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라면 연봉'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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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영입 전쟁] 빅테크 뛰쳐나온 개발자가 말하는 ‘개발자 전성시대’ 명과 암](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12/10/ecn78198ee3-9916-4f47-9a68-f817638bceee.353x220.0.jpg)
“본격 세계 최초 DEV(개발자) 엔터테인먼트 토크쇼. 두 스타트업 개발자의 요절복통 이야기.” 올해 1월 유튜브 채널 ‘개발바닥’이 개설됐다. ‘향로’, ‘호돌맨’이란 닉네임으로 등장하는 두 명의 청년 개발자가 화상채팅 솔루션 줌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뿐인데도 1년 만에 1만7400명의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섬네일을 보면 솔깃한 제목이 많다. “배민 개발자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이유”, “평범한 개발자가 기업 대표가 되기까지”, “주니어 개발자에게 추천하는 회사는”, “비전공, 지방대, 국비 출신 개발자의 첫 취업썰” 등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의 흥미를 끌어내는 주제들이다. 개발바닥이 인기를 끄는 것은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른 개발자의 스토리를 경험담을 곁들여 슬기롭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각종 서비스 장애를 책임져야 하는 개발자의 애환도 느낄 수 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토스의 테크리드, 카카오 개발자 등 화려한 게스트를 섭외해 노하우를 듣기도 한다. 덕분에 개발자 커뮤니티에선 ‘진짜 개발자를 위한 유튜브 콘텐트’란 평가를 받고 있다. 개발바닥은 IT 교육 플랫폼 인프런(인프랩)의 이동욱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반려동물 종합 플랫폼 기업 반려생활의 이주현 CTO가 운영하고 있다. 이동욱 CTO는 줌 인터넷,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이름난 IT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8년차 개발자다. 이주현 CTO 역시 우아한형제들에서 지난해 말까지 머물다 올해부턴 스타트업 ‘반려생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잔뼈 굵은 경력의 두 개발자를 본지가 만났다. 유망직업으로 꼽히는 개발자 세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기 위해서다. 인터뷰가 낯선 현직 개발자인 만큼 그들의 닉네임을 앞세워 글을 풀었다. 개발자의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체감하고 있습니까. 이주현 반려생활 CTO(개발자 닉네임 ‘호돌맨’) :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 코딩 관련 용어가 나올 때 문득 놀랍니다. 지하철이나 옥외 광고, 유튜브 같은 데서 코딩 교육이나 개발자 교육이 나올 때도 그렇고요. 이직할 때 사이닝 보너스를 받고 연봉을 대폭 올리는 주변 개발자를 볼 때도 마찬가집니다. “이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10년 전에 얘기했다면, 주변 친구들은 코웃음 쳤을 겁니다. 이동욱 인프랩 CTO(개발자 닉네임 ‘향로’) : 일단 연봉 지표로도 잘 드러나죠.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빅테크로 꼽히는 기업의 개발자 초봉이 3000만원 초반에 머물렀습니다. 지금은 6000만원을 훨씬 웃돌고 있어요. 이런 세상이 온 건 언제부터였나요. 미디어에선 코로나19로 언택트가 확산한 올해 초부터 주목하기 시작했는데요. 향로 : 2017년 여름, 네카라쿠배 중 한 기업이 ‘개발자 초봉 500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개발자 수요가 폭증하면서 연봉이 슬금슬금 오르곤 있었는데, 5000만원은 꽤 파격적인 숫자였죠. 그때부터 기업마다 연봉 경쟁이 붙었습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게 올해일 뿐, 개발자 몸값은 팬데믹 이전부터 ‘금값’이었습니다. 호돌맨 : 아이폰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모바일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는 걸 감지했습니다.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던 2000년 중반만 해도 개발자는 ‘3D 직종’으로 통했습니다. 그 이미지를 해소한 게 스마트폰 앱을 만드는 개발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던 때였거든요. 십수 년 전엔 “개발자의 미래는 치킨집에 있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익숙했는데요. 향로 : 그땐 컴퓨터공학과 교수마저도 “한국에선 소프트웨어 개발로 돈 벌기 어려우니 기계공학도 함께 전공하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습니다. 저만 해도 동기 절반은 아예 다른 업종으로 취업했으니까요. 그런데도 일부 기업은 개발자를 구할 수 없다고 호소합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늘어놔도요. 향로 :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하기 때문입니다. 5년차 미만의 주니어 개발자만 쏟아지듯 양산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은 숙련된 개발자를 원합니다. 시장이 워낙 빠르게 바뀌다 보니 주니어 개발자를 교육하는데 투자할 시간이 없어서죠. 문제는 숙련된 개발자가 시장에 원체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7~10년차 사이 경력을 갖춘 개발자의 숫자가 너무 적어요. 7~10년 전엔 개발자는 유망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연봉도 낮고, 업무도 고되고, 이미지도 나쁘다 보니 개발자로 진로를 정하는 이들이 적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과 요즘의 ‘플랫폼 전성시대’ 사이에 틈이 생긴 거죠. 요새 시장에 뛰어든 주니어 개발자가 성장할 때까진 지금의 구인난을 해소하긴 어렵겠군요. 호돌맨 : 경력을 쌓는다고 모두가 숙련된 개발자가 되는 건 아닙니다. 방향이 중요한데, 이를 잡아주는 것도 결국 시니어 개발자의 몫이거든요. 그런데 또 시니어 개발자의 숫자는 부족한 상황이고…. 향로 : 그래서 ‘네카라쿠배, 당토직야’에 사람이 몰리는 겁니다. 그 기업에 소위 난다 긴다 하는 유명 개발자가 몰려있거든요. 그만큼 개발 역량을 늘릴 기회가 많죠. 단순히 좋은 처우 때문만이 아닙니다. ━ 배민 나와 스타트업으로 향한 이유는… 두 분은 그런 선망의 기업 ‘네카라쿠배’를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다들 가고 싶어 하는 기업인데요. 호돌맨 : 싫어서 뛰쳐나온 건 아닙니다. 배운 게 참 많은 고마운 회사였죠. 다만 더 다이내믹한 개발자 라이프를 원했습니다. 계속 새로운 걸 추구해야 하는 직업인 만큼, 한 곳에만 오래 머물러 있는 게 불안하기도 했고요. 향로 : 여러 회사에 다녔는데 제 커리어에 스타트업만 없었습니다. 회사가 기반이 잡힌 상황에서 개발하는 것과 맨땅에서 처음부터 쌓아가는 개발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거든요. 기업과 개발 실력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그리면서 이직하게 됐습니다. 그만큼 이직한 스타트업의 비전이 뚜렷했군요. 호돌맨 : 반려생활은 반려인이면 누구나 사용하는 필수 앱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반려동물과 생활할 때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가령 카페를 방문할 때, 견종과 몸무게 등 조건에 따라 입장이 허용되는지 아닌지를 미리 판단해줍니다. 기술을 통해 반려인-반려동물이 일상을 즐기며 서로에게 소중한 가족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하게 보조하는 플랫폼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향로 : 인프랩이 운영하는 인프런은 IT 교육 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지금은 교육에 한정하고 있지만, 채용‧커뮤니티 등 IT 직무 종사자라면 한 번쯤은 접해볼 수밖에 없는 데이터 기반의 종합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 기업의 기술을 주도하는 잔뼈 굵은 청년 개발자가 됐습니다. 이렇게 성장할 때까지 곡절은 없었는지요. 향로 : 첫 직장은 ‘개발자의 무덤’으로 불리는 시스템통합(SI) 회사였습니다. 첫 월급으로 144만원을 받았는데, 그 무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계속 개발 공부만 했죠. 주말도 없고, 휴가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실력을 인정받아 회사를 옮겨 다녔고, 지금은 스타트업이지만 어찌 됐든 개발리더로 성장했습니다. 호돌맨 : 저는 첫 직장에선 외주 프로젝트를 주로 담당했는데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쳇바퀴만 돌 듯 소모되는 느낌이었죠. 과감히 사직서를 냈고, 수많은 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번번이 탈락했습니다. 그때가 2016년 무렵이었습니다. 그땐 개발자를 원하는 수요가 없었나요. 호돌맨 : 있었죠. 다만 그땐 주니어 개발자이기도 했고, 시장이 원하는 역량이 뭔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외면을 받은 것 같습니다. 마침 친한 친구가 가락시장에서 과일 도매업 하던 게 생각났습니다. 한 자리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고, 흔쾌히 좋다고 얘기했습니다. 과일 장사를 준비할 때쯤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가 우아한형제들이었는데, 덜컥 붙어버렸죠. 이런 흥미로운 경험을 유튜브 채널 ‘개발바닥’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CTO 업무만으로도 적잖게 피곤할 텐데, 따로 시간을 내서 콘텐트를 만드는 이유는 뭔가요. 향로 : 코딩학원에선 교육하지 않는 현직 개발자의 고충과 애환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교육 방향을 찾기가 어려운 주니어 개발자나 취업준비생에겐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기도 했고요. 호돌맨 : 얼마 전엔 빅테크의 기술면접 팁을 공유했는데, 이를 참고해 네카라쿠배에 합격했단 댓글을 봤습니다. 참 뿌듯했죠. 개발자로 일할 땐 언제가 가장 뿌듯합니까. 향로 : 어렸을 땐 스스로 짠 코드가 주변에서 칭찬을 받을 때가 가장 기뻤습니다. 지금은 역시 제가 내놓은 제품과 서비스가 잘 팔릴 때죠. 호돌맨 : 기술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단 감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고객들의 진심 어린 칭찬과 피드백이 올 때가 그렇죠. 그땐 진짜 개발자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그것도 제가 서비스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다 보니 고객 반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 개인별·기업별로 급여 격차 큰 시장임을 유념해야 다행히 두 분이 있는 CTO로 있는 스타트업은 개발 인력 걱정은 없을 것 같은데, 다른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습니다. 구인난이 심각한데요. 어떤 점을 어필해야 우수한 개발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향로 : 저는 스타트업이라면 스스로 기술 회사임을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기술 회사라곤 하는데, 들여다보면 말만 그럴 때가 많습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는 그런 걸 금방 파악합니다. 가령 자사의 기술 콘텐트를 공유하는 기술 블로그를 운영 중인 회사가 있고 또 아닌 회사가 있는데, 아무래도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에 더 눈이 갈 수밖에 없죠. 호돌맨 : 연봉과 복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를 포함한 주변의 얘길 들어보면 의외로 1순위는 아닙니다. 개발자를 위한 문화가 잘 정립됐는지가 중요하죠. 개발자를 위한 문화가 뭔지 궁금합니다. 향로 : 자극을 줄 수 있는 동료가 있는 문화입니다. 조직원이 짠 코딩을 다른 구성원과 돌려보는 ‘코드리뷰’를 하는 회사가 대표적이죠. 호돌맨 : 제품과 서비스를 잘 팔기 위해 기술적인 부분을 다 같이 고민하는 회사가 아닐까요. 코딩만 짜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걸 구현해내는 게 진짜 개발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자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이것만큼은 꼭 유념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요. 향로 : 여전히 빅테크와 중소‧스타트업의 연봉 차이가 극심합니다. 그래서 많은 취준생이 네카라쿠배 같은 탑티어 회사에 채용될 때까지 공부만 하고 있는데요. 저는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습니다. 일단 업계에 뛰어들고, 실무 역량을 기르는 게 시급하다고요. 실력만 있다면 기회는 얼마든지 생깁니다. 그 실력을 부트캠프나 코딩학원에선 기르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호돌맨 : 개발은 지독한 지식 노동입니다. 계속 새로운 개발언어나 기술을 습득해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죠. 일부 기업의 파격적인 근무 조건만 보고 적성에도 안 맞는데 시장에서 버티는 분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진심으로 개발을 좋아하고, 기술을 좋아하는 분이 개발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개발자를 꿈꾼단 이유로 ‘어쩌다 개발자’가 되진 말아 주세요. 자칫 그 삶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12.09 17:00
7분 소요![[개발자 영입 전쟁] 골머리 앓는 창업가들…“인맥과 철학으로 영입? 전제는 연봉”](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1/12/10/ecnec2e932a-51b3-499e-8b41-b3fa01757989.353x220.0.jpg)
신생기업(스타트업)일수록 유능한 개발자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장점이라는 효율적인 개발 로드맵을 이들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 끼치는 영향도 적잖다. 그래서 창업자 사이에선 “멤버 텐(초기 멤버 10명)까진 데리고 오는 게 아니라 모셔오는 것”이라는 말도 한다. 문제는 영입이 되느냐다. 기업 비전과 창업자 철학을 보고 온다지만, 그것도 금전적인 조건이 맞춰질 때나 가능하다. 스톡옵션도 보통은 그리 매력적인 조건이 못 된다. 회사가 크게 성장하면 ‘대박’도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때다. 결국 이들을 영입하자면 요구하는 연봉을 맞춰줘야 한다.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도 창업 초기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 한 대표는 2016년부터 학원 셔틀버스 공유 서비스인 ‘옐로우버스’를 운영해왔다. 운수업에 가까워 보이지만, 기술의 역할도 크다. 운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셔틀버스가 다니는 노선과 정류장 위치를 최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코리아에서 인공지능 연구(컴퓨터 비전)를 해봤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 문제는 함께 개발할 동업자를 찾는 것이었다. 한 대표 뜻에 공감한 대학 동기와 직장동료가 있었지만, 조건을 맞추긴 쉽지 않았다. 한 대표는 “7000만원 안팎의 연봉으로 초기 멤버 6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회사의 비전을 어필했을 때도 이만한 보상이 필요하단 뜻이다. ━ “신생기업 스톡옵션, ‘봉이 김선달’ 꼴” 실제로 7000만원 안팎은 많은 스타트업에서 경력 개발자에게 줄 수 있는 연봉 최대치로 여겨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지원 기관인 ‘본투글로벌센터’가 지난 10월 회원사 47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가 그랬다. 가장 많은 17개(36.2%) 기업이 7000만~1억원을 꼽았다. 그러나 전제조건인 네트워크와 비전을 빼면, 이만한 액수도 인재를 영업하기엔 역부족이다. 네이버·카카오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 대규모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은 곳에서도 억 단위 연봉을 꺼내 들기 때문이다. 기업공개만 하면 마찬가지로 억 단위 차익을 볼 법한 스톡옵션도 덤이다. 개발자 사이에서 ‘토양어선’이라고도 불리는 토스가 대표적이다. 토양어선이란 송금·증권 등 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로 이직하는 것을 원양어선에 빗대 부르는 말이다. 일이 많아 원양어선을 타는 것처럼 힘들지만, 그만큼 보상이 많다. 토스는 이직하면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1.5배를 준다. 5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도 더해진다. 상장 이야기가 나오는 스타트업이라면 연봉보다 스톡옵션이 더 매력적인 이직 조건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카카오페이가 좋은 예다. 카카오페이 직원 831명에게 회사에서 부여한 스톡옵션 주식 총수는 399만1070주. 상장 첫날 종가(19만3000원)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9억2690만원을 번 셈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런 마당에 초기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으로 인재를 영입한다는 건 대동강 물을 떠다 한양에서 팔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벤처캐피털에선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할 때 대표가 어떤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창업기업 위주로 투자해온 이은세 541벤처스 대표는 “투자를 결정할 때 대표가 어떤 ‘탤런트 풀’에 접근할 수 있느냐를 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탤런트 풀이란 좋은 직장이나 대학을 뜻한다. 이 대표는 “아이디어가 좋고 투자도 많이 받으면 사람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란 생각은 안일하다”며 “벤처캐피털에서 필요한 인재를 최대한 소개해주지만, 결국 창업자 본인이 믿고 동업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대부분의 국비지원 교육 프로그램은 대안이 되질 못 한다. 전공자들이 4년 동안 배우는 내용을 6개월 안에 속성으로 익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계 민관 협력단체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이기대 이사는 “네카라쿠배처럼 직원마다 역할이 분명하고, 조직문화도 정립된 곳에선 이들을 채용할만하다”며 “그러나 업무 전반을 새로 기획해야 하는 신생기업에선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국비지원 과정이 그렇진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 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주관하는 ‘소프트웨어(SW) 마에스트로’ 과정이 그중 하나다. 매해 SW 분야 연수생 180명(12기 기준)을 뽑아 1년간 가르친다. 모집 범위가 전국인 데다 코딩 실력을 보기 때문에 선발되기 무척 까다롭다. 하지만 그만큼 들어가면 우수한 인재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 SW 마에스토로, 비전공 출신에 열린 ‘좁은 문’ 이태규(27) 두들린 대표도 이 과정에서 동업자를 구했다. 이 대표는 올해 1월 기업용 채용관리 솔루션 ‘그리팅’을 개발해 론칭했다. 여러 채용 플랫폼에서 들어오는 지원자들을 한 곳에 모아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인사 담당자들은 엑셀 프로그램에 일일이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편리한 기능 덕택에 회원사가 벌써 1000곳을 넘겼다. 그런데 이 대표는 한국외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왔다. 게다가 군대를 입대하기 전인 대학교 1학년 때까진 코딩을 접해본 적도 없었다. 제대한 뒤 친한 친구 손에 이끌려 코딩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SW 마에스트로 과정에 운 좋게 합격했다”며 “성적이 나쁘지 않아 5주 동안 미국에서 심화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 친해진 동기 개발자와 함께 두들린을 창업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인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를 만난 것도 이때다. 이 대표는 “우연히 견학 업체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 명함을 얻어냈다”고 회상했다. 또 이달 중엔 국내 창업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교육 프로그램을 계기로 고급 인적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매해 배출하는 인력은 업계 수요에 크게 못 미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에서 부족한 인력 규모를 9453명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연수 수료생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빅테크 기업에서 ‘입도선매’한다. 수료할 때가 되면, 업체들에서 보낸 멘토들이 물밑에서 영입 경쟁을 벌이는 식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업계에선 임시로라도 외국인 취업 조건을 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개발자 구인난 탓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인도나 동남아, 혹은 동유럽 출신 개발자를 영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그러나 현재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국내 취업을 확정 짓지 않는 외국인은 국내 취업비자(E7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다. 업체 입장에서도 외국인 직원 수가 전체 직원의 20%를 넘어가면 안 된다. 해당 직무에서 한국인 직원이 5명은 있어야 외국인을 1명 뽑을 수 있다는 말이다. 평균 직원 수가 6명인 초기 스타트업으로선 맞추기 어려운 조건이다. 김영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스타트업에 한해서라도 외국인 개발자를 좀 더 쉽게 채용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비자 발급조건을 완화해달라는 건의는 수차례 해왔다”며 “주무 부처인 법무부에서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12.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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