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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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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 KT&G 주총에 쏠린 눈…‘행동주의 펀드’를 둘러싼 세 가지 의문 [이코노Y]

유통

오는 28일 KT&G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이하 FCP)와 안다자산운용이 제시한 안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안건은 크게 두 가지. 현금배당 건과 사외이사 추천 내용이다. 하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 의사를 잇따라 표하고 있다. 앞서 기존의 다른 펀드와 달리 ‘착한 행동주의’를 표방한다고 주장하는 FCP, 안다자산운용 안건에 왜 반대표가 쏠리는 걸까. 의문 1. 주당 1만원 배당, 자사주 매입 요구 적절한가 먼저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꼽을 수 있다. KT&G는 28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2022회계년도 배당액을 주당 5000원으로 안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2021년 보다 200원 증액한 수치다. 반면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번 KT&G의 배당정책을 반대하고 안다자산운용은 주당 7867원을, FCP측은 주당 1만원을 제안했다. 이중 FCP측은 현금배당과 함께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가로 요구했다. 만약 FCP 제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KT&G는 주주환원을 위해 대규모 차입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FCP가 제안한 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자금을 합치면 총 2조4000억원인데, KT&G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676억원으로 2조4000억원에 비해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도한 행동주의 펀드 제안에 의결권 자문사는 KT&G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21일 대신경제연구소는 KT&G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 주당 5000원에 찬성함을 밝혔다. 대신경제연구소 측은 “주주환원 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현금소요에 대한 우려, 주주제안 관련 분석 내용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주당 5000원) 안건은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자기주식 취득건에 대해서는 ‘주주환원 지속성 침해 우려’와 ‘자기주식 취득으로 인한 기업의 자율적 자금활용 침해 우려’로 반대를 권고했다. 의문 2. 황우진·차석용, 사외이사 추천 적합한가사외이사 추천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FCP의 첫 번째 추천 사외이사인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는 과거 ADT캡스 사외이사로, 소수주주인 FCP 이익만을 대변할 수 있다는 우려다. FCP는 ADT캡스 매각 당시 칼라일 한국 대표였던 이상현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사다. 또 다른 후보인 차석용 씨 또한 M&A전문가일 뿐, KT&G에서 영위하는 주요 사업인 홍삼과 같은 건기식 분야 전문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석용 사외이사가 통과되면 M&A를 통한 기업 몸집 불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무리한 M&A는 회사의 장기 성장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ESG기준원 역시 차석용 후보와 관련해 반대 의견을 권고했다. 의문 3. 1% 지분, 전체 주주 대변할 수 있나 이들이 가진 소수주주권이 전체 주주를 과연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FCP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보통 기업 유통 주식의 1%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주주제안을 통해 경영간섭에 나선다.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 대상이 된 국내기업 47곳, 올 3월 행동주의 펀드가 주총서 주주제안한 기업은 14곳 이상이다. 물론 이들의 활동이 주는 순기능도 있다. 중소기업이나 오너기업의 경우 오너일가의 전횡을 막거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다만 KT&G와 같이 오너나 특정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가 투명한 회사에서는 다른 의도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차익 실현 후 엑시트를 목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2의 ‘칼 아이칸’ 재현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칼 아이칸은 2006년 KT&G 지분 인수로 경영권을 위협하며 인삼공사 분할과 사외이사 추천 등을 제안했다. 주주제안으로 이사회에 입성했지만 사외이사 임기 1년을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당시 챙긴 시세차익은 15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 역시 행동주의 펀드 행보가 단기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닌지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행동주의 펀드는 주로 자사주 매입, 배당 등 주식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만 극대화하려고 한다”며 “기업 경쟁력 강화 등 장기적 성장에는 도움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가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한편 앞서 행동주의 펀드 측이 주장한 KGC인삼공사 인적분할 안건은 오는 28일 주주총회에 상정하지 않는다. 대전지방법원이 인삼공사 분할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안다자산운용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따른 것이다.

2023.03.23 07:00

3분 소요
“글로벌 100대 기업 중 40곳 오너기업…경영성과도 높아”  [체크리포트]

Check Report

세계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오너기업이 비(非)오너기업보다 경영성과가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오너기업 대 비오너기업 현황 및 경영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18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가총액 100대 기업(금융사 제외) 중 오너기업은 40개, 비오너기업은 60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단일 지배 가족이 해당 기업 소유권 또는 의결권을 50%(상장사는 32%) 이상 갖는 경우 ▶창업자 또는 가족이 지분을 보유해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창업자의 후손이 지분을 보유해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면 오너기업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약 33조8000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이 중 40개 오너 기업의 시가총액이 18조5000억 달러로 55%의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중 오너기업은 8개(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사우디아람코,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텐센트, 엔비디아)였다. 2015년 대비 지난해 경영성과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오너기업의 총매출은 63.2%, 고용은 22.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비오너기업의 총매출은 7.1% 늘고, 고용은 0.3% 감소했다. 오너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99.7%, 설비 투자는 93.1% 증가했다. 비오너기업의 경우, R&D 투자는 28.7% 증가에 그쳤고 설비 투자는 3.8% 감소했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2021.10.23 15:00

1분 소요
[관심 커지는 차등배당] SPC삼립·금호석화 등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 배당 더 줘

증권 일반

주주 이탈 막고 유동성 확보 가능 … 지난해 차등배당 기업 수는 줄어 SPC삼립은 오는 4월 7일 53억64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총 배당금은 지난해 순이익(498억원)의 9% 수준이다. 이 회사의 배당금은 주주별로 조금 다르다. 소액주주는 1주당(보통주 기준) 956원, 대주주는 540원이다. 소액주주 배당금이 대주주보다 더 많다. SPC삼립 관계자는 “소액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소액주주에 더 많은 배당을 하는 차등배당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차등(差等)배당은 소유 주식 수에 따라 배당률에 차별을 두는 주식 배당 제도다. 대주주가 소액주주에 비해 낮은 배당률을 받는 배당정책이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현금배당을 발표한 1003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21개 상장사가 차등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SPC삼립과 아주캐피탈, 동원개발, 정상제이엘에스, 신흥, 평화정공 등 13곳은 2015년에 이어 차등배당을 한다. 의료장비 서비스업체인 신흥의 소액주주 배당금은 주당 100원으로 대주주보다 두 배 많다. 아주캐피탈은 소액주주(주당 350원)에게 대주주(주당 250원)보다 100원이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한다.금호석유화학과 자이글, 와이비엠넷 등은 처음으로 차등배당을 실시한다. 금호석유화학의 소액주주 배당금은 800원으로 대주주(주당 750원)보다 50원이 많다. 자이글과 와이비엠넷은 대주주에겐 배당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이진희 자이글 대표는 “지난해가 상장 첫해인 만큼 주주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대주주 배당분까지 일반 주주에게 모두 환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차등배당 기업 중 코스닥 기업이 70% 차등배당은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0% 이상으로 높은 중소·중견기업이 주로 한다. 지난해 차등배당을 결정한 기업의 70%인 14곳이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다. 이들이 차등배당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기업 실적 하락에 따른 주주 챙기기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체로 기업 실적이 하락하거나 내부에 문제가 있을 때 차등배당을 한다”며 “소액주주 보호 명분 아래 배당을 더 지급해 주주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에 주당 200원을 배당하는 금형 제작업체인 장원테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50% 감소한 1012억원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실적도 하락세다. 지난해 금호석유화학 영업이익은 1571억원으로 전년(1640억원)보다 4.3% 줄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한 어려움을 통감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차등배당을 결정했다”고 말했다.또 하나의 이유는 유동성 마련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주주 지분이 많은 중소형 상장사는 사업 초기에 주가 부양 등을 위해 차등배당을 활용한다”며 “여기에는 장기 투자자 확보라는 회사 차원의 전략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상장사 중에 차등배당 기업을 찾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27곳이었던 차등배당 기업은 21개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차등배당 기업이 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3년 정부의 배당 확대정책으로 기업들의 배당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코스닥 배당 기업의 보통주 시가배당률(주가에서 주당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64%다. 전년(1.74%)보다 떨어졌다. 지분율이 낮은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미미하다. ━ 배당 성향도 따져봐야 부산지역의 중견 건설사인 동원개발은 지난 1975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5344억원, 영업이익은 1311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부터 차등 배당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배당이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 2014년 소액주주에 대한 배당은 주당 600원이었지만 2015년에는 100원으로 낮췄다. 지난 3월 17일에는 120원의 배당을 하겠다고 공시했다. 배당성향은 약 8%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의 지난 3년 평균 배당성향(순이익 중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은 약 14%다. 이렇다 보니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회사의 한 주주는 배당을 더 늘려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배당은 기업에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오너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차등배당을 건의하기도 쉽지 않고, 오너기업이라고 해도 순전히 자비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진 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은 외국인 주주 압력 등 제약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도 차등배당에 동참한다면 주주환원 정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액주주 몫이 많은 것이 능사는 아니다.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과 배당수익 모두 챙길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아무리 배당을 받아도 손해가 더 클 수 있다. SPC삼립의 주가는 최근 1년간 15% 떨어졌다. 함께 봐야 할 것은 배당 성향이다. A사의 당기순이익이 100억원인데 20억원을 배당했다면 배당 성향은 20%다. 이듬해 A사가 벌어들인 돈을 가지고 배당 성향을 감안해 배당액을 유추할 수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주가 관련돼 있는 배당정책은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한번 배당 성향이 정해지면 이를 유지하거나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며 “무조건 배당 수익률이 높은 회사가 아니라 이익이 꾸준히 좋고 최근 3~5년간 배당이 일관성 있는 회사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2017.03.26 15:20

4분 소요
한국 스마트카드 창업자 조정일 대표

카드

“대 표이사 연대보증 풀어줘야 한국 벤처 살아난다” “돈 보다 일이 재미있다… 재산은 그저 종이나 숫자다” 코나아이 조정일 대표는 한국 스마트카드의 선구자다.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해 기술력만으로 중견기업을 일군 창업자의 표상이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람에겐 ‘전설’로 불린다. 그런데 전설이면서도 늘 새로운 일을 만들고 제2의 창업을 준비한다. 3월 14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있는 코나아이 사무실에서 조 대표를 만나 그의 창업 철학을 들었다.세계 처음으로 전자화폐 기반 교통카드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원래 처음부터 전자화폐 사업을 하려고 했다. 1997년 7월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냈는데 9월에서야 사표가 수리됐다. 전자화폐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 해 12월에 외환위기를 맞았다. 은행이 전자화폐 고객인데 은행부터 망할 지경이어서 사업을 틀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교통카드 시스템 개발이었다. 그래서 세계 첫 전자화폐 기반 교통카드를 개발하게 됐다.당시 교통카드 개발사가 많았는데 어떻게 선두업체가 됐나.교통카드 제작만 봐선 특별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버스의 시스템을 살폈다. 당시 버스 사업자는 버스 1대당 단말 시스템에 많은 돈이 들었다. 요즘이냐 GPS나 내비게이션 등이 보편화돼 있지만 18년 전엔 운행기록을 모두 잡아내 배차 간격을 조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버스사업자가 버스마다 타코메타나 안내방송, 계기카운터를 일일이 달아야 했다. 교통카드 단말기로 각종 부가적인 시스템을 하나로 해결해주면서 버스 사업자를 끌어 모을 수 있었다. 부산에서 시작한 교통카드 ‘하나로’에 그런 의미가 담겨있다.태국 전자주민증 발급 사업을 수주했다. 국가 기간 산업에 한국의 작은 중소기업이 어떻게 입찰할 수 있었나.전자주민증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20%가 넘어 당시 세계 유수의 6개 컨소시엄이 입찰했다. 우리는 태국 로컬 기업과 합작해 단독 컨소시엄으로 들어갔다. 운이 좋았다. 입찰 직전에 탁신 태국 총리가 부정부패로 물러난 터라 태국 군부가 국가 사업 입찰을 공정하게 추진해야 한단 여론의 압력을 받았다. 그래서 중소기업도 기술력만 있으면 입찰할 수 있었다. 그 경험으로 이란이나 남아공에 건강보험증이나 운전면허증 사업도 딸 수 있었다.교통카드·전자화폐로 승승장구했는데 2003년부터 생소한 스마트카드 OS로 사업을 전환한 이유는.기술을 개발해도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한계에 봉착한다. 교통카드나 전자화폐는 인프라사업이라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쉽지 않았다. 인프라 투자를 많이 해야 하고 금융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여력이 부족해서 사업을 전환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투자했는데 한국시장이 작아서 성장이 한계에 닿았다. 2004년엔 적자가 크게 나서 투자가 어려웠다. 결국 마이비나 교통카드 시스템 사업을 매각해 300억원을 만들었다. 그걸 스마트카드 OS 비즈니스에 투자했다. 2006년에야 매출이 일어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코나머니는 또 한번의 업종전환인데, 창업자로서 어떻게 확신을 밀고 갈 수 있나.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것에 만족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좋은 걸 만들고 고객이 인지하고 알아줄 때까지 기다리고 견뎌야 한다. 그걸 못 견디면 변화를 안 하게 된다. 사업하는 사람은 확신이 생기면 일단 지르고 봐야 한다. 창업을 한 오너기업가의 특징인데, 그래야 과감한 업종전환이 가능하다. ━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 창업자로서 최고의 덕목은 무엇인가.도전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의 기회가 온다. 도전을 안 하면서 기회를 바랄 순 없다. 그러나 도전하면 고통스러운 과정이 뒤따른다. 그걸 견디면 성공한다.견디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해외에 나가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누군가와 경쟁할 때는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다만 직원들이 좌절시킬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키거나 사소한 실수인데도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할 땐 정말 힘들다. 책임 있게 행동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끊임없이 끌어올려주고, 실망하고 다시 시도해야 한다.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아이템을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기술이든 아이디어든 명확한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그걸 구현하려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또 그만한 투자가 돼야 한다. 아이디어-돈-사람이 잘 맞아야 하는데 제도적으로 쉽지 않다.어떤 제도가 가장 큰 문제인가.대표이사 연대보증이다. 벤처기업이 창업을 하려면 금융거래를 할 때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서야 한다. 법인과 개인이 분리돼 있는데 법인의 책임을 왜 개인이 져야 하나.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했다가 망했는데 책임은 개인이 뒤집어 써야 한다. 그럼 누가 위험감수를 하면서까지 도전을 하겠나. 그러니 불안한 기업인이 뒤로 돈을 빼돌리려 하고 경영이 불투명해지는 거다. 배임·횡령을 강하게 처벌하려면 법인과 개인의 책임부터 명확히 구분해 줘야 한다. 한 미국 기업인이 ‘한국은 왜 법인이 망하는 걸 대표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되묻더라. 대표이사 연대보증은 금융기관의 심리적 안정 수단일 뿐이다. 금융기관이 법인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면 연대보증은 필요 없다.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투자를 못 받는 창업가가 많다.투자분위기가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2002년도 이후에 창업한 기업 중에 코스닥 상장 순위 100위에 드는 기업이 없다. 그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버블이 있었다. 버블은 긍정적인 면에서 아이디어-기술-돈을 엮어준다. ‘묻지마투자’로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사람을 모았다. 그래서 네이버같은 벤처기업이 나온 거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경직된 투자환경에선 크게 성공하는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아무도 가지 않는 사업을 시작하려면 어떤 각오를 가져야 하나.5년 버티면 10년 가고, 10년 버티면 20년 간다. 20년을 버티면 40년 간다고 생각하라. 창업자는 망해야 본전이다. 원래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으니 잃어도 그냥 처음으로 돌아오는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도전할 수 있다. 재벌 2, 3세와 창업자가 다른 점이 그런 도전 정신이다.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성공한 사람은 적다아이템을 잘 잡아내는 것도 내공이 필요하다. 본인에게 (아이템이) 안보이면 (사업을) 못한다. 자기가 고민하고 분석하고 사회를 보고, 패러다임 변화를 내다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앞으로 뭘 할 건가 전망해 보면 사업 아이템이 나온다. 기업은 연속성이다. 지금 하려는 사업 아이템을 10년 후에도 내가 할 거라고 생각하면 (사업을) 시작하라. 10년 뒤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으면 창업 하지 마라. 기업은 오늘 잘되고 내일 망하면 기업이 아니다. 연속적으로 쭉 돼야 한다. 그런 사업테마를 골라야 한다.재산을 모으는 것이 창업가의 목표 아닌가.돈보다 일이 재미있다. 사업을 1800만원으로 시작했다. 지금 재산이 1000억원 정도되는데, 이걸 내 재산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냥 종이(지폐)고 숫자다. 돈을 벌었다고 생활이 달라진 게 없다. 그저 매일 직원들과 일하면서 실랑이하고 김밥 먹으면서 일하는 게 일상이다. 재산은 내 돈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돈을 벌어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옛날 4000만원짜리 인천에 있는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정도다. 창업했다고 해서 소유의 개념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글 박상주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2016.03.26 11:18

5분 소요
3형제가 역할 분담 빠른 의사 결정으로 성공

산업 일반

전자업체 카시오는 형제가 오너인 독특한 기업이다. 형제들은 일찍이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역할을 나눠 맡아 카시오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키웠다.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오너기업의 강점은 무엇일까. 아마도 빠른 의사 결정과 책임경영일 것이다. 일본에서 오너 기업하면 도요타(豊田)자동차가 가장 먼저 꼽힌다. 창업자부터 3대에 걸쳐 도요타 일가 5명이 50여 년간 사장을 도맡아왔다. 전문경영인이 사장을 맡은 경우는 경영이 어려웠을 때 15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밖에 교세라 등 중견 기업 가운데에도 상당히 많다. 중소기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오너 체제다. 전자업체인 카시오계산기(이하 카시오)는 그 가운데에서도 독특한 오너 기업으로 꼽힌다. 형제가 오너다. 장남인 카시오 다다오(1993년 작고)가 1957년 창업한 이후 형제들을 모두 경영 일선에 끌어들였다. 현재는 차남인 도시오(俊雄 ·59)가 회장을, 3남 가즈오(和雄 ·75)는 사장, 4남 유키오(幸雄 ·74)는 부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의 경우 창업주 타계 이후 형제들이 경영권을 둘러싸고 볼썽 사나운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비해 카시오는 형제간 역할 분담이 명확하고 우애도 좋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부러움을 사고 있다. 카시오 경영의 특징은 전형적인 오너 기업답게 ‘톱-다운(Top-Down)’ 의사 결정이다. 어느 기업보다 의사 결정이 빠르다. 이 점이 카시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빠른 것은 좋지만 때로는 잘못된 의사 결정을 여과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신년 연휴가 끝난 1월 7일 신칸센(新幹線) 도쿄(東京)역에 내렸다. 30여 분간 지하철을 갈아타고 신주쿠(新宿) 부근으로 향했다. 비교적 포근한 도쿄 거리를 10여 분 정도 걸었을까. 20여 층의 첨단 빌딩이 눈에 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전기식 계산기를 개발한 카시오 본사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오른편에 자리한 조그마한 상반신 동상이 눈에 띈다. 창업자 카시오 다다오의 흉상이다. ◇고비마다 신기술로 극복 카시오의 지난해 매출은 약 5,000억엔(약 5조5,000억원)으로 2002년보다 13.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은 110억엔에 달할 전망. 2002년에는 매출 4,405억엔에 순이익 56억엔의 실적을 냈다. 2001년에는 개인용 휴대단말기(PDA)의 부진으로 249억엔의 적자를 냈었다. 종업원은 1만2,400여 명, 자본금은 415억엔이다. 매출액 가운데 전자계산기 ·전자수첩 ·디지털카메라 ·전자악기 등 소비자용 전자제품이 32.3%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휴대전화 ·PDA가 19.9%, 전자시계 15.6%,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자부품이 13.7%다. 급변하는 소형 디지털 시장에서 다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카시오는 과거에도 10년에 한두 번 정도 적자를 내곤 했다. 그만큼 부침은 있었지만, 새로운 제품을 들고 나와 적자를 낸 다음해에는 당당하게 재기했다. 2년 연속 적자를 낸 적은 한 번도 없다. 2002년과 지난해에는 초소형 디지털카메라인 엑슬림 시리즈와 카메라 휴대전화를 각각 내놔 2001년의 적자를 만회했다. 와타나베 아키라(渡邊 彰) 홍보담당은 “두께가 얇아 휴대에 편리한 엑슬림 시리즈가 초소형 카메라 부문 1위를 질주하면서 이익을 많이 내고 있다”며 “앞으로 디지털 기술과 액정을 결합한 제품군들이 중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6개 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전자사전 역시 호황이다. 일본 시장 점유율 1위를 10여 년간 고수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초소형 LCD 분야는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 독보적인 1위다. 생산량의 40%를 수출한다. 반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PDA는 아직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예상외로 PDA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산기에서 디지털카메라까지 일본 혼슈(本州) 남단인 시고쿠(四國) 고지(高知)현 출신인 창업주 카시오 다다오는 청년기에 도쿄로 이주한다. 정밀 기계 수리점에서 일하던 그는 닦은 기술을 바탕으로 46년 정밀기기 부품을 가공하는 카시오제작소를 창업한다. 소규모 부품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50년 동생 도시오의 가세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도쿄전기대학을 졸업하고 전기통신성(현 NTT)에서 일한 그는 전화교환기의 릴레이를 이용한 전기식 계산기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7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전기식 계산기 개발에 성공한다. 이에 다다오는 카시오계산기를 설립한다. 오늘날 카시오의 출발이다. 카시오는 이후 세계 최초 제품을 잇달아 내놓는다. 72년에는 개인 탁상용 전자계산기를 내놨다. 이때부터 전자계산기는 매년 100% 이상 수요가 폭발했다. 74년엔 전자계산기에 사용한 고밀도집적회로(LSI)를 응용한 전자손목시계 ‘카시오토론’을 내놓으며 시계 산업에 뛰어든다. 80년에는 디지털 회로기술을 이용한 전자오르간 등 악기 사업에도 발을 내밀었다. 카시오의 성장 과정에서 막강한 경쟁사 샤프를 빼놓을 수 없다. 80년대 샤프와 전자계산기 시장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였다. 일본 경영학 교재에도 자주 등장하는 가격 경쟁이다. 80년대 초 5,000엔 정도 했던 전자계산기는 두 회사의 가격 인하 경쟁으로 80년대 중반 수백 엔대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후발 주자인 다른 중견 회사들은 아예 전자계산기 사업에서 철수했다. 카시오는 이때 출혈 경쟁으로 적자를 보게 된다. 샤프의 물량 공세에 카시오의 판정패로 승부가 났고, 70년대 황금알을 낳던 전자계산기 사업부는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이후 카시오는 전자시계 ·디지털 분야로 빠르게 변신한다. 빌딩 3층에서 떨어뜨려도 고장나지 않는 초내구성 시계 지쇼크(G-Shock)를 83년에 출시했다. 95년에는 세계 처음으로 LCD를 내장한 디지털카메라를 선보였다. 2001년에는 미국 ·유럽 어느 곳에서나 시차에 관계없이 자동으로 시간을 맞춰주는 ‘솔라 전파시계’를 내놨다. 출시 첫 해 100만 개가 팔리는 등 매년 밀리언 셀러다. 2002년 6월에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카드 사이즈(超薄型) 디지털카메라 ‘엑슬림’을 내놓았다. 이 카메라는 지난해 200만 대 판매를 기록하는 등 400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린 효자 상품이다. ◇후대 경영구도는 카시오는 창업 이래 네 형제가 모든 경영권을 장악해 기존 사업이 어려워지면 재빨리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여왔다. 전자계산기 사업이 어려우면 전자시계로, PDA가 적자를 낼 때는 디지털카메라로 만회했다. 형제간 확실한 역할 분담도 장점이다. 80세 노구에도 아직도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발명가인 현 회장 도시오, 판매 분야만 30여 년간 담당하다 다다오 작고 이후 사장을 맡아 탁월한 경영 능력을 보이는 3남 가즈오, 생산관리에 능통한 4남 유키오의 황금 분할이다.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보니 경영권을 놓고 다툰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들 형제 모두 골프광이다. 형제들이 함께 골프를 하며 우애를 쌓고 경영을 협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다다오의 장남인 아키라(彰 ·46)는 사무용 프린터를 제조하는 계열사 사장과 카시오 이사로 근무하며 삼촌들로부터 착실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기술을 중시하고 새로운 기술을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적기에 상품화하는 능력 또한 발군이다. 또 소형 디지털 전자제품 한 길만 걸어온 전문성도 돋보인다. 그러나 창업 4형제가 고령이어서 앞으로 카시오 일가의 가족 경영이 지속될지는 지켜볼 문제다. 카시오는 70년 도쿄증시에 상장, 카시오 일가의 주식 지분은 10%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급속도로 변하는 디지털 전자제품 분야는 카시오와 같은 빠른 의사 결정을 하는 기업에 강점이 있다”며 “앞으로 카시오의 2대 경영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2004.02.0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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