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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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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엉덩이 흔든다' 14살 소녀에게…

정책이슈

스페인어 기반 라틴팝 시장에서 최고 인기 장르로 자리 잡은 레게톤(Reggaeton) 히트곡 하나가 콜롬비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25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현지 일간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출신 유명 가수인 카롤 지(Karol G)와 제이 발빈(J Balvin)은 다른 아티스트 6명과 함께 '+57'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 노래의 제목은 콜롬비아 국제전화 국가 번호다.이 노래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천만회 이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됐고,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콜롬비아 톱 송스(Top Songs) 1위를 차지했다.그런데 가사 중 일부 내용이 콜롬비아 주민들에게 분노를 샀다고 NYT는 전했다.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화할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에서다.구글을 통해 검색한 노랫말을 보면 '14살 때부터 마마시타', '작은 소녀에겐 주인이 있지만, 그녀는 원할 때마다 밖으로 나간다', '큰 엉덩이를 흔든다'는 등의 가사가 반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마마시타'는 연인끼리 쓸 수 있는 애칭이기도 하지만, 성적 매력을 가진 여성을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고 엘티엠포는 전했다.현지 주민들은 메데인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에서 미성년자 성매매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이런 인기곡이 콜롬비아를 '여성을 가치 낮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고 성토한다.콜롬비아 아동복지기관 측은 NYT에 "이 노래는 아동을 위험에 빠뜨리는 성매매 범죄 패턴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후안 다비드 코레아 콜롬비아 문화부 장관은 "진부하고 유치한 곡"이라고 비판했고, 일부 의원들은 일반인 관념에 벗어나는 노골적인 가사를 쓰는 이들을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할 움직임을 보였다.문제가 커지자 카롤 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부 가사는 전체 문맥에서 벗어난 것으로 제가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사과문을 게시했다고 엘코메르시오는 보도했다.이후 노랫말 중 '14세'는 '18세'로 바뀌는 등 일부 변경됐다.그러나 제이 발빈 등 일부 다른 아티스트는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듣지 않으면 된다"라며 반발했다고 NYT는 전했다.레게톤은 1990년대 푸에르토리코에서 시작해 미국을 비롯한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힙합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비트와 리듬을 가지고 있다. 정치·사회를 비판하거나 성적 표현에 자유로운 가사 등이 특징이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1.26 08:35

2분 소요
빅샷

만평

━ 인도 | 하티실라 - 홍수가 지나간 뒤 지난 7월 16일 인도 아삼주 캄루프 지구 홍수피해 지역의 오두막 지붕에 인도인 가족이 대피해 있다. 이날 몬순(계절풍) 홍수로 남아시아 전역에 걸쳐 집들이 휩쓸려 가고 산사태가 일어난 뒤 생존자들은 황급히 고지대로 피신했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 호우와 홍수로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80명이 목숨을 잃었다. ━ 인도네시아 | 프로볼링고 - 불의 입으로 지난 7월 18일 자바의 활화산인 브로모산 정상에서 떨어지는 음식·돈과 기타 물품들을 마을 주민들이 그물망으로 낚아채려 하고 있다. 연례 야드냐 카사다 축제 중 지역의 텡게르족 힌두교도들에 관광객까지 합세해 과일·가축·쌀을 분화구 속으로 던지면서 신들의 축복을 기원한다. 가난한 마을 주민들은 분화구의 비탈로 내려가 떨어지는 물품들을 능력껏 낚아채 소득을 올린다. ━ 푸에르토리코 | 산후안 - 변화가 필요해 지난 7월 17일 레게톤 (현지 레게 음악의 일종) 가수 배드 버니가 리카르도 로세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해 푸에르토리코 국기를 흔들고 있다. 주지사의 측근 2명이 부패 혐의로 체포되고 성차별적·동성애혐오적인 내용 외에도 산후안 시장을 총으로 쏘겠다는 농담이 담긴 그의 문자 메시지 수백 건이 유출된 뒤 수천 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와 5일째 가두시위를 벌였다. 나흘 뒤 로세요 주지사는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019.08.04 13:41

1분 소요
새로운 예술은 없다

산업 일반

사람들 특히 미국인들은 해가 바뀔 때마다 항상 전해보다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기리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거의 언제나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대통령 후보들은 항상 밝은 세상을 약속해야 하고, 장사꾼들은 항상 새롭고 더 좋은 제품을 내놓아야 하며, 첨단기술의 마법은 이미 완벽해진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워져야 한다(윈도 비스타를 구입한 사람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리라). 예술만큼은 이처럼 천한 지속적·상향적인 혁신주의와는 다르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하지만 대다수 작가, 화가, 음악가, 영화제작자 역시 계속적인 혁신이 의무일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필수불가결하다고 믿는다. 회화는 르네상스에서 사실주의, 인상주의, 큐비즘, 초현실주의, 추상 표현주의, 팝 아트 그리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진행되는 사조로 ‘발전’해 간다. 바흐는 모차르트에게 밀려나고 모차르트는 베토벤에게, 베토벤은 와그너, 그리고 계속해서 숀베르크, 스티브 라이히, 필립 글래스에게 자리를 내준다. 문학에서는 신사실주의와, 그 자매 격인 스스로 진화하는 마법의 사실주의에 사뮈엘 베케트의 미니멀리즘이 나가떨어졌다. 그 전에 미니멀리즘은 조이스의 맥시멀리즘을 하야시켰다. 맥시멀리즘은 그 전에 재래 소설을 눌렀었고 재래 소설은 서사시를 굴복시켰다. 이제 속박을 원치 않는 예술가들이 규칙, 전통 또는 금기로부터 완전히 풀려났으니 앞으로 어떤 사조가 등장할까. 목하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래야만 한다. 딴지를 걸기는 싫지만(혁신가와 정반대되는 악마니까) 새로운 게 나와 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물론 몇몇 새로운 면모는 있겠지만 이제 커다란 혁신이 또 남아 있을 법하지 않다. 이미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타진했다. 작곡가들은 1909년 쇤베르크 이후 장조와 단조를 무시하고 곡을 만들었다(서양 화음이여 안녕). 덕택에 우리는 음조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얼마간 그것을 갈고닦는다. 그 다음엔? 전자음악은 1920년께 테레민(전자악기를 개발한 러시아인 과학자) 이후에야 등장했다. 아니면 아프리카나 아시아 쪽으로 방향을 틀어 긴장과 이완의 서양음악 기본 양식을 버리고 반복 양식을 택하면 어떨까. 라이히와 글래스는 1960년대부터 그 방법으로 효과를 봤다. 오늘날의 개념·차용 미술(예술의 개념 자체를 뒤엎는다니 한심하지만) 중 마르셀 뒤샹이 이마를 치며 감탄할 만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뒤샹은 1913년 나무 받침대에 자전거 의자를 올려놓은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1919년에는 모나리자의 얼굴에 콧수염을 그려넣었다. 몇몇 작가도 자신의 장르 뒤집기를 즐긴다. 그들은 문장 속에서 그것이 글에 불과하며 독자와 함께 ‘픽션’이라는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이를 메타픽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1759년에 이미 ‘트리스트램 섄디’가 그랬고 1610년께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The Tempest)’가 그랬다. 1939년작 ‘피네간의 경야(經夜)’의 복잡성과 불가해성(게다가 불평도 별로 들리지 않는다)을 능가할 만한 현대 작가는 없다. ‘포스트모더니즘’ 자체가 모더니즘의 부산물일 뿐이다. 용어에서부터 그들이 혁신주의 이념을 지지한다는 냄새를 풍긴다. 실제로 비평가이자 시인인 랜달 재럴은 모더니즘이 낭만주의의 부산물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듣고 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해서 작은 추세 전환이 잇따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중 일부는 흥미로우며 역사를 모를수록 더 흥미진진하다. 전통 문학의 사실주의는 1970년대에 부활해 그후 줄곧 픽션 시장의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또다시 따분하고 후진적이며 심지어 억압적이라고 공격받는다. 잠시 전진을 방해하는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이다. 2005년 벤 마커스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하퍼스지(誌) 에세이에서 그런 주장을 펼쳤다. 그는 조너선 프랜전을 “예술적 포부의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한 주범으로 거론했다. 1922년 제임스 조이스가 존 골즈워디나 W 서머셋 모옴을 거론하며 한 주장과 같은 식이다. 이 논쟁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패자에게는 재대결 기회가 주어지며 그런 식으로 계속된다. 이제 동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와 남아시아의 작가들이 모두 영어권 세계에 ‘발견’되거나 사실상 그 세계에 진입했으니 이미 존재하는 구성을 더 다양하게 만들 만한 다른 민족을 찾아보자. 주노 디아스는 2007년작 소설 ‘오스카 와오의 삶(The Brief Wondrous Life of Oscar Wao)’에서 표준 영어, 힙합 사투리, 스페인어를 혼합해 훌륭한 목소리를 엮어냈다. 하지만 과거 T S 엘리엇과 에즈라 파운드도 ‘황무지’와 ‘캔토스’에서 바로 그런 목소리를 기대했다. 여러 언어를 섞는 작가들, 장-미셸 바스키아나 제프 쿤스의 계승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듯하다. 그런지 또는 힙합, 펑크, 루츠 록, 메탈이나 레게톤도 한층 세련되게 발전해 나간다. 그러나 완전한 혁신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할까. 피카소나 뒤샹, 조이스, 또는 밥 딜런, DJ 쿨 허크 또는 지금은 표준으로 인정받은 이단아들이 마리화나를 끊기 전에도 사람들은 분명 같은 말을 했을 듯하다. 하지만 이단적인 예술가가 뛰어넘을 담장과 말썽을 일으킬 만한 여지가 남았을까. 그렇다면 어떤 담장, 무슨 말썽이 있는가. 진정으로 새로운 예술 장르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진과 활동사진은 각각 1820년대와 1890년대 등장했다. 어쩌면 1879년에 선보인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영사기도 포함될지 모른다. 뭔가 새롭게 떠오르는 움직임이 느껴지는가. 냄새의 서사? 촉감의 교향곡? 안 될 이유도 없다. 또 반면에 왜 그래야만 하나?. 하지만 잠깐, 디지털 시대가 있잖은가. 지금까지 우리의 상상을 불허한 미래가 아니었나. 기업과 광고주들이 인터넷을 계속 좌지우지해도 활동할 만한 사이버공간이 남았다고 가정할 때 이것이 마법과 같은 혁명의 정원, 더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예술형태가 되지 않을까. 온라인 쌍방향 소설이 유행이었지만(x, y 또는 z의 줄거리 구조를 따르며 그후 x.1, x.2, x.3 등으로 전개한다) 비디오게임이 더 탄탄하고 인기 있는 쌍방향 서사 형식이 됐다. 게임이 예술 장르가 될까. 많은 사람이 그렇다고 말하면 그러리라 본다. 사진을 놓고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그리고 멀티미디어 예술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 음악과 영상이 혼합돼 어쩌면 음악 재생기의 고동치는 그래픽 이미지가 그때 가면 골동품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2007년의 혁신적인 웹사이트/비디오 블로그/TV 프로그램인 ‘쿼터라이프’는 분명 더 쌍방향성이 강화되고 개선된 통합 기반 엔터테인먼트의 본보기가 된다. 그리고 디지털화에 힘입어 짜깁기(음악 샘플링, 그리고 포토샵 같은 사진편집 도구)는 녹음 기술자의 면도날, 콜라주 전문가의 조각칼과 아교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축음기로부터 셸락 음반, 비닐 LP에 이르기까지 아날로그 녹음은 모두 조작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MP3 파일은 원하는 대로 개조해도 된다. 디지털화로 무엇이든 조작이 가능해졌다. 이게 패러다임 전환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기술적으로는 물론 그렇다. 문화적으로는 그 정도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예술적으로는? 매체는 그 자체가 메시지라는 마셜 맥루한의 통찰은 기술이 개인과 사회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예술작품에 적용될까. 컴퓨터 합성 사진이라도 분명 사진이며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작성해도 시는 시다. 아크릴 그림도 그림인 이치와 같다. ‘쿼터라이프’도 여전히 ‘위대한 유산’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청소년기의 아픔을 그린 성장 이야기다. 음악에서는 드럼으로부터 평균율, 전자 기타, 신시사이저, 디지털 샘플러에 이르기까지 수천년 동안의 혁신을 거치며 음향이 개선되고 가능성이 크게 다양해졌다. 하지만 이제 어떤 음향이든 디지털 기술로 재생하고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향(그중 일부는 음악적 가치가 있다)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으니 새로운 음정, 음조, 음질, 리듬이 갈수록 바닥나지 않을까. 요컨대 우리 두뇌에 컴퓨터 칩을 심어넣지 않는 한 말이다. 어쩌면 그것이 혁신 중의 혁신일지도 모른다. 예술, 첨단기술, 신경외과술의 결합이다.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음악이 머릿속에 새겨진다는 말은 비유 표현일 뿐이다. 뮤지컬 ‘오클라호마’에 나오는 곡 ‘캔자스시티’가 최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그들은 갈 데까지 갔어”). 우리 선조들의 특이한 상상력 부재를 악의 없이 패러디한 내용이다. 그러나 앤트 엘러처럼 들릴 위험은 있지만 우리는 이제 예술적 진보 행진의 막바지에 가까워진 듯하다. 디지털 음악합성과 배급 체제를 갖춰도 매체는 매체일 뿐이다. 디지털화는 예술가의 작업방식과 일반인의 소비방식을 바꾸었지만 예술의 본질을 어찌 바꾸겠는가. 말, 소리, 이미지, 그리고 우리의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를 상징하고 재결합하고 재해석해 만든 물체 말이다. 담장은 헐렸고 선택은 무한하며 기술은 거의 전능하다. 우리가 항상 원하던 바 아니던가. 이제 모두 만족하는가. 물론, 예술의 영웅적 순교자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인습타파로 박해를 받으려면 실제로 뉴욕,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또는 도쿄를 벗어나야 한다. 그조차 효과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인터넷의 존재 때문에 어떤 도시든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게 됐다. 따라서 우리가 생물 디지털 액체로 용해되지 않는 한, 또는 방사성 입자의 폭풍 속으로 날려 가지 않는 한 새로운 것(항상 새로웠던 것)은 개개인뿐이다. 개인들의 감수성,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려는 의지 또는 충동만이 새롭다. 다행히(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불행히) 해가 바뀔 때마다 그런 사람들이 끊임없이 새로 배출된다.

2008.01.02 11:19

6분 소요
음악산업도 세계화

산업 일반

The Beat Goes on 1년 전 라틴 아메리카에서 레게톤 스타 대디 양키(28)의 외설적인 히트곡 ‘Gasolina’를 틀지 않는 나이트클럽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레게톤은 파나마와 푸에르토리코에서 생겨난 힙합·살사·클럽댄스음악이 한데 섞인 펑크 혼성 장르다). 이 노래가 담긴 불법 음반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멕시코까지 거의 모든 노점상을 점령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푸에르토리코 청년은 라틴계 주민이 많은 브롱크스 같은 곳을 빼면 거의 무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요즘은 대디 양키와 여성 코러스가 서로 메기고 받는 ‘A ella le gusta la gasolina/Dame m뇋 gasolina’(그녀는 휘발유를 좋아해, 내게 휘발유를 더 줘)의 열정에 찬 후렴구가 코네티컷주 교외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연방 흘러나오고 최신 유행에 민감한 맨해튼 고급 술집 손님들의 어깨도 들썩이게 한다. 급기야 8월 28일 대디 양키는 MTV 비디오 음악상의 무대를 환히 밝혔다. 거의 10년 동안 라틴 사회의 비밀이던 그는 드디어 레게톤과 함께 음악계의 주류가 됐다. “이제 레게톤은 거대한 흐름이다. 그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에서 레게톤이 폭발적 인기를 얻은 이유는 대디 양키의 카리스마와 멋진 목소리, 외설스러운 가사,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사람들이 신나고 새로운 힙합에 한참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습격의 진정한 동력은 급속히 진화하는, 음악산업의 세계화 현상이다. 세계화를 이끈 두 가지 촉매제는 바로 위성라디오와 인터넷이다. 이들 동력 덕분에 음악은, 공식적인 공급망이 미처 형성되기도 전에 강력한 소비자 수요를 형성하고 공간(사이버 공간 포함)을 통과해 쉽고 빠르게 전달된다. “ 틈새 음악 장르가 생존한다”고 미국 매체조사 회사인 커런트 어낼리시스의 스티브 코프스키는 말했다. 그리고 거대 음반사의 지원 없이도 “엄청나게 많은 청중”을 만나게 됐다. 특히 위성라디오는 음악 팬들에게 “축복받은 위안처”이며 “그동안 범접하지 못하던 세계로 가는 통로”라고 코프스키는 말했다. 그동안 팬들은 별로 아름답지 않은 통로를 통해 그 세계에 접근했다. 1980년대 중반 해적판 카세트테이프가 광범하게 유통되면서 미국 도심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에 머물던 래퍼들은 부유한 교외지역에 진입했다. 그런 뒤 거대 음반사와 계약하며 점차 힙합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세계적 산업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불법 복제 기술이 한층 발전하고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 양산되면서 한때 혁신적 신인과 흔쾌히 계약을 했던 미국 거대 음반사들은 큰 타격을 보고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 이윤 폭 감소와 더불어 거대 음반사는 점차 신인 계약에 몸을 사린다. 검증이 안 된 장르면 특히 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모든 주류 음반사가 계약 가수의 수를 줄여 왔다. 막대한 투자금이 소요되므로 빅스타에만 주력한다. 불법적으로 뇌물이 제공되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는 대부분 홍보비로 쓰인다”고 LA 레이더리서치의 공동 창립자인 아람 신라이크는 말했다. 틈새 장르의 음악가와 소규모 음반사에 위성라디오와 웹은 새롭고 값싼 홍보 도구의 결정판이다. XM·시리우스·월드스페이스 같은 위성라디오 방송국(500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곳도 있으며 세계적으로 400개가 넘는다) 덕분에 소규모 음반사나, 심지어 일개 밴드가 “전 세계 10만 관객에게 음악을 배포해 소액 투자로도 이윤을 꿈꾸게 됐다. 음악산업의 경제적 특성이 변하고 있다”고 신라이크는 말했다. 한편 인터넷은 구전으로 떠도는 소문을 전 지구적 차원으로 빠르게 퍼뜨리는 자기 고유의 역할을 수행한다. 래퍼 다라 제이가 세네갈 다카르의 클럽을 벗어나 유럽과 미국에 진출하는 데 크게 일조한 latinohiphopradio.com과 africanhiphop.com은 내려받기를 통해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음악을 소개한다. 인도의 방그라에서 포르투갈의 파두에 이르는 거의 모든 음악이 MP3로 제공돼 세계 어디서든 몇 분 내에 접근이 가능하다. 어떤 이들은 레게톤에 목숨 거는 스페인어 사이트가 엄청 많았던 덕분에 대디 양키의 성공적 미국 시장 진출도 가능했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졌으나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던 청취자들을 한데 끌어모았다. 레게톤이 대표적 예”라고 신라이크는 말했다. 사실 레게톤을 포함한 라틴 음악은 디지털 혁명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다. 어쨌든 수요는 이미 존재했고, 거기다 최근 몇 년 새 샤키라와 후아네스 같은 가수들이 처음으로 미국 전역을 휩쓴 덕분에 라틴 음악은 유례가 없는 전 지구적 인기를 구가한다. 한편 미국 내 판매량이 증가하고는 있지만(올 들어 거의 20% 향상됐다) 불법 복제 음반이 가장 많은 장르가 또 라틴 음악이다. 그 결과 공급망이 상당 부분 축소됐다. 주요한 멕시코 음반사 여러 곳이 최근 사업을 접었고, 2004년 워너뮤직 그룹은 불법 복제 때문에 엄청난 인기를 끌던 멕시코시티 밴드 엘 트리를 버렸다. 엘 트리는 공연은 매진을 기록했지만 음반 판매 실적은 저조했다. 이렇듯 인기는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음악가들에게 위성라디오는 직접 대중을 만나는 통로가 된다. 조심성 많은 거대 음반사에도 위성라디오는 득이 된다. 음반사 대부분은 지금 재능 있는 신예를 찾아 위성라디오를 샅샅이 뒤진다. 지역의 성공이 주류 시장의 수익으로 곧장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음반사는 위성라디오를 통해 어느 정도의 위험 요인을 줄인다. 예컨대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는 록밴드 스테리오그램은 웹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인재를 찾던 LA의 한 프리랜서 스카우트에게 발탁됐다. 그리고 몇 주 뒤 캐피톨레코드와 거래가 성사됐다. 다시 레게톤을 보자. 대디 양키는 앞으로도 계속 자신이 소유한 음반사를 통해 음반을 유통시키겠지만 인터넷으로 형성된 인기 덕분에 미국에서 레게톤 가수들의 계약이 봇물처럼 일고 있다. 올해 초 유니버설레코즈가 발족한 마셰티뮤직은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라틴계 도시음악, 그중에서도 특히 레게톤이 전문”이다. 인기는 높았지만 미국 주류 음반사와 계약하지 못했던 레게톤의 대가 테고 칼데론은 최근 애틀랜틱레코즈와 음반 계약을 맺고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거기다 XM의 중심 라틴 채널인 알레그리아가 확실히 레게톤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큰 계약 건이 더 많이 성사되리라 예상된다. “위성라디오를 통해 음반사와 가수의 상호 이익이 모색된다”고 코프스키는 말했다. 심지어 일부 주류 음반사는 XM과 시리우스에 자사 가수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현명한 음반사는 모든 부문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선견지명이 있는 음반사 대표라면 위성라디오에 점점 더 많이 손을 내밀게 마련”이라고 에디슨미디어리서치의 숀 로스는 말했다. 한편 음반업계 거물 기업들도 가수계약·배급·방송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던 과거의 시장 장악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인정한다. “그들은 시간이 흘러 모든 게 변했고 구식은 안 통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신라이크는 말했다. 얼마간의 적응기를 보내고 나면 음악은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다양해지리라. 파일 공유 기술이 발달하고 위성라디오 방송국이 계속 성장하고 인터넷 사이트는 더욱 다양해진 음악을 세계 구석구석으로 전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류 음반사들은 이윤의 상당 부분을 소규모 음반사나 음악가와 나눠 가져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음악에 목마른 대중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이정명 ikke@joongang.co.kr

2005.10.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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