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토돈'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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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트위터, 다시 보는 관전 포인트 4가지 [한세희 테크&라이프]](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2/11/14/ecnaa51a907-ad0a-495f-b9e8-c9178ae9b459.353x220.0.jpg)
결국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의 주인이 됐다. 지난 4월 머스크가 갑작스럽게 트위터 인수 계획을 밝힌 이후, 트위터 가짜계정 문제를 거론하며 인수 의사를 번복했다가 법정에서 아웅다웅 하다 결국 10월의 마지막 주 머스크가 트위터 본사물에 입성하기까지 6개월 간의 난장판을 거쳤다. 440억 달러, 우리 돈 약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수합병이다. 하지만 인수 가격보다 주목할 것은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공론장인 트위터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한때 억눌린 사회에 자유의 바람을 일으킬 희망으로 평가받았다. 이젠 가짜뉴스와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현대 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가장 목소리가 크고, 가장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트위터의 소유권이 주어졌다. 이 일은 시끌벅적하고 값비싼 해프닝으로 끝날까, 아니면 소셜미디어의 흐름이 바뀌는 변곡점이 될까? 필자는 지난 4월 기고에서 ‘머스크의 트위터’에 대한 4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은 바 있다. 머스크가 지배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지금, 이 관전 포인트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 1. 머스크식 표현의 자유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 ‘절대주의자’를 자처한다. 그는 트위터 인수 의사를 밝힌 초기, 트위터 인수는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며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디지털 공론장’을 지켜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평소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기업의 엄격한 콘텐트 관리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는 곧 인터넷 플랫폼에 가짜뉴스나 혐오 표현이 제약 없이 넘쳐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다. 실제로 머스크는 리버럴 진영의 이런 우려에 맞아 떨어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인수를 마친 그 날로 트위터의 핵심 임원들을 해고했는데, 비자야 가데 최고법률책임자(CLO)도 있다. 가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키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을 정지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고, 가데를 비난하는 트윗을 올리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인공지능(AI) 윤리와 투명성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팀 등은 조직 전체가 모두 정리해고 당했다. 정책 부서도 절반이 사라졌다. 다만 트럼프 계정 부활에 대해서는 “관련 정책을 심의할 위원회를 구성한 후 논의하겠다”며 잠시 미뤄 두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우익 성향의 극단 그룹들이 트위터에서 표현의 한계를 시험하듯 선 넘는 게시물들을 대량으로 올리고 있다는 보도와 우익 성향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혼란 속에서 표현의 자유와 위험한 거짓 정보 규제 사이의 균형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위터에 불만이 많은 머스크였지만, 콘텐트 관리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콘텐트 규제에 초점을 맞춰온 기존 플랫폼 기업과는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 자체는 주의 깊게 지켜 볼만하다.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독과점으로 기울기 쉬운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변동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2. 그래도 비즈니스를 생각 안 할 수 없지 “경제적 목적 때문에 트위터를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는 머스크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방법은 없다. 그러나 인수 후 그는 트위터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테슬라 주식 85억 달러를 팔았고, 트위터 명의로 130억 달러를 빌리는 등 실제 적잖은 재무 부담을 지고 있다. 일단 머스크는 인수 작업이 마무리된 후 1~2주 사이에 전체 직원의 50% 가까이 해고했다. 한꺼번에 급하게 정리해고를 진행하다 보니, 실수로 핵심 인력을 해고해 버려 나중에 다시 회사로 돌아와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까지 생길 정도였다. 구독 등 추가 수익 모델도 강화한다. 영향력 있는 사용자를 트위터가 직접 인증해 주는 계정 인증을 월 8달러를 받는 구독 상품으로 바꾸라고 머스크는 지시했다. 관련 팀이 밤을 새고 있다고 한다. 유명인에 대한 쪽지 기능을 유료화한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콘텐트 논란을 피하고 싶어하는 GM이나 화이자 등 대형 광고주들은 잇달아 트위터 광고 집행을 중단하고 있다. 반면 머스크 인수 후 트위터의 일 평균 사용자 수(mDAU)가 20% 증가했다는 내부 자료도 있다. 머스크의 콘텐트 규제 완화가 더 많은 사용자 유입과 광고 효과 증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해로운 콘텐트 범람과 광고주 이탈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노릇이다. ━ 3. 알고리즘, 오픈소스로 공개하나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 알고리즘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게시물 노출이나 추천에 편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공개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 뜻이 맞는 사용자를 찾을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다만 트위터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 머스크의 방향성에 불만을 가진 진보 성향 사용자들이 트위터를 떠나 ‘마스토돈’이란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토돈은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자신의 취향이나 원칙에 맞게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다. 과거 트위터에 불만을 품은 보수 성향 사용자가 ‘팔러’나 ‘트루스소셜’ 같은 대안 소셜미디어로 이동하던 모습도 떠올리게 한다. ━ 4. 머스크만을 위한 표현의 자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표현의 자유와 한계 사이의 균형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머스크 개인의 스피커 출력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도 진작에 제기됐다. 머스크는 최근 집권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중간 선거에선 공화당을 지지하라는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반면 그의 이름을 빌어 와 “민주당에 투표하라”고 트윗을 올린 여성 코미디언의 계정은 정지됐다. 이후 머스크는 패러디 계정임을 명시하지 않는 모든 사칭 계정을 정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는데, 정작 정책팀에선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미 세계 최고의 부와 팬덤을 가진 사람에게 맘대로 쓸 수 있는 글로벌 미디어까지 쥐어 줄 필요가 있을까?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을 지었고, 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2022.11.12 14:00
4분 소요
‘탈(脫) 트위터’가 뜨겁다. 부분 유료화 제도 도입에 대한 반발 현상이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마스토돈과 네이버·카카오 등을 대체제로 꼽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 반사이익은 마스토돈만 얻고 있는 모양새다. 11일 네이버·카카오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탈 트위터 현상에 따른 양사의 반사이익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유료화 제도 확대를 추진하면서 두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실질적 이동 현상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4만2152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 국내 트위터 이용자(@Sheng_COREA)가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높은 트위터 대체제로 마스토돈(39%)이 꼽혔다. 네이버블로그(32%)와 카카오스토리(18%)가 그 뒤를 이었다. 해당 설문에는 5724명의 트위터 이용자가 참여했다. 이 중 실질적인 반사효과는 마스토돈에서만 나타났다.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스토리의 경우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이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한때 카카오스토리 검색량이 느는 등의 동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11일까지 유입량을 확인한 결과 유의미한 수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회사 관계자는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수 지표에서 유의미한 증가세가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마스토돈은 현재 수혜를 보고 있다. 초기 트위터와 닮은 텍스트 위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 많은 이들이 대체제로 여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용자 유입 효과도 나타났다. 오이겐 로흐코 마스토돈 개발자는 지난 3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지난달 27일 이후 마스토돈 가입자 수가 23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탈 트위터 현상에 따른 실질적 이용자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마스토돈으로의 이동 현상은 국내에선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스토돈이 현재 한국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특정 내용을 검색하거나 다른 이의 글을 인용하는 트위터 내 주요 기능도 제공하고 있지 않다. 마스토돈은 2016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탈중앙화 사회관계망서비스로, 여러 서버가 커뮤니티를 구성하며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마스토돈이 탈 트위터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내 시장에선 상황이 다르다”며 “무엇보다 국내에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플랫폼이기에 대체제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2022.11.11 18:58
2분 소요![[서광원의 ‘CEO를 위한 생태학 산책’(25) | 멸종을 이겨낸 비결] 급격한 환경 변화에도 버틸 탄탄한 기본기](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02/24/ecn3731660748_eN4oDnwd_1.353x220.0.jpg)
2억년 넘게 생존한 악어, 식성·서식지 선정 까다롭지 않고 막강한 면역력 갖춰 프랑스 파리는 볼 게 많다. 처음 가는 이들이라면 꼭 들러야 할 것만 같은 곳도 있다. 예술가의 거리 몽마르트도 그중의 하나다. 우디 앨런의 영화 에 나온 뒷골목을 볼 수 있을 것 같고, 예술 가득한 거리를 거닐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파리에 갔을 때, 바로 그런 생각으로 몽마르트를 갔다. 없는 시간을 짜내 서둘러 갔는데, 이게 웬 일인가. 돈을 받고 얼굴을 그려주는 몇몇 거리의 예술가는 있어도, 예술가의 거리 같은 건 없었다. 그저 그런 언덕길일 뿐이었다. 나중에서야 그 ‘뭔가’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처음엔 실망 그 자체였다(사실 개울보다 좀 더 큰 세느강도 그렇고, 느낌을 찾을 수 없는 퐁뇌프의 다리도 그렇다. 스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지만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다!).어쨌든 지금은 예술가의 거리로 유명하지만 이곳은 원래 다른 걸로 유명한 곳이었다. 1790년대만 하더라도 이곳은 환락과 죄악의 이미지로 가득한, 좀 과하게 말하면 파리에 있는 소돔과 고모라 같은 곳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곳은 로마 시대부터 석고 광산이 있던 곳인데, 이때쯤 석고가 건축자재로 인기를 끌면서 이곳 광산에 돈과 사람이 몰려들었고, 그 바람에 흥청망청한 곳이 됐다. 마침 광산 근처가 또 거의 포도밭이라 필요한 알코올까지 제공할 수 있었으니 ‘금상첨화’였다. 지금 몽마르트 언덕에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은 바로 이런 ‘소돔과 고모라 현상’을 중화, 아니 정화시키기 위해 파리시가 지은 것이다. ━ 몽마르트 언덕의 거대한 뼈 덕분에 이곳은 고생물학자들에게 유명한 곳이 됐다. 이 광산에서 옛날 뼈가 대거 출토됐기 때문이다. 깊은 땅속에 묻혀있던 것이니 옛날 동물의 뼈라는 건 알았지만 이상한 게 있었다. 코끼리보다 더 큰 거대한 뼈가 계속 나왔던 것이다. 육지에 사는 가장 큰 동물은 코끼리이고 그 이상 큰 동물은 없는데 어찌된 일일까, 궁금증은 커져갔지만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먼 옛날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시대였다. 뼈가 계속 출토되자 당시 유명한 비교해부학자이자 1세대 고생물학자였던 조르주 쾨비에 남작이 연구에 착수했고 “지금은 멸종한 동물의 뼈”라고 결론을 내렸다.그러자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 것이다. 심지어 용불용설이라는 일종의 진화론을 주장한 라마르크까지 그렇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당시만 해도 성경에 있는 창세기 신화를 그대로 믿었던 시절이었다. 멸종이라는 개념이 1800년대 중반에나 받아들여졌으니 당시로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대멸종이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였다. 대멸종은 100여 년이 지난 1980년대나 되어서야 ‘상식’이 됐다).나중에서야 완전히 밝혀졌지만 그 거대한 뼈의 주인은 짧게는 몇 만 년, 길게는 수십 만년 전 왕성하게 살았던, 매머드·마스토돈트·모사사우루스 같은 거대한 녀석들이었다. 한때는 누구보다 탁월한 생존력을 과시했지만 그 생존력을 유지하지 못해 사라진 ‘거물’들이었다. 거대한 덩치는 보통 그만한 생존력을 갖췄다는 의미인데, 그들은 왜 멸종을 피하지 못했을까?살아있는 세상에서 거대한 덩치는 그들이 살고 있던 환경에 거의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표시다. 그러지 않으면 그런 덩치를 유지할 수 없을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 현재 환경에 최적화는 분명 탁월한 능력이지만, 그 환경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순간 탁월한 능력은 완벽한 무능력이 된다. 거대한 덩치는 거대한 먹이를 필요로 하는데 그걸 조달할 수 없는 데다, 갑자기 추워지거나 따뜻해진 환경을 견디기 힘들어서다. 진화는 세대가 바뀌면서 조금씩 적응력을 갖춰가는 것인데, 환경이 워낙 갑작스럽게 변하니 적응력을 갖출 시간도 없다. 호경기에 적응할수록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은 소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명의 역사에서 큰 덩치는 분명 번성의 상징이지만, 언제든 멸종을 당할 수 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그런데 이 보편적 원리를 이겨내고 지금까지 살아있는 녀석이 있다. 큰 덩치를 가졌는 데도 무려 2억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멸종 위기를 이겨낸 녀석이 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가 이 지구상에 출현한 시간을 보통 20만년 전 정도로 추정하는데, 그렇게 본다면 무려 1000배 수준이나 더 오래 살아온, 무서운 생명력의 소유자다. 누굴까? 악어다.울퉁불퉁한 피부와 우악스러운 생김새 때문에 요즘 같은 동물 애호 시대에도 웬만해서는 사랑받기 힘든 녀석이지만(물론 ‘가죽’만은 사랑을 받는다. 악어백으로!), 생존력의 관점에서 보면 탁월하다는 말 외에 대체할 말이 없다. 2억년 전이라면 수많은 공룡이 이 지구상을 장악해 가던 때인데, 그들과 함께 이 지구를 활보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런데 그렇게 강력했던 공룡마저 6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생겨난 대멸종을 견뎌내지 못하고 사라졌는데, 이 녀석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이유를 알려면 6500만년 전 대멸종을 잠깐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6500만년 전 어느 날 저 우주에서 엄청나게 큰 바윗돌 하나가 날아와 지구에 부딪쳤다. 보통 바윗돌이 아니었다. 지름이 10~15km나 되고, 무게가 10억t이나 나가는 소행성이니, 가히 에베레스트 산만한 크기였는데, 이 바윗돌이 초속 20~70km로 날아와 당시 바다였던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충돌했다. 보통 리히터로 8정도 되면 세계적인 재난이라고 하고, 1씩 증가할 때마다 30배 이상의 에너지가 증가한다고 하는데, 이 충돌로 생긴 지진 강도가 13이나 되었으니 보통 충격이 아니었을 것이다. 학자들은 수소폭탄 1억개가 동시 폭발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 6500만년 전 대멸종의 순간 일단 충돌 순간, 경기도 만한 구멍이 파이면서 주변 수십 km 바닷물이 모두 증발했고, 전 세계 육지로 어마어마한 쓰나미를 몰고 갔다. 쓰나미 높이가 최소한 100m가 넘었을 것이라고 하니 거의 모든 육지를, 그야말로 ‘물밀듯이’ 덮쳤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아니 이게 시작이었다. 충돌로 생긴 수백만t의 불타는 암석이 상공 100km까지 튀어 올라 전 대륙에 불벼락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수소폭탄이 6km 마다 하나씩 터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충돌한 바위에서 나온 유황이 황산으로 변해 전 지구에 산성비를 쏟아 부었고, 상공에 가득한 구름 때문에 햇빛을 볼 수 없었다. 지구 전체가 한순간에 빙하기로 변한 탓에 당시 존재하던 생물종의 70~80% 이상이 사라졌다. 공룡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 이런 소행성이 충돌한다면 인류 또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이 험한 세상에서 악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보통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대체로 몸이 작아서 큰 피해를 입지 않거나 적게 먹어도 괜찮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몸이 큰 녀석들은 대체로 크기를 줄여서 살아남는다. 잠자리가 대표적이다. 3억년 전 잠자리는 날개 길이가 1m가 넘었지만 몇 번의 대멸종을 겪으면서 몸집을 줄인 덕분에 살아남았다. 그런데 악어는 예나 지금이나 거의 같은 몸 구조를 갖고 있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구조조정’을 전혀 하지 않고 이 긴 시간을 살아온 셈이다. 무슨 비결이 있었던 걸까?녀석들의 장점은 많다. 세상에서 가장 큰 턱과 의사들이 수술할 때는 쓰는 메스로도 잘 잘라지지 않는 강력한 피부 외에도, 험난한 시대를 이겨낸 3가지 역량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녀석들은 무던한 인내력의 소유자다. 녀석들은 사냥감을 기다릴 때 눈 한번 깜박거리지 않고 30분 이상 마치 바위처럼 잠복하고, 다가갈 때는 물결 하나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둔한 것도 아니다. 기회다 싶으면 초속 10m가 넘는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사냥감을 낚아챈다. 인내와 민첩성을 동시에 겸비한 것이다. 기다려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잘 안다. 이 뿐인가. 먹이를 잡을 수 없는 어려운 시절이 되면 1년 정도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아예 굴을 파고 들어가 동면과 비슷한 하면(夏眠)을 한다. 이때는 신진대사를 최대한 낮춰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두 번째 역량은,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는 것이다. 환경이 변할 때 멸종 가능성이 큰 생명체들은 대체로 식성과 서식지 선정이 까다롭다. 쉽게 말해 특정한 것만 먹고, 특정한 지역에서만 산다. 기업으로 치면 상품 생산능력이 한정돼 있고, 특정 영역에만 포지셔닝해 있는 것과 같다. 반면 악어는 무엇이든 잘 먹고, 열대지역이라면 거의 어디든 살 수 있다.마지막으로 세 번째 역량은 회복력이다. 녀석들이 사는 열대의 탁한 물은 세균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라 상처가 나면 치명적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건재하다. 특별한 항생물질을 만들어 최강의 면역계를 갖춘 덕분이다. 연구에 따르면 23종의 세균을 퇴치할 수 있을 정도다. 당연히 회복도 빠르다.두드러지는 능력이 아니라고? 험난한 세상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런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수명도 길어서 최대 140년까지 산 기록이 있다. 2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나타나 생각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번성하는 바람에 수난을 당하고 있긴 하지만, 녀석들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왕성한 생존력을 발휘하고 있다. 번성한 사피엔스들이 무서워할 정도로 말이다. ━ “멸종이 원칙이고 생존은 예외” 사실 이 세 능력은 악어만이 아니라 1억년 이상을 살아온 장수 생명체들이 가진 특징들이다. 1억5000만년 전 출현해,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거북도 어려운 시절이 오면 아무 것도 먹지 않고 1년을 산다. 이 녀석 역시 먹는 것이나 서식지 선정에 까탈스럽지 않다. 1억년쯤 살아온 바늘두더지 역시 느린 신진대사와 까다롭지 않은 식성 덕분에 여전히 살아있다. 식물들은 씨앗을 두꺼운 껍질로 두르고, 땅 속이라는 보호막을 활용해 대멸종을 이겨냈다. 씨앗은 환경만 갖춰지면 몇 천년도 견딜 수 있다. 우리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바퀴벌레 역시 하찮은 녀석이 아니다. 2억년 이상을 살아온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다.36억년 생명의 역사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생성과 멸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긴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중의 하나는, 번성이 흔하고 멸종이 드문 게 아니라, 멸종이 흔하고 번성이 드물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300억종의 생명체가 출현했지만 그중 99.9%가 멸종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환경의 변화였다. 변화는 점진적이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았다. 저 먼 우주에서 소행성이 날아오고, 지구 자전축이 바뀔지 누가 알았겠는가?(달도 지구와 부딪친 결과로 생겨난 것이다). 화산이 폭발해 지구가 불바다가 되고 대륙이 모였다 흩어졌다 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상은 불확실한 상황이 대부분이었고 안정적인 상황은 일부였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정상적이었고, 안정적인 상황은 예외였다. 그래서 독일의 자연과학자 만프레트 바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자연에서는) 멸종이 원칙이고 생존은 예외다.”환경이 갑작스레 변할 때 멸종 가능성은 대체로 덩치가 큰 생물에게로 향한다. 에너지 섭취가 어렵고 덩치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먹이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1순위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야말로 ‘현재’에 최적화된 곳인 까닭이다. 최적화는 바뀐 상황에 빨리 적응하는 융통성을 떨어뜨린다. 최적화 자체가 새로운 생존의 규칙을 익히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멸종 가능성이 큰 생명체들이 대체로 먹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포티는 멸종과 생존의 사이에는 능력뿐만 아니라 운도 작용한다고 했지만, 능력이 없는 운이 오래 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 어떤 개체의 멸종은 다른 개체의 새로운 시작 변화가 빠를 때 생존은 예상치 못한 위기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서 좌우된다. 그래서 기본기가 중요하다. 이 생존의 규칙은 언제나 같다. 2억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빠르게 포착해 그걸 만들어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면 멸종은 나쁜 것일까?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6500만년 전 대 멸종이 공룡의 시대를 마감하고, 포유류를 새로운 번성의 주인공으로 탄생시켰듯이, 멸종은 그 생명체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른 생명체에겐 새로운 시작이다. 사실 우리 역시 공룡의 멸종 덕분에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지 않은가. 그래서 멸종의 역사는 역설적으로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지를 알려주는 교훈이다.※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18.06.17 17:18
8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