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토론'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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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토론은 의사소통·사회교감 역량을 키우는 원동력](https://image.economist.co.kr/data/ecn/image/2022/10/14/ecn27947d3f-f491-4d30-b4f4-2a8a5c6ef76b.353x220.0.jpg)
전세계 리더들을 배출하는 유대 교육법의 특장점 중 하나로 교육전문가들은 하브루타 교육법을 꼽는다.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대화·토론·논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방식으로 교육을 받기로 유명하다. 단편적인 예를 들면 한국의 도서관 분위기는 조용하지만 이스라엘 도서관은 시끄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대인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토론을 벌이기 때문에 도서관 곳곳이 시끄럽다. 이스라엘은 하브루타가 학생의 의사소통능력, 사회적 교감능력 등을 기르는데 효과적인 교수학습법으로 인식하고 있다. 토론은 쉽게 풀이하면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어릴 적에는 엄마나 가족과 얘기를 나눈다. 얘기의 주 소재와 내용은 일상이 대부분이다. 학생이 되면 교사·친구 등과 토론을 벌이는 등 대화 범위가 확대된다. 성인이 되면 직장 등으로 더 확대돼 사회적 이슈에 대해 논쟁하면서 사회적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 대화·토론·논쟁하는 것이 사회적 능력을 개발하는 중요한 역량임을 알 수 있다. 신간 은 이 같은 교훈을 토대로 토론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부나 배움으로서가 아니라 대화와 교감의 형태로서 체득해야 할 역량임을 강조한다. 책은 나이에 따라 주제나 질문의 난이도가 달라질 뿐이라고 안내한다. ‘토론이 대화이자 질문으로 재정의되는 순간 토론이 가능한 적정 나이는 사라진다. 일선의 많은 전문가 혹은 교사들은 적어도 초등 고학년은 되어야 토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드웨어적 측면을 따졌을 때의 이야기다. TV에서 보던 장면들만 토론은 아니다. 예닐곱 살 아이나 초등 저학년과 대화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는 차고 넘친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책의 저자는 토론이 자녀를 들여다보는 현미경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아이와 토론하다 보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의 말을 어떤 태도로 듣는지, 불리한 상황에서 어떻게 순발력을 발휘하는지 등 수시로 아이를 파악하고 들여다볼 기회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토론이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구나’, ‘이런 시각도 가능하구나’라며 아이에 대한 감탄과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부모에게 직접 선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모에게 대화와 토론의 소재에 고민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 경험하는 모든 것이 질문거리이자 대화거리가 될 수 있다. 어떤 것을 화제로 삼아야 할지 부담스러운 마음은 버리고, 무엇이 됐든 그때그때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아이가 토론을 재미있는 활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면 모두 오케이’라고 안내한다. 저자는 어린 자녀 교육에 토론을 활용해볼 것을 강조한다. “토론이 공부가 아니라 일상이자 문화의 한 형태가 될 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견고한 힘을 갖게 해준다”는 논리다. 게다가 토론은 사교육으론 불가능한 일이며 가족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분위기를 형성해야만 가능하다”는 지론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특히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저자는 “’엄마표 토론’에서 방점을 찍어야 할 부분은 토론이 아니라 엄마다. 아이와 매일 마주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토론이 필요한 상황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공부가 아닌 대화하고 교감하는 자세로 말 한마디, 질문 하나로 토론을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고 동기를 북돋아준다. 저자는 이를 위해 엄마표 토론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15가지 조언을 전하고 있다. 책 의 저자는 박진영, 출판은 한울림, 가격은 1만6000원이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10.14 16:53
3분 소요
중학교 1학년인 백동재 군(14·‘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 저자)이 처음 주식을 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당시 동재 군은 게임이 하고 싶은 마음에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가 아빠의 “스마트폰 살래, 스마트폰 만드는 ‘애플’ 주식을 살래?”라는 질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동재 군의 아버지 백남정 씨(52)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마트폰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스마트폰 만드는 회사 주식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고 아들을 설득했다. 동재 군은 고민 끝에 스마트폰 대신 주식을 선택했다. 설, 추석 명절이나 생일 때 받아 모아 둔 70만원으로 애플 주식을 샀다. 동재 군과 같은 10대 주식 투자자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하 미성년자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47만5399개로 전년(9만3322개)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개인투자자 계좌 수가 가장 많은 키움증권에선 상반기 미성년자 신규 주식계좌 건수가 17만5595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계좌 수(11만5623개)를 한참 웃도는 숫자다. ━ 돈 벌기보단 좋은 회사찾아 함께 성장하고 싶어 과거엔 부모들이 자녀의 용돈을 모아 은행 통장에 넣어주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추세는 달라졌다. 부모들은 은행 대신 증권사를 찾고, 예·적금에 가입하기보다는 주식을 사거나 펀드에 투자한다. ‘쭈니맨’으로 유튜버 활동을 하는 권 준(14)군도 지난해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주니어펀드’에도 가입했다. 미성년자 투자자인 준 군과 동재 군은 “증권사에 갈 땐 부모님과 동행하지만, 어느 종목에 투자할지는 내가 직접 정한다”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투자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주식 책도 찾아보고 유튜브를 통한 주식 투자 공부를 하며 매수 종목을 직접 고르고 담는다. 동재 군과 준 군이 공통으로 세운 주식 투자 원칙은 생활 속에서 종목을 찾는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준 군은 “1년 6개월간 주식 투자를 하면서 집에서 쓰는 물건의 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준 군이 투자한 종목은 매일 쓰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내놓은 카카오, 배고플 때 한 번씩 여닫는 냉장고를 만든 삼성전자, 항상 사용하는 검색엔진인 네이버 등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기업들이다. 동재 군 역시 최근 들어 즐기는 게임 ‘로블록스’ 주식을 매수했다. 평소 재밌게 게임을 하다 보니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기업가치를 분석하게 됐고, 그 결과 투자해야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장기 투자다. 주식 투자로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관심 있는 회사를 찾아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준 군은 “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할 만한 기업을 골라서 투자했기 때문에, 매도는 주식 투자 초반 두 번 외엔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재 군도 역시 20살이 될 때까지는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가치투자의 대명사 워렌 버핏도 5학년 때 주식 투자를 시작, 풍부한 투자 경험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게 동재 군의 설명이다. 어린 나이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 만큼 나름의 고충은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투자 공부가 어렵다는 것이다. 모르는 용어부터 기업 재무제표, 전 세계 경제 흐름까지 초등학생 혼자 소화하기는 만만치 않다. 주식 책도 찾아보고 여러 뉴스를 찾아봐도 경제활동이 별로 없는 10대 입장에선 국내외 증시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찾게 된 것이 ‘유튜브’다. 두 사람 모두 경제 유튜브 채널을 항상 챙겨 본다. 준 군은 ‘존리라이프스타일TV’를, 동재 군은 신한은행의 ‘또 오건영·경린이 탈출 프로젝트’를 본다. 준 군은 제주도에 거주하다 보니 주요 학습 경로는 온라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경제 유튜브를 자주 보게 됐고 투자 철학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동재 군도 부모님과 같이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거나 ‘어린이 경제신문’을 읽는 등 일주일 중 하루는 투자 공부 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잘 몰라 대형주 위주로 담았지만, 기업을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자신의 투자 원칙에 ‘오를 것을 분석하고 산다’를 추가했다. ━ 10대 투자자 늘리려면 금융교육 선행돼야 두 사람이 10대 투자자가 되는 데엔 부모의 교육도 뒷받침됐다. 준 군이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졸랐을 때 준 군의 엄마이자 제주 관광사업을 하는 이은주 씨(40)는 나 자신도 주식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의 강한 설득에 못 이겨 같이 주식계좌를 만들기로 했다. 엄마도 아들 덕에 주식 투자를 시작하게 됐고 ‘아들 vs 엄마’ 주식 대결에서 준 군이 더 높은 수익을 냈다. 이런 과정을 글로 담은〈엄마표 돈 공부의 기적〉을 쓰기도 했다. 집안의 경제교육도 흥미롭다. 엄마, 아빠, 동재 군 세 사람은 매주 1회 기업분석 미팅을 가진다. 서로 기업을 분석해 브리핑하는 방식이다. 동재 군의 아빠인 백남정씨는 “부모가 해보지 않으면 자녀들도 해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 식구가 함께 저술한 책〈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주식투자〉를 보면 블로그, 주식투자, 경제 토론 등 엄마, 아빠가 먼저 시도했다. “엄마 아빠가 하니까요” 동재 군은 엄마, 아빠를 따라 블로그에 공부한 투자지식을 올리고 있다. 이들 가족이 가정에서의 금융교육을 중요시하는 건 국내에 10대 투자자를 위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교육 상 금융교육이 부재할 뿐더러 올바른 경제관념이나 투자 공부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곳도 많지 않다. 그나마 최근 10대 ‘주린이’ 열풍으로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 101의 ‘클래스101키즈(CLASS101Kids)'같은 온라인 콘텐트나 어린이 주식투자 도서도 발간되고 있지만, 관심이 없다면 닿을 기회가 별로 없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선 금융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 초등학생 때부터 관련 교육을 받는다. 미국 경제교육협의회(CE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45개 주(州)에서는 초·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금융 교육 기준을 마련했다. 24개 주는 정규교과 과정에 금융이해 교육을 포함시켰다. 탄탄한 교육 덕분인지 미국증권업협회 등이 개발한 모의투자게임 SMG(Stock Market Game)엔 매년 청소년 60만~70만 명이 참여한다. 김태룡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은 “10대 투자자의 경우 이제 막 경제관념이 정립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균형된 시각에서 콘텐트를 분별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며 “점차 청소년들을 위한 금융교육 콘텐트가 늘고 있지만, 공교육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2021.10.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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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호랑이’ 우리에 갇히다 - 중국 전 중앙정치국 위원 보시라이, 부패와 권력남용죄 등으로 무기징역 선고 받아중국 법원은 한 달 동안의 숙고 끝에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충칭시 당서기였던 보시라이의 변론 대부분을 기각하고 그에게 부패, 횡령, 권력남용죄로 무기징역과 정치권리 종신박탈, 전 재산몰수형을 선고했다. 선고가 내려진 법원 주변은 무장 경찰 수백 명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재판정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던 보시라이는 선고가 내려진 뒤 수갑을 차고 교도소로 향했다. 이번 선고로 그는 아내 구카이라이의 전철을 밟게 됐다.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경제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한 죄로 사형유예를 선고 받았다. 보시라이는 아내의 범행을 은폐한 혐의도 받았다.얼마 전 해외 중국어 웹사이트에 보시라이의 선고 예정일을 누설한 한 소식통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보시라이 선고를 앞두고 합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고위 지도부가 극심한 국론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 스캔들에 종지부를 찍고 인민의 신뢰를 되찾으려고 애썼지만 이번 선고는 분열의 골을 더 넓혔놓았을 뿐이다.”보시라이 재판과 관련된 정치적 분열은 최근 관영 언론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부가 운영하는 신문과 웹사이트는 보시라이를 “증거가 넘쳐나는데도 자신의 죄를 교활하게 부인하는 부패분자”로 부르며 맹비난했다. 반면 공산당 이념지 치우시는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당의 노력을 찬양하는 논평을 실었다.‘공동 번영’은 보시라이가 당서기로서 충칭시에서 추진한 포퓰리스트적 사회정책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구호다. 그 논평을 쓴 인물은 보시라이를 “용감한 국가 영웅”이라고까지 불렀다. 앞으로 공산당 선전부가 이번 선고를 지지하는 언론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이번 선고는 보시라이 반대파의 승리로 간주됐다. 그들은 보시라이가 충칭시 당서기로 재직하는 동안 범죄 퇴치라는 명분으로 수천 명의 관리와 사업가들을 박해했으며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재했다고 지적하며 그를 “큰 호랑이” 또는 “무자비한 기회주의자”로 불렀다. 그들은 보시라이에게 사형유예 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또 지난 8월 재판 과정에서 보시라이가 비협조적이고 재판부에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더 가혹한 형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시라이는 재판 과정에서 이전의 자백을 번복하며 모든 혐의를 격렬히 부인했다. 또 그는 공산당 반부패기구의 자백강요와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반면 이번 선고로 보시라이에게 동조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뿐 아니라 그의 기존 지지자들로부터 더 큰 반발도 예상된다. 그의 지지자 중 다수는 태자당이다. 고위 당간부의 유복한 아들로 보시라이의 마오쩌둥식 사회복지정책으로 많은 혜택을 입은 인물들을 가리킨다. 일부는 그의 석방이나 15년 이내의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들은 보시라이가 정치 권력투쟁의 희생자이며 그를 실각시킨 사람들이 더 부패했다고 믿는다. 보시라이를 지지하는 한 충칭 시민은 BBC 방송에 “관리 중 깨끗한 인물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모두가 부패했다. 그런데 보시라이만 처벌하는 게 옳으냐?”뉴욕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법률학자 천샤오핑은 이번 선고로 보시라이의 재기 기회가 영원히 사라졌으며 앞으로 법정에서 기소에 불복하며 저항하는 관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시라이 지지자들은 그가 사형을 면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찾고 2~3년 안에 치료 목적의 가석방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천은 말했다. “보시라이는 비록 정치무대에서 쫓겨났지만 반체제 인사로 정치적 상징이 될 것이다. 그의 지지자들이 그를 떠받치고 새 지도부의 정책에 계속 저항할 것이다.”또 천은 보시라이의 유산이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지도부는 지난 9개월 동안 정치적으로 좌익 성향과 더 엄격한 정책을 선호하며, 보시라이가 주창한 것과 비슷한 마오쩌둥식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대중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속결 재판에서 자신의 죄를 시인하고 당에 사과하는 TV 장면을 보는 데 익숙하다. 따라서 그들에게 법원의 마이크로블로그로 일부가 생중계된 보시라이의 5일간 재판은 눈이 뻔쩍 뜨이는 경이로운 체험이었다.중국 인민대의 허지아홍 교수는 국영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재판 절차를 중계하기로 한 법원의 결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투명한 재판을 추구하려는 의사결정권자의 결단과 보시라이 사건을 독자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법원의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다.”그러나 재판 과정이 편집되고 선별적인 장면만 중계됐기 때문에 생중계라는 개념에 의문을 표한 사람이 많았다. 법원은 보시라이를 향한 동정심을 유발하고 고위 지도부에 불리할 수 있는 세부사항을 제외시켰다. 예를 들어 심문과정에서 당의 반부패 기구로부터 자백을 강요 받았고 위협당했다는 보시라이의 진술은 공식 기록에서 빠졌다.뉴욕 시립대 퀸스 칼리지의 교수 순얀은 이렇게 말했다. “부분적인 생중계는 여론을 조종하고 재판부의 정당성을 옹호하려는 의도다. 대중이 처음부터 그 재판의 기본 전제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법원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정적의 숙청을 정당화하려고 부패 혐의를 씌운다고 믿는 중국인들이 많다.”베이징의 한 언론인은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이 보시라이의 진술에서 전후 관계를 무시하고 일부만 발췌해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신의 아내와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한 보시라이의 언급이 대표적인 예다. “그 언급은 정치 스캔들을 부패와 불륜의 코미디로 바꿔 놓았다.”중국 정부는 법원의 마이크로블로그 생중계를 사법 투명성을 지향하는 긍정적인 발전으로 치켜세우면서 반대 견해를 억누르기 위해 온라인 ‘소문 퍼뜨리기’의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 중국 최고법원은 5000명 이상이 열람하고 500차례 이상 재전송된 소문을 게시하는 블로거는 기소대상이라고 선언했다. 최근 중국 북서부 간쑤성의 공안당국은 한 청소년을 ‘사회질서를 혼란시킨’ 혐의로 구금했다. 그 청소년은 마이크로블로그에서 자신이 사는 도시에서 일어난 의문사 문제를 제기했다.한편 중국 지도부는 보시라이의 측근인 고위 관리들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수년 동안 국영 석유회사를 운영해온 장제민도 뇌물수수 등의 비리 혐의로 조사 받고 있다. 장제민은 중국 석유방(석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세력)의 거물로 국유자산감독 관리위원회 주임이었다. 최근에는 중국의 정보를 총괄하는 정법위원회 서기를 맡았고 보시라이의 오른팔인 저우융캉의 자녀가 부패척결의 일환으로 구금됐다는 보도도 나왔다.현재로선 보시라이가 수감생활을 잘 해낼 각오가 돼 있는 듯하다. 충추절 직전 보시라이가 친척들에게 쓴 편지가 해외 언론에 보도됐다. 그 편지에서 보시라이는 자신이 억울한 누명을 썼으며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썼다. “그동안 나는 감옥에서 조용히 지내겠다. 부친도 수 차례 투옥됐다. 나도 부친이 걸은 길을 간다.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겠다. 모친의 사진을 침대 머리 맡에 붙여 놓았다. 내 곁에 어머니가 계시니 난 외롭지 않다.”보시라이의 부친은 지난 2007년 99세로 사망한 보이보 전 부총리다. 17세 때 공산당에 가입한 보이보는 베이징대에 입학하면 본격적으로 항일운동의 길로 뛰어들었다. 1931년 그는 다른 60명의 공산당원과 함께 체포되어 8년 징역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부자(父子)의 인생유전일까?— WENGUANG HUANG , PIN HO 수수께끼의 미소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그는 과연 무엇을 원할까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뒤 이란에서 국제사회에 희망을 주는 인물이 두 번 등장했다. 첫 인물은 1997년 대통령에 선출된 개혁주의자 무함마드 하타미였다. 그는 8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늘 미소를 띠고 개혁을 추진하며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두 번째 인물은 하산 로하니다. 그는 2013년 6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로하니도 하타미처럼 늘 미소를 짓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의 전임자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는 고약한 성미에다 내키는 대로 말을 쏟아냈다. 그의 뒤를 이은 로하니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종교학자 출신인 로하니는 국왕의 통치에 반대했다. 그는 이슬람 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추종자였다. 1960년 셈난 수도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했고, 1972년 테헤란대에서 법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6년 뒤 30세의 나이로 런던에 가서 영어를 배웠다. 당시 이란에선 사회적 소요가 극심했고 1년 뒤 팔레비 왕조가 무너졌다.회고록에 따르면 로하니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려했지만 이란 내부 상황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귀국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그는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글래스고 칼레도니안대 대학원에 다녔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이란의 현실에서 이슬람 율법 샤리아가 갖는 융통성’이었다.1980년대에 로하니를 처음 만난 이란 외교관 아볼파즐 메라바디는 “그는 아주 진지하고 근면했다”고 말했다. 이란 성직자나 관리들은 서방이 부패했다고 생각했지만 로하니의 시각은 달랐다. 메라바디는 “로하니는 서방을 잘 이해했고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올해 대선후보자 토론에서 로하니가 민주주의 원칙을 이야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개혁을 염원하는 이란인들에게는 좋은 조짐이다. 최근 로하니는 개인적 자유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엄단하는 최정예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정치개입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로하니를 잘 아는 온건개혁파 지도자 골람후세인 카르바시 전 테헤란 시장은 “로하니는 이란의 정치세력 중에서 극단주의를 제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카르바시는 “절제력, 합리성, 설득력”이라는 세 단어로 로하니를 규정한다.“또 외관을 중시한다”고 카르바시는 말했다. 언변도 탁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로하니는 농담과 유머로 상대방을 압도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논리적으로 말한다.” 정책과 분석에 정통한 로하니는 이란 국정조정위원회가 설치한 전략국제연구소 위원으로 발탁됐다.그 조직에서 로하니와 함께 일했던 마수드 사피리는 그가 늘 정중했고 회의 중 욕설을 삼갔다고 말했다. TV 편성과 관련된 한 회의에서 로하니는 종교적인 원칙보다는 통계와 조사 자료를 제시했다. “다수가 동의하면 나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그가 말했다.” 사피리는 로하니가 서방과의 긴장 완화를 이야기할 때 실용적이었다고 돌이켰다.러트거스대 교수로 미국 이란위원회 대표인 후샹 아미라마디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 관점에서 그는 온건 우파다. 그는 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중에서 한 나라를 선택하라면 그는 미국을 택한다.”아미라마디는 로하니가 대통령에 선출됐다는 것은 이란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젠 이슬람 혁명이 시들해졌고 과거의 혁명 게임이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은 로하니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아미라마디는 말했다. “그는 늘 그림자 속에서 움직였다.”로하니는 겉보기에 늘 상냥하고 예의 바르지만 속은 다를 수 있다고 전 이란 내무부 관리 자한바크시 칸자니가 말했다. “로하니에게는 숨겨진 내면이 있다.” 그가 무엇을 중시하고 원하는지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다.— OMID MEMARIAN 엄마표 리더십의 위력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실용과 통합 추구하는 노선으로 3선에 성공9월 22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기민당(CDU)-기사당(CSU)이 압승을 거두면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59)의 3선 연임이 확정됐다. 옛 동독 출신으로 2005년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최연소 총리에 올랐던 메르켈은 2017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경우 유럽에서 최장수 여성 총리(12년 재임)가 된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집권한 여성 최고위 지도자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1년 재임)다.이번 독일 총선은 ‘엄마 정치인’ 메르켈에 대한 신임투표였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그녀의 신중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정치를 말한다. 메르켈의 선거운동은 TV 토론에서 그녀가 말한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었다. “걱정 마세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요.”메르켈은 기민당의 쇠락을 역전시켰다. 기민당의 득표율은 2005년 35.2%, 2009년 33.8%로 점차 낮아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기민당은 42%의 득표율을 올려 연정을 지배하게 됐다. 사실 메르켈은 기민당을 권력 기반의 보호벽으로 간주할 뿐이다. 전임자 헬무트 콜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법이다. 콜은 기민당을 거의 가족의 연장으로 간주했다.메르켈은 할리우드 글래머 같은 매력을 갖진 않았다. 그런 연기를 할 생각도 없다. 독일의 재통일을 이룬 콜과 달리 메르켈은 정치를 역사적인 대단한 운동으로 보지 않는다. 성장 배경부터 정치적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린 시절 메르켈은 동독의 공식이념과 실상 사이의 격차를 잘 알았다. 또 1989년 사회주의 국가 동독의 내부적 붕괴도 경험했다.동독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것이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다. 지능 높은 자연과 학자인 메르켈은 그런 능력을 활용해 진보파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정치인이 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과소평가했다.메르켈의 정치관은 자유주의적 보수파 사상가인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의 생각과 유사하다. 기업과 사회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치라면 원대한 비전을 강요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메르켈은 다양한 제도와 단체, 그리고 변화하는 세력, 의도치 않은 결과와 새로운 사건들이 혼합된 세계와 씨름을 하는 것을 정치로 간주한다.견제와 균형이 철저한 독일 정치에서 메르켈은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정책을 수립했다. 연합을 구축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반대파가 메르켈에겐 비전이 없다고 주장할 정도다. 최근 작고한 전기작가 게르트 랑구트에 따르면 메르켈의 내면 나침반은 특정한 연정의 지속을 겨냥했다.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의 대연합을 말한다. 이제 그것이 새로운 연정의 행태가 될지 세계는 곧 알게 될 것이다.사실 메르켈은 사민당 총리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추진한 가혹한 개혁의 덕을 많이 봤다. 독일의 중소기업과 ‘히든 챔피언(강소기업)들의 혁신이 독일 경제의 실질적인 견인차였다. 그러나 지금 유럽은 독일의 시대다. 독일 정치인들의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총선은 모든 사람이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이슈를 회피했다. 유럽연합(EU)의 미래를 말한다. 독일 유권자들은 그 문제를 메르켈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다고 믿고 맡긴 셈이다. 앙겔라 메르켈이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여부가 역사에서 그녀의 입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메르켈이 원대한 비전을 따를 가능성은 없다. 동독 브란덴부르크의 시골 마을 템플린 출신인 기독교 신자 메르켈은 자신 앞에 놓인 복잡한 정글 같은 정치판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권력 기반을 유지하면서 하나씩 차례로 문제를 다뤄나가는 방식이다. 때로는 그런 과정에서 역사가 만들어진다.— DR. HEINRICH MATTHEE 중앙은행을 호령할 여제? - 재닛 옐런 FRB 부의장, 차기 의장 유력 후보로 떠올라래리 서머스는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경제학자다. 하버드대 총장, 재무장관, 백악관 보좌관, 만능 천재 등…. 그런 그가 9월 2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후보에서 공식 사퇴했다. 상원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전부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서머스는 “인준 청문회에서 격한 험담이 오가게 되는 상황”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퇴의 변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FRB 의장 후보로 가장 유력시됐던 그가 사퇴하면서 이제 재닛 옐런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사실 FRB 의장직은 세계에서 가장 힘만 들고 생색이 나지않는 자리 중 하나다.옐런이 FRB 의장 후보군에서 선두주자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진보파와 월스트리트 둘 다를 만족시킬 만하다. 그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경우는 역사적으로 아주 드물었다. 서머스가 사퇴하고 옐런이 떠오른다는 소식에 주식시장이 반등했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옐런을 FRB 의장에 지명하라고 촉구하는 편지에 서명한 400여 명의 경제 전문가들(대부분 중도 좌파)은 반색했다.옐런은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스타 경제학자가 아니다. 그녀는 앨런 그린스펀(이념가이자 정치적 조정자)이나 폴 볼커(허세가많은 금융가이 정부 관리) 같은 전임자보다는 늘 조용하고 신중한 학자인 버냉키 현 FRB 의장에 더 가깝다.하지만 옐런에겐 좌익이 매력을 느낄 만한 측면이 많다. 1967년 브라운대를 졸업했고 1971년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후 하버드와 캘리포니아대(버클리)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남편 조지 애컬로프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진보파 거물이다. 그들은 함께 노동시장에 관한 논문을 집필했다.옐런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잠시 FRB 이사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다. 2004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지명됐고, 2010년에는 워싱턴으로가서 FRB 부의장을 맡아 버냉키 의장을 보좌했다.근년 들어 FRB는 시장에 개입하고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파국에서 구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양극화를 초래하는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다. 보수파는 돈을 찍어내는 FRB의 양적완화 정책을 질색한다. 반면 진보파는 FRB가 고용에는 신경 쓰지 않고 인플레이션 잡기에만 매달린다고 멘소리를 낸다.그러나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은 채권 매입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FRB의 노력을 환영했다. 기업들로선 금리 억제가 재였다. 그들은 거의 무이자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채권을 샀지만 수익성이 너무 떨어져 좌절한 투자자들은 현금을 주식에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의 관점에선 옐런이 서머스보다 그런 경기부양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월스트리트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나 중도파도 옐런의 부상을 좋아할지 모른다. 중앙은행 책임자를 맡는 인물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전임자들에게서 보기 드물었던 선견지명이 그녀에게는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규모와 강도에서도 전례가 드물었을 뿐 아니라 그린스펀이나 버냉키 등 전임 FRB 의장들이 예견하지도 못한 재앙이었다. 반면 옐런은 일찍이 2005년에 부동산 거품을 경고했다. 그녀의 지지자들은 그런 점을 높이 산다.— DANIEL GROSS
2013.09.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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