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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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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플랫폼 갑질’ 어떻게 막을까...“더 많은 플레이어 필요”

유통

2010년 국내 배달플랫폼(배달앱)이 처음 등장한 이후 클릭 몇 번으로 음식 주문이 가능한 시대가 열렸다. 이런 편의성은 매월 수천만명이 배달앱을 이용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배달 서비스는 플랫폼과 소상공인, 소비자 모두가 만족한 서비스인 듯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배달앱에 내야하는 수수료가 꾸준히 오르며 소상공인들은 “살려달라”고 호소한다. 업주들은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인상 및 배달비 전가 등의 횡포를 견디며 오늘도 억지로 배달앱 주문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러다 모두가 공멸할 것”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한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상생협의체 출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섰지만 상황을 해결할 뾰족한 대안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과연 배달앱과 소상공인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해법은 존재하는 것일까. 정부가 배달플랫폼(배달앱)과 소상공인 간 상생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주도하에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과 소상공인 및 소비자 단체, 학계 전문가까지 머리를 맞댄 상황이다. 상생협의체가 오는 10월 상생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배달앱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다채로운 해법이 제기된다.과점 구조 탈피 시급하다배달앱과 소상공인 간 상생 해법은 과점 구조 탈피와 플랫폼 규제 등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새로운 사업자 지원으로 과점 구조를 탈피하고,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 제정으로 배달앱을 감시하자는 것이다. 이번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인 ‘배달앱의 일방성’을 약화하기 위함이다.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과점 구조가 굳어졌다. ‘과점’은 소수 기업이 시장에서 주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형태를 말한다.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가 3강 체제를 이룬다. 이들 3사의 시장 점유율은 96%에 달한다.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대체재가 필요하다. 배달 3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의 대체재로 꼽히는 플랫폼으로는 땡겨요와 노크 등이 있다. 이들은 배달 3사의 중개수수료가 약 10%까지 치솟은 상황에서도 저렴한 중개수수료와 광고 및 배달비 무료 등으로 착한 소비와 상생을 추구하는 곳이다.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지난 2022년 1월 공식 출시한 중개 플랫폼이다. 중개수수료를 경쟁사보다 낮은 2%로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광고비·입점비 등은 받지 않고, 사장님지원금 및 소상공인 땡겨요 대출 등 지원책을 펼쳤다. 이런 ‘상생’ 기조는 이용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땡겨요의 누적 가맹점 및 가입자 수는 8월 27일 기준 각각 16만7000곳, 354만명이다. 출범 초기와 비교하면 각각 1820%, 3338% 늘었다.신한은행 측은 “민간 배달사와의 무리한 경쟁보다는 ‘공공배달앱’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협약 지자체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을 활성화하고, 할인혜택 및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타 배달앱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노크는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인수한 hy(옛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6월 선보인 플랫폼이다. 현재 서울 강서지역에서만 운영되는 노크는 5.8%의 중개수수료와 광고·가입비 0원 등이 특징이다. 이는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조금씩 사로잡고 있다. 플랫폼 출시 당시 900여 곳에 불과했던 노크의 가맹점 수는 최근 1250여 곳까지 늘었다.hy 관계자는 “대규모 마케팅 등을 하기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무료배송, 첫 구매 5000원 할인 등 다양한 경험을 고객이 인지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과점 시장에서 땡겨요와 노크 같은 대체재의 등장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더욱 많은 플레이어가 나오는 것은 경쟁 시장의 효율화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시장을 감시하면서 상황에 맞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플랫폼 횡포 제지할 법적 도구 필요또 다른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온플법이다. 이는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거래상 지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유형을 구체화하고, 이를 판단하는 기준을 고시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법안이다. 지난 2020~2021년 법 제정 움직임이 있었으나 업계 반발 등으로 중단된 바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배달 플랫폼 입점업주들에 대한 배달 3사의 불공정거래, 이른바 갑질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을의 위치에 있는 이들이 지금보다는 힘을 갖게 되는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중개플랫폼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온플법이 발의돼 있다. 기존 규제로는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플랫폼 기업을 제지할 수 없어서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기업들이 급성장해 독과점적 위치에 오른 것이 현재 플랫폼 시장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수수료 인상 등 기업의 이익 극대화 측면에서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정책을 제지할 도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기존 규제로 플랫폼 기업이 제대로 사업을 추진하도록 관리할 수 있다면 플랫폼 기업들이 왜 수수료를 갑작스레 인상하고,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등이 터졌겠냐”고 강조했다.나아가 “일부 기업이 플랫폼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어 온플법을 통해 사실상 신생 기업도 플랫폼 시장에 진출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온플법은 모든 플랫폼 기업을 규제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신생 기업이라도 좋은 서비스와 품질을 가지고 있다면 기존의 플랫폼 공룡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온플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24.09.02 09:00

4분 소요
“자영업자 위해 정부가 유일하게 잘한 일이 ‘지역화폐’ 지원사업”

정책이슈

“정부가 한 번이라도 자영업자를 위해 정책을 편 일이 있었나요. 그나마 유일하게 도움이 된 게 ‘지역화폐’ 사업이었는데 이걸 중단하겠다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사무총장을 만났다. 한상총련 등 80여 개 자영업·소상공인 단체는 정부의 내년도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축소 결정을 비판하며 지난 2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회원들은 번갈아 농성장을 지켰는데, 이날은 이 사무총장이 자리하는 날이었다. 광화문의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날이기도 했다. ━ 지역화폐 2조원 지원하면 20조원 소비 효과 그는 “정부의 지역화폐 사업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지금으로는 거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지역화폐는 해당 지자체에 있는 자영업자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지역화폐 발행이 늘면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화폐를 발행할 때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5만원을 내면 5만5000원어치 지역화폐 받아 사용할 수 있는데 추가되는 5000원(10%)이 세금이다. 약 3500원(7%)는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1500원(3%)가량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이 혜택을 보기 위해 지역민들도 기꺼이 카드 대신 지역화폐를 사용한다. 만약 정부가 관련 예산을 줄이면 부담을 느낀 지자체는 지역화폐 발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타격은 골목 상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8월 31일 ‘2022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 1조522억원에서 내년 2403억원으로 77.2% 감축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예산을 늘렸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해 줄인다는 게 골자였다. 정부는 지역화폐 지원 사업이 ‘한시적’ 이었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어려워서(지역화폐 발행을) 한시적으로 20조원까지 해주면서 내년에는 (늘렸던 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6조원으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예산을 줄였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6조원은 정부의 할인 지원이 뒷받침되는 지역화폐가 6조원이란 뜻이고 나머지는 지자체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성원 사무총장은 “지역화폐 발행을 줄이면 소비자는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고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지역화폐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를 골목 상권으로 불러 모았는데, 이 효과가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 사태에도 대기업과 대형마트는 온라인 비즈니스와 배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덩치를 키웠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는 혜택을 뺏으면 경쟁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또 “정부가 자영업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꼭 묻고 싶다”고 했다. 지역화폐 사업이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자영업자를 위한 다른 정책을 생각하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지역화폐 사업을 상시 지원하면 안 되는 이유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정말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까. 이성원 사무총장은 “그렇다”고 했다. 정부가 1조~2조원의 예산을 풀면 지자체는 20조원 가까운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데, 이 돈이 지역에서 소비된다는 것이다. 지역화폐 특성상 대형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자영업자의 매출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가 일반화되면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이 사무총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지역 내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 등으로 향하는 소비자가 골목 상권에서 소비를 늘리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매출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 “대출 한도 늘려주는 지원?…빚에 빚을 더하는 것뿐” 그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나 영업제한으로 손해를 봤는데 정부는 제대로 된 손실보상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지역화폐 사업을 통해서라도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반발을 우려했는지 정부는 23일 소상공인 대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인원·시설운영 제한방역조치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에게 연 1% 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빚 위에 빚’을 더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한다지만, 결국 이자 부담을 져야 할 ‘빚’이라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코로나 사태에서 많은 소상공인이 대출로 견뎌왔다”며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더 늘릴 수도 없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그 정책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수를 줄여 경쟁을 완화하고 이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5개국 가운데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24.6%로 상위 6위 수준이다. 한국보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멕시코·그리스·터키·코스타리카다. 영국(15.3%)·프랑스(12.4%)·일본(10%)·독일(9.6%) 등 선진국은 대체로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이 사무총장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만든다는 ‘좋은 일자리’를 30년 동안 반찬을 만들어 팔던 사장님에게 주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좋아서 자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벼랑 끝에 내몰려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살아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1.28 10:00

4분 소요
“빚 굴레에 묶여 연명?”…자영업자에게 외면 받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

산업 일반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내놓은 ‘초저금리 대출’이 지원 대상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한계까지 대출받은 자영업자들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저금리 대출이란 정부가 손실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소상공인에게 1% 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특별 융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3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정책심의회를 열고 ‘일상회복 특별 융자’ 방안을 담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회복지원 방안’ 등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일상회복 특별 융자 대상은 7월 7일부터 9월 30일까지 집합금지·영업 시간제한이 아닌 ‘인원·시설운영 제한’ 방역 조치를 이행한 소상공인 약 10만명이다. 9월 30일 이전에 개업한 업소가 2019, 2020년과 비교해 분기나 월별 매출이 하나라도 감소했으면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 방안을 발표하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단체들은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 민생경제 지원방안의 핵심은 손실보상 제외업종에 대출해주는 금융지원인데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무산돼 기대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연합회 측은 “이미 대출 한도가 꽉 차 있는 상황에서 추가 대출이 원활히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계속 빚의 굴레에 묶여 연명하라는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했다. ━ 소상공인 지원 10조8000억 원 중 8조9000억원이 대출 예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비판 논평을 냈다. “정부 지원책을 환영하지만, 금융지원보다는 피해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총연합회 측은 “자영업자 부채가 심각한 수준인데 계속 대출해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 정부가 책정한 소상공인 지원 예산 10조8000억원 가운데 손실보상 비대상 업종 지원액은 9조4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8조9000억원이 금융지원이다. 직접 지원으로 볼 수 있는 매출 회복 지원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빚을 더하는 정책이 아니라 소상공인들이 실제로 수익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11.24 07:14

2분 소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형평성 논란의 이유] 자영업자 매출·소득 간극 반영 못해
속도 따지다 사각지대 생길라… ‘매출 대신 소득 자료 활용하자’ 주장도 “두텁고 폭넓게 피해계층을 지원하면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데 각별히 신경 썼다.”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4차 재난지원금의 지급 원칙이다. 지원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중소벤처기업부도 같은 기조로 말했다. “기존 버팀목 자금(3차 재난지원금)보다 피해 소상공인이 두텁고 촘촘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했다.” 4차 재난지원금은 규모부터 남다르다. 자영업자 대상 편성 예산이 6조7350억원으로 3차 재난지원금(4조1000억원)보다 많다.이번 지원금의 지급 선정 기준은 ‘매출’이다.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를 받은 업체뿐만 아니라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소기업이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모두 2019년 대비 2020년 매출이 감소해야 한다(국세청 부가가치세 매출 신고 기준). 2020년 평균 매출액이 2019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업종 10개는 특별히 ‘경영위기업종’으로 분류돼 200만원을 받는다.방역 대책으로 아예 문을 닫거나 영업이 제한된 업종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5인 이상 모임금지 등으로 사실상 장사를 제대로 못한 업종까지 두루 숨통을 틔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얼핏 ‘두텁고 촘촘해졌다’는 정부의 설명은 들어맞는 듯 보인다. 실제로 3차 재난지원금 수혜 소상공인은 280만명이었는데, 이번엔 385만명으로 100만명 넘게 늘었다. ━ ‘두텁고 촘촘한 지원’에도 고개 드는 불만 그럼에도 자영업계 불만은 현재진행형이다. 애초에 선별 지원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방식이긴 하지만, 현장의 불만을 단순히 볼멘소리로만 취급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매출 감소’ 기준을 향한 비판 논리가 뚜렷하다.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업종별로 영업비용이 천차만별인 탓에 매출 감소 폭이 실제 피해 수준과 비례한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피해 비례 선별지급이 원칙이라면 사회가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한데, 이대로라면 4차 재난지원금 역시 형평성·사각지대 논란을 잠재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매출이 자영업계 위기를 가늠할 경영지표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매출이 좋든 나쁘든 똑같이 지출해야 하는 각종 ‘영업비용’ 때문이다. 가령 업종마다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각각이다. 이런 비용은 자영업자의 실제 소득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데, 매출 지표에선 이런 변수가 드러나지 않는다. 두 자영업자의 지원금 지급 사례를 통해 ‘매출 감소’ 원칙의 문제점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서울 구로구의 오피스 밀집지역에서 10년간 식당을 운영해온 장현영(가명·54)씨는 지난해 영업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그간 직장인을 상대로 홀 장사 위주의 영업을 벌여왔는데, 코로나19로 타격이 커서 홀 장사를 포기하고 ‘배달음식전문점’으로 변모했다. 마침 코로나19 확산 시기가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매장 면적을 대폭 줄였고, 고용인원도 최소화했다.그 결과,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장씨는 4차 재난지원금의 수혜자가 될 공산이 크다. 장씨는 “배달 장사가 쏠쏠해 손에 쥐는 소득으로 따지면 코로나 이전보다 상황이 좋다”면서 “지원금을 준다니 좋긴 한데 나와 같은 전략을 취한 점주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까지 피해 자영업자로 묶이는 게 정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놨다.정반대의 케이스도 있다. 인천 지역에서 편집숍을 운영하는 김종구(가명·34)씨는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늘었다. 매출 정상화에 초점을 두고 1년 내내 역마진 구조로 제품을 판매한 덕분이다. 부담을 줄이고 매출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반면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줄지 않은 탓에 편집숍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김씨는 이번 지원금 대상에 포함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어찌 됐든 전년 대비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이런 계산대로라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자영업자에 혜택이 돌아가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출 감소 폭이 자영업계 피해와 상관관계가 없진 않겠지만, 피해를 온전히 드러내는 숫자는 아니란 설명이다.대안으로는 ‘매출 대신 소득 자료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소득은 매출에서 임대료 등 고정비를 제하고 자영업자가 실제로 거둬들이는 돈이니, 기업으로 치면 ‘순이익’에 가까운 지표다. 문제는 정부가 아직 2020년 소득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가 2020년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시기는 올해 5월인데, 자료를 취합하면 상반기 중엔 지원이 불가능하다.반면 자영업계 매출 데이터는 이미 갖춰졌다. 매출에 대한 소비세인 부가가치세 신고가 지난 2월에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2·3차 재난지원금을 뿌릴 때도 국세청이 확보한 카드 데이터를 기준으로 ‘매출 감소’ 여부를 따졌는데, 잡음이 만만치 않았다”면서 “부작용이 뻔한데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원칙이 매출로 굳어진 건 기획재정부가 지원의 신속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자영업자 피해 드러내지 못하는 ‘매출 지표’ 하지만 이런 방식의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부가 강조한 ‘두텁고 촘촘한 지원’과는 거리가 멀다. ‘신속한 지급’을 위해 누구보다 지원금이 절실한 계층을 가려내고, 실제 피해에 비례한 선별 지원을 포기한 셈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선별 지급한 지원금의 총 합은 14조1350억원(2차 3조2000억원+3차 4조1000억원+4차 6조7350억원)이나 된다. 막대한 재원을 들인 3차례 선별 지급에서 같은 논란과 불만이 반복되고 있다는 건 실패한 정책이나 마찬가지다.신속성을 위한답시고 정교한 지원을 꼭 포기할 필요도 없다. 부가가치세 신고에 따른 2020년 매출 자료를 확보했으니, ‘비용 변수’만 고려하면 실제 자영업계가 입은 피해 규모를 추정할 수 있어서다.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019년 소득세 신고 자료와 한국신용데이터가 수집한 업종별 2020년 매출 자료를 토대로 집합제한·영업금지 업종 자영업자의 2020년 소득을 추려냈다. 2019년 소득세 신고 자료에서 업종별 영업비용을 구한 뒤, 이를 2020년 매출에 업종별로 대입한 것이다. 이 의원실은 2020년 매출에서 2019년 영업비용의 90%(‘착한 임대인 운동’ ‘영업시간 단축’ 등 영업비용 감소 고려)를 빼 2020년 업계 소득 추정치를 산출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2019년 소득과 비교했다. 그 결과, 업종별 전년 대비 매출 증감률은 -12~-18%이었지만, 소득 증감률은 -28~-120%로 더 큰 폭으로 벌어졌다. 자영업계의 매출과 소득의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양준호 인천대(경제학) 교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지원이 코로나19 극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급된 지원금의 효과가 어떤지 모른 채 선별지원의 규모만 불어나는 상황”이라면서 “피해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원론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3.14 10:57

4분 소요