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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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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려지고 군인 월급 100만원…계묘년, 달라지는 제도는?

산업 일반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 209시간 노동기준, 월 임금이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서게 됐다. 군인 병장 월급도 100만원까지 오른다. 또 올해부터는 ‘한국식 나이’가 아닌 ‘만 나이’가 도입되며 교차로 우회전 시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하는 규정이 생긴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 우리 생활 속 달라지는 제도를 소개한다. ━ 최저임금 월 환산 첫 200만원 돌파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620원으로 인상된다. 전년보다 약 460원(5%) 오른 금액이다. 월 근로시간 209시간을 적용하면 한달 임금은 201만원 수준이다. 월 환산 임금액이 20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인 월급도 병장은 100만원, 상병은 80만원, 일병은 68만원, 이병은 60만원으로 각각 오른다. ━ 종부세·소득세 부담 완화 올해부터 1가구 2주택자도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종합부동산세를 낸다. 또 정부는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기존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했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공시지가가 12억원까지 공제된다. 소득세도 조정된다. 올해부터 소득세법상 하위 2개 과세표준 구간이 상향 조정돼 6%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표 1200만원 이하 구간은 1400만원 이하로 200만원 상향했다. 15% 세율이 적용되는 1200만∼4600만원 이하 구간은 1400만∼5000만원 이하로 400만원 올랐다. 정부는 과표구간 조정으로 연봉 7800만원 직장인 기준, 1인당 최대 54만원의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기업들의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인하된다. ━ 만 나이제·부모급여제 도입 올해 6월 28일부터 국내에는 만 나이제가 도입된다. 법령, 계약, 공문서 등에서 사용되는 ‘한국식 나이’(출생한 날부터 한살) 제도를 모두 ‘만 나이’로 통일하는 것이다. 만 나이는 태어난 해를 0살로 하고 나이 계산 시 출생일을 포함하도록 한다. 출생 후 만 1년 이전에는 개월 수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올해 1980년 1월 1일생 A의 한국식 나이는 44살이다. 이를 만 나이로 적용하면 43살이 된다. 만약 A의 생일이 2월 1일이라면 생일이 아직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이는 42살이 된다. 또한 영유아 양육 지원을 위한 ‘부모급여’가 도입된다. 정부는 올해 1월1일부터 만 0세 아동을 양육하는 가구에게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에 대해서는 월 35만원을 지급한다. 현재 지급되고 있는 월 30만원 규모의 영아수당은 부모급여 체계로 통합된다. ━ 유통기한제→소비기한제로 변경·일회용품 사용 금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익숙한 개념인 ‘유통기한’ 제도가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된다. 유통기한 제도는 제조사나 유통사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유통기한이 지나더라도 보관 방법을 준수하면 섭취가 가능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많았다. 이에 이를 소비기한제로 바꿔 정확한 식품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카페, 식당, 편의점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계도기간도 올해 11월 종료된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는 유상으로 판매하던 비닐봉지가 사라지고 카페와 식당에서는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사용하는 우산용 비닐도 제공이 중단된다. 지방자치단체에 주민등록을 하고 상주하는 인구 외에도 등록 외국인과 체류 인구를 포함하는 ‘생활인구’ 개념도 도입된다. 또 내년 1월부터 현재 주소지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에 일정액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기부 한도는 연간 500만원이며 10만원 이하는 전액 세액공제, 10만원 초과 시 16.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 대학 입학금 제도 폐지·교차로 우회전 차량 일시 정지 2019년부터 고등교육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국공립 대학교부터 단계적으로 대학교 입학금을 폐지해 왔다. 2023년부터는 대학 신입생의 입학금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또한 대학 등록금을 학칙에 따라 2회 이상 분할납부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신설해, 비싼 금액의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과 가정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규정이 변경된다. 다만 대학원 입학금은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올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일시 정지한 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신호등 종류에 우회전 신호등도 추가된다.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의 장이 1년 동안 3건 이상의 우회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역,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는 곳,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이 섞이는 경우가 많은 곳 등에 우회전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다. ━ 저축보험 납입 확대·보험사기 포상액 20억↑ 보험 연금계좌 세제혜택의 경우 세액공제 대상 연금저축보험 납입한도가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퇴직연금 포함시 700만원→900만원) 확대된다. 연금소득 1200만원 초과시에는 종합과세 또는 15%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보험사기 제보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기 신고 포상금이 최고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된다. 보험금 청구시 보험사기 신고 안내문자를 받게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납품단가가 변동되는 '납품단가연동제'도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상승폭을 약정서에 의무로 기재해야 한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3.01.01 11:31

4분 소요
투자‧고용 늘린다는 재계…‘낙수효과’ 논란 [법인세 인하 논쟁②]

산업 일반

법인세 인하를 통한 경제 활성화 효과를 두고 정부‧경제계와 야당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재계는 한 목소리로 법인세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낙수효과’ 무용론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재고가 늘고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여달라는 게 기업 측 입장이다.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을 추진하는데 이 조치를 늦지 않게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세부담 경감률은 중소기업(12.8%)이 대기업(10.2%)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며 “법인세 인하(효과)는 배당을 통해 주주에게 돌아가고 제품·서비스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에게, 고용·임금 증가를 통해 근로자가 혜택을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의 법인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율체계 개편 필요성’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 법정 최고세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1.2%)보다 3.8%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내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은 지난해 기준 21.9%로 애플(16.9%) 등 미국 주요 대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 예산안에 대한 경제부처 부별 심사에서 “법인세 감세는 투자 확대의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가 정말 너무 많다”며 “IMF, OECD, KDI 등 국내외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감세 조치에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로 투자와 고용이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2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조세재정브리프를 보면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 과표구간 및 세율체계 개선방안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가 실렸다. 이 조사에서 법인세 개편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대기업이 83.3%, 중견기업은 71.8%, 중소기업은 51.4%로 나타났다. ‘법인세 과표 구간과 세율 체계가 개선되면 내년 투자와 고용을 올해보다 확대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올해보다 투자와 고용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응답 기업 중 33%로 나타났다. ‘늘릴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과 ‘잘 모르겠다’고 한 곳은 각각 20%, 47% 수준이다. 대기업의 80% 이상은 법인세 최고세율 한도를 내리는 것에 찬성하면서도 투자와 고용 확대를 명확하게 이야기한 곳은 30%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법인세 찬성에 대한 이유로는 ‘투자·고용환경 개선’(71.3%)을 꼽았다.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11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일반적으로 감세하면 낙수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는데 과연 감세가 경기를 활성화하는지도 봐야 한다”며 “미 의회 조사국도 감세 조치가 기업과 초고소득층의 이익만 차지했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1.25 09:30

2분 소요
국내 기업 10곳 중 7곳 '법인세 인하' 찬성

산업 일반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세제 개편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투자와 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법인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게 기업 측 설명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2일 발간한 조세재정브리프에 ‘법인세 과표구간 및 세율체계 개선방안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찬성한다’고 답한 기업은 67.0%, ‘반대한다’는 대답은 33.0%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조세연은 지난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에 소속된 업체 재무·회계담당자 100명과 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세무사회·한국재정학회·한국세법학회 소속 세제 관련 전문가 70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다. 최근 정부는 법인세율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국제적인 조세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기업 투자·고용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71.3%)고 응답했다. ‘내수 진작을 유도한 경기 활성화’가 38.3%, ‘기업의 세부담 완화’ 35.7%,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할 필요가 있다’(33%)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다만 법인세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내년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은 10곳 중 3곳(33%)에 불과했다. ‘늘릴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20.0%,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47.0%로 집계됐다. 정부가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과세표준을 현행 2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해 10%의 낮은 세율 적용하는 방향으로 법인세 과세체계를 개편하는 것에 대해서는 83.5%가 찬성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1.22 14:08

2분 소요
韓 법인·소득세 모두 강화하는 동안 G5는 완화·유지해 [체크리포트]

산업 일반

한국과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일본 등 글로벌 선진국(G5)의 핵심 세목을 비교한 결과, 한국만 소득세와 법인세 과세를 모두 강화해 조세부담률 증가가 가장 가팔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부담률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총 세수 비중을 뜻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2021년 등 지난 5년간 한국은 주요국 중 유일하게 법인세율을 인상했고 법인세 과표구간도 확대했다. 한국은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0%에서 25.0%로 3%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프랑스·미국·일본 등 3개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고, 영국·독일은 동일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은 소득세 부문에서도 유일하게 과세를 강화했다. 한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2017년 40.0%에서 2021년 45.0%로 5%포인트 올랐고, 과표구간도 2017년 6단계에서 2021년 8단계로 2단계 늘어났다. 반면 G5 국가들은 소득세 부문 또한 과세기준을 완화·유지했다. 지난 5년 미국은 최고세율을 인하(39.6%→37.0%)했고, 그 외 4개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은 45.0%로 변화가 없었다. 과표구간의 경우, 지난 5년간 독일이 5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했고, 미국·일본(7단계), 프랑스(5단계), 영국(3단계)은 동일한 체계를 유지했다. 한경연은 한국 현행 조세체계의 문제점으로, 조세부담이 G5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민간 경제활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7.4%에서 20.0%로 늘어나 2.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G5 평균 증감 폭(0.3%포인트)보다 2.3%포인트 높은 것으로 3대 세목을 구성하는 법인·소득세 과세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한경연의 해석이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5.14 20:00

2분 소요
[한국도 ‘대폐업 시대’ 맞나] 높은 상속세 장벽… “부동산이나 살 걸”

부동산 일반

중견기업 85% “승계 계획도 못 잡아”… “과표구간 넓히고 사후관리 요건 완화” 필요 경기에 ‘10년 주기설’이 있듯 기업에 ‘30년 수명설’이 있다. 대개 창업자의 은퇴와 더불어 기업도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1970~80년대 고성장기에 숱하게 생긴 기업이 최근 안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자녀에게 가업 승계를 고려하지만, 상속·증여세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하면 남는 선택지는 폐업이나 매각이다. 그러나 폐업하면 기술과 경험이 사장되고 일자리도 사라져 결국 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상속·증여세 논쟁이 뜨거운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기업의 노쇠화와 경제 전반의 활력 감소에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 때 투자를 늘릴 게 아니라 강남에 아파트를 샀어야 했어요.” 여러 대기업에 섬유 원단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대표 박모(72)씨는 아쉬운 속내를 털어놨다. 박 대표는 원래 회사를 장성한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따져보니 상속세가 수십억원에 달해 부담이 여간 큰 게 아니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두 아들 역시 큰 비용을 치러가며 회사를 물려받을 뜻이 없다. 박 대표는 이렇게 될 것을 왜 그리 고생해 회사를 키웠나 자괴감이 든다. 1980년대 초 창업해 원청 기업의 단가 후려치기와 ‘갑질’을 견디며 회사를 운영해온 그다. 외환위기 때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재도 쏟아붓고, 사업을 키울 생각에 투자도 적지 않게 했다.박 대표의 노력에 이 회사는 한때 연 매출 100억원이 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자신이 60대 후반에 들어선 후로는 사업 규모를 조금씩 줄여 현재는 적정 수익이 발생하는 연 매출 50억~60억원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더는 성장이 어렵고 상속도 힘들 거라 판단해서다. 박 대표는 경쟁사든 사모펀드(PEF)든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회사를 매각할 생각이다.한국 기업 오너십에 격변기가 다가오고 있다. 1970~80년 대 고성장기에 회사를 설립해 이제 60~70대로 접어든 창업자들이 물러나고, 2세들로 대대적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고율의 상속·증여세 벽에 막혀 가업 승계를 엄두도 못 내거나, 아예 회사를 매각하려는 중소·중견 기업인이 늘고 있다.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춰 기업의 혁신을 지원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 때문이다.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내놓은 ‘기업생멸행정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활동 중인 기업 중 60대 이상이 CEO를 맡은 기업 수는 139만8364개로 전체 활동 기업 중 23.11%에 달했다. 2012년 같은 조사 때보다 기업 수는 29만527개, 비중은 2.52%포인트 증가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CEO들의 연령대도 전체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 중소기업 CEO 4명 중 1명 60세 넘어 한국기업데이터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창업자가 현재 CEO를 맡은 국내 5만1256개 기업 중 33.2%(1만7021개)가 CEO 연령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잠재적 승계 수요가 있는 기업이 전체의 20~30%에 달한다는 의미다. 현재 50~59세 CEO는 45.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도 10~20년 후면 가업 승계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된다. 한국 경제가 연로해지면서 가업 승계는 상시적 문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그러나 창업자들은 아직 승계 방식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CEO 중 ‘승계’를 받아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는 전체의 3.5%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을 인수해 경영(9.1%)하는 경우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전문경영인(2.8%)에게 맡긴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업인들은 가업 승계에 사실상 손을 놓은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3월 발표한 ‘2018년 중견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84.4%가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로는 ‘상속·증여세 부담’(69.5%)이었다.실제 한국의 상속·증여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1억원 이하의 상속세는 10%에 불과하지만, 누진세율을 적용해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다. 최고 상속세율은 일본(55%)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여기에 최대주주 보유주식(경영권)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15%의 추가 세금을 부담해야 해 최고 명목세율은 65%에 달한다. 실효세율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억원을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은 28.09%에 달한다. 미국(23.86%, 100만 달러 기준), 독일(21.58%,100만 유로기준), 일본(12.95%, 1억엔 기준) 등에 주요국보다 높다.한국의 상속·증여세가 높은 것은 부의 집중화와 대물림을 방지해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에서다. 또 1960~70년대 경제성장을 위해 정책자금을 풀어 기업을 대거 육성했기 때문에 기업의 부 축적에 정부가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논리도 반영됐다.그러나 높은 상속세가 기업 폐업 등으로 이어져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가업 승계의 세금은 상속자가 부담한다. 상속자로서는 상속세를 부담하면서까지 고된 중소·중견 기업을 물려받으려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동일 업종 경쟁사나 PEF에 매각돼 인력 감축 및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또 부를 자녀에게 승계하기 어려워지면 창업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유인이 떨어진다. 기업가정신을 저해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60대 나이의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대개 투자는 10년 후를 보고 하는데, 자녀에게 상속을 못 한다면 불확실성이 커 투자나 신규 비즈니스 진출 의욕이 떨어진다며 “차라리 기업을 국가가 운영하고, 배당금만 챙기면 좋겠다는 비현실적 생각마저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상속 못 하는데 투자?” 락앤락·유니더스 등 줄줄이 매각 실제 승계에 어려움이 커지자 농우바이오와 락앤락, 유니더스 등이 모두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각각 종자와 주방용품, 콘돔 분야에서 국내 1위 회사다. 수십년간 쌓은 원천기술과 노하우, 영업망 등의 맥이 끊긴 셈이다. 유영산업·우리로광통신·까시미아 등도 PEF나 대기업에 회사 경영권을 넘겼다. 한국 기업들이 대거 폐업하거나 PEF에 매각될 경우 전체 경제 규모가 작아지고 기술경쟁력이 위축되거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후계자 부재 등으로 ‘대폐업 시대’에 접어든 일본은 한국보다 기업 폐업에 따른 경제 충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중소기업의 60%에 해당하는 245만개 기업의 CEO 나이가 70세가 넘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중 절반, 일본 전체 기업의 3분의 1에 달하는 127만개 회사가 아직 후계자를 찾지 못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2025년 중소기업 73만개가 폐업해 약 650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22조엔(약 238조원)의 국내총생산(GDP)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일본과 경제·인구구조가 비슷한 한국도 일본과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기업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업일수록 상속 등 세대교체 가능성이 크높다. 국내 산업의 가치사슬 중추를 맡은 중견기업(3년간 평균 매출 3000억원 미만)의 경우 346개 중 237개(68.5%)의 CEO 나이가 60세 이상이다. 코스닥 상장법인의 경우 CEO 평균연령이 2002년 50세에서 지난해 55.7세로 급격히 늘어났다. CEO가 60대 이상인 기업 비중도 같은 기간 14.7%에서 29.8%로 증가했다.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가업승계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1세대 기업 3개 중 하나는 10년 안에 세대교체 가능성이 크며, CEO의 준비 없는 은퇴로 기업의 폐업·매각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30년 이상 기업의 자산·매출·고용은 10년 미만 기업의 4~5배 규모라 기업의 영속성이 단절되면 국가 경제의 손실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미·독·일 등 주요국 상속세 부담 완화 움직임 물론 일본은 상속세 부담보다는 자녀가 가업을 물려받지 않으려는 데에서 문제가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한국도 일본처럼 고령화·소자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세들이 상속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어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인천에서 대형 가구 회사의 1차 협력사를 운영하는 한 목재 가공 회사의 신모(72) 대표는 “오랫동안 불경기에 시달리는 가구 회사들이 발주 물량을 줄이거나 거래를 끊으면 바로 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며 “어차피 자녀들은 회사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어, 회사를 빨리 현금화해 물려 달라고 재촉한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는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해 총 2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자녀들이 가업을 물려받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상속세 부담은 가업 승계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상속에 대한 부담을 낮춰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자는 것은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투자를 끌어내는 한편 산업 전환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가업 상속공제제도의 사후관리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는 한편 지난해 특례를 도입해 10년간 비상장 중소기업 공제 금액을 자산의 80%에서 100%로 늘려주기로 했다. 독일은 상속세 실효세율이 높은 편이지만 가업 경영 횟수나 상속자의 종사 기간 등 상속 공제 조건이 느슨하다. 업종의 신속한 변동을 지원하기 위해 근로자 수 유지 기준도 근로자 수에서 매출액 대비 인건비의 평균비율로 변경을 검토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스웨덴·오스트리아·노르웨이·포르투갈·멕시코 등은 2000년대 들어 상속세를 폐지했다.한국도 상속세를 일부 공제해주는 ‘가업승계 지원제도’가 있다. 다만 매출·자산 규모와 최대주주 지분, 업종, 피상속인 10년 경영 등 요건이 까다롭다. 중소·중견 기업 가운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회사는 27.2%에 불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은 2017년 91건, 공제액은 2226억원에 불과했다.논란이 커지자 정부·여당은 6월 11일 사후관리 기간 감축 등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 방안을 내놨다. 가업상속공제 시 업종·자산·고용 유지 의무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정부는 논의 내용을 토대로 9월 초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공제 대상과 한도 확대를 외면한 것은 맹목적인 반기업정서에 흔들린 결과”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재계는 ‘공제 혜택 대상을 매출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는 한편 현재 ‘500억원인 공제 한도도 늘려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정부·여당은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재계는 또 과세표준 구간 재설정도 꾸준히 요구해왔다. 현재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과 과세표준 구간은 1999년 12월 말 개정 이후 20년째 바뀌지 않고 있어서다. 그간의 물가상승률과 기업 성장 등을 고려하면 현재 30억원인 최고 구간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상속세 면제 한도를 549만 달러(약 63억원)에서 1120만 달러(약 128억원)로 상향해 중소기업의 안정적 승계를 보장해주는 분위기다. 1120만 달러 이하 기업은 상속세가 없다는 뜻이다. ━ ‘가업승계 지원제도’ 요건 충족 27.2% 불과 중견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100년 기업으로 만들려면 과표구간을 넓혀야 함은 물론, 최대주주 할증평가 배제, 상장 주식 상속세 물납 허용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2006년 세법 개정을 통해 상장주식은 물론 비상장주식의 물납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는 ‘고용·업종·지분 10년간 유지’란 사후관리 요건도 가업 승계를 어렵게 한다. 승계 이후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주력 업종을 바꾸거나 인력 조정이 있을 수 있는데, 여러 경영 여건을 반영하지 못해서다.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홍성규 가루다IPS 세무총괄 대표는 “경영자는 기업을 운영하며 이미 소득세·법인세를 냈기 때문에 상속세는 이중과세 소지가 있다”며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도 1999년대부터 바뀌지 않아 지나치게 낮다”고 말했다. 이어 “차등 세율 구간을 확대해 일부 대기업의 탈세와 불법증여를 방지하는 한편 미국처럼 중소·중견기업이 활발하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9.06.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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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내 세금(3) 법인세] 증세·이중과세 여전한 논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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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최고세율 인상 추진 … 최고세율 적용 대상 법인 증가세 개인이 경제활동을 통해 번 돈에 매기는 세금이 소득세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도 돈을 벌면 세금을 낸다. 법인세(Corporation tax 또는 corporate income tax)다.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게 아니니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현재의 조세 체계에서 법인세가 가지는 위상은 매우 높다. 소득세와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법인세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소득세와 달리 법인세는 역사가 길지 않다. 법인세의 출발점은 산업 발달과 기업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세기다. 그전까진 법인의 소득도 개인 소득세 과세대상에 포함해 계산했다. 사실 법인은 사람과 달리 실체가 없다. 법인의 이익은 실제로 개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법인세와 소득세를 하나로 봐야 한다는 맥락이다.물론 지금도 법인세는 이중과세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배당소득세가 대표적이다. 보통 기업은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의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하는데 이 배당금을 받으면 주주는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미 법인세를 냈는데 왜 또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것이다.논란은 있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법인세를 걷는다. 본격적인 법인세 징수가 시작된 건 20세기 들어서다. 1909년 미국이 법인세(1%의 단일세율)를 도입했고, 1920년 독일이 뒤를 따랐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947년과 1948년에 도입했다. 한국은 1950년부터 독립된 세목으로 징수하기 시작했다. ━ 법인세 냈는데 왜 배당소득세를… 역사는 짧아도 법인세는 각국의 조세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해 한국의 법인세 징수액은 약 52조1000억원으로 국세 243조원 중 21.5%를 차지했다. 소득세(28.2%)·부가가치세(25.5%)와 함께 3대 기간세목으로 불린다.법인세는 국세다. 즉, 중앙 정부가 직접 걷는다. 그럼에도 지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법인세를 포함한 내국세의 19.24%는 지방교부세란 이름으로 지방 정부에 이전된다. 지자체는 법인세액의 약 10%를 지방소득세(2010년 이전엔 주민세로 불림)로 징수한다.법인세는 어떻게 걷을까? 일단 법인을 구분해야 한다. 법인은 국내에 본점이 있는 내국법인과 해외에 본점이 있는 외국법인으로 나눈다. 내국법인은 ‘거주지국 과세원칙(residence principle)’에 따라 소득의 발생장소에 관계없이 전 세계에서 번 모든 소득(worldwide income)에 대해 납세의무를 진다. 외국법인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원천소득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내면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내국법인이 한국에서 200억원을 벌고, 일본에 100억원을 벌었다면 총 300억원에 대해 법인세를 매긴다는 뜻이다. 이 경우 A기업은 일본에서 번 이익 100억 원에 대해 일본 정부에도 법인세를 내야 한다. 이중과세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국법인이 외국에서 납부한 법인세는 세액공제(외국납부세액공제)를 적용해 차후에 차감해준다.법인세 과세의 출발점은 기업의 이익(당기순이익)이다.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이익이 없으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 쉽게 말해 적자 기업은 법인세를 안 낸다. 법인세 과세체계는 3단계 누진 구조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는 10%, 2억~200억원 이하는 20%, 200억원 초과는 22%의 세율을 매긴다. 1950년대엔 8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되기도 했으나 1970년대 중반 2단계로 바뀌었다가 2012년 중간 과표구간이 신설돼 현재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 법인세 징수액 증가 속도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빨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 중 26개 국은 단일세율체계를 채택하고 있다. 이익 규모와 상관없이 세율이 같다는 의미다. 호주·헝가리·네덜란드·일본이 2단계, 한국·벨기에·프랑스는 3단계로 구분한다. 미국이 좀 특이하다. 미국은 과세구간을 모두 8개로 나눠 15~35%의 세율을 매긴다. 세부적으로는 국가별로 특정 분야에 차등세율을 적용하는 등 매우 복잡하다. ‘대부분 그렇더라’ 할 만한 공통된 룰이 있는 건 아니란 얘기다.소득세와 마찬가지로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이 중요하다. 법인세 과세표준의 기준점은 사업연도 소득이다. 사업연도 소득은 당기순이익에서 법인세법이 규정하는 세무조정 원칙에 따라 넣을 것은 넣고, 뺄 것은 뺀 금액이다. 기업회계상으론 수익이 아닌데 법인세법상은 수익인 경우 혹은 그 반대의 경우 등이다.이렇게 사업연도소득을 뽑아낸 다음 이월결손금·소득공제액·비과세소득 등을 제하고 남은 게 바로 과세표준이 된다. 핵심은 이월결손금이다. 법인세는 법인의 운영기간 전체를 두고 매기는 게 맞다. 그러나 현실에선 1년 단위로 과세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예를 들어보자. A기업이 2015년에 2억원의 이익을 내고, 2016년에도 2억원 이익을 냈다면 매년 2억원씩 총 4억원에 대해 과세를 한다. 반면 B기업은 2015년에 2억원 손실을 기록하고, 2016년에 6억원 이익을 냈다. 그러면 2016년 이익 6억원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 2년 간 총 이익은 같지만 1년 단위로 법인세를 부과하다 보니 세액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누진구조 체계까지 감안하면 B기업이 더 불리하다. A기업에겐 2년 동안 10%(2억원 이하)의 세율이 적용된다. B기업은 2015년엔 법인세가 없지만 2016년엔 2억원은 10%, 나머지 4억원은 20%의 세율을 적용 받게 된다.이월결손금은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결손금 발생 전후 일정기간(현행 10년) 내에서 이월공제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B기업의 경우라면 2015년 2억원의 손해를 공제하고, 4억원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내면 되는 식이다. ━ 현재 최고세율 적용받는 국내 기업 1034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1950년대 70%대로 높았다. 1970년대 후반까지도 40%대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금은 22%로 낮아졌다. 평균 명목세율도 하락하는 추세다. 2009년 최저세율 인하, 2012년 중간 과표구간 신설에 따라 20.7%에서 20% 전후로 떨어진 뒤 지금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세율을 적용 받는 기업이 전체 법인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최고세율 인하로 평균도 함께 낮아진 것이다. 최고세율(22%)과 최저세율(10%) 간 격차는 2010년 이후 12%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22%는 2016년 기준으로 OECD 35개 회원국 중 17위다. 지방세를 포함한 최고세율 24.2%는 19위 수준이다. OECD 회원국 평균 최고세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6년 22.7%로 떨어졌다. 중앙정부 기준으로 미국과 프랑스, 벨기에가 각각 35%, 33.33%, 33%로 세율이 30% 이상이고, 아일랜드와 스위스는 각각 12.5%, 8.5%로 낮은 편에 속한다.한국의 법인세 징수액 증가 속도는 경제규모 성장 속도보다 2배 가량 빨랐다. 1990~2016년 사이 법인세액은 16배 늘었지만 명목GDP는 8배 확대됐다. 장기적으로 보면 법인세액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경기 회복에 따라 다시 증가하는 형태다. 최근엔 2012년 45조9000억원에 달한 후 감소하다가 2015년 45조원으로 반등했고, 지난해엔 전년 대비 7.1조원(15.7%) 증가했다.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2015년 기준으로 최고세율(22%)을 적용 받는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 숫자는 1034개(0.2%)다. 그러나 이들이 낸 세액은 전체의 68.4%에 달했다. 특히 과세표준 5000억원 초과 구간에 속하는 법인 47개가 전체 법인세액의 약 3분의 1을 냈다. 이와 달리 최저세율(10%)을 적용하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 법인의 숫자는 전체의 90%에 달하지만 부담하는 세액은 3% 정도다. 최고세율 적용 대상 법인은 2010년 801개에서 2015년 1034개로 증가하는 추세다. ━ 기업 유치해 고용 늘리려는 세계 각국은 - 치열한 법인세율 인하 경쟁 문재인 정부가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올리려는 것과 달리 세계 각국은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기 부양에 필요한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35%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0% 초반~25% 수준으로 낮추는 감세안을 추진 중이다. 원안은 15%까지 낮추는 것이었지만 재정적자 우려로 후퇴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역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33.3%인 현 법인세율을 25%까지로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한국과 비슷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최고세율을 2000년대 이후 30%에서 유지해 오다 2013년 28.05%로 인하했고 2015년 23.9%, 지난해 23.4%로 거듭 낮췄다. 영국은 법인세율 인하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 중반까지 52%에 달했던 세율을 지속적으로 낮춰 지난해 20%로 만들었다. 2014년 한 해 동안만 미국의 글로벌 기업 15곳을 영국으로 유치하는 등의 효과를 봤다. 독일은 2008년 25%에서 15%로 낮춘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헝가리는 19%였지만 올해부터 9%로 대폭 변경됐다. 독일과 프랑스 등지의 대기업 생산법인을 유치해 고용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아일랜드는 2015년 정보기술(IT) 기업이 자국에서 연구개발을 해 수익을 올리면 세율의 절반을 감면해 6.25%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OECD 회원국 35개 국가 중 2008년 이후 법인세를 인상한 곳은 그리스·칠레·아이슬란드·멕시코 등 6개국에 불과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재정이 악화되면서 궁여지책으로 올린 국가가 대부분이다. 현재 OECD 평균 최고법인세율은 22.7%다. 2000년 30.2%에서 계속 낮아졌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회원국 중 17위다.

2017.07.2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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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라면 벌벌 떠는 증세부터 고쳐야

산업 일반

정부가 손 안 대고 코를 풀게 됐다. 여·야, 좌우 진영할 것 없이 소득세·법인세 등 직접세 인상을 ‘직접’ 거론하기 시작했다. 담뱃값 인상처럼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 부담을 지는 역진성 강한 간접세를 올리는 대신 누진성이 강한 직접세를 올리자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증세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속으론 웃고 있을지 모른다. 세수를 늘리려고 지난해 8월 근로소득세 인상을 추진했다가 호된 조세저항에 부딪힌 경험이 있는 정부로선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 증세 공론화를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조세 대비 직접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비과세 대상이 많아 인상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때마침 소득세·법인세 증세론에 힘을 실어주는 통계가 잇따라 발표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9월 1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소득세 비중은 4.0%다. 28개 회원국 중 25위다. 소득세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덴마크로 24.2%였다. 대표적 복지국가인 핀란드는 13.0%,스웨덴은 12.5%였다. 다음은 영국(9.8%)·독일(9.6%)·미국(9.0%) 순이었다. 우리나라와 조세 체계가 비슷하다는 일본 역시 5.4%로 높았다. GDP 대비 소득세 비중 OECD 국가 중 25위이와 달리 법인세 비중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GDP대비 법인세 비중은 한국이 4.0%로 OECD 회원국 중 4위였다.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10.4%)·룩셈부르크(5.1%)·뉴질랜드(4.4%)다. 일본은 3.4%, 미국은 2.6%, 독일은 1.8%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외국에 비해 높아 더 내려야 한다는 재계와 일부 학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하지만 다른 통계는 법인세 역시 증세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같은 날 미국 세금재단(Tax Foundation)이 발표한 ‘2014년 국제조세경쟁력지수(ITCI)’에 따르면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경쟁력은 OECD 회원국 중 13위, GDP가 1조 달러를 넘는 12개 회원국 중에서 3위였다. 조세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고 감면 혜택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 조사에서 한국의 법인세 경쟁력은 2위, 소득세는 3위였다. 상대적으로 증세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실제로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 평균(23.5%)보다 낮다. 28개 회원국중 20번째로 낮다. 그럼에도 GDP·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 소득 대비기업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조세 전문가들은 소득세·법인세 과표구간과 법정 명목세율만 보면 두 세금 수준이 그리 낮은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더 많이 버는 사람(법인)이 더 많이 내는’ 누진성이 약한 것도 아니라고 평가한다. 우리나라 소득세 과표구간은 5개(표 참조)다. 과표 1200만 원 이하는 6%의 세금을 내고, 1억 5000만 원 초과자는 38%를 낸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최저세율과 최고세율간 차이가 큰 편이다. 법인세 과세 구간은 3단계로 이익 2억 원이하는 10%,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는 20%, 200억 원 초과는 22%다. 과표가 단일화이거나 두 단계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누진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세금 내는 실효세율 지나치게 낮아문제는 유효세율이다. 세금을 내지 않는 소득자나 법인이 많고,실제 세율(유효세율)도 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1570만 명 중 510만 명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법인세 실효세율 역시 낮다.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낸 법인은 51만 7800곳이다. 이들 법인이 실제 내는 세율은 17.1%였다. 특히 과표가 5000억 원을 넘는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8.5%로 중견기업보다 낮았다. 자산 상위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은 13%대에 불과했다. 조세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비과세·감면제도 역시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한국조세재정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감면액(잠정)은 33조6000억 원이다. 전체 국세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1%다. 2000년 13조 원, 2005년 20조 원 규모에서 대폭 늘었다. 국세 감면의 수혜를 받는 대상은 서민·중산층이 12조 원(60.7%)이고 고소득층은 8조5000억 원(39.3%)다. 기업에서는 중소기업이 5조8000억 원(53.6%), 상호출자제한기업이 3조4000억 원(31.6%), 중견기업 및 일반기업이 1조6000억 원(14.8%)다. 비과세·감면제도는 사회적 약자나 빈곤층을 지원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에까지 지나친 수혜를 준다는 비판이 많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의 선심성 법안 남발로 조세 특례는 갈수록 늘고 있다. 조세 감면과 관련된 의원 입법은 2010년 119건, 2011년 174건, 2012년 135건이었다.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소득세는 누진성은 강하지만 세율 자체가 낮은 편이다. 법인세는 각종 감세 혜택으로 인해 대기업이 세금을 덜 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뜯어고치자는 것이 최근 직접세 인상론의 주요 골자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세에 손을 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직접세 성격상 조세저항이 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세법개정안 파동이 좋은예다. 당시 정부는 소득세율을 인상하거나 세목을 신설하는 대신, 연말정산 공제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꿔 사실상 근로소득세 인상을 추진했다. 총급여가 3450만 원 넘는근로자 434만 명이 연간 16만 원 정도, 8000만 원 초과자는 98만~865만 원 정도 추가 부담을 하는 내용이었다. 이와 달리 연 소득 4000만 원 이하 가구는 소득세가 2만~18만 원 줄도록 설계했다. 하지만 이 개편안은 ‘월급쟁이 털기’라는 국민적 반감을 사며 결국 대통령이 나서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부자·대기업 증세 후 보편적 증세 추진해야조세 저항 말고도 정부가 직접세 인상을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전 구간에 걸쳐 소득세·법인세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특히 저소득층·중산층·중소기업이 입는 타격이 크다. 정부 당국자들이 일제히 소‘ 득세·법인세 인상은 없다’고 선을 긋는 이유다. 하지만 세수 부족과 복지 확대 요구, 저성장 기조와 인구 구조 등을 감안할 때 증세는 불가피하다. 정부가 담뱃값을 올려 서민 주머니를 터는 ‘꼼수 증세’로 일관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직접세를 올릴 방도는 없을까.우선 재계나 고소득층은 반발하겠지만, 이명박 정부 때 시행한 부자 감세, 법인세 인하를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인세 경감이나 부자 감세 효과가 크지 않았고, 오히려 불평등 구조가 악화됐다는 여러 연구와 통계는 차치하더라도 국민 정서를 감안해 정부가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에 세금을 더 내게 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중산층·중소기업을 설득하며 보편적 증세에 나설수 있다.조세전문가들은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저소득·중산층에 비해 경기 억제 효과가 더 작다고 말한다. 갈수록 심화되는 소득양극화와 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팀이 최근 국세청 납세자료를 활용해 발표한 ‘한국의 고소득층’이라는 논문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 한국의 4인 가족 기준 근로소득에서 조세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저소득층은 16.6%, 고소득층은 23.7%다. OECD 평균은 각각 6.5%, 38.6%다. 우리나라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낸다는 얘기다.법인세의 경우 현재 17%인 최저한 세율을 다소 높일 필요가있다. 최저한 세율만 1% 올려도 2800억 원 정도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 상위 대기업에 쏠려 있는 공제·감면제도 역시 축소해야 한다.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중견기업보다 낮은 상황에서 중소·중견기업에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또한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하면서, 동시에 소득세율이나 법인세율 인상을 사회적 논의에 부치는 절차가 필요하다.번번이 금융업계 반발에 부딪혀 흐지부지됐던 상장주식·파생상품 양도차익 과세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법상 금융소득은 금융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자·배당소득에만 한정돼 있고, 상장주식과 파생상품의 양도 차익은 비과세된다. 아무리 큰 돈을 벌어도 세금을 한 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이와 관련 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세법 개정의 주요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서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 상장주식 양도차익의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상장주식 양도차익과세 도입 검토해야물론 박근혜정부가 부자·대기업 증세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당 지지기반은 물론, 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 중산층·저소득층에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증세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이 참에 증세(增稅)하자고 하면 손사래부터 먼저 치는 증세(症勢)도 바꿀 필요가 있다. ‘복지는 늘려야 하지만, 세금을 더 내기는 싫다’는 생각은 ‘증세 없는 복지’만큼 모순이다.직접세·간접세직접세는 조세법상 납세 의무자와 실제 조세 부담자가 일치하는 조세를 말한다. 간접세는 조세 부담이 납세 의무자로부터 다른 곳으로 전가되는 세금이다. 직접세에는 소득세와 법인세·상속세·증여세 등이 포함된다. 부가가치세나 특별소비세·주세·증권거래세 등이 간접세다. 최근 논란이 되는 소득세는 종합소득(근로·사업·연금·이자·배당·부동산임대 소득을 합산한 것)과 퇴직·양도소득으로 구분한다.

2014.09.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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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도 ‘낮은 세율’ 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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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감세 논쟁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2030년까지 장기 재정계획을 세워보면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미래를 위해 어디선가 재원을 조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한 말이다. 증세를 염두에 둔 듯한 이 말 때문에 곳곳에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세금 더 받겠다는데 누가 좋아하겠는가.그렇다고 노 전 대통령이 고집스럽게 증세를 밀어붙인 건 아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2008년)로 낮춘 주인공이 그다. 감세 하면 흔히 보수정권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래퍼곡선’을 이론적 무기로 대대적으로 감세를 단행했던 레이건 전 미 대통령(공화당)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감세는 보수정권의 상징이 아니다. 증세가 떠오르는 진보정권에서도 감세정책을 편다. 노 전 대통령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2001년 9월 김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10~40%였던 과표구간별 소득세율을 9~36%로 낮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 제안을 수용했다. 여야 합의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참여정부 때도 감세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 예상 밖의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만든 집권여당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증세론자였다. 복지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증세를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법인세·소득세 인하제안도 줄기차게 외면했다.2004년 4월 실시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하자 정치권 안팎엔 ‘점진적 증세가 확실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도리어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이 나란히 낮춰졌다. 2004년 9월엔 소득세율을 구간별로 각각 1%포인트씩 인하했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였다.'넓은 세원, 낮은 세율’. 세제개편의 핵심 키워드다. MB정부는 물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모두 세제개편 시기가 오면 이 원칙을 강조했다. 세율 합의과정에서 충돌을 빚거나 세율 인하폭을 둘러싼 이견은 많았지만 2000년 이후엔 감세 기조가 유지됐다고 볼 수 있다.감세는 보수정권의 몫도, 진보정권의 의무도 아니다. 세율을 올리거나 낮추는 건 경제상황에 맞춰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가적 틀에서 폭넓게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경제가 산다. 한국외대 최광(경제학) 교수는 “요즘 벌어지는 감세 철회 논쟁을 보면 생산적이지 않다”며 “세금을 잘 모르는 국회의원이 나서 논란만 키우는 듯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최 교수는 또 “정치인은 세율에 문제가 있다는 큰 판단만 하면 된다”며 세부적 대안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세금 결정 과정에 정치적 셈이나 이념이 침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2010.12.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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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 철회 논란 _ 대만·싱가포르 법인세 ↓, 한국은 제자리 공방

산업 일반

▎세계 각국이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법인세 인하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54조9970억원. 2009년 국내 30대 그룹의 순수 설비투자액이다. 전년보다 14% 감소한 금액이다. 법인세 세율을 2억원 초과 구간에선 3%포인트(25%→22%), 2억원 이하에선 1%포인트(11%→10%)로 낮췄는데 투자는 줄었다.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법인세를 인하해 봤자 투자는 부진하지 않은가.”뭐든지 속을 살펴봐야 실체가 나오는 법이다. 2009년은 세계 불황이 한창이었다. 투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 투자가 감소했다고 보기 힘든 면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30대 그룹은 투자 목표를 50조원 선으로 줄였다. 그래도 실제 투자액이 55조원에 육박했으니 계획보단 6%가량 증가한 셈이다. 법인세마저 인하되지 않았다면? 투자는 더 줄었을지 모른다.법인세율 인하해도 세수는 늘어실제 세계 경기에 약하나마 훈풍이 분 2010년 투자 규모는 확대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26조원을 투자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20조원 안팎. 벌어들인 것보다 많은 규모를 투자한다는 것이다. LG그룹도 2009년보다 28% 증가한 15조원을 투자에 쏟아부었다. 포스코, 롯데그룹 등 상당수 대기업도 올해 투자 계획을 ‘사상 최대’로 잡았다. 전경련은 “30대 그룹의 설비투자는 전년비 18%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법인세 감세 철회 논란이 거세다. 2012년까지 시행이 유보된 법인세 최고세율 2%포인트 인하(22%→20%) 계획의 백지화가 쟁점이다. 철회의 근거는 이렇다. 법인세를 감면해도 투자가 늘거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거다. 법인세 감세액의 60% 이상이 대기업에 쏠린다는 비판도 있다. 부자 감세론의 핵심이다.과연 그럴까. 일단 법인세 구조부터 알아보자. 한국의 법인세는 초과 누진세율 구조다. 과표구간 2억원 초과는 22%, 2억원 이하는 10%를 낸다. 과표구간은 과세표준의 구간을 말한다. 대개 결산서상의 ‘당기순손익+손(損)금불산입-익(益)금불산입’으로 정한다. 손금불산입은 기업회계에선 비용으로 인정돼도 세무회계에선 손금으로 처리하지 않는 걸 말한다. 과태료·가산세 등이다. 익금 불산입은 기업회계상 뚜렷한 이익이지만 법인세법에는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이런 과세표준에 따라 22%, 10%의 세율을 각각 매긴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이 5억원이라고 하자. 2억원엔 10%의 세율이 붙어 1000만원의 세금이 나온다. 나머지 3억원엔 22%를 붙인다. 6600만원이다. 총 세금은 7600만원이다. 이번엔 최고세율 2%포인트를 인하했다고 치자. 7600만원의 세금은 7000만원으로 준다.법인세 인하의 핵심은 경기부양이다. 법인세를 내리면 기업투자가 활발해지고 외국 자본 유치가 쉬워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패널 분석을 통해 법인세율 5%포인트를 인하하면 자본 대비 투자 비율이 1.9% 증가한다는 이론적 결과를 내놨다. 일본의 다이치생명연구소는 일본이 선진국 중 최고인 40%에 달하는 법인세율을 10%포인트 내릴 경우 향후 10년 동안 GDP(국내총생산)가 5조9000억 엔 증대되고, 외국계 기업 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효과 때문에 세계 각국은 너나없이 법인세를 인하한다. 영국은 2008년 법인세율을 30%에서 28%로 낮췄다. 향후 4년간 이를 4%포인트 더 낮출 계획이다. 대만은 2008년 25%에서 20%로 낮췄다. 최근엔 이를 3%포인트가량 더 낮출 계획이다. 우둔이 대만 행정원장(총리)는 지난 4월 “아시아 다른 국가를 제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낮출 계획”이라면서 “현재 수준에서 17%가량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20%에서 18%로 낮춘 싱가포르는 17%로 더 낮출 계획이다. 법인세율↑ 자본 이탈 가속화이는 한국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 법인세는 일반적으로 법인 분야에 투입된 자본에 대한 과세로 통한다. 법인의 조세 부담이 증가하면 기업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하락한다. 주주로선 투자수익률이 낮은 법인에 굳이 자본을 투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자본 공급이 줄어든다는 얘기다.문제는 급속한 세계화에 따라 자본 이동이 국경을 손쉽게 넘나든다는 것이다. 한국의 법인세율이 높으면 외국 투자자로선 국내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해외로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법인세율이 낮은 대만 등으로 말이다. 대만이 법인세율을 거듭 낮추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지난해 대만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48억 달러로 1년 전의 82억 달러에 비해 41%나 급감했다.CJ경영연구소 김정호 상무는 “법인세 인하는 투자·소비 확대를 유도하고 이윤·소득 증가로 나타난다”며 “기업의 투자활동을 확대하고 고용을 증대해 국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또 “다국적기업은 소득과 설비를 세계 곳곳으로 옮길 수 있다”며 “법인세율이 높으면 당연히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택하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부자 감세가 아니다. 신고법인 중 법인세를 내지 않는 곳은 44%에 달한다. 이미 면세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가 감세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반대로 소득금액 기준으로 상위 10% 법인이 전체 법인세의 96%를 부담한다. 설사 최고세율을 2% 인하한다 해도 부자 감세로 몰아붙이는 건 온당치 않다. 인천대 옥동석(경제학) 교수의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때문에 주주·경영자·근로자, 그리고 해당 기업과 거래하는 모든 거래자가 혜택을 본다. 다시 말해 법인세 인하로 부자 기업만 혜택을 보는 건 아니다.”

2010.12.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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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8800만원 벌면  부자예요?'

산업 일반

경기도 산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44)는 7년 차 사장이다. 연 매출액은 3억8000만원가량이다. 지역 상권에서 제법 장사가 잘되는 집으로 알려져 주변 상인들의 부러움을 산다. A씨는 “50㎡(약 15평) 되는 가게 앞에 줄을 선 손님을 볼 때면 절로 흐뭇해진다”고 말했다.소득세 최고세율 35%의 압박남이 보기에 억대 부자로 성공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번 만큼 나가는 게 많다. 인건비·재료비·임대료·관리비 등 나가는 경비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중 재료비 규모가 가장 크다. 월평균 14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요즘은 재료가 조금만 달라져도 손님들이 금세 알아챈다”며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줄일 수 없는 게 재료 값”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채소 값이 워낙 많이 올라 마진이 더 줄 것 같다”는 A씨. 순댓국 가격은 그대로인데 국에 들어가는 무 값은 12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다음으로 많이 드는 건 인건비. 정직원 3명과 시간대별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하는 돈이 월 600만원 정도다. A씨는 “점심시간에는 나까지 쟁반을 날라야 할 정도로 바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족 도움을 받을 처지도 못 된다. 부인은 아이들 교육에 매여 있다.임대료는 월 200만원이고 가스비 등을 포함한 관리비용은 월 100만원가량이다. 이런저런 경비를 빼면 순이익금은 9500여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A씨는 “손가락으로 일일이 꼽기 어려운 자잘한 비용을 모두 더하면 매출액의 75%가 경비로 나간다”고 말했다.그래도 9500여만원 정도면 가계를 넉넉하게 꾸릴 수 있지 않을까. A씨는 “볼멘소리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에겐 토끼 같은 두 딸이 있다. 두 살 터울로 열다섯, 열세 살이다. 교육비만 월 250만원 든다. 아파트 대출이자 50만원, 관리비 20만원, 보험료와 연금 50만원도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주유비와 교통비로 50만원, 외식하고 생필품 사는 데 50여만원을 쓴다. 여기에 학원 수강료와 운동비가 추가된다. A씨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려고 요리학원에 다닌다. 틈틈이 운동도 한다.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방법이다.A씨 가계의 총지출은 월 500만원 정도다. 연 1500만원은 저축할 수 있는 여윳돈이 생긴다. 그래도 A씨의 고민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두 딸 대학 등록금과 결혼비용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까지 내야 하니 때론 야속할 때가 있다. 더구나 A씨는 소득세 최고세율인 35%를 적용 받아 연 2000여만원(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낸다. 소득세 최고세율의 과표기준은 연 소득 8800만원 초과다. 그는 “버는 만큼 세금을 내야 하는 건 국민의 당연한 의무지만 좀 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새 과표구간 설정, 존경심이 전제A씨는 2012년까지 시행이 유예된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35%→33%) 방침에 기대가 컸었다. 소득세가 2%포인트만 줄어도 저축·소비 부담이 한결 줄어들 것으로 봤다. 요즘은 풀이 죽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이 철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방 ‘최고세율이 뭔지’라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A씨에게 두 딸은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다. “아빠는 왜 세금을 많이 내요?” “아빠가 그렇게 부자예요?”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 현재로선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 굳이 낮출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로 별다른 효과가 유발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에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고소득층의 소비행태는 대개 감세와 무관할 때가 많다. 내키면 구입하고, 성에 차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최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방침은 유지, 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는 철회’로 가닥이 잡히는 이유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주장하는 ‘안’이 이것이다. 문제는 이 안이 채택될 경우 법인으로 등록한 자영업자는 감세 혜택을 받고, 개인 자영업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세금 형평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 조경엽 경제연구본부장은 “개인 자영업자가 본의 아니게 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은 낮추면서 소득세 인하계획을 철회하면 일관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문제는 또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연 소득 8800만원 초과 사업자가 과연 감세와 무관할 정도로 부자냐는 것이다. 2008년 과표구간 8800만원을 초과한 종합소득세 신고자는 12만6714명. 이 중 자영업자는 38%에 달한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있지만 음식점·상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상당수다. A씨처럼 말이다. ‘연 소득 8800만원 초과 사업자를 부자로 한데 묶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최고세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소득세 최고세율은 1996년 8000만원에서 2008년 8800만원으로 10% 올랐다. 이 기간 1인당 평균 소득과 소비자 물가는 각각 58%, 43% 뛰었다. 물가상승률·소득증가율에 발맞춰 40%만 올랐어도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은 1억2000만원이 된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새 과표구간 설정안’이 나온 배경이다. 고소득 인구가 증가한 만큼 또 다른 과표구간을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의 최고소득세율은 한국과 같은 35%지만 35만7700만 달러(약 4억원)가 넘을 경우 적용된다.안 대표의 안은 ‘연 소득 8800만원 초과~1억원 이하(또는 1억2000만원 이하)’ 구간의 소득세율을 35%에서 33%로 계획대로 2%포인트 낮추고, 이를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선 현행 소득세율 35%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높이자는 취지다. 안 대표 측은 “새 과표구간을 만들면 1억원 이하의 경우 매년 4600억원, 1억2000만원 이하는 3900억원의 세수가 증대된다”고 전망했다.강원대 구정모(경제학) 교수는 “세율구간 축소 등 세제 단순화는 국제적 추세였다”면서도 “세율구간의 상향 조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과표구간을 설정할 땐 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대 옥동석(경제학) 교수는 “소득세를 많이 납부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전제돼야 새 과표구간을 진통 없이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소득세 최고세율을 둘러싼 문제는 의외로 간단치 않다. 법인세 최고세율만 내리면 형평성에 금이 간다. 새로운 과표구간을 제때 만들지 않으면 ‘무늬만 부자’가 양산될지 모른다. 부자가 아닌데도 부자 세금을 내는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 기준을 잘 세워야 줄이 반듯한 법이다.

2010.12.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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