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치료'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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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37)씨는 지난해 말부터 아들과 함께 지역 내 발달센터를 찾고 있다. 의사로부터 아들이 ‘발달지연’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이씨의 아들은 병원 부설 센터에서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소속된 센터이기 때문에, 이씨는 아들의 발달치료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아 왔다.그러나 이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 보험사가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으로 실손의료보험금을 대거 청구하는 등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일부 발달센터를 솎아내면서, 모든 병원 부설 센터를 대상으로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아들이 이 센터에서 치료받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 5월 벌어진 일이다.“놀이치료 등에 보험금 못 줘”…속타는 부모들현대해상이 발달지연과 관련한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일선 발달센터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병원과 연계한 발달센터 등에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음악치료를 받으면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 현대해상이 정상적으로 센터를 운영해 온 병원에도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병원과 센터, 부모를 중심으로 “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사기로 몰려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다.경기 김포에서 발달센터를 운영 중인 한 소아과 전문의는 “현대해상이 지난달 중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에 대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발송한 뒤,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부모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에) 치료 일지와 치료사의 이름, 자격증 사본 등이 포함된 서류를 매번 제출해야 하는 등 청구 절차도 복잡해졌다”고 했다.
현대해상이 지급심사 강화라는 강수를 둔 건 일부 병의원과 발달센터가 결탁해 실손의료보험금을 편취하고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에서 언어발달센터를 운영하던 한 소아과는 보험사기 혐의로 올해 초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센터를 닫았고, 이 센터에 비용을 미리 지불했던 아이와 부모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갔다. 이들은 의사로부터 면허만 빌려 소아과를 여럿 개원해 발달지연 아동을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진료는 형식적인 절차였고, 한 언어재활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 계획과 재진, 처방 등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병원 부설로 문을 연 발달센터를 통해 19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병원과 연계한 발달센터에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를 받은 아이와 부모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별다른 심사 없이 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현대해상에 따르면 이런 악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회사가 발달지연과 관련해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700억원에 육박했다. 2018년 98억원에서 2019년 156억원, 2020년 221억원으로 천천히 늘어나던 것이 2020년에는 479억원으로 1년새 2배 수준 이상 급증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등 다른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발달지연 관련 실손의료보험금을 합하면 지난해에만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인다.어린이보험 1위 기업인 현대해상은 유독 타격이 크다. 실손의료보험금의 청구 건수와 지급 규모가 늘어나면서, 새나가는 보험금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내 발달센터 10여 곳에 따르면 언어치료나 놀이치료 등을 받는 아동은 절반 가까이 현대해상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태아보험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발달지연은 영유아 때 많이 진단받기 때문에 현대해상이 발달지연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 이슈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달지연 아동의 수도 실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영유아 3명 중 1명은 발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또래와 소통하며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사회 활동이 줄어든 영향이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다 보니, 상대방의 입모양이나 표정을 보지 못해 언어 발달에 문제를 겪는 경우도 많았다. 병원에서 발달지연 검사를 받으려면 비용이 만만찮은 탓에, 영유아를 대상으로 발달지연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도 생겼다.“의료법상 의료인 아냐” vs “사실상 보험금 지급 거부”현대해상이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를 받은 아동에게 보험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과 의료기사법에 따라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발달치료를 하면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의료기사에는 임상병리사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포함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은 의료행위에 대해 지급하는 것으로, 당연히 의료행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수행해야 한다”며 “발달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료는 작업치료사의 업무로 확인돼, 작업치료사의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했다.문제는 병원 부설 센터와 민간센터 등에서 일하는 작업치료사는 30% 정도라는 점이다. 작업치료사라고 해도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음악치료와 업무 영역부터 자격 요건까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영애 숙명여대 심리치료대학원 교수(놀이치료학과)는 “작업치료와 놀이치료는 각각 기능적, 발달·심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고, 학사과정부터 자격 규정까지 완전히 다르다”며 “작업치료사가 놀이치료를 하는 것이야말로 무자격 행위”라고 역설했다. 또한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 심사를 단순히 강화하는 걸 넘어 한 영역의 전문성을 폄하하고 있다”며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의료계에서는 치료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등을 의료행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진찰하고 치료 과정을 지시, 감독한다면 의료행위로 판단할 수 있어서다. 미술심리치료사 등의 치료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는 판결도 있다. 앞서 현대해상은 미술심리치료사와 언어재활사 등 9명을 상대로 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언어치료, 행동치료 등은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현대해상이 문제 삼은 치료 행위에 대해 “다양한 영역의 발달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학적 전문 지식을 기초로 한 경험과 기능으로 수행된 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보험금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 금감원 나섰지만…파장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현대해상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해상에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을 일률적으로 중단하지 말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문제가 된 발달센터를 골라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런 이유로 모든 발달치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아동과 부모가 직접 치료사의 자격 증명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하는 데 대해서는 “보험사가 스스로 조사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현대해상이 현행법상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아닌 치료사가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을 수행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은 의료진이 ‘의료행위’를 수행할 때 지급된다”며 “자격에 대한 기준은 없고, 의료행위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행위가 의료행위인지는 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분쟁이 들어오면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현대해상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결과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아니라면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는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의료진이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치료사는 현행법상 의료기사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사 측에선 학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이 (일선 현장에서) 인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자격증은 ‘치료사’ 자격증이 아닌 ‘상담사’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3.06.20 06:59
5분 소요![[후박사의 힐링상담 | ADHD 자녀 갈등 극복] “에디슨, 아인슈타인, 부시도 ADHD였다”](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4/ecn3718401107_ax2eo0qP_2.353x220.0.jpg)
과다행동→열정, 주의산만→창의력, 충동성→모험심 발전 가능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회사원이다. 아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몸엔 놀다 생긴 상처투성이고, 밥을 먹을 때나 피아노를 칠 때나 몸을 가만두지 못한다. 학용품을 잃어버리는 것도 다반사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지만 곧장 싫증을 낸다. 게임이나 놀 때를 제외하곤 집중하는 것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걱정이 됐지만 “크면 나아질 것”이라는 남편의 말에 기다려보기로 했다.초등학교 2학년 참관수업으로 학교에 갔던 날, 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40분 수업 중 아들은 반 아이들과 다르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고, 말도 안 되는 행동으로 선생님을 힘들게 했다. 학부모들의 황당한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최근 사태가 더 나빠졌다.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수업 도중 밖으로 나가 들어오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학교를 달려갔을 때, 아들의 학습태도는 물론 사회성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음을 절감하게 됐다. “주위 아이들에게 피해가 되니 약물치료라도 받아야 되지 않느냐”는 말엔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이후 남편과 함께 아들을 타이르기도 하고, 혼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관계만 더 멀어질 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간 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맘을 찌른다. 남편은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으면 된다며 위로하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뾰족한 방법은 없을까 알아보고 매일매일 고민을 거듭하지만,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 부모가 훈련받아서, 아이를 직접 도와야 ADHD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다. 3대 증상은 주의산만·과다행동·충동성이다. 좋아하는 것만 하려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 한참을 나대다가도 어느 순간 멍 때리기에 빠진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다. ADHD는 전두엽 미숙에서 온다. 전두엽은 뇌의 사령탑이다. 성인이 돼야 완성된다. 주 기능인 기획·통제·조절·동기 능력이 떨어진다. 알고 있는 것을 실행하는 게 어렵다. 하던 것을 멈추지 못하고, 충동과 감정 조절이 힘들다. 과제에 대한 흥미와 동기도 낮다. 크면서 과다 행동은 줄어들지만 주의산만·충동성은 오래 간다. 그냥 놔두면 절반 이상이 성인 ADHD로 진행된다. 성인 ADHD는 잦은 교통사고와 이직, 각종 중독이 특징적이다.ADHD가 급증하고 있다. 아동기 유병률이 8~15%다. 30년 전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ADHD, 자폐증, 틱, 아스퍼거증후군(사회성결핍) 등 신경발달장애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칭된다. 경중에 따라 유사증상을 보이고, 동반 질환으로 나타난다. 좌우뇌 불균형이 주된 특징으로, 남아에게 더 많다. ADHD는 5배, 아스퍼거증후군은 7배, 자폐증은 10배다. 원인은 무엇인가? 임신 중 흡연, 모유중단, 제왕절개, 항생제, 농약, 환경호르몬, 중금속을 의심한다. 유전자조작식품, 설탕, 조미료, 글루텐(밀가루)도 거론된다.“이기적인 유전자가 살아남는다.” 원시시대에는 주의산만·과다행동·충동성이 남자에게 중요한 행동이었다. 사냥하려면 이리저리 살피고 빨리 움직이고 즉각 반응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사회에는 방해 되는 행동이 되었다. 과거에 덜렁거리고 활동적인 골목대장이 요즘은 부주의하고 충동적인 ADHD로 취급받는다. 사회 변화가 환자를 만든 것이다. 현대사회는 자원이 풍부하고 안전하고 여유가 있다. ‘즉각반응’하는 인간보다는 ‘문제해결’하는 인간이 생존하는데 더 유리하다.“늦된 아이가 저절로 낫지 않는다.” 아이는 안하는 게 아니고, 못하는 것이다. 머리가 나쁜 게 아니고, 실행을 못하는 것이다. 내버려두면 학교생활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 학습이 뒤처지고, 불안·우울·비행이 나타나고, 사회성이 망가진다. 자라나면서 상처는 더 커지고, 격차도 더 벌어진다. ADHD는 진단이 어렵다. 자주 오진되고, 행동·학습·정서 문제가 겹쳐 나타난다. 약물치료가 80% 정도 호전을 보인다. 2년 이상 꾸준히 치료한 경우 커서 좋은 결과를 보인다. 행동치료·학습치료·놀이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뇌파치료도 효과가 있다. 환경 독소를 피하고, 탄수화물을 배제하는 식이요법이 추천된다.“아이 문제는 부모 탓이 아니다.” 자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래도 양육과정에서 부모 노력이 중요하다. ADHD는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약물치료에 모든 기대를 걸 수 없다. 약을 끊으면 증상이 나빠지고, 2~3년 쓰다보면 효과도 떨어진다. 뇌기능 발달의 증거도 미약하다. 교사에게 모두 맡길 수 없다. 부모가 나서야 한다. ADHD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아이를 제대로 바라보도록 교사와 주변에 알려야 한다. 전문가에게 모든 기대를 걸 수 없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부모가 훈련받아서, 아이를 직접 도와야 한다. ━ 아이의 잠재능력에 주목하자 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ADHD는 평생 갈 수도 있다. 장기전을 대비하자. 순자의 ‘천리마 이야기’가 있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가지만, 조랑말도 열흘이면 간다. 가는 데를 알지 못하면 천리마라도 도달하지 못한다.”첫째, 사랑과 신뢰가 기본이다. 조건 없이 사랑하자. 사랑이라는 것은 어렵다. 사랑은 책임감에서 나온다. 아이를 위해 나를 버리는 것이다. 비판 없이 신뢰하자. 신뢰는 의무감에서 나온다.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영원한 후원자가 되자. “나는 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잠시 떠맡았다. 네가 최고의 너를 만날 때까지 100% 책임질 것이다. 세상살이는 어렵지만 어떤 난관도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다. 나는 네가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둘째, 기다림과 인내가 중요하다. 비교하지 말자. 다른 아이와 비교하면 상처받는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아이는 잘못이 없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것이다. 격려하고 칭찬하자. 못 한다고 야단치면 상처받는다. 자부심이 없어진다. 아이는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 칭찬보다는 중간 과정에서 격려해야 한다. 하나하나 함께 하자. 못 한다고 지적하면 상처받는다. 자발성이 사라진다. 하고 싶어 하는 것부터 늘리자. 싫어하는 것은 혼자하기 어렵다. 아이 속도에 맞춰야 한다. “인내는 단련을 낳고, 단련은 소망을 이룬다.”셋째, 역발상이 필요하다. 아이의 천재성에 주목하자. 에디슨, 아인슈타인, 부시도 ADHD였다. 과다행동은 열정, 주의산만은 창의력, 충동성은 모험심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이는 흙 속에 묻힌 보석과 같다. 아이의 잠재능력에 주목하자.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으로 클 수 있다. 창의력과 호기심이 뛰어난 사람으로 클 수 있다. 용기 있고 모험심이 강한 사람으로 클 수 있다. “나는 네가 잘 할 줄 믿는다. 너는 해낼 것이다. 너는 대단한 아이다.”※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20.05.10 15:20
4분 소요손형진(가명)군은 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덟살짜리 소년이다. 레트증후군은 흔히 자폐증이라고 불리는 발달장애와 유사하다. 한 두살까지는 정상에 가깝다. 그러다 서서히 행동능력을 상실하면서 손이나 언어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부모는 손군이 세살이 되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 인천의 한 사설기관에 맡겼다. 그러나 아이의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원인 모를 공포와 불안에 휩싸이곤 했다. 답답해진 손군의 부모는 아이가 네살이 되던 2001년 연세대 병원을 찾았다. 그 때 손군의 등에는 어른 손바닥 모양의 시퍼런 멍이 군데군데 있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로 자폐증 치료의 권위자인 신의진 교수는 기가 막혔다. 아이가 다녔던 사설기관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위를 따졌다. “아이가 운동을 하지 않고 꾀를 부리는 것 같아 약간 때려줬다. 우리는 충격요법의 일환으로 그렇게 한다. ” 그 책임자는 당당하기만 했다. 자폐증상을 꾀병으로 간주한 이 기관의 무지와 인권경시에 화가 치민 신교수는 “그건 치료가 아니라 범죄”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문제의 책임자는 “우리 고유의 학습법이었을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자폐증은 비교적 생소한 질병이었다. 최근 자폐아가 등장하는 영화 ‘말아톤’과 TV드라마 ‘부모님 전상서’로 본인과 부모들이 겪는 고통이 비교적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1988년부터 장애등록 기준에 따라 장애인 등록제도를 시행해온 정부조차 2000년도에 들어서야 발달장애를 독립된 장애로 분류했다. 그전까지는 발달장애는 지체장애나 정신지체장애 항목에 포함됐을 뿐이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7천7백여명이다. 남자가 6천4백여명, 여자는 1천3백여명이다. 그러나 실제론 4만명 이상일 것이라는 게 학계와 의료계의 주장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최소한 인구 1천명당 1명은 발달장애를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차별을 꺼려 장애인 등록을 기피했거나, 발달장애인이면서도 2000년 이전의 지체장애 또는 정신지체장애 등록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발달 장애인을 위한 전문 치료 또는 교육 시설은 서울시립아동병원과 국립 서울병원을 제외하곤 전무하다. 각각 2백50명과 6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외래환자도 받고 있다. 그밖의 치료시설로는 대학병원의 소아정신과가 고작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발달장애인들의 치료와 교육을 위해 사설기관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들 사설기관이 국가 또는 공인기관으로부터 그 운용프로그램을 검증받을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설립과정에서도 국가의 승인이나 감독을 요구받지 않는다. 교육인적자원부 특수보건교육과의 권택환씨는 “장애인 사설 치료-교육기관 설립에 관한 기준이나 요건이 따로 없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사라지곤 한다”고 했다. 그런 사설기관들이 현재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전혀 없다고 한다. 이런 사설 기관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교육-치료법이 제멋대로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설기관들은 발달 장애인에게 ‘혐오 자극’이라는 허울아래 충격요법을 예사로 쓰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손군 같은 폭력의 피해자가 흔치는 않더라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자폐학회 회장인 안동현 한양대 정신과 교수는 발달장애를 완치하는 특효약이나 수술방법, 특수교육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일부 사설기관은 1백% 완치 가능 운운해가며 절박한 심정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호주머니를 털기도 한다. 지난해 결성된 서울 발달장애인 부모회 송주한 부회장은 사설기관의 악덕상혼에 피해를 본 부모들을 몇차례 봤다. 그는 “서울 강북구의 모 사설기관은 자폐증 완치에 관한 고가의 책을 수시로 발행하는가 하면, 유사한 교육프로그램을 반복 적용하면서 부모들의 주머니를 털어 왔다”고 말했다. 처음엔 호객행위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따라갔다가 대가를 톡톡히 치른 뒤 후회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곳으로는 지방자치단체나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장애인 복지관(전국 1백6개)이 있다. 여기서 장애인 6천여명이 각종 치료를 받고 있다. 발달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언어치료·심리치료·놀이치료·부모애착훈련 등 사회성 훈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발달 장애인들이 모두 얼마나 그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1, 2년 이상 기다리지 않고는 복지관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게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말이다. 복지관측도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기 위해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2년이상 교육을 받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양보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김인선 사무관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국가가 체계적인 발달장애 진단-치료를 전담하는 전문기관을 설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로서는 아직까지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정렬 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장은 “발달장애인은 의료와 교육, 보육 이 세가지가 동시에 공급될 때 효과적으로 사회에 적응해나갈 수 있다”며 국가 주도의 통합치료시스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국가주도의 통합치료시스템의 도입이 당장 불가능하다면 현재의 사설 교육·치료기관이라도 시급히 정비해 나가야한다. 김성애 대구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전문적인 교육프로그램이나 적정 시설, 특수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를 갖추지 않은 채 임의로 설치된 사설기관에서 주먹구구식의 유사 의료행위를 하고 있으나 관계 당국의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도 심각성을 깨달았다. 교육부는 국립특수교육원에 의뢰해 장애인 사설 치료·교육기관 설립기준의 시안을 마련중이다. 아울러 교사의 자격 요건과 시설 기준을 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의 평가까지 제도화하는 방안을 올해 안에 강구할 예정이다. 서울에는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들의 모임이 10여개 있다. 구청 단위로 정례 모임을 갖고 치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며 집단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강남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장통모’(장애아 통합교육을 위한 부모모임)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2년 결성된 ‘장통모’는 통합교육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활동에 나섰다. 이 모임 결성을 주도한 송제연씨는 발달장애아를 둔 40대 학부모다. 송씨는 발달장애인과 같은 특수교육대상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일반아동)과 같은 학교 학급에서 수업을 받고 각종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응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송씨는 “비장애 아동 역시 다양하고 이질적 개성을 가진 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모임 회원들은 통합교육 실현을 위해 교육부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국회를 상대로 관계 법령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부모들의 노력은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이들 학부모의 요구에 호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부는 통합교육 여건 조성을 위해 오는 2007년까지 특수학급설치 학교당 1명씩, 총 4천명의 특수교육보조원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7월 국회의원 58명과 관계 전문가·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연구모임 ‘장애아이 We Can’이 창립식을 가졌다. 이 모임은 2005년도 활동의 초점을 ‘장애아이 보육·교육과 치료를 위한 지원 및 대책’에 맞추기로 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장애학생의 특수교육 수혜율은 58.1%로 집계됐다. 발달장애인들 역시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30% 정도는 부모의 의사에 따라 일반학교에 취학해 있고, 20%정도는 가정이나 병원 또는 복지시설에 머물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말아톤’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사회적 약자로서 부닥치는 현실의 장벽은 대중의 감동만으로는 허물어질 수 없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현직언론인인 김영환(가명)씨의 말이다.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가장 많이 울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다. 아이가 취학하면서 비장애인과 격리되거나 차별을 피부로 느끼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아이가 겪을 불편을 최소화하는 게 발달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의 영원한 숙제다. ”
2005.02.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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