라는 것이다. “어려울 때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게 그가 지켜온 소신이다. 회사가 기반을 잡아가면서 사랑의 열매 5000만원, 실로암안과 학술연구원 건립 및 개안수술 20억원 등 점점 기부 액수도 커졌다. 2년 전인 2019년엔 미혼모를 위한 ‘생소맘 기금’에 중견기업 최대금액인 100억원을 쾌척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불우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 활동도 이어왔다. 지난해 보호종료아동 및 성범죄 피해아동 지원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에 4억원을 전달하는가 하면, 장애를 안고 있는 어린이들의 재활에 보탬이 되고자 전주예수병원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27억원을 지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 올해 들어 기부 횟수는 더 늘어났다. 캄보디아 진료버스 운영비로 50억원을 기탁했고, 공주시 지방재정과 일자리 창출에 20억원을 쾌척했다. 여기에 한국컴패션 기부 약 120억원을 더하면 총 200억원 이상을 올해 나눔 비용으로 쓴 셈이다. 업계에선 올해 기부액 역시 이미 애터미의 영업이익 10%를 초과했다 보고 있다. 전경련 가입 220개사의 연평균 기부금이 영업이익 대비 4%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올해뿐 아니라 애터미는 기부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3년 동안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업종별 기부금 증감액과 기부금 비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 애터미가 속한 유통·생활용품 업종 중 애터미의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2018년 0.46%, 2019년 1.72%, 2020년 0.84%에 달했다. 이는 관련 업종 평균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 기업은 사회가 성장하는 밑거름…ESG는 그 약속 박 회장은 CSR이 기업의 책임을 넘어 의무이자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돈을 벌었으니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며 “기업과 사회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기업이 사회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재계에 불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터미는 돈을 버는 시스템뿐 아니라 돈을 쓰는 시스템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다. 박 회장은 “번 돈은 쌓아 두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야 한다”면서 “기업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돼야 하고, ESG는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는 기업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 애터미가 픽한 컴패션 “자선단체 많은데”…애터미가 한국컴패션을 ‘픽’ 한 이유 컴패션은 TV광고, 길거리 등 공개적인 모금 활동을 하지 않는다. 1993년 수혜국을 졸업한 뒤 2003년 지원국으로 한국에 뿌리내리게 된 ‘특별한 이력’ 탓에 NGO(비정부기구)로서의 역사도 짧은 편이다.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한국컴패션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나눔과 사랑을 전파해왔다. 전 세계적으로 컴패션은 200만명 이상의 어린아이들을 후원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12만여명은 한국컴패션에서 후원하고 있다. 서정인 대표는 2003년 컴패션이 한국에 다시 설립될 때부터 대표를 맡아오고 있다. 박한길 애터미 회장과 인연은 ‘컴패션을 주제로 한 CBS 방송 출연’이 맺어줬다. 방송을 처음 접한 건 박 회장의 아내인 도경희 애터미 부회장이다. 도 부회장 소개로 컴패션을 알게된 뒤 박 회장은 컴패션을 찾아 종사자들을 만났고, 서 대표와 오랜 시간 기부와 신앙에 대한 뜻을 나눴다. 박 회장 부부의 마음을 더욱 강하게 끌어당긴 건 컴패션이 ‘양육기구’라는 점이다. 재해가 발생하거나 급박한 위급 상황에 나누는 구호의 손길이나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는 단기적 지원에서 그친다는 데 아쉬움이 따랐다. 반면 컴패션에는 가난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어른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지원을 주는 양육 커리큘럼이 존재했다. 서 대표는 와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을 돕는 기관이 여럿 있다. 다들 후원금을 받는 방법은 똑같지만 쓰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이들 중 컴패션만 유일하게 양육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다”며 “뱃속에 있는 한 생명이 성인으로 자립해 설 수 있을 때까지 함께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후원이라는 개념이 컴패션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양육 성과는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컴패션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경제학과 브루스 위딕 교수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컴패션을 통해 전인적 양육을 받은 어린이가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서 선생님이 되는 비율이 63% 높으며, 대학 교육을 마친 비율은 50~80%, 사회 리더가 되는 비율은 30~75% 더 높았다. 컴패션은 후원금 운영원칙도 8대 2로 준수하고 있다. 전체 후원금의 80% 이상을 수혜국 현지 어린이 양육비로 사용한다는 원칙을 설립 이후부터 지켜오고 있다. 운영비 사용에 효율성과 정직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서 대표의 철학이다. 한국컴패션은 지난해에도 약 747억원의 사업비 중 85.2%를 어린이 양육 프로그램 비용으로 사용했다. 서 대표는 “무조건적인 기부가 다 옳은 것이 아니라 기부도 가치를 보고 결정돼야 한다”면서 “결과물이 분명하고, 투자한 것에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비즈니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도 컴패션이 다른 일들을 벌리지 않고 ‘양육에만 집중’하면서 운영시스템이 투명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컴패션은 또 2003년 설립 이후부터 재정 투명성을 위해 회계법인 외부감사를 받고 있으며 각 수혜국 역시 내·외부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박 회장은 “애터미 기부를 통해서 컴패션이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각인되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면서 “액수가 크든 작든 돈을 잘 써줄 믿음직한 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최소한 그들에게라도 컴패션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10.22 09:26

7분 소요
최남우 인실리코젠 대표

CEO

몇 년 내 유전체 데이터가 질병의 치료는 물론 예방·관리와 미용·식품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활용될 전망이다. 생물 정보 전문기업 인실리코젠의 최남우 대표는 최근 개인의 유전체에 최적화된 식품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전체 분석을 플랫폼으로 식품·화장품·신약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포부다. #1. 지난 11월 7일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 국빈만찬에서 건배하며 마신 것은 콜라였다. 한국과 미국 측 정·재계 인사 120여 명의 잔에는 청와대 측이 준비한 전통주가 채워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친형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이후 술을 일절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9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다 1981년 42세로 세상을 떠난 형 프레디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봐왔다”면서 “(술을) 시작하지 않으면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한번 시작한 다음 멈추기란 무척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게도 죽은 형처럼 적당히 술을 마시지 못하는 유전자가 있을지 모른다. 그게 무섭다”고 덧붙였다. 자신에게도 중독 유전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려한 것이다.#2. 지난여름 이른바 ‘살충제 달걀’ 파문 당시 김주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인체 내로 침투하면 북미 사람이나 서남아시아 사람보다 한국인에게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은 피프로닐에 대한 취약 위험도가 북미인보다 약 1.3배, 아프리카인보다 약 2.5배, 서남아시아인보다 10배가량 높았다. 같은 성분이라도 인종에 따른 취약도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자 파장이 컸다. 김 교수는 약과 유전자의 지식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결국 모든 사람이 개인 유전자 지도를 갖게 되는 날이 온다. 의료는 개인차가 핵심으로, DNA를 많이 알고 연구할수록 제대로 된 맞춤치료와 예방, 대응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최근 의료 트렌드가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유전체 검사를 통해 개인의 질병을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식품 정보 제공 분야가 빠르게 움직인다. 음식이 곧 약이며 생로병사의 모든 근원은 음식에서 시작한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구체적 실현인 셈이다.경기도 용인 흥덕IT밸리 내 생물 정보 전문기업 인실리코젠 본사에서 만난 최남우 대표도 최근 개인의 유전체에 맞는 식품 정보 제공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기존에 X선이나 컴퓨터 단층촬영, 조직슬라이드 등으로 진단했던 질병을 이젠 축적된 데이터와 환자의 유전자 정보 비교로 파악할 수 있다”며 “유전자 본성이나 변이 과정에서의 발병 원인과 식품의 연관성을 따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4년 동안 축적해 온 유전체·생물정보를 식품을 시작으로 해서 화장품·피트니스·반려동물 등에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만 유전자 잡는 식품 정보 제공 최 대표의 자신감은 인실리코젠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온다. 인실리코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사체(세포 내에 존재하는 대사 물질의 총합)를 중심으로 식품과 인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있다. 식품 정보에는 미국 농무부(USDA), 유럽식품정보네트워크(EuroFIR),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식품영양성분 분석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유전자질병·식품성분·화학물질 등 1500만 건의 개별 정보와 2700만 건의 바이오 복잡계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 식품업계 또한 주문 후 생산하는 맞춤형 시대로 변할 것이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선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며 “음식과 과학, IT를 융합해 만든 일종의 데이터 푸드 서비스”라고 말했다.그렇다면 기존에 제공되던 ‘주의 음식’ 정보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최 대표는 “기존엔 ‘삼가라’는 말이 앞섰지 ‘왜 그런가’에 대한 근거 제시는 약했다”며 “우리는 유전체가 갖는 복잡한 경로를 촘촘하게 디지털화해 개인과 식품을 매칭한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의 경우 하루에 커피를 3잔 이상 마셔도 밤에 숙면을 취하는데 어떤 이는 커피를 한 모금만 마셔도 밤새 뒤척이는 경우가 있다. 성인 기준으로 하루 카페인 권장량은 400㎎ 미만으로 아메리카노 2~3잔까지는 마셔도 무방하지만 문제는 사람마다 카페인 대사와 관련한 유전자 본성이나 변이과정이 다르다는 것. 이런 경우 카페인 양을 조절하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특히 식품을 통한 비만 예방에 주목하고 있다. 유전학적으로 보면 비만은 유전자가 변질된 질환이다. 23개의 염색체 가운데 7번 염색체의 끝에 위치한 유전자가 변질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이 치유되려면 변질된 이 유전자가 정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최 대표는 “지난해 전 세계 비만 인구는 6억4000만 명에 이른다. 전 세계 인구 대비 여성의 14.9%, 남성의 10.8%가 비만 상태”라며 “비만 위험 요소가 있는 유전자 정보를 식품·대사 관련 빅데이터로 분석해 개인에게 맞는 식품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인실리코젠은 자회사 인실리코푸드(iF)를 곧 설립할 계획이다. 인실리코젠이 생물 정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개발(R&D)에 집중하였다면 iF는 비즈니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 대표는 “그동안 인실리코젠에 투자를 원하는 금융계와 기업이 있었지만 연구 분야는 정부 과제로 충분했고 투자를 받을 시기라 생각지 않았다”며 “하지만 iF 식품 분석 서비스는 대중적인 서비스라 자본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관과 벤처캐피탈(VC) 등의 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현재는 B2B(기업과 기업의 거래)를 기반으로 유전자검사 업체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은 매년 받는 건강 검진 시 개별적으로 선택해 인실리코젠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도 있다. 최 대표는 “국내엔 300개 이상의 유전자 검사업체와 2만 개 이상의 건강검진병·의원이 있다”며 “이들이 첫 번째 타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건강검진 시장 규모는 기본적인 검진 서비스만 4조5000억원 정도. 2차 검사와 프리미엄 검진을 더하면 많게는 10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글로벌에서는 23앤드미, 패스웨이 지노믹스 등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내에서는 마크로젠·인실리코젠·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이 아모레·LG생활건강·한국콜마 등과 손잡고 피부·미용·식품·건강관리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인 유전체 분석만으로는 수익성의 한계를 느낀 바이오 기업들이 유전체 정보의 상품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다.최 대표는 “이들과 차별화되는 우리의 강점은 탄탄한 연구개발 맨파워”라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도 사람이 만들어내고 분석도 사람이 한다”며 “컴퓨터가 할 수 없는 아주 세밀하고 정교한 감성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고, 고객이 지불한 비용보다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56명의 임직원 중 36명이 석사 이상 전문가로, 전체의 60%가 넘는다. 지난해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매출 대비 27%를 넘어섰다. ━ 화장품, 반려동물 사료 등 확장성 커 최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데이터 푸드 시스템은 단순히 식품 업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iF의 데이터베이스에는 화학물질·대사물질·성분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바이오 소재 관련 기업과의 화장품 개발, 건강기능 식품 개발도 가능할 뿐 아니라 반려동물 사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인실리코젠이 구축한 농업생명공학 빅데이터, 생물 정보 분석 능력, 작물 육종 기술을 융합하면 식품의 원재료를 기능성을 갖춘 맞춤형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인실리코젠은 국내 생물 정보 기술 분야의 대표적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 바이오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지만 인실리코젠은 생물 정보 테마를 가진 회사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최 대표는 “생물 정보 기술은 상당한 인내심과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생명 분석 데이터의 가치가 무한하기에, 어렵지만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말했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졸업 후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국내 기업의 주문으로 미국의 인포맥스(InforMax)가 개발한 생물 정보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다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인포맥스의 소프트웨어는 생물학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험 전에 데이터를 시뮬레이션 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는데, 눈앞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기능에 순간 매료됐다”며 “이를 계기로 생물 정보 기술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 국가 운영시스템 구축 노하우 빛나 이후 도서관에서 분자생물학 등을 공부하고, 실험실을 찾아 현장감도 익혔다. 그는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라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했다”며 “연구개발은 전문가가 맡으면 되기에 박사급 인재를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2004년 10월 학계·연구소에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명 인실리코젠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같은 가상 환경에서의’를 의미하는 신조어(In silico)와 유전자를 의미하는 젠(Gene)을 조합했다. 업계에서는 흔히 ‘인코’라고도 부른다.그동안 국립농업과학원·국립축산검역본부·질병관리본부·국립수산과학원·국립문화재연구소·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과 협업해 왔다. 대표적인 유전체 분석 연구로는 한우 유전체 서열 분석, 고추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유방암 유전체 데이터 분석 등이 있다. 이를 통한 연구 결과들은 네이처와 같은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되면서 인실리코젠의 유전체 분석 기술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또 다양한 유전체 사업을 통해 생산되는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저장·관리·분석할 수 있는 국가 운영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유전체 데이터를 이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정보시스템, 농촌진흥청 NABIC, 질병관리본부 임상 유전체 생명정보시스템 등이 있다.최 대표는 “여러 국가기관과 유전체 분석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내 유전체 분석 기술의 입지를 견고히 해왔다”며 “2008년 10억원이었던 연매출은 지난해 4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는 50억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물 정보 분석과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특히 유전체 분석을 위한 시스템 통합 분야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출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성장세를 이루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 빅데이터 없으면 도태 또는 하청업체 국내 유전체 연구는 1999년 정부 주도로 ‘인간유전체기능연구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술과 투자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국내 의료산업의 4차 산업혁명 준비수준 점검’을 보면 유전체 분야의 수준에서 미국을 100%로 잡았을 때 한국은 77.0%, 중국 74.7%로 나타났다. 정부와 기업의 의료 R&D 투자 역시 활발하지 못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5년 한국 정부의 의료 R&D 예산 규모는 전체 R&D 예산의 8.4%, 17억8000만 달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은 비중이 24.1%, 23.4% 정도다. 기업의 의료 R&D 투자는 2015년 16억4000만 달러로 독일의 4분의 1,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40분의 1에 불과했다.최 대표는 “4차 산업은 전형적인 제조업 간의 조합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라는 핵심지식이 있어야 경쟁력을 갖는다”며 “우리나라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는 사물인터넷(IoT)이나 IT 부족이 아닌 이를 통해 활용할 빅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색엔진 서비스로 시작한 구글이 IT 분야에서 완벽한 플랫폼을 갖추기에는 20년이 걸렸다. 전기자동차 개발의 리더인 테슬라도 현재 매출이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매출이 수백 배가 되는 GM과 비교해 기업가치가 어느 기업이 더 높은가”라며 “데이터를 확보한 기업이 이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줄 누가 알았겠나. 이것이 미래 산업의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체적으로 10년 정도면 유전체 분석이 대부분 라이프 산업의 플랫폼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빅데이터 구축을 진행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거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시장에 나온 유전체 빅데이터 - ‘정보화’된 몸, 상품과 만나다 유전체 분석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TV 드라마 속 친자 확인 장면에서나 접했던 유전자(DNA) 검사가 유전 정보의 집합체인 ‘유전체(Genome)’ 검사로 진화하면서 수십 가지 유전 질병은 물론이고 개인의 고유한 특성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세계 유전체 분석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1억 달러(약 67조원)에서 2018년에는 669억 달러로 10%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시장 확대의 동력은 눈부신 기술·장비의 발전이다. 세계 유전체 분석 장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일루미나는 올 초 30억 쌍에 이르는 인간 유전자 염기서열을 100달러에 분석할 수 있는 장비 노바섹을 출시했다.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유전체를 분석하기 위해 10만 달러를 지불했지만 6년 새 비용이 100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기간도 2014년 2주에서 단 하루로 대폭 줄었다. 노바섹이 ‘꿈의 장비’로 불리는 이유다.유전체 분석 비용 100달러 시대이 때문에 시장에선 유전체 분석 산업의 급팽창을 예상하고 있다. 우선 질병 치료 영역으로, 개인 유전체 분석을 통해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2013년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전체 분석으로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다는 결과를 얻은 후 사전에 유방을 절제한 ‘의학적 선택’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1위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의 정현용 대표는 “DNA를 분석해 질병은 물론 미용, 건강관리 등과 융합하는 유전체 분석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과 정밀의료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하지만 국내 유전체 분석 관련 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우선 유전체 분석 기업들이 ‘규제의 덫’에 걸려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유전체 분석에 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한 ‘포지티브 규제’를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가정용 유전자 검사(DTC)’ 서비스를 허용했지만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탈모, 피부 노화, 비타민C 농도, 카페인 대사 등 12개 항목으로 제한하면서 1년간 시장의 성장은 지지부진했다. 유전체분석기업협의회 등이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규제를 합리화해 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업계 스스로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유전체 분석 관련 장비와 시약 등은 일루미나·로슈·써모피셔 등 일부 다국적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유전체 정보 분석 소프트웨어의 국산화 수준도 5% 미만이다. 최남우 인실리코젠 대표는 “기초 분석 장비는 해외 기술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며 “최근 국내의 유전체, 바이오 빅데이터, AI 등의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어 분석 장비만 국산화한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7.11.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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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의 ‘카톡(Car Talk)’] 전기차 충전 표준화는 한국의 새로운 기회

자동차

미국·유럽·일본도 국가 단위 충전 네트워크 못 만들어... 한국은 국영기업이 기반시설 구축해 유리 요즘 전기차(EV)를 구입하려고 망설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딱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전기차 구매자는 친환경을 가장하고 싶은 정치인 또는 연예인 취급을 받았다. ‘수조원대 투자비’라는 장벽을 치고, 좀처럼 지각 변동이 없던 자동차 산업이 요동을 친다.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자율주행자 시험 모델이 2017년 현재 세계 주요 도심을 누빈다. 2021년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완전 자율주행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130년 내연기관 시대의 종언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의 차를 내다볼 칼럼을 연재한다. 2017년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인수·합병(M&A)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이슈였던 ‘앞으로 세계 자동차시장은 5개 업체로 재편된다’는 ‘빅5’론과 비슷한 M&A 바람이지만 발단은 사뭇 다르다.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로 시작된 엄청난 연구개발비의 여파다. 점점 자동차 업체의 목을 조르는 연비 및 충돌안전시험 규제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IT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까지 더해졌다. 살아남기 위해 손을 잡거나 인수를 해야 한다. 먹거나 먹히거나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2013~2016년까지 세계 ‘톱 7’ 완성차 업체 중 GM과 닛산을 제외한 5개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정체됐거나 하락했다. 연구개발비 증가로 완성차 업체들이 겪는 수익성 악화의 한 단면이다. 결국 남은 것은 힘을 합치는 것뿐이다. 규모의 경제를 가장 먼저 추진했고 무려 70년 넘게 오랫동안 세계 1위였던 GM이 2014년 유럽 시장을 포기한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자동차 산업사의 큰 획을 그은 일이다. 동시에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한다. 현대·기아차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일까. 친환경차로 시작해 자율주행차의 거센 파고를 만난 자동차 업계에 해법은 이미 정해져 있을 수 있다. 기존 자동차 업체의 M&A를 넘어 거대 IT전자업체와 손을 잡는 것이다. ━ 전기차·자율주행차 기술은 미국 독무대 핵심 키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은 사실상 미국의 독주 태세다. 핵심 포인트는 그동안 자동차 맹주였던 디트로이트 빅3(GM·포드·크라이슬러)를 가볍게 제치고 애플·구글이 자율주행차 개발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점이다. 전기차 개발은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내연기관 차량 대신 전기차가 이른바 ‘마이카’ 시대로 불리는 오토모빌라이제이션의 대세가 될 것으로 생각했을 정도다. 수많은 전기차 시제품이 출시됐지만 결과적으로 상업화엔 실패했다.2000년대 중반 고유가 파동을 겪은 이후 전기차는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노트북에 주로 사용한 니켈수소·리튬이온 전지 같은 2차전지 개발에 힘입어 전기차의 상업화가 가속화한다. 아울러 자동차의 전자장비인 전장 분야와 각종 센서 및 제어 기술의 발달은 관련 통신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교통문화의 급격한 변화까지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지금으로선 전기차가 자율주행차의 기본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전기차 상용화에 중요한 것은 전기차 생산 자체보다는 충전 인프라의 완비다. 한국은 전기차·자율주행차의 후발 주자다. 다른 산업 분야에서 그랬듯이 기술적으로 앞선 나라들이 내놓은 결과물을 가까스로 따라잡고 있다. 여전히 패스트 팔로워다. 전기차·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관련 산업이 발전하려면 각 국가의 기반시설을 충분히 고려한 장기적이고도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운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은 출발은 늦었지만 나름의 장점을 발휘해 효과적인 장기 전략을 세운다면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표준을 개발할 가능성도 크다. 관련 전후방 산업을 발달시키고 고용 및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이런 전제 위에 우리보다 앞선 나라는 어떤 문제와 한계가 있는지, 우리에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따져보자.전기차 충전 시설은 상용화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차량 및 부품 관련 제조기술 개발은 민간이 담당할 수 있다. 하지만 충전 및 관련 서비스는 국가가 제공하는 게 효율적이다. 아직 어느 나라도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해결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전기차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 충전 및 관련 서비스 네트워크다. 미국·유럽처럼 전력 부문이 민영화된 국가는 통일되고 효율적인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어렵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엄청나게 광활하다. 대도심이 아니라면 사실상 전국에 이런 충전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테슬라·닛산 등 일부 회사는 노변이나 쇼핑몰 등 공공시설에 충전 설비를 설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또 충전 설비 간에 호환성이 낮아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마치 1980년대 비디오 표준 전쟁을 연상시킨다. 소니의 베타, 전자업체 연합군의 VHS 표준 쟁탈전이다.이런 제약으로 미국인은 전기차를 ‘근거리용 세컨드 패밀리카’로 간주하는 경향이 생겼다. 충전은 자기 집 차고에서 하는 게 기본이다. 가정용 충전 설비는 이미 미국의 여러 회사가 상품화했다. 대형마트 매장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충전은 고밀도 아파트가 중심인 한국의 주거 문화와는 잘 맞지 않는다. 더구나 대형마트 같은 상업시설의 주차 환경에도 충전시설을 확충하기 어렵다. ━ 한국은 글로벌 표준 장악에 유리한 조건 갖춰 유럽은 EU의 복잡한 관료 체계와 국가 간 이익 상충이 장애물이다. 일본은 일찍이 내수 중심의 폐쇄적 사업 방식을 고집했다. 그 결과 관련 단위 기술면으로는 우수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표준으로 전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가 단위의 통일된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다. 이런 선진국도 전기차의 확산과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 단위의 충전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이를 실현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한국에서는 발전·변전·송전·배전의 모든 부문을 국영 기업인 한국전력 중심 아래 운영한다.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5G 와이어리스(Wireless) 통신망과 국가 전체의 광통신망도 국영기업이 구축했다. 고속도로와 충전시설이 들어설 토지 역시 국영기업이 건설하거나 관리를 하고 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확산과 글로벌 표준화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이렇게 한국처럼 국가 기반시설을 소수의 국영기업이 담당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글로벌 표준을 놓고 경쟁할 국가가 상상하기 힘든 차별성이자 쫓아올 수 없는 매력적인 조건이다. ━ 차량 반도체 경쟁력은 보완해야 한국이 이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 최초로 국가 차원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 아니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 최초로 전국에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해당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선도 기업이 한국에 들어올 것이다. 사계절이 있고 산악·고밀도·도심·해안 등 거의 모든 지리적 실험 요소를 갖춘 한국은 글로벌 호환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 더욱이 전기차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교류·직류의 제한 요소도 없다. 이런 국가 차원의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한국은 전 세계 신기술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5G 통신망을 갖추면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최적의 실험장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품·소재·소프트웨어 관련 스타트업이 무궁무진 설립될 수 있다. 청년 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관련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성장할 기회인 셈이다.여기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과거 정부처럼 대기업이 특혜를 모두 누리는 전철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기존 대기업이 이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면 그 기술을 활용할 뿐 대기업 중심의 충전 네트워크 청사진을 짜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는 형국이 된다.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하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비관세 장벽, 제반 법규 및 규정을 만들어 해외 선진 업체의 진출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시장을 완전 개방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과 관련한 기반·요소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완전 개방을 통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야 글로벌 표준이 될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가 완성 될 수 있다.한국은 전 세계가 인정해 주는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전기차·자율주행차뿐 아니라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과 관련한 전장산업에 반도체는 핵심 기술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메모리 반도체 대량 생산에 특화된 국내 반도체산업은 특수 반도체 제조 기반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 분야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강소기업 중심으로 다양한 고부가가치 반도체 업체가 생길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아울러 연구·설계 서비스 및 반도체 생산에 특화한 중소기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이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른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다행히 중국은 그동안 최종 제품 생산에만 집중해 스스로 부가가치를 훼손해왔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차량용 반도체의 가치사슬을 확대 생산할 구조조정 플랜을 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이 분야는 한국이 빠르게 앞설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중국에 뒤처진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국영기업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민영화 목소리가 높았다. 국영기업은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규 사업을 통해 수익성 증대를 모색해 왔다. 전력·통신·건설 관련 국영기업은 기술과 노하우 면에서 경쟁국가 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이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딱 맞는 영토 크기와 경제구조를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다. 미국·유럽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제약이 많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강소국으로 거듭나려면 정확한 분석 없이 그저 남의 뒤 따라갔던 ‘패스트 팔로워’는 이제 버려야 한다. 제대로 된 청사진 아래 전기차·자율주행차 부문에서 국영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해 성공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김태진 - 모빌리티솔루션즈코리아 CEO 겸 자율주행연구소장(tj.kim@globalmsk.com)이다. 중앙일보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이다

2017.08.06 18:13

7분 소요
[리셋, 한국경제 | 복지 위해 세제 고치자] 포퓰리즘 비과세·감면제도 폐지하라

산업 일반

지난해 세금 감면액만 35조원 넘어... 소득세 누진세율 강화하고 복지 누수현상 해소해야 “증세가 필요하지만 불투명한 세금 사용처부터 없애주세요. 내가 부담하는 세금만큼 내가 누릴 수 있는 복지가 커지진 않는 것 같으니까.”“장기적으로 중(中)부담, 중(中)복지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앞서 과세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만 뜯어갈 게 아니라 자영업자의 세원을 철저히 발굴해야 한다.”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가 운영하는 시민마이크(peoplemic.com)에 쏟아진 목소리다. 시민들은 공평한 조세제도가 자리 잡는다면 증세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복지 확대도 마찬가지다. 위장 이혼이나 재산을 숨겨 부당하게 혜택을 받는 일이 없고, 모든 복지 수혜자가 실제 경제 능력에 맞게 부담하고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쇄도했다. 서유럽 수준의 조세·복지체계를 한국도 받아들일 때가 됐지만 조세체계가 공정하고 복지체계도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마이크에서는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해야 한다”는 증세 찬성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증세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조세 부담의 형평성과 복지체계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증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이유에서다.9명으로 구성된 리셋 코리아 경제분과 위원의 의견도 일치했다. 경제분과 위원들은 “증세에 앞서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복지예산 집행체계를 투명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원칙 아래 경제분과는 증세와 복지 확대에 앞서 지켜져야 할 9가지 세제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평 과세다.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민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제 개혁을 통해 공평 과세를 실현하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복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철저히 하고 세금 감면제도를 줄여 세제의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 재정정책 전담 독립기구 신설 필요 이를 위해서는 세금 감면제도의 정비가 불가피하다. 조성욱 서울대 교수는 “세금 감면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거나, 우리 국민의 고용을 낮출 수 있는 해외 투자를 포함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많은 감면 혜택이 가고 있다”며 “개인은 물론 기업에 대한 세금을 소득에 비례해 부과함으로써 조세 형평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과세·감면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정비를 약속했지만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밀려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다. 지난해 세금 감면 액은 35조3000억원에 달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것만 정비돼도 공평 과세와 재정 효율화를 확보해 재정 압박이 크게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 혁신과 일자리 창출 지원 외에는 모든 비과세·감면을 폐지하라”고 제안했다.조세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국민이 내는 세금을 거둬 어떻게 사용하는지 계획을 밝히고 제대로 실행되는지 감시해 재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지금 상태로는 “내 주머니에서 세금이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조세 저항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소득 불평등 개선이 필요하다. 김진영 고려대 교수는 “최근 어느 나라든 정치가 요동치고 복지정책이 핵심적인 이슈가 되는 것은 소득 불평등 심화에 기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지를 늘리는 것이 정책 목표가 돼서는 안 되고 직접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경제분과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득세 누진세율을 강화하고 복지 지출의 누수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은 올해부터 40%로 상향되지만 과표 기준 5억원 초과분을 대상으로 한다. 그 아래 38%가 적용되는 과표 기준은 1억5000만원 초과분부터여서 구간이 촘촘하지 않다. 과표 기준을 세분화해 45% 안팎인 유럽 수준의 최고세율을 도입해야 실질적인 누진제가 된다는 것이다.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의 하나로 세무조사를 빌미로 기업을 협박하거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확인된 것처럼 기업의 재단 출연을 비롯한 준조세 수집 관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이 같은 세제개혁·복지체계 개선은 기본 전제에 불과하다. 중장기적으로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위한 증세가 불가피하므로 중장기 재정계획을 세워야 한다.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는 “세금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무조건 법인세를 올리는 것보다는 경제를 살려 세수를 늘리고 부가가치세나 소득세를 고루 인상해 복지 지출과 연계하는 등 다양한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증세와 예산 지출을 비롯해 재정정책을 전담하는 독립기구의 설치도 필요하다. 김우철 교수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재정정책 협의기구를 통해 새로운 재정운영시스템을 만들어야 비과세·감면의 남발을 막고 복지 증세나 연금제도 개편과 같은 장기적인 재정과제에 대처해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세금지도(Tax Mix)로 본 한국의 조세 형평성 - 소득세 실효세율 지나치게 낮아 우리는 왜 조세가 공평하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이는 세금 부담의 높낮이를 비롯해 조세의 수입구조를 나타내는 ‘세금지도(Tax Mix)’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우선 한국의 경제 규모 대비 개인소득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40%에 불과하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OECD 평균은 국내총생산(GDP)의 8.6%에 달하는데 한국은 3.7%에 그친다. 각종 비과세와 감면 등으로 개인소득세 실효세율이 명목세율보다 한참 낮은 것이 그 원인이다. 소득 재분배 효과가 가장 크다는 소득세 비중이 이렇게 작은 상태에서 세금이 공평하다고 느껴질 리 만무하다.전체 세목 중 가장 큰 세원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는 어떤가. 명목세율이 낮은 탓에 부가세 비중은 OECD 평균의 60%에 불과하다. 세금의 경제적 부작용이 가장 큰 법인세가 경제적 왜곡효과가 가장 작은 부가가치세보다 더 발달돼 있는 한국의 세입구조는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의 세금구조가 형평성·효율성 모두를 놓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이같이 단순하다. 문제는 저성장이 본격화되고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금은 기존의 비효율적이고 불공평한 세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낡은 조세체계를 더욱 기형적으로 만들어 기업이 우리의 복지비용을 모두 부담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시대 역행적인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한계를 드러낸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드라마 시즌2가 될 수밖에 없다. 복지를 위한 항구적 비용은 수혜자 스스로 부담해야 지속 가능하다. 보편적 복지는 오직 보편적 증세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2017.04.30 08:58

5분 소요
[강병오 창업학 박사의 스마트 창업(9) | 쉐이크쉑버거 등장과 중소기업 전략] 가성비 높이면 승산 충분하다

산업 일반

지난 7월 22일, SPC그룹이 세계의 심장부 뉴욕에서도 유명하다는 수제버거 ‘쉐이크쉑버거’ 강남 1호점을 오픈했다. 첫날부터 대박을 터뜨리더니 아직도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햄버거 하나를 먹기 위해 몇 시간씩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도대체 맛이 어떻길래 서울의 젊은이들이 이처럼 열광하는 것일까. 뉴욕에서 건너온 명물이라는 이유도 있을 터이니 자존심도 좀 상한다. 더욱이 씁쓸한 것은 국내 굴지의 식품외식 대기업이 들여왔다는 점이다. 혹자는 ‘좋은 제품을 국내 소비자도 먹을 수 있게 한 것이 뭐가 문제인가’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이 좀 다르다.1988년 맥도널드 햄버거가 서울에 처음 들어왔을 때도 한국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그 때는 국내 기업이 그런 맛을 낼 수 있는 기술이 없었고, 개발도상국으로서 선진 해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 경제력은 선진국 문턱에까지 진입했고,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웬만한 대기업이라면 대등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다만 그러한 투자를 꺼릴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해외 브랜드 수입은 로열티 지출 등 국부 유출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대에 그것이 문제될 것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소한 대기업은 해외 브랜드 수입에 앞장서서는 곤란하다. 우리 브랜드를 만들어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것이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대기업의 역할이고 사회적 책임이다. 또한 대기업의 해외 브랜드 수입은 골목상권 침해 등 국내 브랜드와의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굳이 대기업이 이런 일에 나서야 되겠는가?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가맹점을 모집하지 않고 직영점 위주로 점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이때도 대도시 대형 상권에 한정적으로 입점해야 할 것이다. 골목상권과의 충돌을 피하고, 소비자 권리와 동반성장이라는 사회적 가치와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토종 브랜드, 가성비 높은 수제버거로 대응해야: 이제 국내 햄버거 시장은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그렇다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소비자들이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여전히 간편식을 선호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건강을 음식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주문 후 조리해서 내놓는 즉석 수제버거가 뜰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만성불황으로 가격민감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맘스터치’의 주 메뉴인 ‘싸이버거’ 가격은 3200원이다. 패스트푸드 햄버거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 양도 푸짐하다. 학교앞, 주택가 등 동네상권부터 입점한 후, 브랜드 파워가 생기자 지금은 중심 상권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마미쿡’도 주목받고 있다. 신선한 냉장육으로 만든 치킨과 소고기 패티, 당일 들어온 채소, 수분 함량을 높인 촉촉한 빵 등 고품질 재료로 주문 후 조리하는 즉석 수제버거를 표방한다. 간판 메뉴인 ‘마마통살버거’ 가격이 3200원에 불과하다. 본사가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으로 각 가맹점에 공급해주는 점이 장점이다. 작년 12월,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토니버거’도 국내산 신선한 야채와 부산의 대저 토마토를 식재료로 사용한다. 가장 인기 있는 ‘투빅버거’는 빵보다 훨씬 큰 치킨패티를 자랑하는데, 가격은 3400원이다. 이처럼 토종 프랜차이즈 수제버거는 쉐이크쉑버거보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훨씬 앞선다. 따라서 맛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한다.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인기 있는 메뉴는 벤치마킹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맛과 품질이 비슷하다면 가격을 보고 선택할 것이다. 국내 시장을 잘 방어하고 힘을 키운다면, 변혁기에 처한 글로벌 햄버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한식뷔페 ‘풀잎채’ 전략 벤치마킹할 만: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방지하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5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제도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과 효과도 없고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최근에는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넘어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어 그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한 중소기업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한식뷔페 풀잎채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대표적인 중소기업 브랜드다. 풀잎채는 2013년 1월, 경남 창원의 롯데백화점 식당가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46곳의 매장을 열었다. 주로 대형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쇼핑몰 등에 330㎡~660㎡ 규모로 입점한다. 풀잎채 매장이 처음부터 대박을 터뜨리자 여지없이 대기업들이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 이랜드의 ‘자연별곡’, 그리고 신세계푸드의 ‘올반’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풀잎채와 마찬가지로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 음식점업 출점 규제에서 제외되는 상권인 복합다중시설, 역세권, 신도시·신상권, 상업지역 등에 입점해 있다. 대기업이 진출하자 외식 업계에서는 풀잎채가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풀잎채는 예상과 달리 현재까지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풀잎채는 한식 메뉴에 대한 노하우가 많다. 창업자 정인기(55) 대표가 20년 간 한식 사업의 외길 인생을 걸어오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식의 문제점은 개선하고, 장점은 살려 한식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 바로 풀잎채다. 오랜 경험을 통해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잘 알기 때문에 맛과 품질이 검증된 메뉴만을 취급한다. 가격 포지션도 잘 선택했다. 풀잎채의 1인당 가격은 평일 낮에는 1만2900원, 저녁과 주말, 휴일에는 1만6900원이다. 샐러드바와 함께 다양한 한식요리, 커피 및 음료, 디저트까지 원스톱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는 가격이다. 이러한 가격대는 경쟁하는 대기업 브랜드보다 15~20% 정도 저렴하다. 사실 한식의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하면 부담을 느끼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다. 풀잎채는 나물 및 소스 제조공장과 유통 자회사를 설립해 직접 운영하고, 많은 식재료를 산지와 직거래로 유통하면서 과학적인 원가 절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풀잎채는 본사가 파견한 전문가가 점포 운영을 맡는 위탁운영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투자형 창업 희망자에게 인기가 높다. 이처럼 중소기업도 한 가지 업종에 집중하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강병오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국내 1호로 창업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와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글로벌 프랜차이즈학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창업가정신, 벤처창업, 프랜차이즈 전략 및 자영업 창업 등이다.

2016.09.18 20:12

4분 소요
[허정연 기자의 ‘스칸디나비안 파워’ ⑬ 베스타스(Vestas)] ‘바람의 나라’에서 성장한 ‘바람의 제왕’

산업 일반

흔히 북유럽 국가라고 하면 아주 추운 날씨를 떠올리지만 덴마크는 좀 다르다. 북해에서 불어오는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기온이 가장 낮은 1월에도 평균기온은 영하 1.5도에 불과하다. 여름철에도 평균 17도에 맴돌아 기온의 연교차가 적은 편이다. 사시사철 바람이 많이 불고, 바람을 막을 만한 높은 산이 없어 농지나 주택 주변엔 주로 방풍림을 조성한다. 바람이 많으니 풍차도 흔하다. 덴마크 사람들은 예부터 풍차를 돌려 동력을 만들어냈다. 19세기 말 전기가 보급될 무렵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농촌 지역에 널리 퍼뜨린 것도 덴마크 사람이었다. ‘바람의 나라’ 덴마크에서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회사인 베스타스(Vestas)가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베스타스의 역사는 117년 전인 18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8년 덴마크 서부해안에 자리한 시골 마을에 사는 핸드스미스 한센은 스물두 살의 당찬 청년이었다. 그는 동네 대장간을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비록 작은 대장간이었지만 고객의 작은 불만도 놓치지 않고 해결하는 열정으로 규모를 키워나갔다. 1928년 아들 페더 한센이 합류하며 대장간에서 창문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산업화 물결을 타고 일반주택은 물론 각종 상업 빌딩이 늘면서 창문틀 주문량이 나날이 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철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며 이들의 사업도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러나 1945년 전쟁으로 인해 사업이 위축됐고, 페더 한센은 새로운 동력을 찾아나섰다. 그는 전후 독일군이 남긴 막사를 베이스캠프로 해 믹서기와 부엌저울 등 주방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일군 작은 대장간이 ‘베스타스’라는 사명으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다.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딛고자 일찍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페더 한센은 1950년 냉각 우유통에 관한 세계 특허를 취득해 생산에 나섰다. 낙농업이 발달한 덴마크에서는 매일 갓 짠 신선한 우유가 생산됐다. 그러나 보관법이 마땅치 않아 생산·유통에 한계가 있었다. 이때문에 생산된 우유를 장기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냉각 우유통은 곧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승승장구하던 베스타스에 시련이 닥쳤다. 1960년 화재가 발생해 사무실과 공장이 전소한 것. 한센은 좌절하지 않고 경트럭용 수압크레인으로 재기에 성공한다. 이 수압크레인은 곧 베스타스 생산품의 약 96%를 차지하는 주력제품이 됐고, 이후 65개국으로 수출되며 베스타스는 세계적인 농기구 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한센은 1970년대 들어 두 번의 오일 쇼크를 겪으며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한센은 농기구회사에서 풍력발전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한다. 그는 이러한 계획을 비밀에 부친 채 관련 기술자를 영입했다. 1978년부터 1년 6개월에 걸쳐 풍력터빈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듬해 세계 최초의 풍력발전기가 탄생했다. 그러나 보급용으로 쓰기에는 내구성과 경제적인 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 농기구회사에서 에너지기업으로 변신 위기에 봉착한 베스타스에 구원투수로 나타난 이는 기술자 요르겐슨과 쉬티에스댈이었다. 이들은 현재 풍력터빈의 모태가 된 날개 3개짜리 풍력터빈을 개발했지만 생산할 만한 자금이 부족했다. 기술의 가치를 알아본 한센은 즉각 이들을 베스타스 연구팀에 합류시켰다. 두 기술자의 연구개발로 이듬해 베스타스는 날개 길이 10m에 30kW의 용량을 가진 풍력발전기를 회사 부지에 세울 수 있었다. 때마침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풍력발전 바람이 불고 있었다. 1976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미 카터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중점을 두고 에너지부를 설치, 전력사업 규제정책법을 제정했다. 여기에 세금 감면 등 재정적 유인책을 마련해 재생가능에너지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역시 풍력발전 설치에 보조금을 주며 본격적인 보급 확대에 나섰다.이같은 흐름을 타고 미국 존드사는 유럽의 풍력발전기를 구매하기 위해 1980년 네덜란드를 찾았다. 소식을 접한 베스타스는 회사 쌍발기를 암스테르담으로 보내 존드 사의 구매단을 덴마크에 데려왔다. 본사에 설치된 3익형 풍력터빈을 본 존드사는 일단 2기 구매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던 그 해 가을, 전에 없던 요란한 태풍이 불어와 본사에 있던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흉물스럽게 부서진 날개 잔해가 회사 부지에서 나뒹굴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디자인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파악한 페더 한센은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이제껏 주문받은 풍력발전기의 설치를 전면 중단하고 문제 해결에 몰두하기로 한 것이다. 이 결정으로 인해 미국 수출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존드사와의 계약도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한센은 흔들리지 않고 결점을 보완하는 데만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베스타스는 유리섬유 부품을 이용한 방법을 고안해 전 생산 단계에서 고품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베스타스가 자발적인 품질 개선 노력을 보이자 구매자 역시 절대적인 신뢰를 갖게 됐다. 계약 파기를 고민한 미국 존드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사는 1981년 155기, 1982년에는 550기를 잇따라 주문했다. 좁은 덴마크 시장에선 감히 상상 못할 정도의 엄청난 물량이었다. 베스타스는 늘어나는 생산량을 감당하기 위해 당시 200여명이던 직원 수를 몇 년새 870명으로 늘렸다. 1985년에는 세계 최초로 피치를 조정할 수 있는 터빈을 내놨다. 피치 제어란 날개의 각도를 조절해 바람이 부는 세기에 따라 출력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이다. 이 기술이 없던 때에는 태풍처럼 강력한 바람이 불면 날개가 바람을 못 이겨 부서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피치 제어를 통해 강한 바람에는 날개가 돌아가지 않고 운행을 멈추도록 설계해 안정성을 높였다. 이렇듯 베스타스는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업계 선두자리를 지켜나갔다.한동안 순항하던 풍력발전 사업은 1986년 또다시 위기를 맞는다. 미국에서 주문받은 풍력 터빈 1200기를 실고 가던 해운사가 파산해 졸지에 물건이 모두 미국 로스앤젤레스 외항에 묶여버린 것. 이때문에 납품 기일을 넘기자 미국 회사는 인수를 거절했을 뿐 아니라 이미 배달한 터빈 결제도 미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덴마크 정부가 세법을 개정해 그간의 과세 환급을 절반으로 줄였다. 결국 베스타스는 지불 유예 조치를 취하기에 이른다. 위기에 처한 베스타스는 이참에 아예 풍력발전에 집중하기로 결정한다. 다른 사업 부문을 모두 정리하고 한결 날렵해진 회사는 이후 덴마크 정부가 인도에 후원하는 6개의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 GE·지멘스 등과 점유율 엎치락뒤치락 세계 최초로 풍력발전기를 상용화한 베스타스는 199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부는 풍력발전기 설치 바람을 타고 급성장했다. 지멘스,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기업이 풍력발전 시장에 가세하며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베스타스는 날개의 무게를 줄이고 운영시스템을 최적화하는 등 기술 개발에 전념했다. 1998년 상장할 당시 베스타스의 세계 풍력발전 시장점유율은 22.1%에 달했다. 10여년간 베스타스는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2003년 17억 유로에 불과했던 매출은 2008년 60억 유로로 뛰며 연평균 28.8% 성장했다. 이 시기에 주가는 1300% 가까이 폭등했다. 2004년에는 덴마크의 또 다른 풍력터빈 회사인 NEG미콘을 인수·합병(M&A)하면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32%대로 끌어올렸다.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중국 업체들이 대거 등장했고, 이로 인해 베스타스의 시장 점유율은 10%대로 떨어진 상태다. 급기야 2012년 점유율 15.5%를 기록한 GE윈드에 비해 낮은 성적(14%)을 보여 10여 년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에너지 소비에 대한 세액 공제 정책 펼치면서 자국 기업인 GE가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1년 만인 2013년 베스타스는 GE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러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한 것으로 나타났다.비록 미국과 중국의 물량공세에 밀려 주춤하지만 베스타스의 풍력발전기는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4시간에 한 대 꼴로 건설되고 있다. 베스타스가 1979년 처음 개발한 풍력발전기는 로터 10m에 30kW급 용량에 불과했지만, 최근 3MW급 풍력발전기 로터의 지름은 101m로 대형화됐다. 수천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MW급 풍력발전기는 대당 공급 가격이 수백만 유로에 이를 정도로 고가 상품이다. 이런 제품에 결함이 생기면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한 탓에 베스타스는 2년간 제품 테스트를 거친 후 신제품을 출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개발·설계→시제품 제작→완제품 생산→시험→설치→유지 및 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관리·감독해 안정성을 높인다. 전 세계에 설치된 5만4000여 대의 베스타스 풍력발전기에서 각종 운영 데이터(온도·풍속·회전속도 등)를 모두 집계해 새로운 기술개발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베스타스의 본거지인 덴마크는 현재 전체 전력의 30%를 풍력으로 공급할 만큼 ‘풍력대국’으로 발전했다. 이제 덴마크에서 풍력발전은 한 기업만이 아닌, 나라 전체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은 후 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해 풍력발전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현재 덴마크 전역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수는 해상풍력발전기 500여대를 포함해 약 5000여기에 달한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연간 4000MW로, 원자력발전소 4기에 해당하는 설비용량이다. 앞서 덴마크 정부는 2020년도까지 화석연료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고,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향후 풍력발전 사업이 더욱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2년 전 베스타스 CEO로 취임한 앤더스 루네바드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기술·서비스솔루션’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을 발표했다. 풍력발전기의 특성상 일시적으로 제품을 파는데 그치지 않고, 꾸준히 유지·보수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세계 전역에 풍력발전기가 많이 보급될수록 베스타스의 애프터마켓 사업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베스타스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해상풍력발전이다. 해상풍력단지는 말 그대로 육지가 아닌 바다에 풍력발전기를 세워 전력을 생산하는 것인데 이 분야에 관한 한 베스타스의 기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해상풍력은 육상에 비해 풍속이 20% 이상 강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육상 풍력발전에 비해 70% 이상 전력을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주변에 장애물이 없어 입지 선정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육지에 비해 건설 비용이 비싸고, 해류나 수심 및 조수간만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데이터 분석과 기술력 없이는 어려운 사업이다. 해저 심토에 강철 구조물을 견고하게 설치해야할 뿐 아니라 해상 발전기와 송전선망을 잇는 수십 km의 케이블의 설치·유지·보수를 위해 해상 발전기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도 필요하다. 육상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때 필요한 기술을 토대로 해상화에 필요한 특수기술도 갖춰야 한다. 예를 들면 바다의 염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과 거센 바람에 적합한 발전기 날개 제작 기술 등이다. 이에 베스타스는 해상풍력을 전담하는 독립 부서를 운영해 사업을 적극 펼치고 있다. ━ 한국 시장점유율 50%로 1위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국내 풍력발전의 역사가 곧 베스타스의 한국 진출 역사라고 할만큼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깊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한국법인을 중심으로 제주·강원 등지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참여하며 지금까지 122기를 보급했다. 현재 약 50%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베스타스는 내년 강원도에 최신 모델의 풍력터빈 13개를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타스는 지난 7월 국내 한 대기업이 한국의 첫 V100 풍력터빈을 발주했으며 업체명과 프로젝트 세부사항은 기밀이지만 주문은 확고하며 ‘무조건적(unconditional)’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사는 한국 시장에 대해 “원자력과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에너지원을 다양화 하고 있어 풍력 에너지 시장으로서의 매력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바람의 제왕’ 베스타스가 한국에선 얼마나 강한 바람을 일으킬지 두고볼 일이다.- 허정연 기자

2015.11.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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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전쟁 2라운드 - 쨍하고 해뜰날 머지않아?

산업 일반

쑥쑥 크던 태양광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목을 잡힌 이후 어둠 속을 헤맸다. 경기 침체에 각국 정부는 지갑을 닫았고, 보조금 혜택만 바라보던 기업들이 우후죽순 무너졌다. 남은 기업들도 경쟁에 치여 한껏 몸을 웅크렸다. 4~5년 간 이어졌던 암흑기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지난해 유가 폭락에도 태양광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도 전망이 나쁘지 않다. 제2의 태양광 전쟁이 세계 곳곳에서 시작될 분위기다. 침체기를 거치며 시장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수요는 발전사업자에서 민간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도 원료에서 발전사업으로 바뀌고 있다. 태양광산업의 최신 동향과 국내외 태양광 기업의 고민, 그리고 미래 전략을 짚어봤다. 인류에게 ‘성장’이란 ‘소비’의 다른 말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건 쓰는 속도가 빠르다는 말과 같다. 전 세계는 최근 100년 동안 그 이전 1000년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는 자원에 예속된 성장이었다. 만약 석유가 없었다면, 석유를 빨리 많이 캐내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는 훨씬 더뎠을 거다. 그렇게 펑펑 써대며 여기까지 왔지만 ‘고갈’과 ‘환경오염’이란 두 장애물이 인류를 가로막았다. 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떠올랐고, 맏형 격인 태양광은 특히 주목을 많이 받았다. 태양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고갈의 우려도, 환경오염 걱정도 없어서다.“이게 뭐지?” 1990년대 학교나 가정에서 흔히 쓰던 계산기 중 상당수는 일본 샤프나 카시오 제품이었다. 액정 위쪽에 검은색 작은 판넬이 붙어 있었는데 이것의 정체는 바로 태양광 셀(Cell)이었다. 사용자의 대부분은 이게 왜 달려있는지 몰랐다. 사실 계산기를 작동시키는 건 태양광이 아니라 건전지였다. 이 셀만으로는 계산기를 구동할 만한 전력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 모를 만했다. 그래도 이름은 ‘태양광 계산기’였다. 이런 계산기가 시장에 등장한 건 1980년대 일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선샤인 프로젝트’ 이후였다. 제2차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에너지 자립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일본은 태양광산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며 국가 사업으로 밀어붙였다. 샤프·교세라·산요 등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바탕으로 태양광 지붕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이맘때쯤이다. ━ 태양광 시장 중심축 유럽→일본·중국 당장이라도 태양광의 시대가 열릴 것 같았지만 좀처럼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각국 정부(주로 석유 수입국)와 기업이 태양광에 돈을 투자하기 시작한 지 약 40년이 지났다. 비교적 느렸던 우리나라도 ‘대체에너지 기술개발·보급 기본계획’을 세운 지 올해로 15년째다. 되든 안되든 2000년대 중반까진 꽤나 힘을 쏟았다. 유럽과 일본이 특히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사실 태양광은 경제성이 가장 떨어지는 에너지원이다. 석탄·석유·원자력 등 주류 에너지원은 물론 수력·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원과 비교해도 생산비용이 비싸다. 그래서 나온게 발전차액지원제도(FIT)다. 전력회사가 정부에서 정한 가격에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구입하는 대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원가를 보전하는 제도다. 독일은 한때 갈탄 등을 이용한 재래형 전력 비용보다 5배 비싼 가격에 태양광 발전 전기를 사줬다. FIT는 꽤나 효과가 컸다. 이런 지원책 덕분에 2007년까지 태양광 수요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태양광 수요의 바로미터인 폴리 실리콘 가격은 2008년 여름 한 때 ㎏당 300달러로 치솟았다. 오히려 공급 부족을 걱정해야 할 수준이었다.그러나 2008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태양광 업계에 치명상을 입혔다. 화끈했던 정부 지원이 줄어들자 수요가 급감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급속히 떨어졌고, 셀과 모듈 가격 역시 고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수요 증가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던 태양광 기업들은 곤경에 처했다. 글로벌 1위 태양전지 업체였던 독일 큐셀(Q-Cell)이 파산했고, 자웅을 겨루던 중국 썬텍(Suntech)도 문을 닫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태양광이 원자력 수요를 흡수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이어졌지만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수요는 좀처럼 늘지 않았고, 오히려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업체들이 쌓아뒀던 재고를 쏟아내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은 ㎏당 60달러에서 20달러대로 또 한번 폭락했다. 4년 만에 10분의 1로 쪼그라든 셈이다. 교통정리가 시작됐고, 버티지 못한 많은 기업이 파산하거나 사업에서 손을 뗐다. 2010년까지 시장점유율 상위권을 지키던 기업 대부분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태양광 발전 단가 5년 새 절반으로 그렇게 한껏 웅크렸던 태양광 기업들이 4년간의 암흑기를 벗어나 조금씩 빛을 보고 있다. 꾸준한 수요 회복이 기대돼서다.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47GW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올해도 15~20%대의 성장은 무난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국과 일본이 수요 증가를 이끌고 미국과 유럽이 뒤를 받치는 형태의 큰 그림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지원액(23억5000만 달러) 중 90%를 태양광에 쏟아 붓는 일본과 지난 3월 양회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와 투자 증대를 의결한 중국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전년 대비 설치량이 100% 증가한 영국과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민간 태양광 설치가 활발한 미국도 당분간 좋은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말했다.지난해 하반기 급속히 진행된 유가 하락이 태양광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지만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유가 하락기에 늘 주춤했던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유가 급락에도 폴리실리콘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했다. 글로벌 태양광 기업들의 실적도 1·2분기에 비해 3·4분기가 훨씬 좋았다. 각국 정부가 유가와 무관하게 큰 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방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009년 경기 침체에 따른 유가 하락기엔 각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이 확연히 드러났지만 지난해 하반기 유가 하락기엔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며 “저유가에도 녹색성장이란 기조 자체는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최근 국내 태양광 기업 CEO들이 유가 하락에 따른 침체 우려가 제기되자 적극 방어에 나선 것도 이런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우현 OCI 사장은 2월 11일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저유가와 태양광이 무관함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원유로 전력을 생산하는 비중은 전체의 4%에 불과해 상관성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전기 가격과 밀접하고, 전기 가격이 오를수록 태양광 발전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 역시 1월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전력용으로 사용되는 원유량은 산유국을 제외하면 극히 제한적”이라며 “전 세계 전력생산의 주원료인 천연가스가 미국 시장에서 지난 수년간 매우 낮은 가격대를 유지했지만 태양광 시장 수요는 빠른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설치 비용이 줄어든 것도 고무적이다. 최근 몇 년간 폴리실리콘 가격이 꾸준히 하락하면서 폴리실리콘이 태양광 모듈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아래로 떨어졌다. 공급 과잉 상태라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작다고 볼 때 수요 측면에서 부담이 많이 줄었다. 태양광 수요는 폴리실리콘 가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폴리실리콘으로 만든 모듈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국 퍼스트 솔라(First Solar)와 같은 회사가 비(非) 폴리실리콘 모듈을 만들기도 하지만 폴리실리콘 가격이 2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중국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 모듈 가격도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폴리실리콘(단결정) 모듈 가격은 와트(W)당 0.82달러, 다결정은 와트당 0.7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12%씩 하락했다. 세계 모듈 생산량의 80%를 담당하는 중국 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60% 수준임을 감안하면 당분간 가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전력 생산비용도 점점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접근하고 있다. 그리드 패리티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같아지는 시점을 말한다. 전기요금이 오르거나 태양광 발전 비용이 낮아지면 도달 시점이 빨라진다. 실제로 태양광의 평균 발전 단가는 꾸준히 떨어져 지난해 kWh당 0.14달러로 내려왔다. 여전히 석탄(0.065달러)·가스(0.075달러)보다 2배가량 비싸고, 같은 재생에너지원인 풍력(0.08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다른 에너지원의 발전 단가가 매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태양광은 5년 전(2009년)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다. 방기열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는 “예전엔 그리드 패리티가 2018년 이후 도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엔 올해(2015년)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드 패리티는 발전소의 위치나 규모에 따라 다르다. 광량이나 효율의 차이가 있어서다. 강정화 선임 연구원은 “대규모 발전소의 경우 여전히 태양광의 발전 비용이 비싸지만 일부 소규모(가정용) 태양광 발전의 경우 유통 과정을 거친 소매 전기 가격과 비교할 때 사실상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여전히 정부 지원에 목맬 수밖에 없는 구조 오랜만에 시장에 볕이 드니 기업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최근엔 특히 발전사업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아졌다. 이른바 다운스트림으로의 방향 전환이다. 이전까지 태양광 기업들은 주로 업스트림(폴리실리콘·웨이퍼·태양전지 등 원료 생산)에 주력했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이 심화되며 가격이 떨어졌고,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이 때문에 최근 글로벌 태양광 기업의 상당수는 기본 제품을 바탕으로 발전소를 짓고, 직접 운영하는 다운스트림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2009년 가장 먼저 다운스트림으로 눈길을 돌린 미국 퍼스트솔라는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에 따른 비폴리실리콘 모듈의 부진에도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다. 세계 1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인 중국 GCL도 셀·모듈 생산을 제외한 발전소 건설, 운영시스템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국내 기업 중에선 가장 선두에 서 있는 한화가 주목하는 것도 이 분야다. 최근 일본에서 태양광 발전소 건설로 굵직한 성과를 거둔 한화그룹은 지난해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룹의 태양광 사업 부문 매출은 2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 86억원을 거뒀다. 아직 미미하지만 오랜 불황을 견뎌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자산 규모도 4조원대로 커졌는데 이로써 한화는 폴리실리콘부터 발전사업까지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거의 유일한 기업이 됐다. 2월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한화큐셀’로 통합하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두 회사의 모듈 생산력을 합하면 글로벌 1~2위를 다툴 수 있다. 그 밖에 글로벌 3위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OCI와 LS산전 등도 2차 태양광 전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 IEA, 2050년엔 태양광이 전체 발전의 26% 분위기가 나아진 건 확실해 보이지만 당장 돈이 될 거라 낙관하긴 어렵다. 기업 입장에선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다. 에너지 분야 세계적 석학인 다니엘 예긴은 자신의 저서 에서 태양광이 경쟁력을 가질 세 가지 조건을 이렇게 정리했다. ①전력 공급에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우주공간이나 밀림이거나 ②전기요금이 비싸고, 태양자원이 강렬할 때 ③보조금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경우다. ①은 수요를 찾기 어렵다고 볼 때 산업 성장의 관건은 ②와 ③에 달려 있지만 여전히 위험 요소가 많다. 전기요금이 당장 치솟지 않는다고 볼 때 발전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하면 태양광의 성장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정부 정책에 목맬 수밖에 없는 구조도 한계로 꼽힌다. 이제까지 태양광 시장은 각국 정부가 지원과 혜택을 통해 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지원이나 보조금이란 건 언제든 바뀌거나 끝날 수 있고, 이에 따라 억지로 부양한 수요가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은 태양광 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세액공제제도(ITC)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제도는 2016년 말 종료된다. 그러면 태양광 설비에 대한 세금 공제율이 30%에서 10%로 줄어들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도의 영구화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올해부터 연장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지만 공화당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연장에 실패하면 수요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원래 태양광은 돈 벌기 좋은 사업이었다. 원료 가격이 치솟던 시절 엄청난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폴리실리콘과 모듈 가격이 떨어져 수요가 늘어나는 건 반갑지만 수익성은 이미 최악으로 떨어졌다. 현재 주요 업스트림 업체들은 폴리실리콘과 모듈 가격이 너무 떨어져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처지다. 세계 시장을 점령한 중국 모듈 업체 대부분은 매출은 많은데 이익률은 낮다. 그럼에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고, 가격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작다. 향후 전망이 좋은 것과 기업이 돈을 벌기 좋은 건 전혀 다른 차원이란 뜻이다.더구나 앞으로는 가격 경쟁만으로는 안 된다. 강정화 선임연구원은 “가정용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소비자가 전자제품과 같은 시선에서 태양광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이미 미국에선 렌털과 태양광 대출 시장이 활발한데 이런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출 기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정책적 지원에 따른 태양광 시장 확대 기간이 끝나고 수요의 성격이 실소비형, 수익 창출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낮은 가격은 기본이고, 제품 생애기간 내 비용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성 확보, 애프터 서비스 등이 필수적인 경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신흥국의 성장세가 너무 더딘 점도 부담스럽다. 태양광 수요는 한때 글로벌 시장의 80%를 차지했던 유럽 지역에서 중국·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왔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 하나의 시장이 포화상태가 다다르면 다른 시장이 커줘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 경제 침체에 발이 묶인 신흥국들은 태양광 투자를 늘릴 여력이 별로 없다. 올해 인도 태양광 시장이 전년 대비 200% 증가한 2.6GW에 달할 전망이지만 브라질이나 멕시코 등은 여전히 연간 100MW급의 미미한 수요만 관측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성장 속도는 더욱 더뎌질 터다.어쨌든 전진은 확실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신재생에너지가 전 세계에서 소비한 총 전력의 22%를 담당했다고 발표했다. 10년 전만 해도 10% 초반이었다. 2050년이면 그 비중이 60%로 늘고, 그중 태양광이 핵심으로 부상해 전 세계 발전량의 26%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IEA는 전망했다. 잔칫상은 더욱 화려해지는데 초대 손님 또한 많다. 젓가락만 있으면 배불리 먹던 시절도 끝났다. 잡채라도 한 점 맛보려면 한국 기업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2015.04.11 11:05

10분 소요
[CEO&CEO] 정몽구 회장, 최고의 엑스포 기대

CEO

정몽구(74) 현대차그룹 회장이 1월 12일 ‘2012 여수 세계박람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해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바로 이어진 일정이다. 오전에 여수를 방문한 정 회장은 여수엑스포 홍보관에서 준비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공사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주요 설비와 운영시스템, 각종 부대시설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이후 강동석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과 김충석 여수시장을 만나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한 의견을 나눴다.정 회장은 여수와 상당히 인연이 깊다.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 명예위원장이자 여수의 명예시민이다. 2007년부터 여수 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대자동차 그룹 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직접 방문했다. 각국 정부인사를 상대로 여수엑스포 유치의 당위성을 알리는데도 힘썼다. 2007년 11월 결선투표가 있기까지 8개월 동안 정 회장은 총 11개국을 방문했으며 이를 위해 지구의 세 바퀴가 넘는 12만6000km를 이동했다.정 회장은 “짧은 기간에도 공사가 이 정도로 진척될 수 있도록 노고를 아끼지 않은 여수엑스포 관계자들과 여수 시민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역사에 길이 남을 최고의 해양 엑스포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수 세계박람회는 세계인의 축제의 장이 될 것이며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도 다양한 지원으로 여수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돕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엑스포 공식후원사로는 첫 번째로 최상위 등급인 ‘글로벌 파트너’로 참여했다. 박람회 기간 중 행사와 업무를 위한 차량을 제공할 예정이다. 2012 여수 세계박람회는 5월 12일부터 8월 12일 여수 신항 일대에서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김승연 회장 한미 교류에 앞장 김승연(60) 한화그룹 회장이 헤리티지 재단의 토마스 손더스 이사장과 에드윈 퓰너 총재를 만나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한미동맹 강화 등 현안에 대해 환담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1973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정치·외교·경제 분야를 망라한 정책을 개발한다. 김 회장은 1월 7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 손더스 이사장 부부와 퓰너 총재 부부를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해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이 더욱 필요하며 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북한 체제의 큰 변화로 동북아시아의 리스크가 커졌지만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빠르게 상황이 안정될 수 있었다”며 “한미동맹이 더 발전하기 위해선 헤리티지 재단 같은 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과 퓰너 총재는 이미 지난해 6월 만나 민간 교류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한미 민간외교에 기여한 김 회장의 공로를 인정해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 의회 빌딩 2층 컨퍼런스센터를 ‘김승연 컨퍼런스센터’로 명명하기도 했다.정준양 회장 철강도 스마트 경영1월 12일 정준양(64) 포스코 회장이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한국철강협회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올 한해 철강업계의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한국철강협회의 회장이기도 한 정 회장은 ‘위기 경영, 스마트 경영, 따뜻한 경영’이란 화두를 던졌다. 그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며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기대응 시스템을 보다 세밀하게 가동하고 원가혁신을 통해 체질과 체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대응해 소통을 확대하고, 업무 간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활동이 가능한 스마트한 비즈니스를 추진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업계가 되자”고 강조했다. 이번 신년 인사회에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을 비롯해 철강업계 CEO와 임원, 학계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영달 회장 감성교육 200회 돌파 윤영달(67)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2004년 도입한 ‘AQ모닝아카데미’가 200회를 맞았다. AQ 모닝아카데미는 크라운-해태제과만의 감성 교육 프로그램으로 2004년 12월 해태제과 인수를 앞둔 윤 회장이 양사 임직원의 화합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1월 11일 오전 200회 기념 행사에 참석한 윤 회장은 “AQ 모닝아카데미를 200회 이어오면서 임직원간의 이해와 협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고객을 향한 문화적 소양도 크게 발전했다”며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해 단순히 고객들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예술적 감성까지 제공하는 문화예술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직원들은 그 동안 꾸준히 창작해 온 시를 모아 발간한 시집을 윤 회장에게 헌정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이정치 회장 글로벌공헌캠페인 리더로1월 11일 이정치(70) 일동제약 회장이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 지원기구인 국제개발파트너십(IDP)의 ‘글로벌공헌캠페인 리더’로 선정됐다. 그동안 이 회장이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세계에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글로벌공헌캠페인은 세계 절대빈곤인구 12억 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는 행사로, 국내 10개 부처가 동참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직접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향후 1년간 캠페인리더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이 캠페인 외에도 청소년 복지지원, 문화활동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12.01.17 15:16

4분 소요
산유국 카타르가 농경국가에 도전

산업 일반

▎IT( 정보기술 )와 바이오기술의 한 갈래인 농업의 융합이 진행 중인 빌딩농장의 개념도. 중동 페르시아만에 있는 카타르가 첨단기술을 이용해 친환경 농업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사막에서 채소를 키우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전국에 농장빌딩을 대대적으로 세워 2023년까지 신선한 채소는 물론 곡물까지 자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수십 층짜리 고층빌딩에 수경재배 등이 가능하도록 한 농장빌딩은 수직 농장이라고도 부른다. 고압나트륨 전등이나 LED 조명을 비롯한 인공 광원을 사용하면 밤낮 재배가 가능한 것은 물론 실내에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 사철 내내 농업이 가능하다. 1999년 농장빌딩 아이디어를 처음 내놨던 미국 컬럼비아대 딕슨 데스포미어 교수는 30층 규모의 농장 빌딩 하나면 5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여기에 사용되는 물은 담수화 장치를 이용해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해 사용하게 된다. 이 담수화 장치를 움직이고, 온도를 조절하며 광원을 가동할 에너지는 태양열·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얻을 예정이다. 석유자원이 아니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카타르는 이를 통해 수경재배 기술은 물론 첨단 에너지 기술까지 확보할 생각이다.식량안보 위해 결정카타르는 이미 이 프로젝트를 실행할 ‘QNFSP(카타르 식품안전 프로그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가동하고 있다. 여기서 안전은 식량위기로부터의 국민 안전을 말한다. 카타르는 2년 전 농장빌딩 건설을 통한 식량 자급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당시 중동지역에 식료품을 수출하던 몇몇 국가에서 자국 내 식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서민생활 대책으로 식품의 해외수출을 금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돈을 아무리 줘도 해외에서 식료품을 사올 수 없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식량 무기화가 현실이 되면 자국에서 농산물을 거의 재배하지 못하는 사막국가가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카타르에는 현재 1400개의 농장이 있다. 총 4만5000㏊ 규모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전체 소비량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농지로 사용할 수 있는 토지는 6만5000㏊가 더 있고 2만㏊에 이르는 매립지도 농토로 쓸 수 있지만 이를 모두 가동해도 국민에게 충분한 식품을 공급하는 건 불가능하다.게다가 이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물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할 방법도 없다.그래서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 토후국인 아부다비처럼 해외에 농업용 부동산을 대거 구입했다. 현지에서 곡물을 재배해 자국으로 실어오기 위해서다. 카타르는 이지원시스템을 찾고 있다.이 조직의 목표는 2013년 농장빌딩에서 농산물 생산을 시작해 10년간 확대를 계속하다 2023년 마침내 식량자급을 이루는 것이다. 세부적인 목표와 투자금액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최소 수십억 달러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전 세계에 이 프로젝트를 위한 공사·설비·기자재 발주가 이뤄져 농장빌딩을 매개로 한 중동 특수가 새롭게 생길 수 있다.카타르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원천기술을 확보할 생각이다. 농장빌딩의 건설과 운영 노하우는 물론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무공해 발전소 등 첨단 에너지 기술도 함께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이미 해외 연구기관과 손잡고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시리아 기업인 ‘ICADD(건조지역 농업개발 국제센터)’와는 농장빌딩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독일의 국립 우주·에너지·교통 연구기관인 DLR(독일항공우주센터: Deutsches Zentrum fur Luft und Raumfahrt)과는 무공해 에너지 기술 연구를 함께하고 있다.카타르 수도 도하에 해외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 A&M대학과는 운영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카타르는 외국 연구기관이 자국에 연구소를 세우기로 할 경우 투자액과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는 매칭펀드 제도를 적용해 지원한다.QNFSP의 알아티야 위원장은 “카타르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현재 우리가 가진 아직은 농산물을 팔아 버는 돈보다 체험학습을 하러 오는 학생이나 관광객에게서 버는 돈이 더 많은 실정이다. 판매수익보다 비영업 분야 이익이 더 많은 것이다.농업 강국 네덜란드에서는 온실에서 나트륨 전등과 LED 조명을 광원으로 활용해 육묘상자에 든 식물을 수경재배하는 농법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는 풍력과 태양열 발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30층 높이의 수직농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캐나다는 토론토 도심에 스카이 팜이라는 58층짜리 수직농장을 지을 계획이다.한국도 농장빌딩 프로젝트 진행 중한국에서는 농업진흥청이 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농진청은 지난해 9월 해양연구원과 공동으로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개발해 남극 세종기지로 보냈다. 대원들은 추운 남극 땅에서 신선한 채소를 재배해 먹고 있다. 이런 첨단기술을 중동의 사막국가인 카타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습득하려는 것이다.문제는 경제성이다. 물론 식량안보를 위해 사 먹는 것보다 비싼 비용을 각오하고 추진하는 프로젝트지만 한계는 있다. 두바이에 있는 GRC(걸프연구센터) 에크하르트 뵈르츠는 “운송과 보관에 비용이 많이 드는 신선한 채소라면 사막에서 재배해도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하지만 그는 “전 세계적으로 충분한 양이 재배되고 국제시장에서 엄청난 양이 거래되며 운반비도 많이 들지 않는 곡물이라면 해외에서 사 먹는 게 더 싸게 먹힐 것”이라며 “곡물을 국제시장에 의존하되 자국 비축량을 늘리는 방안을 권고하고 싶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규모의 경제가 어느 정도 이뤄지면 비용이 많이 떨어져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만일 카타르의 프로젝트가 성공해 사막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같은 프로젝트에 뛰어들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0.08.0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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