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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반도체 공급난에도 해외법인들 흑자 기록

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주요 해외법인이 공장가동률 개선에 지난해 모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현대차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적자였던 미국공장법인과 브라질법인이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먼저 미국공장 법인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7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공장이 앞서 2020년 1조191억원 적자, 2019년에도 2282억원의 적자를 낸 것을 고려하면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현대차는 자동차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 판매 법인과 공장 법인을 따로 두고 있다. 브라질법인도 지난해 4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면서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브라질법인은 2019년(-661억원)과 2020년(-473억원) 적자를 이어왔다. 이로써 현대차의 주요 법인들은 지난해 모두 흑자를 냈다. 특히 현대차 해외 법인 가운데 미국 내 판매를 담당하는 미국법인이 1조285억원으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인도법인(4374억원), 체코공장(4175억원), 터키법인(1985억원), 러시아공장(1721억원), 캐나다법인(1179억원), 호주법인(281억원), 유럽법인(114억원) 등의 순이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러한 해외 실적이 판매 믹스와 공장 가동률을 개선한 데서 나온 것으로 분석한다. 판매 믹스 개선은 고부가가치 차량을 많이 생산해 많이 팔았다는 뜻이다. 품질 개선으로 사양을 고급화하고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친환경차 생산과 판매에 공을 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지난해 반도체 품귀 현상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를 극복해 공장 가동률을 높인 점도 흑자 전환의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미국공장 가동률은 2020년 72.6%에서 지난해 78.8%로, 브라질공장 가동률은 2020년 71.7%에서 지난해 89.2%로 상승했다. 베트남공장과 국내공장까지 포함한 현대차의 지난해 전체 공장 합산 가동률은 94.1%로 2020년 84.1%보다 10%p 상승했다. ━ 현대차·기아 모두 중국에선 적자, 지난해 적자폭은 줄어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의 주요 해외법인도 지난해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기아가 최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6157억원의 적자를 냈던 미국공장은 지난해 11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기아 미국공장의 흑자는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미국법인(8554억원), 슬로바키아공장(2999억원), 러시아법인(2803억원), 인도법인(1859억원), 멕시코법인(883억원) 등 다른 주요 해외법인 또한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기아도 현대차와 같이 판매 믹스 개선이 흑자 실현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외국의 각종 자동차 시상식과 평가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생산한 차량의 수상과 호평이 이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현지업체와 합작해 사업을 영위하는 중국 법인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계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손실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현대는 2020년 1조152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1조129억원 적자로, 둥펑위에다기아는 2020년 8355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7천832억원 적자로 각각 손실폭이 감소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3.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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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 줄이려 비디오로 동작 분석

산업 일반

LG전자의 휴대전화가 달라졌다. 한동안 LG전자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몰렸던 휴대전화는 이제 LG전자의 상승세를 견인하는 주자로 떠올랐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 밀려 주목 받지 못한 것도 과거의 일이 되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도 속속 내놓고 있다. 매출도 3조1950억원으로 가전부문(3조47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역시 4442억원으로 가전(1439억원)을 훌쩍 추월했다. LG전자 1분기 영업이익(6053억원)의 73%가 휴대전화에서 나온 셈이다. 휴대전화 영업이익률은 13.9%로 사상 최고다. 생산량도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평택공장과 브라질공장을 합쳐 이미 월 생산량 1000만 대를 돌파했다. LG전자의 휴대전화 월 생산량 1000만 대 돌파는 분기 생산량 3000만 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최근 실적 발표에서 내놓은 2분기 2900만 대 생산,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 성장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 되면 2분기에는 세계 3위의 휴대전화 생산업체가 된다. 아울러 LG전자가 연초 발표했던 연간 휴대전화 1억 대 판매 목표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휴대전화는 2006년 1분기만 해도 적자가 300억원이 넘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 사업부가 불과 2년 만에 사상 최고 실적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 부문의 프리미엄 전략을 거론한다. 2005년 말에 출시된 초콜릿폰에 이은 샤인폰·프라다폰·뷰티폰 등 빅 히트모델이 등장하면서 LG 휴대전화는 확 달라졌다. 글로벌 마케팅이 주효한 셈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바로 공장 혁신이다. 2005년 평택으로 이전한 공장이 지난해부터 안정을 찾으면서 휴대전화 실적이 급속히 좋아진 것이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의 디지털파크는 LG전자의 첨단 생산기지가 모인 곳이다. 그중에서도 MC제조본부 공장은 단위면적당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휴대전화가 다른 제품군에 비해 단위 크기당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LG의 휴대전화 중 프리미엄 제품은 모두 이곳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뷰티가 다 여기서 나온다. 이 때문에 사진촬영도 엄격히 제한됐다. MC단말제조그룹장인 김형래 부장은 “생산라인의 길이, 생산라인이 놓인 면적, 하루 생산량, 공장의 구조 등이 모두 대외비”라고 했다. 김 부장이 언급한 요소 중 하나만 알아도 ‘선수’들은 이 공장의 생산성과 효율성, 수준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긴장감 때문인지 생산라인이 있는 4층에는 밖과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처음 맞닥뜨리는 기둥에 다소 살벌한 문구가 쓰여 있었다. ‘낭비는 죄악이다. 오늘이 최악이다.’ 하지만 LG전자의 요즘 분위기는 살벌한 문구와는 좀 다르다. 사실 LG전자 휴대전화 공장은 ‘오늘이 최고다’.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나 공장 간부의 얼굴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은 1분기 매출·판매대수·영업이익률·영업이익 등 모든 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회사 전체의 실적 상승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나 늘어난 2440만 대를 돌파해 신기록을 세웠다. 평균 판매가격도 전 분기 140달러에서 144달러로 올랐다. 사실 오늘이 최고가 아닐 수 있다. 맥쿼리증권도 LG전자가 세계시장에서 1분기에 소니에릭슨을 추월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모토로라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쿼리는 “LG전자는 1분기에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글로벌 4위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올라섰다”며 “이는 예상보다 3분기 앞선 것으로 2분기에는 모토로라를 추월할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내일이 최고’라는 얘기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곳이 바로 평택공장이다. 평택공장은 지난 2년 사이 확 바뀌었다. 공장 이전으로 생산이 불안정하고, 불량률이 높았던 것도 옛말이다. 한때 복도까지 쌓여있던 재고도 싹 사라졌다. 공장 칸막이도 없앴다. 생산량도 CDMA, GSM 할 것 없이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하다. 낭비는 철저히 제거되고 있다. 불과 1년여 만에 생산성이 20% 이상 올라갔다. 이 모든 것이 2005년 12월 공장장 격인 이웅범 단말생산담당 부사장이 부임하면서 생긴 변화다. 그는 LG전자 생산부문에서 혁신의 달인이라고 평가 받는 인물이다. 20분 만에 새 모델 생산 평택공장은 2005년 1월 서울 가산동(CDMA방식)과 충북 청주(GSM방식)에 나눠져 있던 공장을 한 곳으로 모아 이전하면서 생겼다. 공장 경험이 많은 당시 김쌍수 LG전자 CEO는 “같은 휴대전화인데 주파수 사용 방식 때문에 나뉘어 있다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통합을 지시했다. 사실 GSM과 CDMA방식은 단말기 만드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같은 부품도 재고를 따로 관리하고, 인력관리도 따로 하면서 비효율이 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CDMA는 통상 12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 GSM은 9월에서 12월까지 수요가 정점에 오른다”고 말했다. 두 공장으로 나눠졌을 때 청주공장은 봄에 할 일이 없어 일부 라인이 서게 되고, 서울공장은 여름에 할 일이 없어 라인이 쉬게 된다. 이런 비효율을 그대로 두고 세계적인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혼합생산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면서도 공장 가동률을 365일 고르게 유지한다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같은 휴대전화를 만드는 사람끼리 모였는데 통합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책상에서 나오는 생각이죠. 공장은 철저히 도제식입니다. 휴대전화 방식이 다르면 배울 때도 약간씩 다른 방법으로 배웁니다. 예를 들어 한 공장에서는 통화시험을 하고 무선감도를 측정한다고 하면 다른 공장은 무선감도를 측정하고 통화시험을 하는 식이죠. 이거 바꾸려면 엄청난 시간 투입과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해요.” 김 부장의 설명이다. 한 달에 5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이런 작은 공정 하나가 바뀌면 생산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불량률은 빠르게 올라간다. 숙련도가 기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자꾸 주춤하게 된 것이다. 두 공장을 합치면서 이런 보이지 않는 차이가 곳곳에 있었다. 시너지를 위해 통합은 했지만 관행은 계속됐다. 예전처럼 각자 생산하면서 재고는 점점 쌓여 갔다. 이상철 MC단말제조그룹 부장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복도까지 상품 상자가 빼곡히 차 있었다”고 기억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재고를 없애는 것이었다. 생산라인 주변에 가득 쌓아놓은 재고는 무조건 없앴다. 재고란 원래 쌓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사람을 줄이고 라인을 쉬게 해서라도 재고는 없앴다. 공장의 칸막이도 다 없앴다. ‘눈으로 보는 관리’를 위해서다. 눈으로 보는 관리가 안 되면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 평택의 휴대전화 공장은 실제 작업자 라인 간에도, 라인과 부품창고 사이에도 칸막이가 없다. 김형래 부장은 “라인 바로 옆에 3일치 생산분량의 부품만 놓여 있다. 생산라인에서 훤히 다 볼 수 있다. 그래야 필요 없는 부품의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혼합생산이었다. 공장을 통합한 이유도 바로 다른 종류의 단말기를 같이 생산해 공장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같은 공장 안에 CDMA라인과 GSM라인이 따로 운영됐다. 무리하게 혼합생산을 하니 불량률이 오히려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평택공장으로 이전하고 1년 정도는 생산라인이 불안정해 불량률도 높았고, 생산효율도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LG전자 휴대전화 부문이 2006년 1분기까지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려움 속에서도 혼합생산은 계속됐다. 1년 내내 고르게 생산량을 확보해야 공장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려면 CDMA, GSM, WCDMA 단말기를 함께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작업자들의 다기능화를 추진했다. 앞공정, 뒷공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업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작업자들이 여러 공정을 익히는 것과 동시에 공정도 최대한 단순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팔레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기본 틀을 만들고 그 틀을 바탕으로 조금씩 변형해 수십 가지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외관 설계를 공용화하기 때문에 제품별 개발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대량 구매로 부품과 소프트웨어 단가를 낮추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매우 효과적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혼합생산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덕분에 평택공장에서는 이제 방식이 다른 세 가지 종류의 휴대전화 생산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작업자들은 라인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팔레트에 맞춰 부품을 능숙하게 조립했다. 이 팔레트만 교체하면 라인을 바꾸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김 부장은 “한 라인에서 세 가지 방식의 휴대전화를 같이 만들 수 있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감사팀이 작업장 점검 이 시스템 덕에 생산모델을 바꾸는 것도 빨라졌다. 경쟁사들이 생산모델을 바꾸려면 라인을 교체하는 등 길게는 1~2주씩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평택공장에서는 20분이면 다른 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 모델 교체시에도 라인이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흐르면서 진행돼 작업시간의 손실이 없다. 효율이 높아지면서 인력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현재 평택공장의 생산인력은 780명으로 이전 당시(1200명)보다 35%가량 줄었다. 인력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늘어 1인당 생산성은 이전보다 70%가량 늘었다. 비용(cost)만 개선된 게 아니다.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 등 평택공장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제품들이 히트상품이 되면서 직원들의 생각도 변했다. 작업반장인 전복기씨는 “예전에 공장 곳곳에 불량품, 부품이 쌓여 있었고 활기도 없었지만 요즘은 완전히 다르다. 쉬지 않고 일하지만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공장의 한 작업자는 “사람은 좀 줄었지만 지금은 성과가 좋아 괜찮다. 처음 평택으로 왔을 때 옆에 있었던 PC공장은 결국 중국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라인도 몇 번이나 뜯어서 뒤집었다. 첨단 시설이었지만 작업자가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개선점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엔지니어와 전문가들이 최적이라고 생각해서 설치한 라인이 실제 작업자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라인을 세 번 정도 뒤집어 엎었다. 낭비 제거 경진대회, 각종 제안 제도 등을 통해 작업자가 직접 공정개선을 하나씩 했다. 또 공정대로 표준화된 작업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불량이 늘고 효율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공장에는 상시적으로 감사반이 돌아다니면서 점검한다. 취재 중에도 감사팀이 한 라인 작업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한 작업자는 “하루에 몇 차례씩 감사반이 순찰하며 작업상태를 점검한다”고 했다. 비디오 분석도 한다. 동작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평소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9초라면 그 동작을 촬영해 필요 없는 동작을 제거한 후 편집한 화면으로는 8초 만에 조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상철 부장은 “새로운 모델이 생길 때마다 비디오 분석을 한다. 아무래도 실제 화면으로 보여주면 작업자들이 쉽게 수긍한다”고 말했다. 평택공장의 생산성 향상이 LG전자 휴대전화 부문의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전통적인 가전명가 LG가 이제 디지털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2008.05.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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