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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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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환율 변화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문가 칼럼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라는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지금의 암울한 환경을 생각하며 당시를 회상해 본다.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는 강대국 패권경쟁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미국이 소련에 대해 취한 저유가 정책으로 국제유가는 1980년 36불에서 1986년 13불까지 폭락한다. 지금 상황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당시 우리 경제를 호황으로 이끈 국제적 요인을 더 꼽자면 저금리 추세였다. 세계 각국 정부는 2차례의 석유 파동 이후 침체에 빠진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경쟁적으로 실시했다. 금리가 낮아지자 기업이 투자와 생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가계 부채 부담도 낮아져 더 많이 소비하고 투자할 수 있어 돈이 시장에 많이 돌았다. 소위 80년 중반 3저 호황’을 이루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연평균 10% 이상 급속히 성장하는 기회를 만든 남은 요인은‘저달러’였다. 지금은 유로에 대해서도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가 20년 만의 최고이다. 이 상황에서 한국은행도 7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려 2.25%가 되었다. 1980년대 역사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당시 저 달러의 배경에는 플라자 합의가 있었다. 서울 시청역 근처에 더 플라자 호텔이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도 플라자 호텔이 있다. 두 호텔을 바라보면, 저마다의 추억은 다를 수 있겠다. 맨해튼 플라자 호텔을 지나는 나이든 일본인은 역사적인 플라자 합의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플라자 합의는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프랑스·서독·일본·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발표한 환율에 관한 합의다.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문제가 심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70년대 말기 달러 위기의 재발을 두려워한 선진국들이 달러화 평가절하라는 합의에 이르게 된다. 1980년부터 1985년 사이 미국 달러가 일본 엔, 독일 마르크, 프랑스 프랑, 영국 파운드 대비 약 50% 평가 절상된 상황도 고려되었다. ━ 엔고 불황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주식 가격 폭등 플라자 합의 후 미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 가치는 상승했다. 발표 다음날 달러화 환율은 1달러 = 235엔에서 약 20엔이 하락했다. 1년 후에는 달러 가치가 거의 반이나 떨어져 120엔 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연준)의 정책에 따른 환율 변화도 한 몫 했다. 미국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리 완화로 금리를 인하했다. 그 결과 달러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했다. 결국 달러가치 하락은 플라자 합의 외에도 미 연준의 금리인하라는 정책조합의 결과물이었다. 혹자는 플라자 합의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는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무시한 처사다. 플라자 합의로 일본에서 ‘엔고 불황’ 발생 우려가 제기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일본정부의 정책 실패였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5%로 동결시켰고, 무담보 콜금리는 6%미만에서 8%로 올렸다. 이후 엔고에 의한 불황의 발생 우려가 현실화되자 저금리 정책이 실시되고 부동산과 주식 가격 급상승으로 거품 경제 가열이 초래됐다. 엔고로 반값이 된 미국 자산 구입, 해외여행 붐, 자금이 싼 나라로의 공장 이전 등이 이어지고, 1990년 자산가격 버블이 터졌다. 리처드 쿠의 저서‘대침체의 교훈’을 인용하면 1990년 버블붕괴 후 날아가 버린 자산가치가 1,500조 엔으로 이는 당시 일본의 3년치 국내총생산(GDP) 규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으로 거대한 버블과 일본정부의 잘못된 정책대응을 꼽는다. 일본정부는 거품 붕괴 징후가 보이기 시작한 이후에도 사태를 낙관하고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1997년 소비세 인상이나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시 금리 인상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통화가치 상승의 영향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IMF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책대응이다. ━ 미국에 동조할까 독립 운용할까, 한국 통화정책 향방 역플라자 합의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1995년 4월 엔-달러 환율 80엔이 무너지자 선진 7개국(G7)은 달러가치 부양에 합의했다. 계속된 달러 약세에도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줄지 않아, 경상수지 균형 목표를 포기하고, 자본수지 흑자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는 정책을 취한다. 그 후 약 달러는 강 달러로 바뀌고 후폭풍이 이어졌다. 타이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필리핀·우리나라 등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지속 하락하고 있다. 그렇게 경제는 돌고 도는 모양이다. 엔저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지 관심이 쏠렸지만 아직은 기존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7~8월 정책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통화가치의 향방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IMF의 지적처럼 중요한 것은 정책대응이다. 대내외 환경과 금융불안 요인에 대한 선제 대응이 핵심이지만 합의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이제 환율은 플라자 합의처럼 인위적인 합의로 조정이 되지 않고 경제 펀더멘탈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고 있다. 혹자는 자본자유화도 중요하나 자본시장의 급격한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국제사회가 인식해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이다. 7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기조에 맞춰 한국도 통화정책을 사상 처음 빅스텝으로 조정했다. 한국의 거시경제 여건을 우선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게 금리를 운용한 것이리라 믿는다. 일부에서는 미국 금리에 동조하는 정책보다 국내 물가와 경기 여건에 따라 운용하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효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가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나 한·미 간 금리 격차만으로 금리 인상폭을 결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의 묘수를 찾는 해법은 단기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해결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논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

2022.07.13 14:20

4분 소요
‘수주 부진했는데’…드릴십 매각에 반전 노리는 삼성重

산업 일반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이른바 ‘악성 재고’로 꼽힌 드릴십 매각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오던 삼성중공업이 적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날 현재까지 올해 수주 목표의 30%를 채우지 못한 상태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국내 대형 조선업체가 수주 목표의 50% 안팎을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표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삼성중공업이 올해를 끝으로 적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수천억원의 재고손실로 집계돼온 드릴십 매각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드릴십 4척 매각을 위해 큐리어스 크레테 기관전용사모투자 합자회사(이하PEF)에 59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PEF는 삼성중공업과 국내 다수의 투자기관이 참여하는 펀드로, 총 1조7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5월 중 출범 예정이다. PEF가 삼성중공업의 드릴십을 매입하고 시장에 재매각해 매각 수익을 출자 비율 및 약정된 투자수익률에 따라 투자자들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 측은 “현재 보유 중인 드릴십은 총 5척인데 이 가운데 이탈리아 사이펨 측이 용선(매각 옵션 포함) 중인 1척을 제외한 4척을 매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유럽 지역 시추 선사와 조건부 매각 계약을 체결한 드릴십 1척에 대한 권리도 매각 대상에 포함된다. 흑자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드릴십을 사실상 모두 매각한 것이다. ━ ‘올해는 다르다’…실적 개선 시동 거는 삼성重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째 적자 행진 중인 삼성중공업이 내년에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323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분야 역시 분위기가 좋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발표한 해외 경제 포커스에서 주요 기관이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연평균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 매장돼 있는 석유‧가스 등의 자원을 발굴‧시추‧생산하는 설비를 말하는데, 저유가 시절에 명맥이 끊겼던 분야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그간 중단됐던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재개되는 것은 물론 신규 발주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도 위기 때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이 2016년, 2018년, 2021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조 단위 유상증자를 단행할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이 삼성전자의 평택반도체 건설 공사 일부를1901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물론 악재도 있다. 철강업계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은 변수다. 조선용 후판 가격에 따라 선박 건조의 수익성이 결정되는 구조라, 올해 상반기에도 후판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후판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삼성중공업은 372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떠안은 바 있다. 여기에 조선업 호황으로 선박 건조 현장에서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2.04.26 07:00

3분 소요
탈원전, 전기료 인상 한전 적자로 이어지나…부담은 ‘국민 몫’

정책이슈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이 국민에게 전기료 인상이라는 청구서로 날아들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극복과 민생경제 안정을 명분으로 3분기 전기요금을 2분기와 똑같이 동결했다. 하지만 숙제를 미뤄놨을 뿐 조만간 해법을 강구해야 할 상황이다. 전기료 인상을 계획했던 한국전력(한전)의 적자 전환도 불가피해졌다. 이래저래 결국 국민의 부담 가중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덕분에 지난해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했던 한전이지만, 국제 유가 급등으로 2분기부터는 적자 전환이 유력하단 분석이다. 이에 따른 한전 부실화는 결국 국민이 떠안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한전 2분기 ‘적자전환’ 예상...국제유가 ‘고공행진’ 24일 관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한전의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크게 악화해 적자전환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전이 2분기 영업손실 877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1분기 매출액 15조753억원, 영업이익 3716억원보다 악화된 수치다. 정부는 올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한 연료비 연동제를 올해부터 시행했다. 그러면서 올해 상반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44.8달러, 하반기는 48달러를 예상했다. 전기 원가 중 국제유가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실제 국제유가는 이미 2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02달러(2.8%) 오른 배럴당 73.6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최고치였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연료비연동제를 적용하면, 국제유가 상승을 반영할 때 한전은 전기요금을 1kWh당 최대 3원을 올렸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2분기에 이어 3분기 전기요금을 연속 동결했다.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는 현재 수준을 고려할 때 배럴당 64~69달러를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국제유가가 하절기 중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현재의 수급여건으로는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고 있다. LNG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선물 가격이 100만BTU(열량단위)당 3.215달러로 1년 전에 비해 96% 상승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수입 LNG 가격은 지난해 6월에 비해 5배 비싸다. 재생에너지는 보조금을 합했는데도 149.4원에 달했다. 이는 원전 kWh당 59.7원에 비해 약 2.5배 비싼 가격이다. ━ “국제유가·에너지단가 상승으로 한전 부실화 가중 우려” 국제 유가 상승과 탈원전 에너지의 단가 상승으로 인한 한전 부실화는 속도가 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전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연결기준 한전의 2024년 부채는 159조4621억원으로, 지난해 132조4753억원보다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이에 대한 책임이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2030년 한국 소비자가 내는 전기료가 2020년 대비 24%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말 ‘9차 전력계획 공청회’에서 2030년 전기요금 인상 폭을 2017년 대비 10.9%로 예상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전력 및 재생에너지 부문 아태지역 책임자인 알렉스 휘트워스 역시 “일부 유럽 국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0%가 되면서 전기료기 두 배까지 오르기도 했다”며 다만 한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고, 24% 인상도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전 주주들은 정부와 한전을 직무유기와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해외투자자들로부터 국제중재 소송을 당할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 출신인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리기업인 한전의 기본적인 경영상 의사결정을 정부가 제약하면 해외투자자로부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전 지분의 49%는 한국거래소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다. 해외투자자의 지분율도 23.7%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2021.06.24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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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연구원 | 코로나19 백신이 경제 회복 이끌어… 고용 부진, 가계 부채·주거비 부담 증가는 숙제 내년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다소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11월 25일 ‘2021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을 3.2%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올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내년에는 수출과 내수 모두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의 개발과 보급 개시로 코로나 위협이 상당 정도 억제될 것을 전제로 경제 성장을 전망했다. 백신 보급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은 내년 상반기, 우리나라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연구원은 불확실성은 상존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인해 위협이 억제된다면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도 수출은 11.2%, 수입은 9.6% 각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수출·입이 각각 7%, 7.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실적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응능력 강화로 부정적 영향이 줄어드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회복과 주요국 경기부양책의 효과, 기저효과 등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 등 경기회복세를 보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글로벌 경기부양책 효과로 상반기에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민간소비 역시 연간 3.0% 증가로 올해 전망치(-4.4%)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고용 부진, 가계 부채와 주거비용 부담 증가, 기업실적 감소에 따른 임금상승률 둔화 우려 등에 따라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도 백신·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선제적 투자수요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예상돼 전년 대비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도 공공인프라와 관련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토목을 중심으로 회복해 전년보다 3.2%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국제유가는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로 상승할 것이 예상되지만,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전년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바이유 기준 유가는 연간 47.3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상승이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경기회복 국면과 미국의 경기부양책 등으로 인한 달러공급 추가 확대, 중국 경기의 빠른 회복세로 인한 위안화 강세 등에 의해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전년 대비 6.2원 하락한 1110원으로 전망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소비 회복세가 더딘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공급축이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면서 “소비만 상황이 좋아진다면 긍정적인 경제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올해의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2019년 수준의 회복은 어렵다”며 “특히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국 등 신흥국의 도전이 거세지기 때문에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 한국물가정보 | 50년새 시내버스요금 120배 짜장면값 50배 올랐다 지난 50년간 서울시내 버스요금이 120배, 택시요금이 63배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1970년부터 올해까지 주요 품목별 물가 변동 상황을 정리한 ‘종합물가총람’을 발간했다.이에 따르면 1970년 1월 서울 일반 시내버스 요금은 10원이었으나 현재는 1200원으로 올라 50년 동안 120배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철 요금은 1974년 8월 개통 당시 1구역 기본요금이 30원이었으나 현재는 1250원으로 50년간 41.6배 상승했다. 택시요금은 1970년에 기본요금 60원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3800원으로, 50년간 63배가량 올랐다.대표적 서민음식인 짜장면은 1970년 한 그릇에 100원 수준이었다. 2000년 2500원까지 오른 뒤 최근에는 5000원 선에 가격이 형성돼 50년 동안 50배 가까이 올랐다. 소줏값(360 기준)은 1970년 65원이었다가 2000년에는 830원, 최근에는 1260원까지 올라 50년간 20배 가까이 뛰었다. 1970년 40㎏ 기준 쌀값은 2880원이었지만 올해는 9만6200원으로 33배 뛰었다. 소고기는 정육 500g 기준 375원에서 5만원으로 133배, 돼지고기는 정육 500g 기준 208원에서 1만원으로 48배 뛰었다. 한국물가정보는 통계청 자료와 자체 가격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5년 주기로 ‘종합물가총람’을 펴내고 있다. ━ 현대경제연구원 | “한국 정부, 코로나19 대응 OECD국 중 선방”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대응이 국가 경제에 미친 충격을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1월 20일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이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옥스퍼드대학교의 국가별 정부 정책 대응 지수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옥스퍼드는 전 세계 185개국의 코로나19 정책을 추적해 정부 대응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들을 제공했다. 각국 정부의 경제봉쇄, 경제지원, 방역조치를 포괄하는 ‘정부대응 지수’와 코로나19 검사, 역학 조사 등을 반영한 ‘방역보건 지수’, 학교 및 직장 폐쇄 등 경제 활동 제약을 나타내는 ‘엄격성 지수’, 소득지원과 부채탕감 등 경제적 지원을 나타내는 ‘경제지원 지수’ 등이다.엄격성 지수가 오르는 건 정부의 봉쇄 정책 강도가 강화됨을 뜻한다. 정부의 엄격성 지수가 10p 상승할 때 소비자심리 위축 영향의 OECD 국가 평균은 -2.2p다. 그런데 한국의 소비자심리 위축 영향은 엄격성 지수 10p당 -5.0p로 OECD 국가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소비자심리가 1월에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보였고, 국내 소비자들의 경제활동 제약에 대한 불안 심리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 된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일본 등에서 엄격성 지수가 상승할 때 상대적 소비자심리 위축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대응이 산업생산, 소매판매, 기업심리에 미친 충격을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오준범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방역 당국이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실물 경제 위축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성공적 방역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국토연구원 | “수도권 주택공급 안정화에 2년 이상 소요” 수도권 주택공급 물량이 2022년까지 다소 줄어들지만 2023년부터 2027년까지는 안정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은 11월 25일 ‘수도권 중장기 주택공급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주택 인허가 실적 공급시차(2~3년)을 고려하면 수도권 주택 준공 물량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단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수도권 연평균 주택 준공물량은 2016~2020년 동안 26만5000가구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에 비해 올해 준공물량은 25만6000가구, 내년 25만1000가구, 2022년 24만6000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은 올해 8만 가구에서 내년 6만8000가구, 2022년 6만4000가구로 줄어든다. 보고서는 정부가 2022년까지 수도권에 7만 가구에 달하는 전세형 주택을 추가로 공급키로 발표함에 따라 수도권 물량이 당초보다 늘어날 것으로 봤다. 내년 27만8000가구, 2022년 27만5000가구 수준으로 약 2~3만 가구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은 내년 8만3000가구, 2022년 8만 가구로 확대된다. 단 예상 물량은 정부의 전세대책이 목표한 만큼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2023~2027년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나 안정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당 기간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 물량은 연평균 27만9000가구, 서울은 연평균 8만200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 한국외식산업연구원 | “월드컵에 웃고, 최저임금 인상에 울었다” 외식업 19년史 희노애락 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로 외식업 창업이 크게 늘었고,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폐업률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11월 15일 발표한 ‘음식점은 누구든 언제든 할 수 있다?’ 보고서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행정안전부 자료를 토대로 일반음식점 105만7651곳의 영업신고 데이터를 분석했다.서용희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외식업 창업 증가에 가장 뚜렷한 영향을 끼친 사건은 2002 한·일 월드컵”이라며 “개최 전년도 상반기부터 개최 전월까지 15개월에 걸쳐 다른 어떤 시기보다 월등히 많은 수의 음식점이 개업했다”고 설명했다.이 당시 대규모 거리응원이 전국에서 열리며 외식업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는 평가다. 2001년과 2002년의 일반음식점 인·허가 개수는 각각 7만8800개와 7만3500개로 지난 19년 가운데 가장 많은 해로 기록됐다.보고서는 폐업 데이터를 사업체 수가 아닌 ‘당월 전체 업체 수 가운데 폐업 업체 수의 비중’으로 들여다봤다. 그 결과 2001∼2002년은 폐업 업체의 비중이 작았다. 특히 2001년 4월은 폐업 업체 비중이 0.30%에 불과해 지난 19년간 폐업이 가장 적게 발생한 달로 꼽혔다.폐업 증가에 영향을 끼친 중대한 사건은 2018∼2019년 2년에 걸쳐 이뤄진 최저임금 인상이었다. 서 연구원은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의 적용 직전인 전년도 12월과 첫 적용된 당해 연도 1월의 폐업 업체 비중은 다른 기간에 비해 두드러지게 컸다”고 분석했다.- 정리=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0.11.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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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가 점령한 하늘길] 국내선 이용 10명 중 6명은 LCC 선택

산업 일반

단거리 국제선 점유율도 45% 달해… 대형항공사 전유물이던 장거리 국제선도 도전 통상 시장에서 값싸고 질 좋은 ‘대체재’가 생기는 경우 소비자로선 기존 상권의 터줏대감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면 시장에 있던 기존 강자들의 위세는 자연스레 무너지고 만다. 지난 수년 간 국내외 항공 업계도 그랬다. 특히 국내에선 지금껏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유이(唯二)의 대형항공사(FSC) 위상이 굳건했지만,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이들의 대체재로 저비용항공사(LCC)가 급부상하면서다. 국내선과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국제선을 위주로 운항하는 LCC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국내 항공시장을 장악해나갔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 항공사 6곳(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가운데 지난해 영업이익 1위는 1조3700억원을 기록한 대한항공이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이지만 2위가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1012억원)이었다. 수십년 간 2위 자리에 고정으로 있던 아시아나항공은 28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치면서 5위로 밀려났다. 제주항공은 물론 다른 LCC인 진에어(629억원)와 티웨이항공(478억원)에도 수익성에서 뒤처진 셈이다. 아시나아항공으로선 자회사인 LCC 에어부산(205억원)과도 수익성에 별 차이가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CC가 촉발한 항공 업계 지각변동이 그만큼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 아시아나 영업이익,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보다 적어 물론 여기엔 지난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항공기 운영 폭이 넓은 대형항공사 특성상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는 등 외부 요인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LCC들도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마찬가지로 겪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LCC가 점령하기 시작한 하늘 길’에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모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6.4% 증가한 1조2594억원으로, 2006년 처음 취항한 이후 13년 만에 LCC 연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면서 자신감을 얻은 제주항공의 운항 노선은 2017년 45개에서 지난해 67개까지 늘어났다. 이에 부가 매출도 25%가량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보유 항공기 숫자를 8대 늘리는 등 신규 취항과 시장점유율 상승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의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13.8% 증가한 1조10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진에어 역시 인기 노선을 증편하고 대형기를 투입해 장거리 노선 취항에도 적극 나서는 등 사세 확장에 힘쓰고 있다. 국내 최초의 LCC로 꼽히는 티웨이항공도 지난해 7319억원의 매출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이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34%에 달한다. 여세를 몰아서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 밖에 다른 LCC인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또 다른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소비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이면서 치고 나갈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전체 점유율로 살펴보면 대형항공사와 LCC의 엇갈린 희비는 한층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공항공사와 항공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57.5%였다. 국내선 이용객 10명 가운데 6명은 대형항공사보다 저렴한 LCC를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LCC의 단거리 국제선 점유율은 45.0%로 전월(1월)에 이어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국내선 장악에 이어 단거리 국제선까지 확실하게 점유하면서 LCC의 전년 동기 대비 국제선 수송객 증가율은 19.6%나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만 해도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약 47.5%로 대형항공사(약 52.5%)에 못 미쳤다. 단거리 국제선 점유율도 이처럼 단기간에 지금과 같이 상승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았다.지속적인 국내선 수요 확보로 성장에 탄력을 받은 LCC들이 보유 항공기를 잇따라 늘리고 국제선을 개척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러면서 대형항공사가 독점했던 하늘 길 일부를 LCC가 나눠 갖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다가 2016년부터는 대한항공이 독점했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경우, 현재 대한항공 외에도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부산까지 다섯 곳이 취항 중이다. 양대 항공사 위주로 운항됐던 미국령 사이판과 괌, 일본 삿포로 등지도 지금은 LCC 위주 노선으로 재편됐다. 올 초 기준 대한항공은 전 세계에서 총 18곳, 아시아나항공은 13곳의 단독 노선을 가졌을 뿐이다. 운수권 부여 권한을 가진 국토부가 공정 경쟁 유도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이유로 일부 항공사 독점 노선을 과거보다 더 까다롭게 따져보고 있는 것도 LCC엔 호재로, 대형항공사에는 악재로 작용 중이다.전문가들은 LCC 전반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올해 항공기 6대를 추가 도입하고 신규 노선 개설을 이어가면서 연간 20~30%의 외형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진에어도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영업손실로 고전했던 이스타항공도 올해 신기종 도입 등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계속 고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화물 실적 부진과 정비비용 증가 등으로 올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기재 축소와 비(非)수익 노선 정리 등으로 수익성 회복과 경영 정상화를 이룬다는 계획이지만 최소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LCC 간 경쟁 격화는 불안 요소 다만 LCC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으로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유류비 변수가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무엇보다 업체 간 경쟁 격화가 불안 요소다. 더욱이 LCC 전성시대로 시장 진입을 시도한 신생 항공사들이 늘면서 국내 LCC는 기존 6곳에서 9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국토부는 지난 3월 항공운송사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11월 신규 면허를 신청한 5개 사업자 가운데 3곳에 대한 면허 발급을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강원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플라이강원’, 인천국제공항 거점의 ‘에어프레미아’, 충북 청주공항 거점의 ‘에어로케이항공’ 등 세 곳이 LCC 경쟁에 가세했다. 이들은 올해 총 6대의 항공기를 도입하고 일부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에 취항하면서 2022년까지 2000여 명을 신규 채용, 사세 확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이미 LCC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신규 LCC의 등장으로 지금껏 이상의 경쟁 격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신규 LCC들의 실질적인 취항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3곳이 당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작겠지만,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업체들 간의 저가 출혈 경쟁이 지금까지보다 치열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결국 LCC 업계 안에서도 일부는 도태되거나 계속 고전하면서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될 것”이라며 “업체별로 사업 전략을 얼마만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느냐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2019.04.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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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기업의 빛과 그림자] 기술은 일본에, 성장잠재력은 중국에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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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삼성SD·SK이노베이션 수주액, 반도체 수출 규모 육박... 中 전기차 시장 규제 해제 여부 주목 지난 3월 18일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공신부)는 제318차 신재생에너지 신차 목록을 발표했다. 발표된 신차에는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동풍르노 4종, 삼성SDI 배터리를 쓰는 진강뉴에너지 1종이 포함됐다. 이들은 중국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 자격을 얻는 ‘형식승인’을 신청했다. 공신부 결과는 5월 쯤에 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승인이 완료되면 업체들은 같은 달 중순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다.중국은 자국 배터리 기업 육성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이유로 2016년부터 국내 배터리 3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형식승인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세계 최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인 중국의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성장 신호탄을 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라며 “지난해 중국의 순수전기차 판매량은 77만대로 전년 대비 70% 가까이 늘었고 앞으로 3년 간도 연평균 40% 이상 고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 中 전기차 보조금 형식승인 결과 5월쯤 나올 듯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당장은 어렵지만 중국의 2020년 전치가 보조금 폐지를 대비해 중국 시장 공략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중국 공장 증설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화학은 지난해 말 난징에 2조원을 투자해 중국 배터리 셀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3년까지 주행거리 320㎞의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5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말부터 1단계 양산이 예정돼 있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 배터리 공장을 둔 삼성SDI도 1조원 안팎을 투자해 제2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약 40만대 분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규모로 추정된다.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중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 등지에서 배터리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실제로 최근 배터리 업체의 수주 실적이 나쁘지 않다. LG화학은 BMW·제너럴모터스(GM) 등 11개 완성차 제조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삼성SDI도 재규어·포르쉐 등 8개 완성차와 공급계약을 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신규 수주한 금액은 110조원대에 달했다. 국내 최대 수출 효자상품인 반도체의 연간 수출 규모는 141조원이다.전기차용 배터리뿐만이 아니라 아니라 전기스쿠터와 전기자전거를 비롯해 무선청소기 등에 들어가는 원통형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수요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B3에 따르면 원통형 배터리 세계 수요는 2015년 23억 개 수준에서 2019년에는 60억개 수준에 다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2025년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메모리반도체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가정용 ESS 시장은 2017년 약 7300억원에서 2024년 12조원 규모로 연평균 4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 배터리 기업 점유율 11%대로 하락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의 개방을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도 국내 업체들의 제품을 탑재한 현지 기업들이 보조금 지급 전 단계 등록을 마쳤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탈락했다”며 “혁신 승인 확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여기에 내수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중국 배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위협 요소다. 한국 업계가 중국의 보조금 견제를 받는 동안 중국 CATL과 비야디는 현지 시장의 독점을 바탕으로 각각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점유율 1위, 3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실제 CATL은 폴크스바겐·벤츠·BMW와 공급 계약을 했다. 한국 배터리 업체의 대형 고객사였던 테슬라·폴크스바겐·GM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도 배터리 시장에 진출했다. 때문에 LG화학·삼성SDI 등 한국 대표기업들의 시장 입지는 줄고 있다. 2014년 30%를 웃돌던 한국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2018년 11%대로 하락했다.배터리 산업 경쟁력도 낮은 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80%를 차지하는 한·중·일 3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10점 만점에 중국 8.36, 일본 8.04, 한국이 7.45로 한국의 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경쟁력, 시장지배력(점유율), 사업환경, 성장잠재력 4개 비교 부문 중 기술경쟁력은 일본에, 성장잠재력은 중국에 뒤처졌으며 시장점유율과 사업환경 분야는 최하위로 평가됐다. 양은연 한경연 연구원은 “정부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해 산업 생태계 조성, 전문 연구·개발(R&D) 인력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배터리 3사 주가는 - LG화학·SK이노베이션 ‘충전 중’ 삼성SDI ‘방전’ 국내 배터리 3사인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중국 전기차 시장이 개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하이투자증권은 LG화학의 목표주가를 기존 40만원에서 4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중대형 배터리 수주 잔고가 60조원이었으나 신규 프로젝트와 기존 프로젝트 수주 증량으로 큰 폭 증가했을 것”이라며 “ESS 전지도 생산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도 올 들어 8% 올랐다. 이 회사의 주가는 3월 26일 종가 기준으로 36만6500원이다.SK증권과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을 추천주로 꼽았다. 본업인 정유사업과 배터리 실적 개선이 가장 큰 이유다. SK증권은 “내년부터 배터리 가치 반영이 본격화돼 중장기적으로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 상승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3월 26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9.94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도 개선된다. 이익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3월 26일 18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올 들어 10%가량 올랐다.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8%, 9.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삼성SDI는 ESS 화재 사고로 수요가 줄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 침체로 1분기에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삼성SDI 주가는 최근 한 달 사이 대다수 기술 대형주가 반등한 것과 달리 15% 하락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론 3년 만에 이뤄지는 중국 시장 진출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KTB투자증권은 이 회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1%, 77.5% 늘지만 당기순익은 85.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32만원에서 30만원으로 내렸다. 3월 26일 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가는 20만9500원이다.

2019.03.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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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경영경제연구소 | 애플 TV플러스, 콘텐트 예산·파트너 확대가 관건 애플이 3월 25일(현지시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TV플러스’를 공개하며 콘텐트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가운데 콘텐트 제작 예산 확보와 파트너 확대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에 나왔다. KT경영경제연구소는 ‘애플 TV플러스 출시로 살펴보는 애플 사업 전략 변화의 향방’ 보고서에서 “애플이 콘텐트 제작을 위해 산정한 10억 달러 예산은 넷플릭스의 15억 달러 등 경쟁사들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며 “이는 사업 초기 써드파티 콘텐트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써드파티란 애플 앱스토어 등 특정 생태계를 바탕에 둔 콘텐트 공급 사업자를 뜻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애플이 제휴사들의 수익을 30% 삭감한다는 방침이라 애플과의 제휴를 희망하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에 오리지널 콘텐트를 제작하더라도 콘텐트 재판매 수익을 확보할 수 없으며, 되레 기존 비즈니스 모델 수익 잠식의 역효과가 날 우려도 있다고도 평가했다. 애플이 OTT 서비스 진출을 선언한 것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위축에 따른 매출 부진을 만회하자는 차원이다. 이에 애플은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의 축을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애플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아이폰에서 나오고 있으며,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은 향후 5년 간 5%(2023년 가입자 수 2억5000만 명)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케이블·위성·스트리밍·지상파 등 기존의 모든 콘텐트 플랫폼을 단일화 할 수 있는 애플 TV 생태계 구축이 애플의 궁극적 야망이지만, 예산 부족 및 파트너 확보 등의 해결 과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무역협회 | 점점 커지는 중국의 ‘란런경제’ 중국에서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상품·서비스가 중요한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가 3월 25일 내놓은 ‘최근 중국 란런경제 발전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게으른 사람’을 뜻하는 ‘란런(懶人)’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를 겨냥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가 폭넓게 늘어나고 있다. 5억6900만 명에 달하는 중국 온라인 결제 시스템 사용자를 기반으로 배달 대행, 자동청소기처럼 가사를 도와주는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수요층은 대부분 대도시와 젊은 소비자, 1인 가구, 모바일쇼핑 인구다. 중국의 대표적인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의 경우 지난해 양말 세탁기, 창문 자동청소기, 1인용 훠궈 등 란런상품 판매액은 160억 위안(약 2조7000억원)이나 됐다. 어러마 등 와이마이(음식배달 서비스), 다다 등 심부름 서비스, 58따오쟈의 가사·세차·아이돌보미 등의 자택 방문형 서비스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이 시장 규모는 5644억 위안(약 95조1500억원)에 달한다. 심준석 무역협회 상하이지부장은 “2050년 중국의 1인 가구가 1억30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란런경제가 소비패턴의 주축이 될 것”이라며 “개인정보 유출 및 방문 서비스 안정성 등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해결한다면 한국 기업도 중국 란런경제 선점 경쟁에 나설 만하다”고 말했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 북한 인프라 건설 비용 약 306조원 북한 인프라 건설에 약 306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3월 25일 ‘북한의 주요 건설 수요와 한반도개발기금 조성 방안 연구’ 건설이슈포커스에서 북한의 주요 인프라 건설사업비에 약 306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인프라 건설사업비’는 북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인프라 가운데 기존 시설 현대화, 신규 건설 등 10년 안에 투자가 필요한 비용을 뜻한다. 북한이 작성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경제 개발 중점 대상 개요(2010~2020)’와 국토연구원·한국건설산업연구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이 추정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산출했다. 시설별로는 주택이 106조8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산업단지 72조1200억원, 도로 43조원, 철도 41조4000억원, 전력·에너지 25조7000억원 등 순이었다. 2017년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36조6000억원으로 10년으로 환산하면 인프라 건설 사업비는 연간 GNI의 약 83.6%에 달해 북한이 자체 조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연구원 전망이다. 이에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중국 등 주요국이 북한 인프라 개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이 이 가운데 4분의 1을 맡게 될 경우 필요 재원은 연 7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연구원은 재원 조달 방안으로 남북협력기금을 남북협력계정과 한반도개발계정(가칭)을 구분하는 한편, 한반도개발계정에서 북한 인프라 확충에 대한 유·무상 지원을 추진하는 안을 제시했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반도개발계정에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정 비율을 전입시킬 수 있다”며 “납세자의 불만을 살 수도 있지만, 북한 인프라 개발이 한국 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91~2018년 조성된 연평균 남북협력기금은 5060억원 규모로, 3조1460억원이 남아있다. ━ 한국경제연구원 | 노동생산성 둔화로 노동시장 유연화 필요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경제성장률 기여도 역시 크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3월 25일 내놓은 ‘노동 측면의 성장률 요인 분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생산성의 성장기여율은 1990년대 85.3%에서 2000년대 106.1%로 증가했다가 2010년대(2011~2017년) 들어 76.8%로 하락했다.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이용해 근로시간·생산가능인구·고용률 등 측면으로 성장 기여율을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투입된 노동량에 대한 생산량의 비율인 노동생산성은 1990년대 6.0%대에서 2000년대 4.7%로 떨어진 후 2010년대 2.3% 등으로 둔화했다. 근로시간과 생산가능인구의 기여율 역시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고용률의 성장기여율은 1990년대 4.9%에서 2000년대 13.9%, 2010년대 37.3%로 크게 늘었다. 근로시간과 생산가능인구 등 양적 요소의 감소는 막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100(2016년 기준)으로 미국(151.5)·일본(154.6)·독일(129.0)·프랑스(140.1)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도 평가했다. 연구원은 “2010년대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성장률의 1.2배를 넘어 노동생산성 향상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핀란드의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노동 측면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의 사업재편 지원, 서비스산업 발전 대책 추진 등을 노동생산성 증대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국은행 | 10명 중 6명 모바일 뱅킹 이용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이 3월 26일 발간한 ‘2018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안에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63.5%로 나타났다. 전년(48.3%)에 비해 15.2%포인트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2017년 33.5%에서 지난해 51.8%로 18.3%포인트 늘어 가장 많이 늘었다. 30대(89.3%)는 17.5%포인트, 40대(76.9%)는 15.7%포인트, 20대(79.6%)는 5.6%포인트 증가했다. 대부분 연령대가 50% 이상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다만 60대 이상은 13.1%로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저조했다. 서비스별로는 잔액조회·계좌이체·현금인출 등 모바일뱅킹이 57.9%였고, 스마트폰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요금을 지급한 모바일지급 서비스는 44.9%였다. 각각 11.9%포인트, 18.8%포인트 증가했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사용자들은 할인 서비스 등을 통해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해, 높은 편의성에 매력을 느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은행과 카카오뱅크·K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모바일뱅킹 이용 경험은 각각 56.6%, 13.5%였으며,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한 후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느냐는 물음에 56.0%가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답했다. 모바일 지급서비스 중에서는 간편결제 이용 경험 비율이 29.6%로 가장 높았고 휴대폰 소액결제가 28.3%, 간편송금 23.5%, 앱카드 15.3% 등 순이었다.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중동 중소기업과 협력 강화해야 국내 중소기업을 활성화하려면 중동 지역 중소기업과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동 주요국의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한·중동 협력 확대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2014년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중동 국가들이 중소기업 육성 전략을 택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중동 국가들은 석유·가스 부문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경제다각화·민간 부문 육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어 중소기업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동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튀니지 등 주요 중동 국가가 운영하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또 정부가 한국 기업의 중동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지원시스템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동 진출 초기 비용은 물론 빠른 속도로 투자대상국 중소기업과의 합작투자 및 인수·합병(M&A)이 이뤄지도록 투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공유시스템의 체계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시장·투자 정보의 발굴, 분석 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한 지역연구 확대 및 정보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한국과 중동 간에 경제환경과 문화를 이해하고, 중소기업의 애로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 간 협력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 국가들은 경제다각화와 민간 부문 협력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 육성을 중요 정책 목표로 꼽고 있다”며 “한국과 중동 중소기업 간 협력은 국가 간 지속적인 동반성장의 토대로 경제협력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03.3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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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누리는 국내 석유화학] 저유가에 중국발 수요 증가 겹경사

국제 이슈

올 상반기 28조원어치 사상 최대 수출 … 일부 비관론에도 공격적 투자로 대응 경기 불황에도 유난히 잘나가는 산업이 있다. 비록 지난해 반도체 업종의 기록적인 호황에 묻혀 덜 알려졌지만, 석유화학이 그렇다. 석유화학 부문 국내 1위 기업인 LG화학은 지난해 전년(1조9919억원)보다 무려 1조원가량이나 증가한 2조92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사상 최대치를 2년 연속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만 보면 LG그룹 내 대표 계열사인 LG전자(지난해 2조4685억원)를 능가하는 수치다. 업계 2위 롯데 케미칼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2조929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3위 한화케미칼 또한 지난해 순이익만 8345억원으로 전년(7709억원)에 비해서도 증가했다. 이 회사는 2015년 순이익이 1804억원에 불과했다.올 들어서도 기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까지 1조363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유통업이 주력 분야인 롯데그룹을 이끄는 ‘숨은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같은 기간 LG화학도 1조3541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보다 페이스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탄탄하다. 이들 ‘빅3’나 일부 대기업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견·중소기업을 포함한 동종 업계 다른 사업자들도 나란히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가 경제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8월 23일 발표한, 올 상반기 누계 수출 동향 자료를 보면 이 기간 한국 석유화학은 249억6000만 달러(약 28조원)어치 수출에 성공하면서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4.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 전체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9.9%. 이 가운데 석유화학은 14.5% 비율을 차지했다. ━ 주요 기업들 사상 최대 실적 대잔치 이러다 보니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선 지역경제도 덩달아 활성화했다. 전남 여수가 대표적으로, 최근 대기업 3곳이 도합 5조원가량을 투자해 이곳 단지에 석유화학 공장을 각각 신설하기로 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세계석유화학포럼(WPC)에선 “최소 2020년까지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이 안정적인 원재료 가격 유지와 수요 증가, 제한적인 신·증설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으로 호황의 ‘수퍼 사이클’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기본적으로 한국 석유화학의 최근 호황은 국제 유가가 하락해서 수년 간 낮은 가격대를 형성했기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국내 기업들은 경쟁 상대인 에탄분해설비(ECC) 기반의 해외 기업들과 달리 주로 나프타분해설비(NCC) 기반이다. 원유를 통해 생산되는 나프타를 원재료로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같은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이 때문에 유가가 오르면 나프타 가격도 오르면서 제품 원가가 상승한다. 이와 달리 유가가 떨어지면 나프타 가격도 떨어져 제품 원가가 하락하므로 수익성이 커진다.여기에 글로벌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수익성이 한층 커졌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의 경우 세계적인 경기 호전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화학제품 수요가 확대됐으며, 중국도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 정부가 환경 보호를 위한 규제 차원에서 단행한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 조치로 신규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면 PE나 PP 같은 화학 소재를 얻을 수 있어, 폐플라스틱 수입 금지는 PE·PP 수요 증가로 직결된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PE 수요가 연평균 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아울러 중국은 메탄올분해설비(MTO)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전반적으로 자체 PE·PP 공급량이 줄어든 상태라 한국으로선 수출에 또 하나의 호재다. 고부가가치의 범용 제품인 PE·PP는 현재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표적인 먹거리다. 기업들은 여세를 몰아 공격적으로 국내외에서 신·증설에 투자 중이다. LG화학이 2조8000억원을 들여 여수에 NCC 등을 증설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국내외 설비 다각화에 힘쓰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미국에서 ECC를 신설 중이다. 한화그룹 내의 또 다른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인 한화토탈은 9000억원을 들여 충남 대산에서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재투자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이런 가운데 정유 업계까지 가세했다. 애초 정유사들은 본업 외에도 유가 급변이라는 리스크 관리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석유화학에 투자하고 있었지만, 업황이 좋아 차제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분위기다. 에쓰오일은 2023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연간 150만t 규모의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석유화학 공장을 울산 온산에 설립할 계획이라고 8월 22일 발표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그룹 산하의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5월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롯데케미칼과 공동으로 2조7000억원 규모 석유화학 신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편 창립 이후 지금껏 석유화학 사업에 투자하지 않던 GS칼텍스까지 뛰어들었다. 올 초 2조6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8월 9일 여수에서 설비 신설을 위한 투자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그 사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특히 올 들어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화학제품의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 데다, 일각에선 호황 장기화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비관론이 나온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투자에 여념이 없다. 시장에서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통상 석유화학 산업은 ‘공급 과잉시 수요 둔화→기업들의 설비 감축→공급 줄면서 수요 증가→기업들의 신·증설→공급 과잉’이라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거치게 되는데, 이를 아는 기업들이 계속 신·증설 중인 이유는 업황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 증가세엔 이상이 없는 상황이므로 유가가 치명적인 ‘급등’ 수준으로 오르는 불상사만 아니라면 당분간 업황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당분간 업황 호조 이어질 듯 한국 석유화학의 선전은 저유가 등의 호재를 만나 가능했던 측면이 있지만, 수십 년 간 쌓은 산업적 ‘기초체력’이 그만큼 탄탄히 뒷받침됐기에 더 가능할 수 있었다. 내수시장이 작으며 원유를 100% 수입해서 쓰는 한국은 애초에 미국·중동 등 산유국들이나 거대 내수시장을 갖춘 중국에 비해 환경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설비 운영시 에너지 효율화 노하우를 갖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며 에너지 관리 기술 수준도 강조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격언처럼 준비된 기회를 맞은 한국 석유화학이 과감한 재투자로 초장기 호황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2018.09.0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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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건설·조선·통신서비스업에 관심을

재테크

신흥국 위기설은 심리적 악영향에 그칠 듯… 시장 에너지 약해 종목별 순환매 예상 터키 리라화 가치 급락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시장에서는 터키의 취약한 경제 구조를 리라화 가치 급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로 필요한 자금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미국과 마찰이 발생해 리라화 가치가 급변했다는 것이다.환율 변동은 터키에 국한되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앞으로 상당수 신흥국이 통화 절하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둘이다. 먼저 금리 인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국제 유동성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자금 움직임은 1년 전과 방향이 다르다. 지난해에는 유동성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했었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신흥국도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지만 경기 둔화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신흥국의 부채 규모도 문제다. 2000년 이후 7년 동안 세계 부채 증가액 중 선진국이 차지한 비중이 78% 정도였다. 신흥국은 22%쯤이었다. 경제 규모가 커 자금 수요가 많은 데다 신용이 좋아 돈을 빌리기 쉬웠던 게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채가 늘어난 이유였다.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변했다. 이번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부채가 늘었는데 2008년 이후 7년 동안 세계 부채 증가액 중 선진국과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3%대 47%로 거의 비슷했다. 신흥국 중에서 중국의 부채 증가가 특히 커 연평균 증가율이 20%를 넘었다. 다른 신흥국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 신흥국 부채 증가의 주범은 기업 선진국과 신흥국은 돈을 빌린 주체도 달랐다. 선진국은 재정을 동원해 위기 극복에 나섰기 때문에 정부 부문의 부채 증가율이 높았던 반면 신흥국은 기업이 중심이었다. 이들이 빌린 돈의 규모가 2008년 6조 달러에서 2014년 말 9조4600억 달러가 됐다. 신흥국은 이렇게 조성한 돈을 가지고 자원 개발에 나섰다. 다른 산업의 기반이 취약해 자원 개발 말고는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간 것도 자원 개발에 나서게 만든 동력이었다. 그 결과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1999년 38%에서 2014년에 90%로 높아졌다. 선진국의 경우 같은 기간 77%에서 87%로 10%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문제는 투자가 끝난 후 발생했다. 해외에서 돈을 빌려 자원 개발에 나섰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5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져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고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신흥국의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터키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앞으로 상당 기간 다른 신흥국에서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이런 상태에서 경기가 나빠졌다. 불안이 내부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만 해도 신흥국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위기가 선진국에서 발생해 동일한 부양책을 쓰더라도 신흥국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가 줄더니 지금은 2%포인트 밑으로 떨어졌다. 고도성장을 이끄는 주체로서 신흥국의 역할이 약해진 것이다.신흥국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건 2000년대 10년이 유일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브라질·러시아 등이 높은 성장을 누린 때다. 이 시기를 말고는 둘 사이에 성장률 격차가 3%포인트를 넘은 적이 없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최근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격차 축소는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당분간 신흥국의 두드러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대 초반에서 6%대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 급증했던 원자재 개발 투자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판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세계 경제가 주춤해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점도 신흥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다행히 우리는 신흥국 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 본 신흥국 위기의 원인 모두가 우리와 관계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우리 시장에서 자금 이탈은 거의 없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일부 매도를 하긴 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았다. 자금 이동보다 주가 하락에 대비해 투자 규모를 조정한 정도였다. 채권 쪽으로는 반대로 자금이 들어왔다. 기업 부채 증가도 우리와 상관없는 얘기다. 금융위기 직후 원자재 개발을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린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낮은 금리와 기업의 유보 규모를 감안할 때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 신흥국에서 위기 가능성이 커지면 우리 시장도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그 기간은 길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적 영향보다 심리적 영향 정도로 보는 게 맞다.신흥국 위기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해서 주가가 오르는 건 아니다. 시장 에너지가 약해 당분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박스권을 유지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종합주가지수 2250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종목별로는 순환매가 예상된다. 주가 하락이 상당 기간 진행돼 투자자들의 기대가 낮아졌다. 에너지 보강이 힘들어지면서 여러 종목을 움직일 정도로 힘이 모이지 않고 있다. 순환매를 만드는 요인들이다. 2004년과 2006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04년에는 종합주가지수 700대에서, 2006년에는 1300대에서 순환매가 시작됐는데 주가 상승으로 많은 종목의 가격이 높아져 투자 종목을 찾기 힘들었던 게 원인이었다. 당시 시장은 13~14 영업일에 한 번씩 주도 종목이 바뀔 정도로 변동이 심했다. 지금은 상황이 그 때보다 더 좋지 않다. 종합주가지수가 상승추세에서 벗어나 있어 시장을 끌고 갈 종목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 발표 이전에 주가가 올랐던 디스플레이·자동차·화학 업종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익 전망이 따라서 나빠졌다. 건설·조선·통신서비스는 반대로 이익 전망이 올라갔다. ━ 박스권 유지도 다행인 상황 평가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종목도 있다. 2분기에 IT와 바이오의 실적 충족 비율이 다른 업종보다 낮았다. IT가 특히 심한데 기대를 충족시킨 비율이 50%도 되지 않았다. 제약과 바이오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을 제외한 대부분이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실제 이익이 좋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주가 상승으로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았던 것도 예상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시장의 기대는 실적 발표가 끝난 후 사후적으로 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줄어드는 동안 두 업종은 순환매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2018.08.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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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몰락이 주는 교훈] 본업 탄탄할 때 다각화에 힘써야

산업 일반

높은 석유 수출 의존도, 저유가에 치명상 … ‘반도체 착시’ 한국도 산업구조 개편 시급 1만3779%. 베네수엘라가 기록한 최근 1년간 물가상승률이다. 단연 세계 최고치였다.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의회가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의회 산하 재정경제개발위원회의 라파엘 구즈만 위원장은 “새로운 재정·환율 정책을 통해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는 게 시급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앞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필두로 한 베네수엘라 정부는 물가 통제가 어려워지자 지난해부터 공식적인 물가상승률 발표마저 중단한 상태였다. 이미 국가적으로 채무 불이행 상태일 뿐 아니라, 세계 상위의 원유 보유국임에도 국민들은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 속에 살고 있다.불과 7~10년 전쯤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의 희망’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제시한 나라’ 같은 호평 속에 세계가 주목할 만한 경제개혁 성적표를 자랑하고 있었다. 2013년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때의 일이다. 당시 차베스는 사회적 소외 계층의 전면 무상복지, 석유회사의 국유화를 통한 경제 개발, 중남미 경제의 통합 추진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베네수엘라를 이끌었다. ‘21세기 사회주의’라는 이름이 붙은 그의 정책은 효과를 보는 듯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3년 62.1%였던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은 2007년 33.6%, 2011년 31.9%로 뚝 떨어졌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2003년 3482달러에서 2011년 1만2000달러로 급증했다. 50%를 넘던 실업률이 32%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개혁이 되진 못했다. ━ 포퓰리즘보다 치명적이었던 차베스의 실책 이쯤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가 ‘포퓰리즘의 실패’다. 차베스가 눈앞의 인기에 급급한 나머지 미래를 못 보고 무상복지 같은 선심성 정책 남발로 재정 건전성을 크게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또 무상복지가 베네수엘라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면서 차베스 집권 후기 연평균 수십%의 높은 물가상승률과 높은 범죄율, 부정부패 확산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베네수엘라 몰락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고, 가장 핵심적인 원인도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보다 중요한 원인 하나를 지적한다. 바로 ‘산업 다각화의 실패’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차베스가 (집권) 초기에 거둔 성공은 석유 자원에서 들어오는 수입으로 뒷받침됐는데 석유로 인한 수입의 급격한 감소가 그런 성공을 결국엔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석유산업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가 화를 키웠다는 얘기다. 베네수엘라는 2013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석유 부문이 차지하고, 전체 외화 수입의 95%가 석유 수출과 관련해서 발생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이후 수년 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장기 저유가 추세로 직격탄을 맞은 데 있었다.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원유 공급이 극적으로 증가했고, 산유국들도 이에 대응해 증산하는 등 과잉 공급 상태가 심화되면서 유가는 추락을 거듭했다.그 사이 베네수엘라의 무역수지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2015년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입액은 전년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급감했다. 외환보유액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급한 불을 끄고자 차입 규모를 늘려갔지만 역부족이었다. 화폐 가치는 추락을 거듭해 오늘날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까지 이어졌다. 아무리 돈이 많이 드는 선심성 정책을 남발했어도 2000년대 중반 고유가로 잘나갔던 때의 분위기가 유지됐더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2013년 기준 2976억 배럴로 세계 1위다. 세계 매장량의 17.8%에 달한다. 결국 중장기 관점에서 변변한 제조업 기반 하나조차 마련하지 못했던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이 무렵 다른 중동 산유국들의 사례를 보면 베네수엘라의 실패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사우디아라비아, 탈석유 산업 다각화로 정보기술(IT) 프로젝트 발주 확대.’ 2011년 코트라가 낸 보고서 제목이다. 사우디가 GDP의 50%, 전체 수출의 9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산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어 한국이 새로운 수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다. 이에 따르면 사우디는 ▶사회 인프라 확충 ▶제조업(석유화학·철강·금속가공 등) 육성 ▶금융·의료·관광업 육성 ▶IT 산업 육성 ▶인적자원 개발과 같은 5대 전략 부문을 선정하고 각 부문 맞춤형 정책들을 추진해나간다. 특히 원유 생산에서 정제와 석유화학 제품 생산으로 투자를 확대해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노리기도 했다. 신성장 분야인 IT에도 눈을 돌렸다.사우디는 2016년에도 탈석유 개혁을 위한 ‘비전 2030’을 발표,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국부 펀드를 조성한 후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데 투입하기로 했다.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를 주도 중인 가운데 이르면 올해 말까지 아람코 지분 5%를 매각할 계획이다. 사우디나 베네수엘라보다 GDP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저유가 직격탄에서 자유롭지 못한 카타르·쿠웨이트·바레인 등의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일찌감치 산업 다각화 노력을 기울여왔다. 카타르는 2008년부터 비에너지 산업 육성에 나섰고 지난해부터는 의약품 시장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쿠웨이트는 2014년부터 5년 간의 중장기 개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비철금속·식품 등의 제조업 육성에 나섰다. 바레인은 금융업에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00년 GDP의 44%를 차지하던 에너지산업 비중이 2012년엔 19%까지 작아졌다.비록 이들 산유국 역시 저유가로 타격을 받고 최근 경제성장률이 둔화됐지만, 베네수엘라처럼 두 해 연속 마이너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2016~2017년)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진 않은 배경이다. 물론 베네수엘라가 산업 다각화에 마냥 신경을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중동 산유국들처럼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호주 출신의 라이언 말렛 아우트림 독립저널리스트는 미국 매체 카운터펀치 기고에서 “차베스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산업을 다각화하려 노력해 농업이나 제조업이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점점 부각됐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 때문인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베네수엘라의 식료품 수입은 2008년에서 2014년 사이 3배로 급증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높은 석유 의존도였지만 차베스를 포함한 어떤 정권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중동 산유국들, 산업 다각화 적극 나서 베네수엘라의 이런 몰락은 멀리 한국 경제에도 일정 부분 시사점을 준다. ‘반도체 착시’, 최근 1년 간 국내 경제계에 수없이 회자됐던 말이다. 글로벌 반도체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으면서 한국 경제에 보탬이 됐지만 이면에선 다른 산업이 부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5월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어 이른바 반도체 착시가 있는 점, 제조업 가동률이 굉장히 오랫동안 낮아진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앞세운 2개 기업의 영업이익을 더했더니 20조95억원으로 코스피시장 상장기업 전체 영업이익의 46.7%나 될 만큼 반도체 의존도가 높았다. 전년 동기(31.8%) 대비 비중이 한층 커진 것이다.미국의 금리 인상,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같은 대외적 우려 요인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산업 다각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각계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조선업과 건설업의 쇠락, 지금은 호황이어도 경기 민감성이 커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 대내 불안 요소도 많은 상황”이라며 “물론 석유 외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던 베네수엘라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보다 미래 지향적인 산업 구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때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2018.06.0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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