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영입 전쟁] 골머리 앓는 창업가들…“인맥과 철학으로 영입? 전제는 연봉”
초기일수록 경력직 필요한데…“지원은 학출(학원출신)만”
창업자의 경력과 출신대학에 따라 개발자 영입 효과 달라져
해외 개발자 취업제한, 스타트업 한해서라도 풀어줘야
신생기업(스타트업)일수록 유능한 개발자가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장점이라는 효율적인 개발 로드맵을 이들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에 끼치는 영향도 적잖다. 그래서 창업자 사이에선 “멤버 텐(초기 멤버 10명)까진 데리고 오는 게 아니라 모셔오는 것”이라는 말도 한다.
문제는 영입이 되느냐다. 기업 비전과 창업자 철학을 보고 온다지만, 그것도 금전적인 조건이 맞춰질 때나 가능하다. 스톡옵션도 보통은 그리 매력적인 조건이 못 된다. 회사가 크게 성장하면 ‘대박’도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때다. 결국 이들을 영입하자면 요구하는 연봉을 맞춰줘야 한다.
한효승 리버스랩 대표도 창업 초기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 한 대표는 2016년부터 학원 셔틀버스 공유 서비스인 ‘옐로우버스’를 운영해왔다. 운수업에 가까워 보이지만, 기술의 역할도 크다. 운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셔틀버스가 다니는 노선과 정류장 위치를 최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코리아에서 인공지능 연구(컴퓨터 비전)를 해봤기 때문에 자신도 있었다.
문제는 함께 개발할 동업자를 찾는 것이었다. 한 대표 뜻에 공감한 대학 동기와 직장동료가 있었지만, 조건을 맞추긴 쉽지 않았다. 한 대표는 “7000만원 안팎의 연봉으로 초기 멤버 6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하고 회사의 비전을 어필했을 때도 이만한 보상이 필요하단 뜻이다.
“신생기업 스톡옵션, ‘봉이 김선달’ 꼴”
그러나 전제조건인 네트워크와 비전을 빼면, 이만한 액수도 인재를 영업하기엔 역부족이다. 네이버·카카오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 대규모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은 곳에서도 억 단위 연봉을 꺼내 들기 때문이다. 기업공개만 하면 마찬가지로 억 단위 차익을 볼 법한 스톡옵션도 덤이다.
개발자 사이에서 ‘토양어선’이라고도 불리는 토스가 대표적이다. 토양어선이란 송금·증권 등 핀테크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로 이직하는 것을 원양어선에 빗대 부르는 말이다. 일이 많아 원양어선을 타는 것처럼 힘들지만, 그만큼 보상이 많다. 토스는 이직하면 전 직장에서 받던 연봉의 1.5배를 준다. 5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도 더해진다.
상장 이야기가 나오는 스타트업이라면 연봉보다 스톡옵션이 더 매력적인 이직 조건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카카오페이가 좋은 예다. 카카오페이 직원 831명에게 회사에서 부여한 스톡옵션 주식 총수는 399만1070주. 상장 첫날 종가(19만3000원)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9억2690만원을 번 셈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런 마당에 초기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으로 인재를 영입한다는 건 대동강 물을 떠다 한양에서 팔겠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벤처캐피털에선 스타트업 투자를 결정할 때 대표가 어떤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느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창업기업 위주로 투자해온 이은세 541벤처스 대표는 “투자를 결정할 때 대표가 어떤 ‘탤런트 풀’에 접근할 수 있느냐를 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말하는 탤런트 풀이란 좋은 직장이나 대학을 뜻한다.
이 대표는 “아이디어가 좋고 투자도 많이 받으면 사람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란 생각은 안일하다”며 “벤처캐피털에서 필요한 인재를 최대한 소개해주지만, 결국 창업자 본인이 믿고 동업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대부분의 국비지원 교육 프로그램은 대안이 되질 못 한다. 전공자들이 4년 동안 배우는 내용을 6개월 안에 속성으로 익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계 민관 협력단체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이기대 이사는 “네카라쿠배처럼 직원마다 역할이 분명하고, 조직문화도 정립된 곳에선 이들을 채용할만하다”며 “그러나 업무 전반을 새로 기획해야 하는 신생기업에선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국비지원 과정이 그렇진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하 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주관하는 ‘소프트웨어(SW) 마에스트로’ 과정이 그중 하나다. 매해 SW 분야 연수생 180명(12기 기준)을 뽑아 1년간 가르친다. 모집 범위가 전국인 데다 코딩 실력을 보기 때문에 선발되기 무척 까다롭다. 하지만 그만큼 들어가면 우수한 인재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SW 마에스토로, 비전공 출신에 열린 ‘좁은 문’
그런데 이 대표는 한국외대 중어중문학과를 나왔다. 게다가 군대를 입대하기 전인 대학교 1학년 때까진 코딩을 접해본 적도 없었다. 제대한 뒤 친한 친구 손에 이끌려 코딩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SW 마에스트로 과정에 운 좋게 합격했다”며 “성적이 나쁘지 않아 5주 동안 미국에서 심화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때 친해진 동기 개발자와 함께 두들린을 창업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인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를 만난 것도 이때다. 이 대표는 “우연히 견학 업체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 명함을 얻어냈다”고 회상했다. 또 이달 중엔 국내 창업자들이 가장 선망하는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교육 프로그램을 계기로 고급 인적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매해 배출하는 인력은 업계 수요에 크게 못 미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주요 IT 분야에서 부족한 인력 규모를 9453명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연수 수료생 대부분은 대기업이나 빅테크 기업에서 ‘입도선매’한다. 수료할 때가 되면, 업체들에서 보낸 멘토들이 물밑에서 영입 경쟁을 벌이는 식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업계에선 임시로라도 외국인 취업 조건을 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개발자 구인난 탓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인도나 동남아, 혹은 동유럽 출신 개발자를 영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그러나 현재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국내 취업을 확정 짓지 않는 외국인은 국내 취업비자(E7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다. 업체 입장에서도 외국인 직원 수가 전체 직원의 20%를 넘어가면 안 된다. 해당 직무에서 한국인 직원이 5명은 있어야 외국인을 1명 뽑을 수 있다는 말이다. 평균 직원 수가 6명인 초기 스타트업으로선 맞추기 어려운 조건이다.
김영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스타트업에 한해서라도 외국인 개발자를 좀 더 쉽게 채용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에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비자 발급조건을 완화해달라는 건의는 수차례 해왔다”며 “주무 부처인 법무부에서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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